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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창간 100주년 기념] 왕조의 흥망과 경장

[포브스 창간 100주년 기념] 왕조의 흥망과 경장

경장으로 기득권자가 포기해야 할 이익은 명확하다. 반면 새로운 혜택은 불명확하기에 군주는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이 진공의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면 경장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역학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힘든 과제이다. 1세기 경장의 시대정신을 현실에 구현하려는 리더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카이사르는 원로원에서 암살되었으나 후계자 아우구스투스가 심모원려로 경장 프로그램을 구현하여 로마는 제국에 합당한 정치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인간에게 생로병사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듯이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조직의 흥망성쇠도 불가피하다. 유구한 인류역사에서 명멸하였던 수많은 국가, 단체, 기업들이 겪는 흥망성쇠의 전개과정과 지속기간은 각각 다른 운명과 특성을 나타낸다. 탁월한 리더와 일시적 행운이 만나서 들불처럼 일어나지만 뒷심이 부족하여 잠깐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사라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반면 세대를 이어 장기간 번영을 이어간 조직들은 창업자가 건설하고 후계자가 수성한 후 다음 세대가 제도와 시스템을 경장하고 새로운 질서를 정착시켰던 점에서 공통적이다.

시대에 뒤떨어져 생명력을 상실한 기존 체제의 혁파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은 통상 구체제의 파괴자, 신체제의 건설자와 수성자, 경장자가 세대를 이어가며 성공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이루어진다. 조선 왕조 개창 과정에서 태조 이성계는 고려 왕조를 파괴하였고, 태종은 정도전의 구상에 기반하여 신체제를 건설하고 수성하였으며, 세종은 법제도를 정비하고 한글을 창제하며 과학기술을 장려하는 경장을 통해 500년 체제의 기틀을 다졌다. 요즘 표현으로 태조와 태종이 컴퓨터 하드웨어를 장만했다면 세종은 운영체제와 어플리케이션 등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였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는 15세기 전란에 휩싸인 전국 시대의 구질서를 파괴하였고, 뒤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비록 임진왜란에서 패배하였으나 창업과 수성의 역할은 수행하고 퇴장하였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문물을 정비하는 경장을 통해 264년(1603~1867)간의 에도 막부시대를 열었다. 현대 중국에서는 청나라 구체제를 국민당의 장제스가 파괴하고 공산당 마오쩌둥이 수립한 신질서의 바탕 위에 덩샤오핑이 경장을 통해 개방개혁으로 이끌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맥락에서 창업-수성-경장에 이르는 세대 간 성공적인 역할 분담으로 오랜 기간 번영한 사례를 역사와 기업에서 찾아본다.
 로마제국과 카이사르의 경장
전승에 따르면 패망한 트로이 왕자의 후손인 로물루스가 기원전 753년 이탈리아반도 중부에서 로마를 건국하였다. 창업자 로물루스가 승천한 이후 숲 속에서 은둔해 있던 누마를 2대 왕으로 추대하였다. 당시 로마는 농사 지을 땅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랑민들이 세운 궁핍한 국가로서 도처에서 모인 산적 무리의 집합소에 가까웠다. 로마는 다양한 출신 종족과 문화로 파편화된 백성을 통합하기 위해 거주지를 기존의 혈연이 아니라 직업에 따라 재배치하고 소속시켰다. 목수, 대장장이, 도공 등 직능단체에 대한 귀속감이 강해지면서 혈연 간 대립은 완화되었고, 로마 특유의 개방성이 생겨나는 배경이 되었다. 이후 기원전 509년 공화정으로 전환하고 시민군 체제에 기반한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로마는 600년간의 확장을 통해 기원전 2세기에는 이탈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를 세력권으로 하는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도시국가 단계에서 형성된 원로원 중심 공화정 체제의 장점은 거대 제국으로 성장한 로마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되었다. 수백 명의 원로원 의원이 모여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지배구조는 광대한 권역의 복잡다기한 사안에 신속히 대처해야 하는 제국에는 맞지 않았다. 계층 간 갈등이 극심해지는 혼란 속에 원로원파와 평민파 간 내전이 빈발하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다. 이러한 시기에 등장한 카이사르는 오늘날 프랑스와 서부 독일에 이르는 광대한 갈리아 지방을 정복한 군사적 성취를 기반으로 단일지도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체제개혁을 시도하였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카이사르는 원로원에서 암살되었으나 후계자 아우구스투스가 심모원려로 경장 프로그램을 구현하여 로마는 제국에 합당한 정치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아우구스투스 이후 팍스로 마나로 불리우는 200여 년간의 서양 역사상 최대의 평화기가 도래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경 주나라가 견융의 공격을 받아 동쪽으로 쫓겨나 동주로 위축되고 150여 개의 나라가 각축을 벌이면서 시작되었다. 치열한 전쟁을 통해 약소국은 몰락하고 강한 나라만 살아남아 7대 강국이 병립하는 전국시대를 거쳐 기원전 221년 진나라 시황제가 통일하였다, 그러나 진시황 사망 후 혼란에 빠진 진나라는 불과 15년 만에 패망하고 초나라와 쟁패를 거쳐 한나라가 통일왕조로 성립된다.
 한나라는 어떻게 400년 왕조를 만들었나
한고조 유방은 창업동지인 소하를 재상으로 삼아 진나라의 가혹한 법령을 개정하여 민심을 안정시키고 통치의 기반을 닦는다.
한고조 유방은 창업동지인 소하를 재상으로 삼아 진나라의 가혹한 법령을 개정하여 민심을 안정시키고 통치의 기반을 닦는다. 말년에 병석에서 소하가 세상을 떠나면서 개국공신 조참을 후임으로 임명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후계자인 혜제는 이를 따른다. 그러나 신임 재상인 조참은 업무는 도외시하고 매일 술 마시고 놀기만 하여 원성이 높아졌다. 혜제가 조참을 친히 불러 나무라자 조참은 대답했다. “고제와 소하가 천하를 평정하였고, 법령도 이미 밝게 정하셨습니다. 폐하께서는 팔짱만 끼고 계시고 저희는 직분을 지키면서 옛 법도를 따르기만 하고 잃지 않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조참의 태만은 나름대로의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혜제는 수성에 성공한 군주가 되었다.

혜제를 이은 문제는 전쟁시대를 종식시키고 평화시대의 통치체제를 확립하는 경장에 나선다. 지출을 줄여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면서 전란으로 황폐해진 산림과 하천을 개발하고 공업과 상업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정책으로 소금과 철의 생산이 크게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조세수입이 증가하여 국가재정도 튼튼해졌다. 문제의 후계자인 경제도 경장정책을 이어받아 문경지치(文景之治)의 태평성대를 열면서 한나라는 400년 왕조의 기틀을 닦았다.

GE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1878년에 창업한 회사에서 출발한다. 1896년 시작된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에 포함된 12개 기업 중에서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100년 이상 글로벌 제조업을 대표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1892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톰슨 휴스턴이 합병되면서 제너럴 일렉트릭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초대 사장으로 찰스 코핀이 취임했다. 그는 30년(1892~1922)을 재임하면서 백열전구와 발전소 중심의 사업구조를 전자전기산업 전반으로 확장시켰다. 전기기관차, 선풍기, 전기레인지, 냉장고를 출시하고 진공관을 개발하여 전자산업 발달을 주도하면서 50년 이상 GE의 전성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면서 GE는 거대기업의 비효율성이라는 함정에 빠져들었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면서 전략적 방향성이 모호해졌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지나치게 복잡해졌다. 대규모 조직 특유의 의사결정 과정도 느려지고 내부 갈등도 심해지면서 변화 없이는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1981년 취임한 잭 웰치 사장이 추진한 근본적 변화가 바로 경장의 개념이었다. 확실한 경쟁우위가 없다고 판단되는 400여 개의 사업을 매각하고 11만 명을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하여 사업을 재편하고 효율성을 높이려 했다. 당시 활력이 떨어진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성장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적 구조조정의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 주요 언론과 저명한 경영학자들은 그를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으로 비하하였고 조직 내부의 반발도 극심하였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 학습조직, 식스시그마 등의 단어가 대변하는 혁신, 소위 경장으로 취임 시점에서 250억 달러였던 매출은 20년 후 퇴임시점에서 1300억 달러로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잭 월치의 후계자로 2001년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여 다시 경장의 여정에 나섰다. 그는 재임한 17년 동안 100년 하드웨어 제조기업 GE를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사업모델 혁신에 주력하여 산업용 사물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첨단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하였다. 2017년 퇴임하면서 GE를 ‘125년차 스타트업’으로 규정하고 미래의 디지털 산업을 선도해야 한다는 당부를 남겼다.

GE가 100년 이상 초우량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요인은 제도화된 경장시스템이다. 일단 CEO 선정을 수 년에 걸쳐 치밀하게 진행하면서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변화, 소위 경장을 추진할 리더십을 검증한다. 그리고 일단 CEO로 선임되면 10년 이상을 재임하면서 장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준다. 실제로 GE의 125년 역사에서 최고경영자는 9명으로 평균 12.5년을 재임하였고,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 경장을 추진하면서 GE의 성장을 견인했다.
 IBM, 대를 이은 창업과 수성, 경장의 모범
1911년 천공카드시스템 사업으로 설립된 CTR(Computing Tabulating Recording Corporation)을 모태로 한다. 1914년 매니저로 채용된 NCR 영업사원 출신 토마스 왓슨이 (Thomas J. Watson) 이듬해 사장에 취임하면서 도약의 전기를 맞는다. 1924년 회사 이름을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으로 변경한 그는 Think라는 슬로건으로 조직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었고 기술혁신을 추진하였으며 해외시장 개척이 성과를 거두어 흑자로 전환했다.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1935년 사회안전법, 1937년 시간급 임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이 급료와 근무시간, 잔업수당 등을 기록하기 위해 필요한 IBM의 표작성기와 시간기록용 시계의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1955년까지 40년 동안 재임하면서 IBM의 실질적 창업자로 역할을 다했다.

1955년 은퇴한 부친의 뒤를 이은 토마스 왓슨 주니어는 IBM을 카드천공에서 컴퓨터 시대로 이끌었던 수성과 경장의 리더였다. 1946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을 접하고 가능성을 감지하고, 사운을 걸고 원자폭탄 개발비용을 상회하는 5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여 1964년 세계 최초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인 시스템 360을 출시한다. 이후 IBM은 전 세계 메인프레임 시장을 지배하면서 연간 30% 이상의 성장율을 기록하였으며 1987년에는 시가총액 787억 달러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다.

그러나 다운사이징과 PC,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변화로 인해 1990년대에는수십 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 위험성이 거론되는 위기상황에 직면한다. IBM의 재도약을 위한 혁신, 2차 경장을 위하여 역사상 최초로 1993년 외부에서 루 거스너가 CEO로 영입된다. 생사 기로에서 루 거스너는 메인프레임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를 비즈니스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서비스회사로 개편하는 전략방향을 수립하였다. 미래의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업과 자산을 신속히 처분하고 창사 이래 종신고용이 자부심이었던 IBM에서 명예퇴직제도를 시행하여 구세대 기술인력을 감축하면서 외부의 신기술 우수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였다. 취임 전 49억 달러의 적자에서 2년 만에 30억 달러의 흑자로 전환하며 최악의 상황을 일단 극복하고 10년의 재임기간 동안 IBM의 체질개선을 이루어냈다. IBM의 100년 역사는 1세대의 창업, 2세대의 수성과 1차 경장, 외부 영입 3세대의 2차 경쟁의 역사로 요약할 수 있다.

1883년 프랑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소녀의 이름 샤넬은 오늘날 전 세계 여성들이 선망하는 패션과 스타일의 대명사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수녀원에서 성장기를 보낸 가브리엘 샤넬은 20대 초반에 낮에는 재봉사로 일하고 밤에는 음악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살았던 시절의 애칭이 코코 샤넬이었다. 1910년 지인의 도움으로 파리에 작은 모자 가게를 열면서 패션 인생이 시작되었다. 당시 여성들은 몸을 조이는 코르셋을 사용한 불편한 옷을 입고 있었고 샤넬은 이러한 기존 사고방식에 도전하여 단순미와 기능성을 강화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코르셋과 장식을 없애는 파격과 함께 남성들의 정장과 승마복, 작업복의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하여 편리하면서도 우아한 여성미를 유지하는 소위 샤넬 스타일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디자인 개념을 적용한 보석·장신구·향수를 출시하면서 1930년대 전성기를 맞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고급 패션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71년 창업자 코코 샤넬이 87세로 세상을 떠나면서 침체가 시작되었고 과거의 명성만 남은 진부한 브랜드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변화와 혁신, 경장이 필요한 시점에서 샤넬 주주들은 1982년 칼 라거펠트를 영입했다. 독일인으로 파리 패션계에서 2류로 취급받는 기성복 디자이너 출신에 대한 정체성과 경력에 대한 의구심과 반발로 가득한 분위기에서 신임 수석 디자이너는 샤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신세대가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변화를 이끌었다. 이후 지금까지 35년 동안 그는 샤넬을 낡고 노쇠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전 세계의 젊은 세대들이 선망하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창업자 샤넬과 수성 및 경장자 칼 라거펠트는 기존의 문화적 전통과 사고방식에 도전하여 새로움을 창조하는 포스트 모던적 특성에서 공통적이다. 샤넬은 코르셋이 상징하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여성들의 자유를 추구하였고 칼 라거펠트는 젊은 세대들이 기존의 엄숙함에서 벗어나 가볍고 자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패션으로 구현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기업과 경장의 의미
경제구조와 기술적 기반, 사업모델과 사회적 역학관계도 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시대정신은 혁신과 변화, 소위 경장에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체제가 형성된 기반에서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었다. 이후 2세대에 걸치는 60년 동안 우리나라는 변방의 소규모 원조경제에서 글로벌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며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1위의 위치에 섰고, 중소·중견기업들도 전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창업세대를 거쳐 현재 2~3세대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3~4세대가 차세대로 육성되고 있는 단계이다. 기업의 수명이 30년을 넘기기 어려운 현실에서 60년 이상 존속은 일단 수성에 성공하였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60년은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창업세대가 실행했던 과감한 도전과 혁신도 진부하게 만들 수 있는 긴 시간이다. 경제구조와 기술적 기반, 사업모델과 사회적 역학관계도 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시대정신은 혁신과 변화, 소위 경장에 있다.

현 시대에 기업의 경장이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 혁명의 진행에 따른 산업질서의 변화와 재편이다. 네트워크, 플랫폼,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전개되는 미래의 사업모델, 조직형태, 인력구조 등은 전대미문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경영학적 용어로 창조적 파괴, 변화와 혁신으로 표현하는 시대정신을 전통적 한자어로 표현하면 바로 경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장은 시대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이며, 기존에 성립된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무너뜨려야 추진 가능한 어려운 과제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고 수성보다 경장이 어렵다’는 경구와 동일한 맥락의 내용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등장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은 가장 어렵습니다. 구질서로부터 이익을 누리던 사람들은 적대적이나 새로운 질서의 수혜자들은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대세력들은 언제나 전력을 다하여 공격하는 반면 지지세력들은 반신반의하며 행동할 뿐입니다’.

요지는 경장으로 인해 기득권자가 포기해야 할 이익은 명확한 반면 새로운 수혜자의 혜택은 불명확하기 때문에 군주는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창업이 진공의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면 경장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역학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힘든 과제이다. 21세기 경장의 시대정신을 현실에 구현하려는 리더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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