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와 포브스아시아가 주목한 한국인 기업가들
포브스와 포브스아시아가 주목한 한국인 기업가들
2015년 한 해 동안 김범수, 조정호, 서경배 등 무려 3명이 포브스아시아 표지를 장식했다. 언론을 피했던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포브스아시아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계 미국인 기업가도 적잖게 등장했다. '한강의 기적'. 한국의 자본주의는 반세기 동안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했지만 포브스와 포브스아시아는 최근까지도 한국 기업가를 표지에 실을 정도로는 주목하지 않았다. 한국인이 포브스아시아 표지에 단독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불과 2년 전부터다. 포브스가 집계하는 여러 순위에 익숙한 이름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포브스 미디어 내에서 한국의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다.
2015년이 절정이었다. 한 해 동안 포브스아시아 표지에 한국 기업가가 세 번이나 등장했다. 그해 3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포브스아시아 '세계 억만장자' 특별호 표지를 장식하며 포문을 열었다.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덕분이다. 당시 자산이 29억 달러로 집계된 김 의장은 628위에 올랐다. 올해는 1234위였다.
두 달 후 포브스아시아 표지에 등장한 인물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조 회장은 2015년 포브스아시아가 포브스코리아와 공동으로 조사한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 25위로 데뷔했다. 4형제 중 막내였던 회장은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타계 후 비교적 규모가 작은 보험사와 증권 회사를 상속받아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한진가(家)는 상속 분쟁으로 인해 형제 간 갈등이 심했다. 포브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조 회장은 다른 형제들을 앞지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했을 뿐이다. 형들은 그런 걸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둘째 형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는 그나마 친한 사이다. 연말엔 아모레퍼시픽 그룹에 경사가 있었다. 포브스아시아가 서경배 회장을 2015년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한 것이다. 한류 영향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서 회장을 단숨에 한국 부자 2위에 올려놓았다. 당시 포브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서 회장은 "아시아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의 영향력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한류보단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현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과의 사드(THAAD)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언제 실적 개선이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브스아시아는 쿠팡의 김범석 대표를 '글로벌 게임 체인저(global game changer·전 세계에서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사람)'로 선정하며 다시 한국 기업가에게 표지를 내줬다. 2016년 5월호 표지였다. 김 대표는 아마존이 일본과 중국 시장에 한눈 파는 사이 한국 시장에서 아마존 방식으로 성공을 일궜다. 포브스아시아는 김 대표에 대해 "소수 대기업 재벌에 부(富)가 집중된 한국에서 이 정도 자수성가는 보기 드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쿠팡의 계속된 적자 행진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15년 손정의가 쿠팡에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한때 화제가 됐다.
표지엔 비록 남성 기업인이 실렸지만 포브스와 포브스아시아가 주목한 한국 여성 기업인은 예전부터 꽤 많았다. 포브스는 2004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선정하기 시작했는데, 이 순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년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정도로 여성 정치인이 많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2006년)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한국 여성 정치인도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여성 기업인으로는 2008년(73위)·2009년(79위) 연속으로 순위에 오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눈에 띈다. 당시 포브스코리아 기자는 현 회장이 2년 연속 선정된 이유가 "2003년 남편인 정몽헌 회장 타계 후 경영권을 이어받아 어려움 속에서도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정착시키는 등 경영성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포브스아시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언론을 가급적 피하고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던 박 부회장이 포브스아시아의 요청에 인터뷰를 수락한 것이다. 이 인터뷰가 외국 언론과의 첫 접촉이었다. 그동안 이랜드도 박 부회장의 성격을 반영하듯 미쏘(MIXXO), 후아유(WHO.A.U.) 등 브랜드를 앞세우고 기업 자체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이랜드의 급격한 성장을 지켜본 포브스아시아는 박 부회장을 2014년·2016년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으로 두 번이나 선정했다. 2016년 9월 박성경 부회장은 포브스아시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에 대해 "오랜 시간 아주 낮은 수익을 견디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단단히 구축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더 빨리,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그런 길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수십 년을 고군분투했다." 박 부회장은 '끊임없는 성장'을 경영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순위에 100위로 합류했고 1년 뒤인 지난해 98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같은 기간 동안 포브스뿐 아니라 포브스아시아도 이 사장을 주목해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순위에 이 사장이 거론되는 것은 삼성 그룹 입장에서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이 사장 외에도 삼성가(家)는 이미 비슷한 순위에 몇 번 오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 단독으로 41위에 올랐고 2014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부자(父子)가 나란히 공동 35위를 기록했다. 그 후 2년 동안 이 부회장 홀로 33위(2015년), 40위(2016년)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 기업가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은 단연 장도원·장진숙 포에버21(Forever 21) 대표다. 이 부부는 2011년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 88위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6년 10월 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민자 출신 부자로 꼽히며 포브스 특별호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올해는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302위를 기록했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닉스 코스메틱(NYX COSMETICS)을 설립한 토니 코(Tony Ko)가, 웨어러블 디바이스 부문에서는 핏비트(Fitbit)를 창업한 제임스 박(James Park)이 두각을 나타냈다.
포브스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든 청년 기업가도 여럿 주목했다.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유망주 30인' 목록에 한국계 미국인 팀 황(Timothy Hwang)과 김윤하가 이름을 올렸다. 팀 황은 어릴 때부터 쌓아온 정치계 경력을 살려 법률 분석 플랫폼 '피스컬 노트(Fiscal Note)'를 만들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능은 법률 통과 여부를 예측해주는 '프러퍼시(Prophecy)'서비스다. 예측의 정확성이 90%에 달한다. 법안이 상정됐을 때 기업은 피스컬 노트로 그 법안이 통과될지 점쳐본 다음 후속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
한편 김윤하는 두 번째 창업 아이템으로 명상을 선택했다. 처음으로 창업했던 회사 락켓(Locket)을 경영하는 동안 일상 속 짧은 명상의 효과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락켓의 엑시트(exit) 후 바로 '심플 해빗(Simple Habit)'을 창업했다. 심플 해빗은 검증된 명상 전문가들이 5분짜리 명상 콘텐트를 만들어 올리는 플랫폼이다. 김윤하는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이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말했다.
- 양미선 기자 yang.misu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5년이 절정이었다. 한 해 동안 포브스아시아 표지에 한국 기업가가 세 번이나 등장했다. 그해 3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포브스아시아 '세계 억만장자' 특별호 표지를 장식하며 포문을 열었다.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덕분이다. 당시 자산이 29억 달러로 집계된 김 의장은 628위에 올랐다. 올해는 1234위였다.
두 달 후 포브스아시아 표지에 등장한 인물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조 회장은 2015년 포브스아시아가 포브스코리아와 공동으로 조사한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 25위로 데뷔했다. 4형제 중 막내였던 회장은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타계 후 비교적 규모가 작은 보험사와 증권 회사를 상속받아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한진가(家)는 상속 분쟁으로 인해 형제 간 갈등이 심했다. 포브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조 회장은 다른 형제들을 앞지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했을 뿐이다. 형들은 그런 걸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둘째 형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는 그나마 친한 사이다.
혼자 힘으로 이뤄냈다고 믿었던 성공
얼마 지나지 않아 포브스아시아는 쿠팡의 김범석 대표를 '글로벌 게임 체인저(global game changer·전 세계에서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사람)'로 선정하며 다시 한국 기업가에게 표지를 내줬다. 2016년 5월호 표지였다. 김 대표는 아마존이 일본과 중국 시장에 한눈 파는 사이 한국 시장에서 아마존 방식으로 성공을 일궜다. 포브스아시아는 김 대표에 대해 "소수 대기업 재벌에 부(富)가 집중된 한국에서 이 정도 자수성가는 보기 드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쿠팡의 계속된 적자 행진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15년 손정의가 쿠팡에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한때 화제가 됐다.
표지엔 비록 남성 기업인이 실렸지만 포브스와 포브스아시아가 주목한 한국 여성 기업인은 예전부터 꽤 많았다. 포브스는 2004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선정하기 시작했는데, 이 순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년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정도로 여성 정치인이 많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2006년)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한국 여성 정치인도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여성 기업인으로는 2008년(73위)·2009년(79위) 연속으로 순위에 오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눈에 띈다. 당시 포브스코리아 기자는 현 회장이 2년 연속 선정된 이유가 "2003년 남편인 정몽헌 회장 타계 후 경영권을 이어받아 어려움 속에서도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정착시키는 등 경영성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포브스아시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언론을 가급적 피하고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던 박 부회장이 포브스아시아의 요청에 인터뷰를 수락한 것이다. 이 인터뷰가 외국 언론과의 첫 접촉이었다. 그동안 이랜드도 박 부회장의 성격을 반영하듯 미쏘(MIXXO), 후아유(WHO.A.U.) 등 브랜드를 앞세우고 기업 자체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이랜드의 급격한 성장을 지켜본 포브스아시아는 박 부회장을 2014년·2016년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으로 두 번이나 선정했다. 2016년 9월 박성경 부회장은 포브스아시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에 대해 "오랜 시간 아주 낮은 수익을 견디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단단히 구축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더 빨리,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그런 길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수십 년을 고군분투했다." 박 부회장은 '끊임없는 성장'을 경영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순위에 100위로 합류했고 1년 뒤인 지난해 98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같은 기간 동안 포브스뿐 아니라 포브스아시아도 이 사장을 주목해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순위에 이 사장이 거론되는 것은 삼성 그룹 입장에서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이 사장 외에도 삼성가(家)는 이미 비슷한 순위에 몇 번 오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 단독으로 41위에 올랐고 2014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부자(父子)가 나란히 공동 35위를 기록했다. 그 후 2년 동안 이 부회장 홀로 33위(2015년), 40위(2016년)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한국계 미국인 기업가
포브스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든 청년 기업가도 여럿 주목했다.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유망주 30인' 목록에 한국계 미국인 팀 황(Timothy Hwang)과 김윤하가 이름을 올렸다. 팀 황은 어릴 때부터 쌓아온 정치계 경력을 살려 법률 분석 플랫폼 '피스컬 노트(Fiscal Note)'를 만들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능은 법률 통과 여부를 예측해주는 '프러퍼시(Prophecy)'서비스다. 예측의 정확성이 90%에 달한다. 법안이 상정됐을 때 기업은 피스컬 노트로 그 법안이 통과될지 점쳐본 다음 후속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
한편 김윤하는 두 번째 창업 아이템으로 명상을 선택했다. 처음으로 창업했던 회사 락켓(Locket)을 경영하는 동안 일상 속 짧은 명상의 효과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락켓의 엑시트(exit) 후 바로 '심플 해빗(Simple Habit)'을 창업했다. 심플 해빗은 검증된 명상 전문가들이 5분짜리 명상 콘텐트를 만들어 올리는 플랫폼이다. 김윤하는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이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말했다.
- 양미선 기자 yang.misu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롯데, 임원인사서 CEO 21명 교체..."계열사 혁신 가속화"
2기업은행, TV광고 론칭…배우 이제훈 내레이션 참여
3“공채 서류 면제 혜택” 국민은행, 동계 체험형 인턴 채용
4HD현대, 대형선박 ‘자율운항·원격제어’ 실증 성공
5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ESG 확대에 전 계열사 힘 모아달라”
6케이뱅크, 지하철 역사 ATM 리뉴얼해 고객 편의 강화
7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이창용 “어려운 결정했다”(종합)
8"피임 잘해야겠다…" 이선옥 작가, 문가비 정우성에 일침?
9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 쏠리는 눈…오후 개회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