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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전기차 질주 채비] “1회 충전으로 최대 500㎞ 달린다”

[2세대 전기차 질주 채비] “1회 충전으로 최대 500㎞ 달린다”

현대·기아·BMW·닛산 등 완성차 메이커 전기차 빅뱅 … 충전소 더 늘리고 보조금 편차 줄여야



그동안 전기자동차는 근거리용 자동차에 불과했다. 한번 끌고 나가면 100㎞ 정도 밖에 탈 수 없으니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달리는 2세대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 380㎞를 갈 수 있는 닛산의 리프는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미국·유럽 등지에서 이미 30만대가 계약됐다. 올해는 이런 전기차가 줄줄이 나온다. 전기차가 질주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 기존 완성차·부품 업체의 생태계가 지각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일본의 주간 경제지 [동양경제]와 함께 2세대 전기차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봤다.
사진 : 김현동
“올해는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해가 바뀔 때마다 구호처럼 등장했던 말이다. 처음 이 말이 나왔을 땐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귀를 기울였다. 환경보호 등 그만큼 전기차 확산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서 그저 동어반복처럼 들릴 뿐이었다. 전기차의 성능이 가솔린(휘발유)·디젤(경유) 등을 연료로 한 내연기관 자동차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올해는 좀 다를 것 같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미국의 테슬라 등 일부 전기차 생산 업체만의 리그를 넘어 세계 자동차 업체의 운명을 좌우할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거는 바로 주행거리(항속거리)에 있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100~200㎞대를 달리는 수준이었다. 언제 멈춰 설지 몰라 근거리 출퇴근이나 장을 보러 갈 때나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1회 충전으로 400~5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쏟아진다.
 볼트EV, 3시간 만에 5000대 완판
1월 15일 한국GM은 인터넷을 통해 전기차인 ‘볼트EV’ 5000대의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날 고객이 몰리면서 전산시스템이 다운됐다. 한국GM은 결국 사전예약을 취소하고, 전산시스템을 정비해 17일 다시 사전예약을 받았다. 이날도 사전예약 시작과 동시에 전산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접속이 이어지더니 결국 3시간 만에 5000대가 모두 계약됐다.

이 차는 지난해에도 사전예약 때 모두 계약됐지만 물량이 고작 560대였다. 그보다 10배 가까이로 늘어난 물량이 3시간 만에 계약된 것이다. 볼트EV는 가격이 4558만~4779만 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정부 보조금(최대 12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평균 600만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대표 중형차인 쏘나타(2255만~3118만원)보다 비싸다.

그런데도 이 차가 인기를 끈 건 기존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확 늘어난 덕분이다. 볼트EV는 60㎾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덕에 1회 충전으로 최대 383㎞(국내 인증 기준)를 달릴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전기차 중 가장 길다. 성능도 나쁘지 않다. 출력은 최대 204마력, 토크는 최대 36.7kg.m로 수치상으로는 쏘나타(가솔린 2000㏄ 기준 163 마력에 20kg.m)보다도 높다.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도 1월 15일 사전예약 이후 5일 만에 1만 명이 신청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EV도 같은 기간 2400대가 계약됐다. 이는 지난해 4개월치 평균 판매량에 맞먹는 기록이다.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진짜 자동차’라기보다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유지비를 아낄 수 있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확 늘어나면서 호기심으로 사는 틈새상품이 아니라 필요해서 구매하는 상품이 됐다는 평가다. 코나일렉트릭도 1회 충전으로 약 390㎞(자체 인증 기준)를 달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300㎞ 이상인 차량이 많아지고 충전소가 증가하면서 전기차의 가장 큰 불편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2세대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보조금도 판매 돌풍에 한몫
전기차의 돌풍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정부 보조금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고로 보전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등의 성능과 환경 개선 효과에 따라 1017만원에서 최대 1200만원을 지급한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별로 다른데, 평균 600만원 정도다. 포항시는 1306만~1800만원을 준다. 저속EV는 대당 750만원이다. 보급 차종은 아이오닉·레이·쏘울·SM3·볼트·i3 등이다. 여수시는 1352만~2300만원을, 광주시는 최대 1900만원을 지원한다. 대구시는 최대 1800만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보조금을 주는 지자체는 모두 144곳으로 지난해보다 12곳이 늘어났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순수 차 가격이 4500만~4800만원대인 코나 일렉트릭이나 볼트EV는 2000만원대 후반이나 3000만원대 초·중반대면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취득세 감면(320만원)과 개별소비세·교육세 감면(최대 260만원 면제)을 고려하면 전기차 돌풍 현상이 이상 하지 않다는 평가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유지비도 저렴하다. 전기차의 1회 충전 비용은 5000원이 채 들지 않는다. 연간 2만 ㎞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전기차의 충전 비용은 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와 일반 자동차의 연료 유지비는 연간 약 10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충전소가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충전소 정보서비스인 이브이웨어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전국의 전기차 충소는 3404곳이다. 지난해 1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전국 전기차 충전소 849곳과 비교하면 1년새 4배로 늘어난 것이다.

유통 업계의 마케팅도 전기차 확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마트는 스마트 편집숍 M라운지에서 2인승 전기차 D2의 전시와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e커머스 티몬도 1월 국산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의 2차 예약판매를 했다. 100대 한정으로 진행한 예약판매에서 반나절 만에 모든 물량이 소진돼 추가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편의점은 거미줄처럼 펼쳐진 지역 점포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기를 늘리고 있다. CU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 클린일렉스와 손잡고 1월 22일 제주지역 5개 점포에 전기차 급속 충전소를 열었다.
 주행거리 늘린 전기차 잇따라 출시
볼트와 코나·아이오닉 외에도 올해 다양한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전기차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들 차량은 모두 주행거리가 300㎞에 이르거나 넘는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세대 ‘SM3 Z.E.’를 최근 시판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13㎞로 1세대 135㎞보다 확 늘렸다. 르노삼성 측은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국내 승용차 1일 평균 주행거리인 40㎞ 기준으로 1회 충전으로 약 5일 간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하반기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갈 수 있는 ‘니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BMW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유럽 기준으로 280~300㎞인 2세대 ‘i3’와 새로운 전기차 모델인 ‘뉴 i3’, ‘뉴 i3s’를 들여올 예정이다.

닛산은 주행거리가 380㎞(유럽 기준)인 2세대 ‘리프’(Leaf)를 들여온다. 이 차는 지난해 10월 미국, 지난 1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벌써 세계 시장에서 30만대가 팔려 나갔다. 재규어도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SUV 전기차 ‘아이페이스(I-PACE)’를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다. 아이페이스는 90㎾h급 배터리를 장착해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4㎏·m의 성능을 갖췄다. 50㎾ DC 고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9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충전 시설과 들쑥날쑥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충전소가 크게 늘긴 했지만 전기차 등록대수가 2만5000대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해 전기차 충전소 수가 일반 주유소를 추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전기차 충전소는 4만여 곳으로 3만5000여 곳인 일반 주유소를 앞질렀다. 지역별 충전소 편차도 문제다.

현재 충전소는 제주와 수도권 위주로 분포돼 있다. 경기도는 574곳(충전기 1013기)으로 가장 많고 서울(524곳·1003기), 경상도(397곳·615기), 제주(367곳·595기), 충청도(286곳·405기) 순이다. 이와 달리 울산시는 29곳 42기 뿐이다. 왔다갔다하는 보조금 지원 정책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올해 전기차 보급 예산안을 당초 3만대에서 2만대로 축소했다. 지자체별로 보조금이 상이한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어떤 지자체는 보조금을 2300만원까지 주는 반면 영월·화천·보성·함평·진도군 등지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에서 자동차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전기차 친환경 맞나? - 탄소·미세먼지 배출량 적지 않아
전기차를 두고 때아닌 친환경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트랜식연구소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대표적 전기차인 테슬라S가 소형차인 미쓰비시의 미라지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트랜식연구소의 실험 결과 테슬라S(P100D 살롱)는 미국의 한 도로에서 1㎞당 226g의 탄소를 배출한 반면, 미라지는 192g의 탄소를 배출했다. 총 주행거리 27만㎞를 기준으로 한 탄소 배출량도 테슬라S는 6만1115㎏, 미라지는 5만1891㎏이었다. 트랜식연구소는 에너지 성능 평가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신문은 “같은 크기의 가솔린·디젤 자동차보다는 탄소 배출량이 적긴 하다”며 “그러나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따지면 대형 전기차가 소형 가솔린·디젤차보다 오염물질을 더 내뿜는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휘발유차의 92.7%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휘발유·경유·LPG·수송용 전기 등 4개 에너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전 과정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의 1㎞당 미세먼지(PM10) 배출량은 휘발유차의 92.7%, 온실가스 배출량은 휘발유차의 53%에 달했다. 연구원 측은 “석탄화력이 국내 총발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2016년 국내 전력 생산 현황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라며 “충전용 전기의 생산·발전 과정 및 브레이크패드·타이어 마모 등 전체 과정을 보면 전기차도 상당한 오염물질을 내뿜는 셈”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전기차도 충전 때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선 휘발유와 경유에 환경세 등으로 각각 1ℓ당 182~207.4원, 129~147원의 세금을 물린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면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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