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EU와의 새로운 관계 협상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경제적 미래도 그리 밝지 않을 듯 지난 12월 8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EU와 영국 국기를 흔드는 브렉시트 반대 시위자. / 사진:AP-NEWSIS영국은 지난해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안을 통과시켰다. 그때 찬성표를 던진 영국인들은 브렉시트 절차가 간단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득은 되지 않겠지만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영국이 보듯이 브렉시트는 처음 생각보다 협상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뿐 아니라 그후의 경제적 미래도 그리 밝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랜드(RAND) 연구소에서 우리가 최근 실시한 연구 결과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우리 연구는 브렉시트의 경제적 효과는 여러 시나리오에서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준다.
무엇보다 특별 혜택을 부여하는 무역협정 없이 EU와 관계를 끊는 것이 영국에 가장 큰 손해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럴 경우 영국은 EU를 포함해 나머지 세계와 무역할 때 특혜 관세나 관세 면제 없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이 정하는 관세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런 시나리오에선 10년 뒤 영국이 입는 경제적 손실이 EU 회원국인 상황과 비교할 때 국민총생산(GDP)의 4.9%(1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이 EU 회원국들과 특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영국은 사실상 EU 회원국으로서의 현 상황에 비해 무역 장벽을 높힐 수밖에 없다.
수출과 수입에서 영국은 원산지 규정, 관련 서류 제출 요건, 세관 검사 같은 여러 새로운 무역 장벽에 부닥칠 것이다. 영국의 강점인 서비스 무역도 EU의 규제 요건 때문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결과는 큰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추정에 따르면 EU와 FTA를 체결할 경우 단순히 WTO 규정에 의존하는 것보다 10년 뒤 GDP의 3%포인트(850억 달러) 정도 이득일 것이다. 그러나 EU 회원국일 때보다는 크게 나쁜 수준이다.
일부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과 FTA를 협상하기가 훨씬 쉽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사이의 FTA는 EU와의 FTA만큼 영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미국과의 FTA는 WTO 규정을 따를 때보다 GDP의 2.4%포인트(700억 달러)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EU와의 FTA보다 20% 정도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미국과 FTA를 협상할 때는 영국이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미국의 관점에선 영국과의 FTA로 얻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대단하지 않기 때문이다(10년 뒤 이익이 GDP의 0.22% 수준으로 영국이 얻는 이익에 비해 10% 정도 떨어진다).
우리 모델링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후에도 EU 회원국일 때처럼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EU·미국이 포함되는 더 폭넓은 범대서양 FTA에 합류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FTA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영국의 미래 GDP가 WTO 규정을 따를 때보다 7.1%포인트(2020억 달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EU 회원국으로 머물 때보다도 더 낫다.
그러나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협상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래 중단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2월 8일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 사진:AP-NEWSIS영국을 당분간 EU 단일시장 안에 두는 과도 협정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영국의 EU 탈퇴가 합의에 의해 미뤄지는 동안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만약 그 기간이 4년이 될 경우 브렉시트 10년 뒤 WTO 규정을 따르는 것보다 GDP가 2.8%포인트(79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탈퇴 시기가 미뤄지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EU와 영국 둘 다 과도기가 무한 연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에 그 기간이 끝나면 영국의 현실은 사뭇 부정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왜 영국이 그처럼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입장에 처하게 됐을까?
우리는 브렉시트 협상이 영국에 불리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사회과학 분야의 ‘게임 이론’을 적용했다.
첫째, 회원국 탈퇴 과정을 규정한 EU 조약(리스본 조 약) 50조는 탈퇴하는 회원국에 불리하게 돼 있다.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되면 탈퇴하는 국가는 2년 안에 EU와 협상을 마쳐야 하며, 2년의 협상기간 이후에는 EU 회원국 자격으로 맺은 협정으로부터 어떠한 적용도 받지 않는다. 다만 EU 회원국들이 협상 과도기를 연장하거나 탈퇴하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체결하기로 합의할 경우는 예외다. 영국의 경우 그 만기일은 2019년 3월 29일이다.
그처럼 마감이 정해져 있고 영국이 잃을 게 더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주도권은 거의 전적으로 EU가 갖고 있다.
둘째, 영국은 EU 파트너들과의 협상을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그만큼 손해를 입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라 게임에 임하는 양측이 모두 승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영국과 EU가 새로운 관계를 체결해 양측 모두 경제적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영국은 EU 규정에 속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EU는 이 게임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려고 한다. EU의 최우선 목표는 다른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를 막기 위해 탈퇴하는 영국이 큰 손해를 본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보여주는 것이다.
추가적인 EU 탈퇴국이 나오면 유럽의 평화와 번영에 강력한 버팀목이 돼온 유럽 통합의 틀이 무너지게 된다.
영국에 더 혜택이 될 수 있는 향후 관계의 논의로 옮겨가기 전에 EU가 ‘이혼 위자료’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도 게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EU는 무역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영향력을 이용해 영국이 ‘위자료’ 조건에 동의하도록 압박함으로써 다른 회원국들이 탈퇴를 단념하도록 만들 수 있다.
지금 EU의 27개 회원국 전부가 영국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의욕이 강하다. 따라서 그런 ‘위자료’에 초점을 맞추면 EU는 회원국들을 단합시키기가 더 쉽다.
영국으로선 EU 탈퇴를 협상하는 동시에 과도기 기간 연장이나 FTA를 협상하면 좀 더 융통성 있는 대처가 가능할 듯하다. 새로운 협정이 가져다 줄 이익으로 탈퇴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델링의 측면에서 볼 때 브렉시트가 미국의 이익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적으로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영국과 미국 사이의 FTA가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미국은 영국에서 주요 직접 투자자이지만 공식적인 미국 데이터는 그 투자의 대부분이 EU 나머지 회원국들을 겨냥한 수출 플랫폼이라기보다 영국 국내 경제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미국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브렉시트가 유럽의 통합에 미칠 수 있는 효과라고 판단한다.
오랫동안 미국은 통합된 유럽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유럽의 안보와 번영, 안정이 통합으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EU 탈퇴 후 유럽이 통합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미국은 자국에 중요한 문제(외교·안보 정책이나 경제 규제 등)를 둘러싼 EU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국의 우호적인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울 것이다.
지난 세기엔 브렉시트 같은 사건이 없었다. 지금 영국은 EU 탈퇴에 진정한 대가가 따른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거기엔 향후 이행해야 할 의무 사항이 포함된 ‘이혼 위자료’ 같은 단기적인 대가도 있고, EU 회원국들과의 경제 관계가 최선의 상황에서도 상당한 무역 장벽에 직면하게 되는 장기적인 대가도 있다.
정치적으로 볼 때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영국인들은 EU 탈퇴로 인해 경제·사회 정책에서 영국이 새로운 주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글로벌 경제에선 공동 주권이 큰 경제적·안보적 혜택을 제공한다. EU에 속했던 영국처럼 대규모 무역 블록의 몸집 큰 회원국도 독자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탈퇴 결정으로 공동 주권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거부하면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대가가 따를 것이다.
- 찰스 리스, 마코 해프너
※ [필자 찰스 리스는 랜드연구소의 국제 담당 부사장이며, 마코 해프너는 랜드연구소 유럽의 조사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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