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저금리 시대] 유동성 잔치 끝나고 긴축의 시대 시작
[저무는 저금리 시대] 유동성 잔치 끝나고 긴축의 시대 시작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5% 돌파 ... 금리 0.25%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 2조3000억원↑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 긴축(緊縮, 유동성 축소)에 나섰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시사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연 5%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자와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의 이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경기 상황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은 늘 있는 일이지만 지금은 과거 금리 인상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짧게는 지난 6년, 길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값싼 돈’에 길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가 금리 인상이라는 기후변화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이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화긴축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양적완화까지 동원했던 지난 10년 동안의 초저금리·유동성의 시대가 끝나고 긴축으로의 대전환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0월 19일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금리 인상론이 6년 만에 처음 등장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빠르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연 5%를 돌파했다. KEB하나은행은 5년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였다가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종전 연 3.74~4.96%에서 10월 23일부터 연 3.827~5.047%로 올렸다. 주요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5%대에 진입한 것이다. 다른 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섰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3.41~4.61%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52~4.72%로 0.11%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3.44~4.55%에서 3.49~4.60%로, 우리은행은 3.40~4.40%에서 3.45~4.45%로 각각 0.05%포인트씩 올렸다. 2015년 하반기만 해도 2%대 고정금리 대출이 흔했지만, 지금은 3%대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용등급에 따라 6%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부담스러워지면서 대출이 줄고 이에 따라 시중에서 쓰는 돈도 줄어들게 된다. 자연스레 소비가 위축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과열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보다는 최근 완만하게 개선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부정적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가 오르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계층은 대출자다. 대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이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금리 상승 직격탄을 기업보다 가계가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 동안 ‘가계는 저축하고 기업은 돈을 빌린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기업부채보다 가계부채가 훨씬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7년 1분기 612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현재 1388조원으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가계부채의 질(質)도 나빠졌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큰 한계가구가 150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적지 않은 가계가 전례 없는 ‘이자 압박’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금리는 최대 연 3%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출금리가 연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영향으로 부동산시장이 가장 먼저 쪼그라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특히 정부가 10월 24일 가계부채종합대책을 통해 ‘전방위적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부동산시장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10·24 대책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 한도와 보증한도를 낮춰 가계부채를 잡고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해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6·19 부동산 대책과 8·2 대책, 9·5 추가 대책을 통해 보유세 강화를 제외한 초강력 규제를 총동원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신DTI와 DSR이 도입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더욱 어려워진다. 여기에 최근 몇 년 간 부동산시장을 떠받친 저금리 기조가 깨지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악재는 더 있다. 호황기에 쏟아졌던 분양 물량이 올해 말부터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한다. 올 하반기에만 전국에서 22만9700여 가구가 입주하고, 내년에는 전국에서 43만44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최근 5년(2012~2016년) 연평균 입주 물량이 23만8225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20만 가구가 더 많다. 주택 수요가 준 데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추가 대출 규제로 신규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입주물량 증가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 매물까지 합세하면 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한 건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국내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각종 경제지표도 금리 인상이 낯설지 않을 만큼 긍정적인 건 분명하다.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반도체 업계의 호황에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 덕에 올해 3분기 우리 경제(실질국내총생산)는 전 분기보다 1.4% 성장했다. 7년 만에 최고 성장률이고, 2010년 2분기(1.7%) 이후 29분기 만에 최고 수치다. 수출(성장률 6.1%)이 2011년 1분기(6.4%) 이후 26분기 만에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성장을 주도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 팀장은 “재정지출로 물건비 및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3분기에는 정부소비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영향도 있다. 미국 연준은 최근 기준금리 최대치를 1.25%까지 높였다. 현재 우리의 기준금리와 같은 수치다. 하지만 이 같은 균형은 깨질 공산이 크다. 연준 위원들이 12월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다 2018년에는 3회 인상하겠다는 목표도 그대로다. 이런 식으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고 사이가 벌어지게 되면 국내의 해외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약속대로 내년에 3회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1.25%의 최저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한은의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있었다. 지난해 한은 국감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한은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해왔는데 이것이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과열시켜 결국 가계부채를 키우는 꼴이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즉, 금리 인상은 10년 가까이 지속한 유동성 확대의 부작용을 차단하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 금리 인상은 예외 없이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거나 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단행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1년으로 2010년 경제성장률은 6.5%, 2011년 물가상승률은 4%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회복세인 건 맞지만 여전히 미약하고, 물가상승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전망하는 성장률은 올해 3.0%, 내년 2.9%로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2%, 내년 1.8%로 한국은행이 정한 물가안정목표제의 하한선(2%)을 밑돈다. 그래서 시장에선 “우리 경제가 금리를 올리고 긴축의 고삐를 조여 경제활동을 억제해야 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급한 금리 인상이 미약한 회복세를 단번에 꺾을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은이 최근 이언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분기거시계량(BOK21)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은 0.05%포인트 낮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 시그널이 한은 본연의 소임인 물가 안정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 안정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정부의 집착에 한은이 같이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어찌 됐든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건 시기와 강도다. JP모건은 내년 1분기에서 11월로 한국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당겼다. 대신증권도 11월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깜짝 실적 덕에 4분기 실적이 제로(0%) 성장을 해도 올해 성장률이 연 3.1%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기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목표치를 넘어 연 3.2%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연 3%대 성장은 2014년 이래 3년 만이며, 잠재성장률(연 2.8∼2.9%)을 웃도는 수준이다. 성장률이 높게 나옴에 따라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기가 살아나서 수요 증가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률만 보면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가시화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조금 더 두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12월 12~13일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정을 지켜본 후 내년 초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기 개선세가 이어질지, 북핵 위기 같은 외부 변수가 생길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올리긴 올리겠지만 금리 인상 양상은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한다. 금리 인상 여건과 목표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금리 인상기에는 1년에 두세 번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이번에는 매우 느리고 신중한 ‘베이비 스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최근 국감에서 “금리 변동이 너무 급격해서 시장에 충격을 주면 안되고 그러면서도 정책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인상한다면) 경험적으로 0.25%포인트가 가장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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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 긴축(緊縮, 유동성 축소)에 나섰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시사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연 5%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자와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의 이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경기 상황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은 늘 있는 일이지만 지금은 과거 금리 인상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짧게는 지난 6년, 길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값싼 돈’에 길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가 금리 인상이라는 기후변화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이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화긴축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양적완화까지 동원했던 지난 10년 동안의 초저금리·유동성의 시대가 끝나고 긴축으로의 대전환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0월 19일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금리 인상론이 6년 만에 처음 등장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빠르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외에서 통화긴축 움직임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부담스러워지면서 대출이 줄고 이에 따라 시중에서 쓰는 돈도 줄어들게 된다. 자연스레 소비가 위축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과열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보다는 최근 완만하게 개선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부정적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가 오르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계층은 대출자다. 대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이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금리 상승 직격탄을 기업보다 가계가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 동안 ‘가계는 저축하고 기업은 돈을 빌린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기업부채보다 가계부채가 훨씬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7년 1분기 612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현재 1388조원으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가계부채의 질(質)도 나빠졌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큰 한계가구가 150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적지 않은 가계가 전례 없는 ‘이자 압박’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금리는 최대 연 3%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출금리가 연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영향으로 부동산시장이 가장 먼저 쪼그라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특히 정부가 10월 24일 가계부채종합대책을 통해 ‘전방위적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부동산시장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10·24 대책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 한도와 보증한도를 낮춰 가계부채를 잡고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해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6·19 부동산 대책과 8·2 대책, 9·5 추가 대책을 통해 보유세 강화를 제외한 초강력 규제를 총동원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신DTI와 DSR이 도입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더욱 어려워진다. 여기에 최근 몇 년 간 부동산시장을 떠받친 저금리 기조가 깨지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악재는 더 있다. 호황기에 쏟아졌던 분양 물량이 올해 말부터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한다. 올 하반기에만 전국에서 22만9700여 가구가 입주하고, 내년에는 전국에서 43만44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최근 5년(2012~2016년) 연평균 입주 물량이 23만8225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20만 가구가 더 많다. 주택 수요가 준 데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추가 대출 규제로 신규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입주물량 증가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 매물까지 합세하면 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경착륙 우려
경제지표는 뚜렷한 회복세
사실 1.25%의 최저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한은의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있었다. 지난해 한은 국감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한은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해왔는데 이것이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과열시켜 결국 가계부채를 키우는 꼴이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즉, 금리 인상은 10년 가까이 지속한 유동성 확대의 부작용을 차단하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 금리 인상은 예외 없이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거나 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단행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1년으로 2010년 경제성장률은 6.5%, 2011년 물가상승률은 4%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회복세인 건 맞지만 여전히 미약하고, 물가상승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전망하는 성장률은 올해 3.0%, 내년 2.9%로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2%, 내년 1.8%로 한국은행이 정한 물가안정목표제의 하한선(2%)을 밑돈다. 그래서 시장에선 “우리 경제가 금리를 올리고 긴축의 고삐를 조여 경제활동을 억제해야 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급한 금리 인상이 미약한 회복세를 단번에 꺾을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은이 최근 이언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분기거시계량(BOK21)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은 0.05%포인트 낮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 시그널이 한은 본연의 소임인 물가 안정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 안정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정부의 집착에 한은이 같이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리 언제 얼마나 올릴까
그러나 일각에선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기가 살아나서 수요 증가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률만 보면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가시화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조금 더 두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12월 12~13일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정을 지켜본 후 내년 초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기 개선세가 이어질지, 북핵 위기 같은 외부 변수가 생길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올리긴 올리겠지만 금리 인상 양상은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한다. 금리 인상 여건과 목표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금리 인상기에는 1년에 두세 번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이번에는 매우 느리고 신중한 ‘베이비 스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최근 국감에서 “금리 변동이 너무 급격해서 시장에 충격을 주면 안되고 그러면서도 정책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인상한다면) 경험적으로 0.25%포인트가 가장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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