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 줄이는 메커니즘 시계로 연간 생산량 약 1000개 … 기계식 명품 시계 가늠하는 잣대 율리스 나르댕 앵커 뚜르비옹. / 사진:MODERN LUXURY뚜르비옹 시계가 세계적 인기를 누린 지 20년이 넘었다(뚜르비옹은 기계식 시계에 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오차를 보정하는 장치를 말한다). 게다가 그동안 다른 컴플리케이션(정확도가 높은 고가의 기계식 시계)이 많이 나왔으니 뚜르비옹의 인기는 한풀 꺾였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뚜르비옹 시계의 제작은 요즘도 업계 고위층과 최고급 시계 애호가 사이에서 인정받으려는 명품시계 브랜드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뚜르비옹 메커니즘은 시계의 천재로 불리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1747~1823)가 19세기 초 회중시계의 정확도에 미치는 중력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했다. 그 후 뚜르비옹은 그 독보적인 지위를 지키기 위해 자기혁신을 거듭해 왔다. 2중·3중·4중 뚜르비옹과 다축 뚜르비옹 등 손목시계에 더 적합한 새로운 기술적 접근이 속속 등장했다. 명품시계 업체들은 또 뚜르비옹을 허공에 떠 있는 우주선처럼 만들거나 몇 가지 다른 회전속도를 이용해 움직이는 조각처럼 제작하는 등 새롭게 재해석한 형태를 선보였다.
브레게는 중력으로 인한 회중시계의 시간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 뚜르비옹을 발명했다. 회중시계는 이동 중에 주로 바지 벨트나 조끼, 재킷에 달린 전용 주머니에 보관돼 장시간 수직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중력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런 불규칙성을 피하기 위해 브레게는 시계의 핵심 부위(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 그리고 이스케이프먼트)를 일정 시간(보통 1분, 4분, 또는 6분) 간격에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작은 틀(캐리지)로 감싸는 방식을 고안했다.
브레게가 18세기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태양계’를 뜻하는 용어였던 ‘뚜르비옹’을 이 메커니즘의 이름으로 붙인 이유도 바로 이전 회전 때문이었다. 브레게는 1801년 6월 6일 자신이 개발한 시계의 특허를 신청했다. 브레게 기록보관소에 따르면 1805~1823년 판매된 뚜르비옹 시계는 총 35개에 불과했으며 뚜르비옹은 19세기 내내 극소수의 시계에만 쓰인 매우 희귀한 컴플리케이션이었다.
20세기 손목시계의 유행은 뚜르비옹의 사멸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손목시계는 착용자가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뚜르비옹의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기계식 시계의 부활이 뚜르비옹을 스위스 전문기술의 최고봉에 올려놓으면서 이 기술을 가진 업체들을 업계 최고 반열에 들게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뚜르비옹은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1801~1986년 제작된 뚜르비옹 시계가 총 670개에 불과했던 반면 요즘은 연간 생산량이 1000개를 훨씬 웃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50여 곳의 컬렉션에 뚜르비옹 시계가 포함됐다. 뚜르비옹 제작 기술을 가진 장인이 극소수에 불과한 점을 생각할 때 놀라운 일이다. 뚜르비옹 생산량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면서 희소성이 줄어들자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과 미학을 적용한 특유의 뚜르비옹 개발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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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방식
시계의 조속장치(시계의 기계장치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게 해주는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 이스케이프먼트)는 수평 상태로 있을 때는 중력의 영향을 균등하게 받는다. 하지만 수직 상태일 때는 중력이 그 기능과 진동에 불규칙한 변동을 초래한다. 뚜르비옹은 조속장치를 일정한 시간(보통 1분)마다 한 바퀴씩 회전하는 작은 캐리지로 감싼다. 이 캐리지는 연속적으로 각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상쇄한다. 약 70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뚜르비옹 캐리지는 무게가 1g도 채 안 되는 작은 장치다. 뚜르비옹 제작과 조립, 세팅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최고급 시계에만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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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비옹과 정확성
지라르 페르고 로레토 뚜르비옹.(좌) / 그뢰벨 포지 뚜르비옹 24 세컨즈 비전 005. / 사진:MODERN LUXURY뚜르비옹은 원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수직 상태를 유지하는 회중시계를 위해 개발됐다. 손목시계의 경우 착용자의 손목 움직임이 뚜르비옹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메커니즘은 필요성이 훨씬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전통적 형태의 뚜르비옹은 이제 전혀 쓸모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전 방식과 중심축, 속도에 다양성을 부여한 신세대 뚜르비옹이 개발됐다. 손목시계에서 뚜르비옹이 반드시 정확성을 높여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로 정교한 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문성과 세심한 주의력은 최고의 기능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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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뚜르비옹
피아제 알티플라노 오프 센터 뚜르비옹 하이 주얼리.(좌) /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더블 플라잉 뚜르비옹. / 사진:MODERN LUXURY보통 뚜르비옹은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2개의 브릿지로 떠받쳐진다. 하지만 플라잉 뚜르비옹은 아래쪽의 브릿지 하나로만 지탱해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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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비옹과 카루셀
덴마크 출신 시계업자 반 보닉센이 1892년 특허를 낸 카루셀은 뚜르비옹과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캐리지를 배럴과 연결하는 바퀴열이 이중이라는 점이 뚜르비옹과 다르다. 그 바퀴열 중 하나는 이스케이프먼트의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다른 하나는 캐리지의 회전 속도를 조절한다.
- 모던 럭셔리 편집팀
※ [이 기사는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전문 출판사 모던 럭셔리에서 제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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