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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배후는 우크라이나 아니면 러시아?

북한의 배후는 우크라이나 아니면 러시아?

북한 미사일의 비약적인 발전에 전문가들은 외부에서 기술을 제공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사진 : GETTY IMAGES BANK
2011년 당시 키예프의 타라스 셰브첸코 국립대학의 한국어과 학생이던 데니스 안티포프는 우크라이나 보안국으로부터 특이한 요청을 받았다. 옛 소련의 KGB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생긴 조직인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복잡미묘한 방첩 작전에 안티포프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보안국은 함정단속 작전을 통해 드니프로 시에 있는 KB 유즈노예 설계사무소 소속 우크라이나 엔지니어들로부터 로켓 기술을 빼돌리려던 북한 스파이 2명을 체포했다. 당시엔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로 불리던 도시다.

우크라이나 방첩 당국은 체포된 북한인들의 심문과 재판에 한국어 통역자가 필요했다. 안티포프는 느닷없이 톰 클랜시 소설 같은 첩보 드라마 속으로 말려들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지정학적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드라마다(현재 28세인 안티포프는 모교의 한국어 강사다).

런던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지난 8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북한 액체추진제 로켓 엔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관해 논평했다[북한은 그 기술에 힘입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에 성공했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옛 소련 시대 RD-250 로켓 엔진 개량모델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밀반출돼 북한 손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8월 14일자 기사에서 IISS 보고서의 작성자 마이클 엘러먼 연구원의 말을 인용했다. ‘이들 엔진이 필시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의문은 그들이 얼마나 갖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지금도 그들을 돕고 있느냐는 점이다. 상당히 걱정스런 일이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우크라이나의 KB 유즈노예 설계사무소에 관해 이렇게 언급했다. ‘엘러먼 연구원은 공장단지의 환경 악화와 파트타임 엔지니어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강력한 정황을 제시한다.’
최근 미사일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하는 김정은. 2011년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미사일 설계업체 엔지니어들로부터 로켓 기술을 빼돌리려던 북한 스파이 2명을 체포했다. / 사진 : NEWSIS
뉴욕타임스 기사와 IISS 보고서가 발표되자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펄쩍 뛰며 부인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됐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미-우크라이나 관계가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게 된다. 게다가 타이밍도 아주 좋지 않다. 2015년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현지 분리주의자를 내세운 대리전쟁을 시작한 뒤로 우크라이나가 추진해온 미국 무기구입 계약서가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려져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16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뉴욕타임스 보고서를 비난하는 한편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난이 아무리 터무니없더라도 우리는 책임감 있는 파트너로서 미사일 엔진이나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다는 뉴욕타임스의 주장에 관한 정보를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총리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은 뉴욕타임스 기사를 ‘도발’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위원장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그 보고서를 러시아 정보국의 음모라고 일축했다. 투르치노프 위원장은 “우크라이나는 로켓 엔진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미사일 기술도 북한에 제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반(反) 우크라이나 공작은 러시아 특수부대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들의 개입 사실을 은폐하려고 꾸민 일이라고 본다.”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 발사훈련 광경. 러시아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스커드, 노동 그리고 R-27(무수단)용 미사일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다. / 사진 : ALEKSANDR SHULMAN-AP-NEWSIS
논란의 중심에 있는 로켓생산업체 유즈마슈 공장도 웹사이트에 성명서를 올렸다. “함량미달 ‘전문가’ 의견에 근거한 도발적인 성격의 뉴욕타임스 기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즈마슈 공장은 KB 유즈노예 설계사무소의 최대 생산시설이다. 두 업체 모두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시에 있다. 엘러먼 연구원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자신의 IISS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엔진 사진들을 분석했다. 지난 5월과 7월 화성 12형·15형 미사일 시험발사에 앞서 지난 9월과 3월 지상 테스트한 엔진들이다(화성 15형은 미국 본토 타격용으로 개발된 ICBM이다).

엘러먼 연구원은 사진에서 관측된 설계 특성에 근거해 액체추진제 엔진의 출처가 옛 소련이 아닌 어떤 다른 곳일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렇게 가능성의 범위를 좁혔을 때 최근의 북한 시험과 일치하는 성능과 외적 특성을 가진 것은 RD-250뿐이었다. 그는 지난 8월 초 발표된 IISS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다.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서 ICBM으로 그렇게 짧은 시간에 도약한 나라는 없다. 어떻게 그처럼 빨리 기술이 발전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북한이 외국에서 고성능 액체추진제엔진(LPE)을 입수한 것이다.’

그러나 RD-250은 연소실 2개짜리 엔진이다. 북한의 화성 12형과 15형 ICBM에 장착된 엔진은 연소실이 1개다. 엘러먼 연구원의 논리에 따르면 북한 엔지니어들은 RD-250 엔진의 연소실을 2개에서 1개로 개조할 만한 자체 기술력이 없다. 엘러먼 연구원은 ‘러시아의 미사일 생산업체 에네르고마슈사와 우크라이나의 KB 유즈노예가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며 ‘그 개량 엔진이 이들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고 썼다.

북한의 미사일 엔진이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에서 밀반출된 것이라는 엘러먼 연구원의 가설에는 일정 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로켓 저장소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엘러먼 연구원은 ‘RD-250은 더 이상 실전 배치된 미사일이나 발사기에 쓰이지 않기 때문에 구식 LPE 보관시설의 경비가 필시 허술할 것’이라고 썼다. ‘이들 저장소 중 한 곳에서 LPE에 접근할 수 있고 불만을 품은 직원이나 박봉의 경비원 등을 포함한 소그룹이 엔진 수십 개를 빼돌렸을 수 있다. 그들이 옛 소련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불법 무기거래자, 범죄조직 또는 국제 밀수업자 중 하나의 꼬드김에 넘어갔을 경우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SBU의 드니프로 로켓 생산시설 감시 활동에 정통한 안티포프 강사는 유즈마슈 공장이나 유즈노예 설계소와 관련해선 엘러먼 연구원의 분석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시설 모두 SBU가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감시한다”고 안티포프 강사는 말했다. 그는 “정부 몰래 로켓 엔진을 팔아 넘길 수는 없다”고 미국 정치뉴스 사이트 데일리 시그널에 말하면서 엘러먼 연구원이 시사한 것과 같은 대담무쌍한 계획은 SBU의 빈틈없는 감시와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함정 단속에 걸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령 내가 과학자인데 북한사람이 접근해 뇌물을 주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SBU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감시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일종의 견제나 시험이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북한 간첩 류손철(Ryu Sonchelle)과 리택을(Lee Thakel)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기차를 이용해 드니프로 시로 잠입했다. 해바라기씨 종묘법을 연구하러 우크라이나를 찾은 농업 전문가로 위장했다. 안티포프 강사는 “벨라루스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국경을 넘어 정보를 입수한 뒤 그날 안에 돌아간다는 계획이었다”며 “간첩들에게는 불행하게도 빠져나가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2명의 북한 간첩은 출발에 앞서 KB 유즈노예에서 근무하는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을 매수하려 했다. 고체연료, 액체추진엔진, 연료공급 시스템, 로켓분리장치, 관련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계 관련 기밀문서와 우크라이나 ‘국가기밀’에 속하는 기타 특정 정보들을 넘겨받으려는 속셈이었다.

북한의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북한 측은 여러 차례 유즈마슈 공장에서 비밀 로켓 정보를 빼내려 시도했다.” / 사진 : NEWSIS
그러나 우크라이나 근로자들은 북한 간첩들이 제시한 뇌물을 거부하고 그 사실을 SBU에 신고했다. 안티포프 강사는 “과학자들은 애국자였다”고 말했다. SBU는 그 뒤 함정단속을 펼쳐 북한 간첩들에게 미끼 서류를 건네줬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요원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가짜 정보를 복사하려는 간첩들을 숨어서 지켜봤다. 그리고 그들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SBU의 계략에 따라 북한 간첩들에게 가짜 문서들만 건네줬기 때문에 그들이 잡히기 전에 어떤 비밀정보라도 평양으로 몰래 보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안티포프 강사는 설명했다. 북한 간첩 중 한 명은 러시아어가 유창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심문과 재판 과정에서 통역자를 요청했다고 안티포프 강사는 전했다. 억류된 외국인에게는 우크라이나 법에 따라 국선 통역자를 요청할 권리가 주어진다.

안티포프 강사는 북한 간첩들을 가리켜 “분명 군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행동 그리고 실제로 앉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간첩 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 처음에는 북한 송환을 요청했다. 물론 그렇게 할 순 없었다. 절도품목이 휴대전화든 RD-250이든 도둑을 그냥 나라 밖으로 걸어나가도록 할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법정은 2012년 7월 북한 스파이 류와 리에게 간첩 행위로 각각 8년 형을 선고했다. 두 북한 간첩은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의 교도소에서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미사일 기술을 훔치려는 북한의 2011년 도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안티포프 강사는 말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미사일 기술을 빼돌리려는 북한의 장기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북한 측은 여러 차례 유즈마슈 공장에서 비밀 로켓 정보를 빼내려 시도했다. 그 기술이 그만큼 절실했던 듯하다. 물론 SBU는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안보를 잘 지켜냈다. 그들의 시도는 모두 좌절됐다.” 안티포프 강사의 말이다.

북한은 1992년 1월 우크라이나 현지 대사관을 폐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미북한관련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자금지원이 고갈된 후 북한의 예산긴축이 공식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옛 소련 붕괴 직후의 혼란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빼내려는 북한 간첩들의 시도가 되풀이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가 북한 대사관을 폐쇄했다는 설도 있다. 안티포프 강사는 “우리 나라에 간첩 소굴은 필요 없다고 정부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우주국의 유리 라드첸코 국장이 수도 키예프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에 따르면 RD-250 로켓 엔진은 2001년까지 우크라이나 유즈마슈 공장에서 생산됐다. 냉전 시대 그 우크라이나 공장에서 연소실 2개짜리 액체추진제 RD-250 엔진이 옛 소련의 R-36 ICBM에 탑재됐다. 러시아가 2006년과 2009년 우주로 위성을 발사할 때 각각 사용했던 사이클로 2와 3 로켓에도 장착됐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에도 우크라이나의 유즈마슈 공장은 RD-250 엔진을 계속 생산했지만 러시아에 납품하는 우주 로켓용이 전부였다. RD-250 엔진과 사이클로 로켓들 모두 “러시아 납품용으로 유즈마슈 공장에서 생산됐다”고 라드첸코 국장은 말했다. 모두 233개의 사이클론 로켓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돼 러시아로 보내졌다.

러시아는 2006년 사이클론 로켓 주문을 중단했고 그 뒤 유즈마슈 공장을 찾는 다른 구매자는 없었다. 현재 러시아만 그 로켓을 소유하며 모두 우크라이나제 RD-250 엔진을 탑재한다. 라드첸코 국장의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의 알려지지 않은 지점에 7~20개의 사이클론 로켓이 저장돼 있다.

북한이 실제로 개량 RD-250 엔진을 외국에서 들여왔다면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일 것이라고 라드첸코 국장은 주장했다. “러시아는 완성된 로켓에 탑재된 엔진을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다.” 러시아는 17㎞에 걸친 국경과 항로를 북한과 공유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스커드, 노동 그리고 R-27(무수단)용 미사일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인용된 IISS 보고서 작성자인 엘러먼 연구원은 나중에 트위터를 통해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자신의 발언 중 그 엔진 출처가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일 수 있다는 주장에서 크게 후퇴했다. 엘러먼 연구원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썼다. ‘북한 보유 ICBM 엔진의 출처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 유즈노예 공장은 여러 가능한 출처 중 하나다. 러시아에도 유력 후보들이 있다. 그 엔진의 출처가 우크라이나였다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용납하거나 또는 알았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2년 북한 간첩들을 체포했다!’ 지난 8월 14일 미국 첩보계는 북한이 최근의 ICBM 발사 시험에서 사용한 액체추진제 로켓 엔진을 자체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엘러먼 연구원의 결론을 부정했다. 미국의 정보 당국자는 “북한이 엔진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첩보를 갖고 있다”며 “그보다 우리 판단으로는 그들은 자체적으로 엔진 생산 능력을 보유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헤리티지 재단 산하 앨리슨 외교정책연구소의 미카엘라 닷지 선임 정책분석가는 RD-250 밀반출 혐의를 우크라이나에 덮어씌우려는 러시아의 음모라는 주장에 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북한이 해외에서 하드웨어를 몰래 사들일 필요 없이 RD-250에 비견되는 로켓 엔진을 제작할 만한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방어, 핵무기 현대화, 군축을 전문으로 하는 닷지 연구원은 “북한은 시험을 많이 하는 데다 결코 멍청하지 않다”고 데일리 시그널에 말했다.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사일 시험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운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은 분명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반드시 하드웨어 이전이 아니라도 어떤 도움을 받았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와 러시아 정규군을 상대로 3년 이상 끊임없이 전투를 벌여 왔다. / 사진 : ALEKSANDR SHULMAN-AP-NEWSIS
한편 우크라이나 우주국의 라드첸코 국장은 북한의 기술 도약이 혼자 힘으로 이루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빠르다는 엘러먼 연구원의 논리에 공감을 표했다. 라드첸코 국장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기술개발 착수 이후 발사까지 2년이 경과했다.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우주 강국이라도 이 프로젝트를 그런 기간 내에 완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그들이 완성품을 사용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계속되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인 1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170만 명이 터전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와 러시아 정규군 연합 세력을 상대로 3년 이상 끊임없이 전투를 벌여 왔다. 전쟁이 이제 뜸해지면서 주로 간접적인 무기가 동원된다. 양 진영 병력이 무인지대의 약 400㎞에 걸친 전선을 따라 참호와 요새를 구축하고 대치 상태에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러 관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2015년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뒤이어 발생한 대리전쟁에 대한 응징으로 경제제재를 발동했다. 그리고 2015년 이후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나토의 동부 전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동유럽 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우크라이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같은 고성능 방어무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우크라이나가 공모했다는 주장 또는 단순한 암시에도 노심초사한다. 미국이 변심해 무기 판매를 거부할까봐서다.

최전선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재블린 같은 미국 무기가 전투의 승패를 가르고 무엇보다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공격을 억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무기거래안은 미국 의회를 통과했으며 국방부와 국무부가 실행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북한 미사일 기술 외부 공급설과 최종 승인 단계에 접어든 미국 무기 구매계약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에 우크라이나에선 많은 사람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한다. 우크라이나의 평판을 나쁘게 해서 미국의 군사원조를 방해하려는 러시아의 술책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라드첸코 국장은 “러시아 ‘친구’들이 그런 언론 보도를 부채질했을 확률이 높다”며 “그들은 우리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우리 나라의 신용도를 낮추는 데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런 보도에 아직까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헤더 노이어트는 워싱턴의 기자들에게 “그런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식한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문제”라고 말했다.

안티포프 강사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전투에 참전한 군인 출신이다. 2015~2016년 우크라이나군 81 공수여단 장교로 근무하며 정찰 무인기 소대를 지휘했다. 우크라이나가 그런 중요한 기술을 북한에 판매하려는 비밀공작을 의도적으로 승인하거나 눈을 감았으리라는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가 엔진을 팔아 몇 백만 달러 벌자고 국제적인 지원이 끊기고 재블린 미사일을 건네 받지 못할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있을까? 내가 보기엔 논리가 맞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는 돈보다 미국의 후원이 더 필요하다.”

- 놀란 피터슨



※ [필자는 특수부대 파일럿 출신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으며 미국 정치 뉴스 사이트 ‘데일리 시그널’의 우크라이나 주재 특파원이다. 이 글은 ‘데일리 시그널’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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