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대규모 지진 없이 응력만 쌓여 인구밀집 지역에서 초대형 재난 닥칠 가능성 우려돼 샌안드레아스 단층의 공중 촬영 사진.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서 지진활동의 증거가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 사진:SANANDREASFAULT.ORG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지질학적 구조로 볼 때 지진을 피할 수 없는 지역이다. 두 개의 거대한 지각판(북아메리카판과 태평양판) 사이에 걸쳐 있으며, 샌안드레아스 등 여러 활동적인 단층이 통과한다. 특히 이 지역은 지진대와 화산 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속해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23일 알래스카 주 코디액 섬 남동쪽 280㎞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7.9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알래스카 남동부와 알래스카 반도, 알류샨 열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주까지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경보가 해제되자마자 25일엔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대규모 지진 활동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소식이다.지난해 이란-이라크 국경 지대와 멕시코 중부에서 각각 규모 7.3, 7.1의 지진이 발생했듯이 캘리포니아 주의 인구 밀도가 높은 구역에서도 앞으로 몇 십 년 사이에 그런 비극적인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주민은 7.8 규모 이상의 초대형 지진을 일컫는 ‘빅원(the big one)’이 닥쳐올 가능성을 우려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선 언제 닥칠지 모르는 규모 7.8 이상의 지진에 대비하는 훈련이 매년 실시된다. / 사진:AP-NEWSIS캘리포니아 주민 다수가 잦은 지진 경험을 돌이킬 수 있지만 대다수는 대규모 지진을 실제로 겪은 적이 없다. 이곳에서 규모 7 이상의 대형 지진은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샌안드레아스 단층의 여러 부분에서 언제든 큰 피해를 불러오는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응력(stress)이 쌓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지진 상황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뜻이다.
좋은 소식은 캘리포니아 주의 지진 대비태세가 잘 갖춰져 있으며 지진과학이 계속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지진의 효과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훨씬 더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으며 태평양 해안을 따라 조기경보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의 지진 역사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1906년 4월 18일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한 규모 7.8의 지진은 미국인 사이에서 지진 위험에 대한 인식 제고와 지진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갑자기 파열하고 미끄러지는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기본적인 이해도 거기서 시작됐다. 1906년의 샌프란시스코 지진으로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미끄러져 6m나 움직였다.
길이 약 500㎞에 이르는 단층 파열선을 따라 전파된 진동으로 많은 곳에서 피해가 컸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대부분 구역은 그 직후에 발생한 화재로 파괴됐다. 발화점이 많았고 재난구조 시스템이 무너진 결과였다. 지진대응 관계자들은 그런 시나리오를 계속 우려하고 있다.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에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지금은 지구의 어느 곳에서든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전 세계와 연결된 지진계 네트워크와 신속대응 계획으로 과학자들만이 아니라 재난구조대와 대중도 지진 현황을 신속히 평가할 수 있다. 발생 위치와 규모, 땅의 움직임, 예상 사상자와 재산 피해 등이 몇십 분 또는 그 이내에 파악될 수 있다. 지도로 작성된 단층을 따라 축적된 응력의 수준과 지진이 발생한 이력 등의 데이터를 조사하고 컴퓨터 모델링 통해 캘리포니아 주나 다른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과 규모도 예측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트럼프 정부가 캘리포니아 주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방 지원 예산의 삭감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애덤 시프 하원의원(왼쪽)과 지진학자 루시 존스는 경보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AP-NEWSIS그러나 지각의 응력과 단층의 상호작용은 너무 혼란스러워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기초 연구가 계속 발전하고 데이터와 실험, 이론이 개선되고 있지만 대규모 지진의 각각 발생 시간과 위치,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 믿을 만하고 보편적인 전조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대규모 지진은 주로 아무런 직접적인 경고 없이 발생한다. 그런 위험을 완화하려면 꾸준한 투자를 통해 대응태세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도시와 국가가 대규모 지진 없이 수십 년 또는 그 이상 번창하기 때문에 그런 투자와 대응태세가 무시되기 쉽다.
지금까지 샌안드레아스 단층에서 일어난 규모 7 이상의 지진은 1906년 샌프란스시코 지진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지각판은 부단히 이동하고 단층은 매년 몇 ㎜나 몇 ㎝의 미끄러짐에 해당하는 응력을 축적한다. 그렇게 쌓인 응력은 갑작스러운 지진을 통해 해소된다.
그러나 샌안드레아스 단층의 중남부 부분은 1857년 이래 아직 미끄러지지 않았으며 그 남단은 1680년 이래 파열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만 부근의 인구 밀집 지역을 지나는 헤이워드 단층에서도 1868년 이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의 지진예측 기관 UCERF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앞으로 약 30년 안에 캘리포니아 주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93%이며 가장 유력한 발생 위치가 샌안드레아스 단층대 지역이라고 추정했다.1906년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지진 이래 캘리포니아 주의 인구는 20배 이상 늘어 현재 4000만 명에 육박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주민 다수와 재난구조 책임자들은 지진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대비다.
2014년 캘리포니아 주 사우스내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6.0으로 상당한 재산 피해를 가져왔지만 인명 피해는 적었다. / 사진:AP-NEWSIS대중의 지진 대응 전략엔 지진대피 훈련에 참가하고 가정과 차량에 재난대비 키트를 구비하고 가구별 재난 대비 계획을 숙지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캘리포니아 지역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빅원’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훈련인 ‘그레이트 캘리포니아 셰이크아웃(The Great California ShakeOut)’은 2008년 이래 매년 실시되고 있다.
1933년 발생한 롱비치 지진(규모 6.4) 이래 캘리포니아 주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지진은 없었다. 1971년 샌퍼난도 지진(6.7), 1989년 로마프리에타 지진(6.9), 1994년 노스리지 지진(6.7), 2014년 사우스내퍼 지진(6.0)은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지만 놀랍게도 인명 피해는 각각 수십 명이나 그 이하였다. 건축물의 엄격한 내진설계 규정과 긴급구조 계획 등이 그런 중간 규모 지진에서 많은 생명을 구했다. 그처럼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만약 샌안드레아스 단층을 따라 오랫동안 지연된 ‘빅원’이 발생한다면 캘리포니아 주의 인프라와 대응태세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구체적인 피해와 사상자 규모를 예측하긴 어렵다. 산사태나 화재 같은 관련된 위험의 수준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국가와 지역이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거나 구축하는 중이다. 진원지 부근의 특이한 땅 움직임을 조기에 탐지해 강한 지진이 시작되기 전에 지역 전체의 주민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그에 따른 신속대응으로 인프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런 시스템은 가장 유리한 상황에서 수십 초의 대피 시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지진의 경우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이보다 더 짧을 수 있다.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은 현재 일본·대만·멕시코·루마니아에서 가동 중이다. 캘리포니아 주와 태평양 북서부의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확장 구축되는 중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이 2008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조기경보시스템 ‘셰이크얼러트’가 조만간 완성되면 주민은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지진이 몇 초 뒤에 자신의 위치에 도달할지를 초 단위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조기경보가 지진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서부 해안의 지진 안전과 지진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는 면에서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
지진 위험을 관리하려면 사회적 인식, 교육, 소통만이 아니라 효과적인 장단기 대비책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주는 대형 지진이 1세기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언제 올지 모르는 ‘빅원’을 위해 대응태세 구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 리처드 애스터
※ [필자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의 지구물리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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