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도핑 조작 조사 후 출전금지 중징계 내려 … 개인 자격으론 참가 가능해 흥행엔 큰 차질 없을 듯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스키 경기를 관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평창 올림픽의 러시아 출전 금지 처분에도 그는 보이콧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사진:AP-NEWSIS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약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가 열려도 러시아 선수들은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축하행사나 어떤 경기에도 참석할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2월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IOC 조사위원회는 지난 17개월간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국가 주도로 이뤄진 러시아 선수단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사건을 조사하고 IOC 집행위원회에 여러 제재를 권고했다. IOC 집행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즉각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자격을 정지하고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불허하는 사상 최고로 엄격한 징계를 부과했다. 러시아 스포츠 관리 등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와 1500만 달러(약 163억2000만원)에 달하는 벌금도 부과했다. 속임수와 사기로 인해 한 국가가 받은, 올림픽 역사상 최고 수준의 징계다.
IOC는 올림픽 정신을 짓밟은 국가와 선수에 대한 무관용, 무자비 정책대로 러시아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올림픽 정신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표시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집행위원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러시아의 도핑 범죄를 두고 “올림픽과 스포츠의 정수를 무너뜨리려는 전례 없는 공격”으로 규정했다. “러시아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자행한 도핑 조작은 올림픽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나 자신도 운동선수로서 그런 조작의 피해를 입은 모든 나라의 깨끗한 선수들에게 깊은 동정을 느낀다.”
IOC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2011∼2015년 30개 종목 선수 1000명을 대상으로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을 자행했다는 소문을 조사한 끝에 러시아에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만 러시아 선수들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은 허용하면서 강화된 도핑 검사 통과 등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다. 개막식에 국가 대표의 참석 금지는 물론 선수들은 러시아 국기를 달고 경기를 할 수 없다(대회 폐막식 때는 러시아기 사용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했다). 금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진다.
러시아는 영원한 겨울 스포츠 강국이다. 그러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33개를 획득해 종합 1위에 올랐던 러시아는 이후 잇따라 도핑이 적발되면서 11개 메달이 박탈돼 4위로 순위가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IOC가 ‘깨끗하다’고 인정하는 러시아 선수만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오륜기가 새겨진 중립적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간 자국 선수들에게 러시아 국기를 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욕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따라서 이번 IOC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 푸틴 대통령은 보이콧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린 어떤 봉쇄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원할 경우 그들이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도핑 스캔들과 러시아 대표단의 올림픽 출전 금지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의 모든 경기가 러시아 선수들의 불참으로 영향을 받아 메달 경쟁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모든 국가 대표팀은 약간이라도 부정 행위의 조짐이 있는지 또는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으려 하는지 더 엄격히 감시 받을 것이다.
아울러 올림픽 흥행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비즈니스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려면 비용이 적게는 수십억 달러에서 많게는 소치 올림픽처럼 550억 달러까지 들 수 있다. 러시아 대표단이 불참하면 그들의 친구나 가족들이 평창에서 관광으로 지출하는 경비가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올림픽 방송의 시청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중 하나가 올림픽 참가를 금지당하면 선수 풀이 얕아질 뿐 아니라 스타 선수들이 빠진 경기로 인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낮아질 것이다.
미국에선 NBC 방송이 특히 올림픽에 거액을 투자했다. 2011년 NBC는 43억8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2014~2020년 올림픽 방송권을 땄다. 그로부터 3년 뒤엔 올림픽 방송권을 2032년까지 연장하기 위해 76억5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불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마샬스포츠비즈니스연구소의 데이비드 카터 소장은 “올림픽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선수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엮어 들려줘야 한다. 올림픽은 그들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다.” 동계올림픽의 주인공에 속하는 국가 중 하나가 빠진 상황에서 NBC는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최근 NBC는 간판 앵커 매트 라우어를 ‘직장에서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으로 해고했다. 라우어는 NBC의 아침 뉴스쇼 ‘투데이’를 20년 넘게 진행해온 인기 앵커로 오랫동안 올림픽 중계방송을 진행했다.
물론 미국 시청자들이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 유착 관계에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로 일부 시청자는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을 오히려 반길지 모른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우스터 소재 홀리크로스칼리지의 스포츠경제학 교수 빅터 매티슨은 “예측하긴 어렵지만 내 생각에 시청률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84 LA 하계올림픽 당시 소련이 주도한 보이콧에 10여 개국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미국 방송 시청률을 예상할 때 1984 LA 하계올림픽이 완벽한 비교 대상은 아니다. 그건 미국 땅에서 열린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황금시간대에 올림픽 경기가 실황 중계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LA 올림픽은 소련만이 아니라 동독 같은 스포츠 강국을 포함해 최소 14개국이 불참했지만 미국에서 인기 좋아 시청률이 아주 높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비즈니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러시아의 출전을 금지시킨 IOC 결정은 올림픽 자체와 주관 방송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 카터 소장은 “이번 결정으로 스포츠 투자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예측이 실현 되려면 IOC는 앞으로도 이 새로운 기준을 엄격하게 고수해야 한다. 카터 소장은 “앞으로 IOC는 도핑이라는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하나의 상징적 조치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렇지 않으면 겉치레 눈속임처럼 보일 것이다.”
- 팀 마신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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