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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속 분쟁 ‘신탁’으로 해결하기

부동산 상속 분쟁 ‘신탁’으로 해결하기

부모가 가진 재산 중 부동산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덩치가 크다 보니 부동산 상속 문제는 유족 간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법적 다툼도 많다. 최근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뜨고 있다.
한국인 다수가 부동산을 가지고 많은 부를 축적했다. 상당수 한국인이 준(準) 부동산 전문가거나 굵직한 부동산 투자를 꿈꿀 정도다. 과거 부동산 가치 상승기에는 특별한 관리 방법이 없어도 자산가치를 쉽게 늘렸다. 아니 늘어났다는 게 더 정확하다. 부동산 매매차익만 노렸어도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만큼 별도의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나갔다. 사업체 운영이나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 문제에서도 부동산은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가 됐다.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도 흘러가는 시간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진행된다. 2017년 하반기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다.

고령화는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과제를 던져줬고, 사후 내가 가진 부동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처분할 것인 지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 와중에 부동산 상속 문제는 크나큰 골칫거리다. 부동산 상속을 기다리는 자녀가 부동산 관리 등에 함께 나선 경우라면 차라리 문제가 쉽게 풀린다. 하지만 대다수 상속을 앞둔 부동산은 지분 분할이나 전·월세 수익 배분을 두고 갈등에 휘말린다.
 신탁관리, 부동산 상속 분쟁 해결 가능
상속 재산이 모두 돈과 같은 유동자산이면 좋으련만. 상속물이 전부 부동산이라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현재 가치와 미래가치가 같을 수 없고, 상속을 받는 가정마다 각기 사정이 또 다르다. 부동산을 급매해야 한다면 처음 생각했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살아생전 꼼꼼한 부동산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실은 어떨까. 물려받은 자녀가 관리하거나 부동산 소재 공인중개사가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야 역모기지(주택연금) 등 자산관리회사가 맡아 관리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바로 부동산 신탁이다. 신탁을 잘 활용하면 부동산 상속이 가진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고, 분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장점이 또 있다. 신탁은 부동산 관리방법과 그 범위를 정할 수 있는데 생전뿐만 아니라 사후 상황에도 개입할 수 있다. 사후 상속인을 두고 정확하게 배분한다거나 소유권 이전 문제를 진행하는 등의 각종 법적 절차도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사례를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먼저 신탁 성공 사례다. 80대 홍길순씨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 후 남편이 남긴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건강 문제로 부동산 관리가 힘들어졌다. 각종 시설 관리를 꼼꼼히 하기 힘들어 임대차 계약조건도 벌써 수년째 같다. 보수가 필요한 상황도 임차인이 알아서 하고 추후 비용을 청구하는 식이라 건물 상태가 어떤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게다가 하나 있는 딸자식마저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홍씨는 고민하다 신탁회사에 부동산을 맡겼다. 이후 2017년 홍씨는 세상을 떠났고, 신탁사가 부동산 관리를 맡았다. 신탁사는 상속권자를 대신해 건물의 기본적인 유지·보수를 하면서 자산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세웠다.
 신탁사 맡기면 건물관리는 물론 자산관리도 OK
80대 김길순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남편 사망 후 남긴 건물을 직접 관리했으나 건강 문제로 어려워졌다. 임대료·계약서 관리도 어렵고, 임대료 미납 건도 점차 쌓여갔다. 김씨는 가족과 상의 후 신탁사에 맡기기로 했다. 신탁사는 현실적인 임대료를 재산정하기 위해 시장 조사에 돌입했다. 미납된 임대료를 회수하고, 관련 세무처리 업무도 도맡아 진행했다. 그리고 모든 진행상황은 상속권자 전원에게 알렸다. 상속권자는 관리 부담도 줄었고, 건물 자산가치 유지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신탁하지 않아 후회하는 사례도 있다. 상속권자 김씨의 얘기다. 그의 부모는 유언 없이 사망했고, 건물 하나를 남겼다. 형제가 있어 법정지분으로 나눠 상속 등기를 완료했다. 하지만 건물 관리를 김씨의 형이 도맡아 하고 있다. 김씨도 분명 등기에 이름을 올렸지만, 김 씨의 형은 1년째 임대수익을 나누지 않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를 통해 알아보니 월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임대수익이 나온다.

김씨는 재차 분배를 요구했으나, 김 씨의 형은 경기 악화나 건물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고 있다. 김씨는 신탁을 활용해 투명하게 관리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로 간 합의하지 못한 김씨 형제는 건물 자체를 매각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그 건물 가치가 매년 뛰고 있고, 임대 수익도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사례에서 보듯 부동산 상속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상속 재산으로 부동산이 남겨진 경우 열에 아홉의 상속인은 분쟁에 휘말린다고 보면 된다. 고령화가 한창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선 앞으로 더 빈번하게 나타날 일이다. 그래서 신탁은 단순히 보유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에만 활용할 게 아니라 상속 분쟁 해결에 좋은 대안으로 뜨고 있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 트러스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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