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부터 올림픽까지 거센 ‘굿즈 열풍’] 소통·공감·유대 형성에 기꺼이 지갑 열어
[아이돌부터 올림픽까지 거센 ‘굿즈 열풍’] 소통·공감·유대 형성에 기꺼이 지갑 열어
‘평창 굿즈’ 온라인몰 방문자 수 전월 대비 4배 증가 … 10대 후반~30대 초중반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 지난 5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 ‘평창스토어’는 2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에선 롯데가 개발한 평창올림핀 관련 상품 850여종 중 일부를 판매한다. 일명 ‘평창 굿즈(기념상품)’라 불리는 올림픽 관련 물품은 화제가 된 패딩을 비롯해 목도리·장갑·인형·볼펜·스노우볼 등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린 수호랑·반다비 마스코트 인형은 지난 2월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한 후 10만여개가 팔려나갔다. 이용신 평창조직위 라이선싱사업부장은 “평창 롱패딩, 스니커즈 판매가 화제를 모으며 오프라인 스토어를 찾는 방문객이 전달보다 3배 증가했다”며 “온라인몰 방문자도 전월 대비 4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의 올림픽 관련 상품 판매액은 약 3300억원에 달했다.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척도로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인기가 남다르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으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굿즈 자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측에 따르면 추가 생산 즉시 ‘완판’ 행진을 이어간 ‘평창 롱패딩’에 이어 1월에 선보이는 ‘평창 스니커즈’ 5만 켤레도 이미 예약 판매가 완료됐다. 평창올림픽 입장권 판매가 지지부진한 것에 비하면 의아할 정도다. 평창 롱패딩(14만9000원)에 이어 스니커즈(5만원)도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꼽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 12월 27일 롯데백화점 본점 평창스토어에서 만난 이유진(21)씨는 “올림픽을 기념한 상품이어서 구매한다기보다 유명 연예인이 입고, 쓰는 제품이거나 한정판이기 때문에 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굿즈(goods)’는 말 그대로 상품을 뜻한다. 일본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출발한 단어로, 아이돌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나 머그잔·열쇠고리 등이 대표적이다. 굿즈 열풍은 1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한다. 이들은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으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현상을 대변한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제이앤브랜드 정지원 대표는 “허니버터칩을 비롯해 아이돌 굿즈, 롱패딩은 생필품보다는 잉여소비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라며 “제품을 구매하면서 소통과 공감, 유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기꺼이 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굿즈의 원조인 아이돌 굿즈 시장은 이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면세점 오픈 때부터 단독 매장을 낸 ‘YG스토어’의 화장품 브랜드 ‘문샷(moonshot)’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지드래곤 향수’처럼 연예인 이름이 붙거나 직접 제작에 참여한 제품이 눈길을 끈다. 문샷은 말레이시아 세포라에 점포 14개를 낸 이후 최근 독립 매장까지 론칭하며 동남아에 안착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외부 업체와 협업해 에코백·인형·디퓨저·식음료 등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이마트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엑소 요거트 아몬트’ ‘슈퍼주니어 스노우 콜라’ ‘레드벨벳이 좋아하는 리얼넛츠’ 등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붙이자 평범한 식품도 굿즈가 된 것이다. ‘엑소 손짜장’의 경우 출시 한 달 만에 이마트 라면 매출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인기를 입증했다. 편의점 CU가 지난 6월 내놓은 ‘방탄소년단 CU플러스티머니’ 카드는 한 달 만에 25만장이 다 팔렸다. 덕분에 CU 교통카드 7월 매출은 전월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최근엔 방탄소년단 치약·칫솔도 나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이돌 굿즈는 팬클럽을 위한 응원봉·브로마이드·열쇠고리가 전부였다. 이제는 그 범위가 팬덤을 나타내는 물건에서 일상 생활용품으로 확대됐다.
굿즈의 의미가 확장될수록 이를 소비하는 계층도 다양해졌다.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아이돌 엑소(EXO)의 굿즈 13종을 단독 판매했다. 한국 아이돌 굿즈를 구매하려는 해외 팬들을 위해 역직구몰 ‘글로벌11번가’에서도 동시에 판매가 진행됐다. 11번가 측은 “해외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이돌 굿즈를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도 동시에 선보인다”며 “영어·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구매고객은 중국·싱가포르를 비롯해 세계 100여개 국가 거주 외국인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다양한 아이돌 굿즈의 공식 온라인 판매처로 나서며 단독 판매를 진행할 때마다 하루 약 5만 명의 방문객이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11번가가 아이돌 굿즈 구매고객을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자 중 외국인 비중이 10~15%에 달했다. 이들은 평균 객단가도 높아 아이돌 굿즈가 해외 역직구몰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40~50대 중장년층의 구매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돌 팬인 자녀들을 위해 굿즈를 구매하는 40~50대 고객의 거래액은 전체의 20% 비중을 차지했다. 김수경 SK플래닛 MD3본부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돌과 연계한 단독 상품을 기획해 선보이며 차별화할 계획”이라며 “그간 축적된 판매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동시 판매와 같이 판매방식의 전략적 다변화를 통해 신규 고객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학 굿즈’도 인기를 끌었다. 수험생에게 찹쌀떡이나 엿을 주는게 일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명문대 로고가 들어간 굿즈를 선물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이에 맞춰 서울대 기술지주 자회사 밥스누(BOBSNU)는 설탕이나 착색료 등 화학 제품을 넣지 않고 국산 약콩으로 맛을 낸 ‘블랙빈 카카오’ 초콜릿을 출시했다. 교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대 마크와 수능 응원 문구를 새긴 특별 기획 상품을 대형마트에 출시해 일명 ‘서울대 초콜릿’이라 불리며 매장당 하루 매출 10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고려대 대학사업단은 서울 안암 캠퍼스 내 제과점에서 포장지에 학교 마크가 그려진 ‘고대빵’을 판매했다. 이 빵은 수능 2~3주 전부터 매출이 2배 가까이 뛰며 히트를 쳤다. 연세대 연세생활건강에서 만든 홍삼 음료 ‘제중원 진생베리’도 ‘연세대 홍삼음료’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앞서 청와대는 방문 기념품인 시계·찻잔 등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새겨 ‘이니 굿즈’ 열풍을 일으켰다. 이니 굿즈란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인 ‘재이니’의 ‘이니’와 상품이란 뜻인 ‘굿즈’의 합성어로 ‘문재인 우표’로 시작해 시계·텀블러·책·피자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방문객만 받을 수 있어 ‘한정판’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인기가 더해졌다. 원가 4만원대로 알려진 청와대 기념 시계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00만원을 호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일정량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만 굿즈를 증정하는 ‘굿즈 마케팅’에 열을 올려 과도한 상술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굿즈는 제품 자체로는 평범하더라도 한정판이거나 누군가를 상징하는 등 특별한 가치가 담겼다”며 “IT·모바일을 통한 소비가 확대될수록 더욱 새롭고, 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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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올림픽의 올림픽 관련 상품 판매액은 약 3300억원에 달했다.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척도로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인기가 남다르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으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굿즈 자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측에 따르면 추가 생산 즉시 ‘완판’ 행진을 이어간 ‘평창 롱패딩’에 이어 1월에 선보이는 ‘평창 스니커즈’ 5만 켤레도 이미 예약 판매가 완료됐다. 평창올림픽 입장권 판매가 지지부진한 것에 비하면 의아할 정도다. 평창 롱패딩(14만9000원)에 이어 스니커즈(5만원)도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꼽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 12월 27일 롯데백화점 본점 평창스토어에서 만난 이유진(21)씨는 “올림픽을 기념한 상품이어서 구매한다기보다 유명 연예인이 입고, 쓰는 제품이거나 한정판이기 때문에 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굿즈(goods)’는 말 그대로 상품을 뜻한다. 일본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출발한 단어로, 아이돌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나 머그잔·열쇠고리 등이 대표적이다. 굿즈 열풍은 1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한다. 이들은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으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현상을 대변한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제이앤브랜드 정지원 대표는 “허니버터칩을 비롯해 아이돌 굿즈, 롱패딩은 생필품보다는 잉여소비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라며 “제품을 구매하면서 소통과 공감, 유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기꺼이 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굿즈 구매고객 15%는 외국인, 20%는 중장년층
굿즈의 의미가 확장될수록 이를 소비하는 계층도 다양해졌다.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아이돌 엑소(EXO)의 굿즈 13종을 단독 판매했다. 한국 아이돌 굿즈를 구매하려는 해외 팬들을 위해 역직구몰 ‘글로벌11번가’에서도 동시에 판매가 진행됐다. 11번가 측은 “해외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이돌 굿즈를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도 동시에 선보인다”며 “영어·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구매고객은 중국·싱가포르를 비롯해 세계 100여개 국가 거주 외국인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다양한 아이돌 굿즈의 공식 온라인 판매처로 나서며 단독 판매를 진행할 때마다 하루 약 5만 명의 방문객이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11번가가 아이돌 굿즈 구매고객을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자 중 외국인 비중이 10~15%에 달했다. 이들은 평균 객단가도 높아 아이돌 굿즈가 해외 역직구몰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40~50대 중장년층의 구매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돌 팬인 자녀들을 위해 굿즈를 구매하는 40~50대 고객의 거래액은 전체의 20% 비중을 차지했다. 김수경 SK플래닛 MD3본부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돌과 연계한 단독 상품을 기획해 선보이며 차별화할 계획”이라며 “그간 축적된 판매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동시 판매와 같이 판매방식의 전략적 다변화를 통해 신규 고객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굿즈’ ‘이니 굿즈’ 등 전방위 확대
앞서 청와대는 방문 기념품인 시계·찻잔 등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새겨 ‘이니 굿즈’ 열풍을 일으켰다. 이니 굿즈란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인 ‘재이니’의 ‘이니’와 상품이란 뜻인 ‘굿즈’의 합성어로 ‘문재인 우표’로 시작해 시계·텀블러·책·피자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방문객만 받을 수 있어 ‘한정판’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인기가 더해졌다. 원가 4만원대로 알려진 청와대 기념 시계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00만원을 호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일정량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만 굿즈를 증정하는 ‘굿즈 마케팅’에 열을 올려 과도한 상술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굿즈는 제품 자체로는 평범하더라도 한정판이거나 누군가를 상징하는 등 특별한 가치가 담겼다”며 “IT·모바일을 통한 소비가 확대될수록 더욱 새롭고, 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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