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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AI 발생 … 계란이 다시 ‘금란’ 되나?] 산지 가격 아직은 바닥권이지만 …

[또 AI 발생 … 계란이 다시 ‘금란’ 되나?] 산지 가격 아직은 바닥권이지만 …

가격 폭등 9개월 만에 예년 수준...외식·제빵업체 가격 인상 가능성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 초부터 계란의 수급 안정을 위해 실시한 수입 계란 운송비 지원을 11월 1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aT는 지난 1년 간 미국 등 해외에서 산란계(계란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닭)나 계란을 수입해 들여오는 업체에게 총 33억9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항공·해상 운송비 일부를 지원했다.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올 초 특란 중품 한 판(30개) 가격이 9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에 계란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등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국내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계란을 수입하는 업체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한 번 오른 계란값은 떨어질 줄 몰랐고 ‘금란’의 가격은 7월까지 8000원에 육박했다. aT는 당초 2개월 간 지원한다던 계획을 두 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지원 기간을 거듭 연장하던 aT는 6월부터는 아예 관련 예산 소진시까지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고, 7월 예산이 소진되며 종료됐다.
 AI 발생 직후 평년 대비 4.5% 가격 상승
그러던 계란값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8월 들어서도 여전히 7000원을 웃돌았지만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말께나 계란 생산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생산기반 복구가 늦어져 생산량이 계획만큼 빠르게 늘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여름 폭염으로 인한 산란계 폐사와 추석 등에 따른 수급 불안 우려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복병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살충제 계란’ 파동이다. 8월 14일 국내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모든 계란 출하를 중지시키고, 농장 조사에 착수했다. AI에 이어 살충제 문제까지 터지자 ‘계란포비아’에 휩싸인 대한민국의 계란 판매량은 급락했다. 계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도 직격탄을 맞았다. aT는 중단했던 수입 계란 운송비 지원을 9월 재개했다. 10억8000만의 예산이 증액, 10월 말까지 계란 수급 안정화에 사용했다. 그 사이 계란 가격은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9월부터 최근까지 계란값은 월평균 5500~5700원대를 맴돌았다.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이 강원 양양 남대천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에서 H5형 AI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지난 11월 18일 첫 발견지인 전북 고창군 흥덕면 육용오리 농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닭에게 감염될 경우 폐사율이 100%인 치명적 바이러스다. 계란의 경우 급격한 가격 변동은 없었지만 소폭 오름세가 눈에 띄었다. 11월 23일 aT에 따르면 전일(22일) 기준 계란(특란 중품) 한 판(30개) 평균 소매가는 5767원으로 AI 발생 전인 17일(5746원)에 비해 소폭 올랐다. 평년가인 5521원보다도 4.45% 올랐다.

일선 농가와 유통 업계는 계란 유통이 또다시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겨울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해 겨울 H5N6형 고병원성 등 사상 최악의 AI가 발생하면서 3800만 마리에 육박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AI 발생 직후부터 급상승한 계란값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가장 큰 변수는 소비심리다. AI 직후 한 판에 1만원에 육박한 계란이 살충제 파동 때는 일부 대형마트에서 4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팔리지 않은 재고가 쌓인 탓이다. 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산지 농장에서 출하 가격을 대폭 낮춰 계란 판매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며 “산지 가격이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AI까지 발생하면 일선 농가가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 계란 가격의 변동이나 판매 방침에 대해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 면서도 “AI의 전국적 확산에 따라 가금류의 살처분이 이어지면 결국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란·계란가공품 수입 확대 유도
계란 품귀 현상으로 일부 품목 생산을 중단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외식·제빵 업체들도 계란 가격이 언제 다시 폭등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한 외식 업체 관계자는 “올해 계란값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가을께부터 그나마 계란값이 내려서 원가 부담을 덜었는데 또다시 AI가 확산돼 계란 가격이 오르면 이제는 가격 인상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도 불안하다. 서울 홍은동에 사는 주부 김선아(43)씨는 “계란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당초 큰 폭으로 오른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비싸다”면서도 “계란이나 빵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으니 가격이 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AI 사태에 대한 근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AI가 발생하는데 가장 큰 피해자는 관련 업체와 소비자”라며 “수입 계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등 위기가 발생해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살충제 여파로 인한 소비 불안 심리가 장기간 이어진 것으로 미뤄봤을 때 이번에도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AI 사태에 비해서는 가격 상승률이 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앞서 계란과 계란가공품 수입 확대 유도를 위해 오는 12월까지 할당관세를 재적용하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정부가 물자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일정 수입량까지는 저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품에는 고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이 완충 작용을 해 가격 상승폭이 연초에 비해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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