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의 건강권 vs 흡연자의 흡연권] 무조건적 금연보다 '분연分煙(흡연과 금연 장소의 분리)' 문화 만들어야
[비흡연자의 건강권 vs 흡연자의 흡연권] 무조건적 금연보다 '분연分煙(흡연과 금연 장소의 분리)' 문화 만들어야
흡연 부스 설치 늘려 거리 흡연율 낮춰야 … 비흡연자에겐 휴가나 수당 등 현실적 보상도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는 지난 9월 신입사원 채용공고문 지원자격란에 ‘당사는 건강증진을 위한 금연정책 시행 중으로 흡연자는 인턴십 참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만약 채용 과정에서 흡연자인 것으로 드러나면 ‘금연서약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다. 종합에너지그룹 삼천리는 지난 6월 금연기업 선포식을 열고 ‘삼천리 논스모킹’ 캠페인을 시작했다. 회사에 있는 흡연구역을 철거하고 임직원이 금연서약서를 작성하는 한편 사내 그룹웨어에 금연게시판을 만들어 금연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트도 제공한다. 각 사업장에선 지역 보건소와 연계해 찾아가는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병원에서 실시하는 4박5일 금연캠프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채용에서 비흡연자를 우대하거나 금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건강증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연정책이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현대오일뱅크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연서약서를 받고 흡연자에 대해 승진과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히자 일부 노조원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반발한 바 있다.
흡연자들은 금연정책은 정책일 뿐 개인의 행복을 위해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04년 8월 흡연권도 헌법상 기본권의 일부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대로 비흡연자들은 담배 연기로부터의 자유와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흡연자들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 논쟁은 사실 정책 구조 탓이 크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모두 존중할 수 있는 합리적 금연구역 정책에 대한 해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4년째 흡연 중인 직장인 이정민(36)씨는 “회사에서도 금연 분위기라서 담배를 피울 때마다 상사·동료들 눈치가 이만저만 보이는게 아니다”며 “흡연자들에게도 흡연권이라는게 있는데 마음 편히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은 마련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흡연 부스를 곳곳에 설치해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흡연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실내외 금연구역 지정 장소(9만6928곳)는지난해 24만4670곳으로 약 2.5배로 늘었다. 이와 달리 서울시에 설치된 흡연 부스는 11개 자치구에 43개소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보행 중이나, 흡연이 금지된 곳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오는 12월 3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시행에 따라 당구장·스크린골프장 등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길거리 흡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연아파트(공동주택 금연구역지정)’ 상황도 마찬가지다. 금연아파트는 건강증진법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전체 가구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 금연 아파트 지정서를 제출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이 공용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계단·복도·엘리베이터·지하 주차장 등이 대상이다. 이를 어겨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시행 이후 11월 16일 기준으로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단지는 전국적으로 모두 264곳이다. 서울이 51곳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금연아파트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아파트 복도와 계단에서 흡연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서다. 흡연자 커뮤니티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금연정책은 비흡연자들에게 간접 피해를 더 유발시킬 수 있다”며 “아파트 단지에 흡연 부스를 설치해 주면 비흡연자들과의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구역이 늘어나는 만큼 흡연 부스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흡연 부스를 늘리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분연(分煙)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흡연공간과 금연공간을 명확히 나누자는 분연은 일부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다. ‘분연정책’의 효과는 이웃 일본에서 입증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1년 도쿄 지요다 구에서 길거리 흡연자의 담배 불똥이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노상 흡연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도쿄를 비롯한 대부분 도심 거리에서는 담배를 피울 경우 2만엔(약 19만4000원)이 넘는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로 강한 거리 금연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든 도보로 5분 이내에 찾아갈 수 있는 흡연 부스도 함께 설치해 그곳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정책은 일본의 간접흡연 피해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에서는 거리에 약 100m 간격으로 흡연 구역을 촘촘히 만들고, 지정된 흡연공간은 수시로 깔끔하게 청소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흡연시설 설치가 흡연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금연구역 확대는 비흡연자의 건강권 보장도 있지만 흡연자를 줄이기 위함인데 오히려 흡연 공간을 늘리면 오히려 흡연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연정책을 활성화하려면 금연을 시간이나 돈과 같은 보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찍보다 당근’을 주는 것이다. 일본의 마케팅 회사인 피알라는 지난 9월 1일부터 비흡연 직원들은 정규휴가 이외에 6일 간 보상휴가를 더 받는다. 이 같은 보상은 이 회사의 한 직원이 “건물 내 금연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비흡연자는 흡연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만큼 더 일한다”며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이 회사의 아스카 타카오 대표는 건의사항을 접한 후 흡연하는 직원들의 흡연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29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흡연장소가 있는 1층까지 가서 담배를 피고 오는 동안 약 15분이 걸렸다. 하루 두 번 자리를 뜨면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2시간 반이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흡연자들이 근무 중 갖는 흡연 시간을 고려해 비흡연 직원들에게 일종의 ‘보상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 이런 보상은 금연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보상제도 시행 후 직원 120명 중 비흡연 직원 30명이 휴가를 신청했고, 흡연 직원 4명은 담배를 끊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12월 8일 공공장소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15년 1월부터 음식점·PC방·커피숍 등에서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에 대해 전면 금연(흡연실 허용)하도록 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3일부터 법 규정에 따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세대의 반 이상이 신청하면 시군구청장이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될 경우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흡연 금지구역과 지자체별 금연구역 과태료를 정리했다.법에 정해진 흡연 금지구역에서 흡연시 과태료 10만원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 의료기관·보건의료원·보건지소, 연면적 1000㎡ 이상의 학원, 대합실·승강장, 지하보도 및 16인승 이상의 교통수단,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 건축물, 공장·복합용도의 건축물, 객석 수 300석 이상의 공연장, 지하도에 있는 상점가, 관광숙박업소, 10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실내에 설치된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목욕탕,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게임방, 만화방, 법원과 그 소속기관 청사, 공공기관의 청사, 청소년 수련관, 도서관, 어린이 놀이시설, 어린이운송승합차, 골프장, 스키장, 자동차경주장, 당구장·스크린골프장·체력단련장·체육도장·수영장·무도학원·썰매장·빙상장·요트장·조정장·카누장·승마장(12월 3일부터 흡연 금지구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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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실외 흡연시설 43개소 불과
흡연자들은 금연정책은 정책일 뿐 개인의 행복을 위해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04년 8월 흡연권도 헌법상 기본권의 일부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대로 비흡연자들은 담배 연기로부터의 자유와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흡연자들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 논쟁은 사실 정책 구조 탓이 크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모두 존중할 수 있는 합리적 금연구역 정책에 대한 해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4년째 흡연 중인 직장인 이정민(36)씨는 “회사에서도 금연 분위기라서 담배를 피울 때마다 상사·동료들 눈치가 이만저만 보이는게 아니다”며 “흡연자들에게도 흡연권이라는게 있는데 마음 편히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은 마련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흡연 부스를 곳곳에 설치해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흡연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실내외 금연구역 지정 장소(9만6928곳)는지난해 24만4670곳으로 약 2.5배로 늘었다. 이와 달리 서울시에 설치된 흡연 부스는 11개 자치구에 43개소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보행 중이나, 흡연이 금지된 곳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오는 12월 3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시행에 따라 당구장·스크린골프장 등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길거리 흡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연아파트(공동주택 금연구역지정)’ 상황도 마찬가지다. 금연아파트는 건강증진법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전체 가구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 금연 아파트 지정서를 제출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이 공용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계단·복도·엘리베이터·지하 주차장 등이 대상이다. 이를 어겨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시행 이후 11월 16일 기준으로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단지는 전국적으로 모두 264곳이다. 서울이 51곳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금연아파트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아파트 복도와 계단에서 흡연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서다. 흡연자 커뮤니티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금연정책은 비흡연자들에게 간접 피해를 더 유발시킬 수 있다”며 “아파트 단지에 흡연 부스를 설치해 주면 비흡연자들과의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 비흡연자에겐 6일 보상 휴가
그러나 일부에서는 흡연시설 설치가 흡연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금연구역 확대는 비흡연자의 건강권 보장도 있지만 흡연자를 줄이기 위함인데 오히려 흡연 공간을 늘리면 오히려 흡연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연정책을 활성화하려면 금연을 시간이나 돈과 같은 보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찍보다 당근’을 주는 것이다. 일본의 마케팅 회사인 피알라는 지난 9월 1일부터 비흡연 직원들은 정규휴가 이외에 6일 간 보상휴가를 더 받는다. 이 같은 보상은 이 회사의 한 직원이 “건물 내 금연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비흡연자는 흡연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만큼 더 일한다”며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이 회사의 아스카 타카오 대표는 건의사항을 접한 후 흡연하는 직원들의 흡연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29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흡연장소가 있는 1층까지 가서 담배를 피고 오는 동안 약 15분이 걸렸다. 하루 두 번 자리를 뜨면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2시간 반이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흡연자들이 근무 중 갖는 흡연 시간을 고려해 비흡연 직원들에게 일종의 ‘보상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 이런 보상은 금연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보상제도 시행 후 직원 120명 중 비흡연 직원 30명이 휴가를 신청했고, 흡연 직원 4명은 담배를 끊었다.
[박스기사] 흡연 금지구역, 과태료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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