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장 음식으로 다스려라
민감한 장 음식으로 다스려라
식품 대기업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위한 ‘저 포드맵’ 식품 개발 … 재료에서 사과·요구르트·견과류·통밀·저지방 유제품 등 제외시켜 2년 전 미국 보스턴의 영양학자 케이트 스칼라타는 뉴잉글랜드 낙농협회가 후원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한 많은 동료 앞에 섰다. 그녀는 “과민성대장증후군(IBS)에 관한 담론을 더 섹시하게 만드는 것”이 영양학자로서의 목표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모두가 헛웃음을 쳤다.
요즘 협회는 그녀의 사명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라면 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스칼라타는 설사·변비·복부팽만감·가스 그리고 심한 복통을 포함한 만성 소모성 증상으로 수년 때로는 수십 년간 고통 받아온 사람 수백 명에게 도움을 줘왔다. 그녀의 고객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의사로부터 과민성대장증후군 또는 또 다른 유형의 기능성위장장애 진단을 받는다. 상당수가 여러 해 동안 고통·창피함을 견디면서 병원을 다녔지만 도움이 안 됐다고 털어놓는다. 스칼라타는 이젠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소화기 문제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터부시된다”고 말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모임에서 내 직업을 얘기하면 주위로 모두 몰려들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소화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스칼라타가 친구·고객과 기타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발효성(fermentable), 올리고당류(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폴리올(polyols)로 귀결된다. 각 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들을 포드맵(FODMAPs)으로 총칭한다.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짧은 사슬 탄수화물들이다. 이들 식품분자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몇몇 기타 소화장애 증상을 촉발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갈수록 늘어난다.
흡수불량이 삼투압작용을 일으켜 장관으로 물을 끌어들여 복부팽만감을 유발한다. 이들 식품분자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가 장내에 기생하는 박테리아가 그것을 먹은 뒤 가스 부산물 다시 말해 수소와 메탄을 만들어낸다. 이런 문제로 장이 팽창하면서 장벽의 신경이 뇌로 통증신호를 보낸다. 이 같은 심각한 장애 증상은 간헐적 또는 만성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저(低)포드맵 식이요법이 이런 문제 중 다수를 완화하는 듯하다.
위장관 질환을 가진 사람이 건강에 좋아 보이는 수백가지 고(高) 포드맵 식품을 멀리할 때 얼마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지 스칼라타를 비롯한 다수의 영양학자와 의사들이 목격했다. 이 중에는 의사들이 장 이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오래 전부터 추천해온 사과·요거트·견과류·통밀 그리고 저지방 유제품 같은 식품이 많이 포함된다.
저 포드맵 식사법으로 절반 이상의 환자에게서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비롯된 복통의 완화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갈수록 늘어난다. 미시건대학 의료 시스템 위장병학 연구팀이 미국에서 실시해 발표한 최근 연구가 대표적이다. 6주 사이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답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가 61%에 달했다.
미국 인구의 20%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형편이니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식품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거 위장병학자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비밀무기가 미래의 건강식 열풍으로 부상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가 극소수인데다 환자의 약 30%에만 효과가 있어 전문가들이 식사법 변화에 역점을 두는 것도 일리가 있다. 네슬레의 한 사업부인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는 특정 음식물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을 생산한다. 단백질·비타민·미네랄 함유 음료인 부스트(Boost)가 대표적이다. 주로 고형식 섭취와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50세 이상자가 주 고객층이다.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는 최근 위장관 이상으로 고통 받는 소비자에 적합한 식사 대용 음료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칼라타의 자문을 받았다. 네슬레는 개발 예정인 여러 가지 저 포드맵 식품 중 첫 번째로 프로 너리시(ProNourish)를 지난해 10월 공개했다.
네슬레는 프로너리시를 ‘소화기가 민감한’ 사람을 겨냥한 솔루션으로 홍보한다.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의 북미지역 소비자 케어 비즈니스 지역영업 책임자 바브 매카트니의 말이다. 스칼라타는 자신의 고객에게 프로너리시 같은 제품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식이요법을 시작할 때 거의 모든 판매식품에 이들 짧은 사슬 탄수화물이 함유됐기 때문에 그 많은 식품 라벨을 일일이 읽으며 확인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저 포드맵 식이요법에선 두문자어를 이루는 4개 전체 항목의 식품을 피해야 한다. 프룩탄(밀·귀리·마늘·양파에 함유)과 갈락토올리고당류(콩류 그리고 특히 피스타치오와 캐슈 등 일부 견과류)를 포함하는 아형(subtype)인 올리고당류, 2개의 설탕분자가 결합할 때 형성되는 탄수화물에 함유된 이당류(우유의 젖당은 대체로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포드맵 공급원이다), 꿀·망고·사과·수박에 함유된 과당의 단당류(식품에 포도당이 넘칠 때), 그리고 소르비톨·마니톨·말티톨·자일리톨·이소말트를 포함하며 당알코올(sugar alcohols)로도 알려진 무가당 감미료 폴리올 등이다.
이런 식품을 제외하면 특히 외식할 때 선택할 만한 음식이 별로 많지 않은 듯하다. 멜번 소재 모내시대학 연구팀이 2006년 이 식사법을 개발한 호주에는 저 포드맵 카페가 있다. 그러나 미국에선 극히 제한적인 이 식이요법이 이제야 받아들여지는 단계다.
호주에 사는 사람이라도 이 식이요법을 지키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이 식사법을 지속적으로 엄격하게 지키기는 쉽지 않다. 스칼라타 같은 영양학자와 카테리노 오네토 박사 같은 의사들은 환자의 소화기관이 어떤 포드맵을 견뎌낼 수 없는지 알아내는 데 이 식사법을 이용한다.
오네토 박사는 콘코드 메디컬 그룹의 위장병 전문의이자 뉴욕대학 랑곤 의료센터의 교수다. 식사법 초기에는 리스트의 모든 음식을 피해야 한다(이 식사법의 식료품 쇼핑과 음식 선택의 지침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 앱이 수십 종 나와 있을 만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다). 이 같은 ‘제외식(elimination diet)’을 몇 주 간 실시한 뒤 의사와 영양학자들이 식품 내성 검사를 한다. 여섯 가지 각 항목의 음식을 한 번에 한 가지씩 먹이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증상 유발요인이 가령 양파의 올리고당인지 또는 인공감미료의 화합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오네토 박사는 “처음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식사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증상을 개선한다”며 “그 뒤로는 식품 반응검사를 통해 제한하는 음식물을 최대한 줄여나간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취지다. 배설물 관련 유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관련해 많은 웃음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복통으로 고통 받는 수백만 명(미국 건강보험 시스템에는 연간 100억 달러의 부담)에게 이 증상은 분명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니다. 상당수 유명인사도 동의할 듯하다.
배우 제니 매카시는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하워드 스턴에게 급성 설사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했으며, 모델 타이라 뱅크스는 뱃속에 가스가 너무 많다고 가수 재닛 잭슨에게 하소연했고, 록 가수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과민성대장증후군 관련 빈혈과 “내 안의 생명을 짜내기 위해” 마시는 페니로얄(박하의 일종) 차에 관해 노래했다. 노래 가사에서 소화기 문제를 다룬 뮤지션은 그뿐이 아니다. 약 10년 전 랩가수 캄런도 위장관 질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IBS’라는 제목의 랩송을 만들었다.(“복통에 시달리네, 맑은 날이든 비오는 날이든 / 이젠 갔나 했더니, 오 이런, 또다시 오네.”)
미국 소화기학회에서 2015년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한 달 평균 이틀씩은 복통 증상으로 직장 또는 학교에 나가지 못했으며 최소 9일은 복통으로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설문 참가자 중 다수가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덜 수만 있다면 인생의 다른 즐거운 또는 필수적인 일들을 한 달 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절반 가까이는 인터넷 없이 살 의향이 있고, 40%는 성생활도 포기하겠으며, 55%는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다수가 자신의 질환으로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한다는 응답자가 3분의 1을 웃돌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의사들조차 자신들의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것은 일정 부분 그런 증상의 원인으로 여길 만한 다른 질환이 없을 경우에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유일한 병명으로 판정할 수 있는 제외진단(diagnosis of exclusion)이기 때문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오래 전부터 심인성 질환 항목으로 많이 분류돼 제약업계에 많은 이익을 안겨줬다.
이 질환은 19세기 캐나다인 의사이자 존스홉킨스대학 설립자인 윌리엄 오슬러에 의해 처음 인정받았다. 그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여성에서 일단의 공통된 증상을 관측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여겨졌으며 1970년대 후반까지 사람들은 그런 그릇된 가설을 믿었다. 1990년대 들어서야 일단의 위장병 학자가 의사들의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돕는 기준을 정립했다. 로마 I과 로마 II로 불리는 이 기준은 그 질병의 신체적인 발현에만 초점을 맞췄다. 계속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모두 정신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연구가 뒤를 이었다.
지난 1월 미국 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연구논문은 밀레니엄 코호트 조사(Millennium Cohort Study, 2000~2001년에 태어난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에 참여한 현역 군인들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군복무가 장기적인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평가하는 것으로 지금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한동안 군인에게 기능성위장장애가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직접 전쟁을 겪는 데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인지 알고자 했다. 알고 보니 트라우마가 반드시 최대 요인은 아니었다. 그보다 감염성 위장염 병력이 가장 일반적인 위협인 듯했다.
이 조사는 위장관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요즘 내세우는 이론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을 비롯한 신체 기관의 ‘좋은’ 박테리아 생태계다. 질병이나 잘못된 식품 선택으로 인해 그 미묘한 균형이 깨질 때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식품 과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오네토 박사는 “상당수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이동과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 후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사람은 배설물에 관해, 특히 음식과 관련 지어선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식품회사들은 전통적으로 모든 음식이 결국에는 다른 쪽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상기시키지 않으려 애써 왔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소비자에게 소화기 건강의 개념을 증거에 근거해 전달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런 노력 중 일부는 성공하지 못하고 정확하지도 않았다.
2007년 식음료 업체 다논은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를 모델로 내세워 TV를 통해 액티비아 광고를 내보냈다. 프로바이오틱스로 알려진 장내 유익균을 함유해 배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신제품 요구르트다. 그녀는 맛도 좋다고 열광했다. 그 광고를 거북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적지 않았다. 토요일의 심야토크쇼 SNL의 한 풍자코너에선 그녀를 연기하는 코미디언이 커머셜 감독에게 그 요구르트를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났다고 통보했다(훗날 연방거래위원회는 그 회사를 과장광고로 고발하고 광고 캠페인에서 배설에 관한 언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액티비아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해 대중적 관심을 촉발했으며 식품과 건강 보조제 업계가 그 결실을 챙겼다. 초창기 인기 프로바이오틱 식품으로는 요구르트와 콤부차(kombucha)가 꼽혔다. 그리고 요즘 소비자가 장내 균형 유지에 집착하면서 이 분야가 수십억 달러 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들은 시리얼·쿠키·캔디 등 온갖 제품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첨가한다. 법적으로는 프로바이오틱 그래놀라(조식용 시리얼)를 먹으면 뱃속이 달라진다고 주장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그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을 많은 소비자에게 심어줄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곡물에서 자연 발생하며 세계 인구 중 불과 약 1%의 소화기관에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 글루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빵을 먹고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위장병학자와 셀리악병(소장에 손상을 일으키는 소화기 자가면역질환) 환자뿐이었다. 그 뒤 식품업계가 이에 착안해 글루텐 프리(glutenfree, 밀가루 음식에 든 글루텐 단백질이 없는)를 더 건강한 식생활 방식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에 따르면 글루텐으로 이상이 생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셀리악병 진단을 받지 않고도 글루텐 프리 식사를 하는 미국의 약 180만 명에게는 그런 사실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글루텐 프리 시장의 폭발은 일정 부분 자가진단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현상이 저 포드맵 식품 매출증가도 견인할 수 있다고 글로벌 식품 동향을 파악하는 큘리너리콘시어지의 크리스틴 쿠벨리어 사장은 말한다. 시장에 출시되는 관련 제품이 늘어나면서 저 포드맵 다이어트가 널리 어필할 것으로 그녀는 예측한다. 식이요법 중인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뿐만 아니라 위장관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도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그 식사법이 도움되지 않을까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식이요법의 복잡한 세부정보를 기업들이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느냐라고 쿠벨리어 사장은 말한다. 대다수 사람은 식료품점에서 쇼핑할 때 특히 특정한 식품을 필요로 할 때는 참을성이 부족하다. 이는 광고주들이 포드맵은 ‘건강한’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믿음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쿠벨리어 사장은 “식품 맛이 좋으면 소비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시카 퍼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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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협회는 그녀의 사명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라면 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스칼라타는 설사·변비·복부팽만감·가스 그리고 심한 복통을 포함한 만성 소모성 증상으로 수년 때로는 수십 년간 고통 받아온 사람 수백 명에게 도움을 줘왔다. 그녀의 고객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의사로부터 과민성대장증후군 또는 또 다른 유형의 기능성위장장애 진단을 받는다. 상당수가 여러 해 동안 고통·창피함을 견디면서 병원을 다녔지만 도움이 안 됐다고 털어놓는다. 스칼라타는 이젠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소화기 문제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터부시된다”고 말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모임에서 내 직업을 얘기하면 주위로 모두 몰려들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소화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스칼라타가 친구·고객과 기타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발효성(fermentable), 올리고당류(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폴리올(polyols)로 귀결된다. 각 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들을 포드맵(FODMAPs)으로 총칭한다.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짧은 사슬 탄수화물들이다. 이들 식품분자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몇몇 기타 소화장애 증상을 촉발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갈수록 늘어난다.
흡수불량이 삼투압작용을 일으켜 장관으로 물을 끌어들여 복부팽만감을 유발한다. 이들 식품분자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가 장내에 기생하는 박테리아가 그것을 먹은 뒤 가스 부산물 다시 말해 수소와 메탄을 만들어낸다. 이런 문제로 장이 팽창하면서 장벽의 신경이 뇌로 통증신호를 보낸다. 이 같은 심각한 장애 증상은 간헐적 또는 만성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저(低)포드맵 식이요법이 이런 문제 중 다수를 완화하는 듯하다.
위장관 질환을 가진 사람이 건강에 좋아 보이는 수백가지 고(高) 포드맵 식품을 멀리할 때 얼마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지 스칼라타를 비롯한 다수의 영양학자와 의사들이 목격했다. 이 중에는 의사들이 장 이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오래 전부터 추천해온 사과·요거트·견과류·통밀 그리고 저지방 유제품 같은 식품이 많이 포함된다.
저 포드맵 식사법으로 절반 이상의 환자에게서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비롯된 복통의 완화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갈수록 늘어난다. 미시건대학 의료 시스템 위장병학 연구팀이 미국에서 실시해 발표한 최근 연구가 대표적이다. 6주 사이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답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가 61%에 달했다.
미국 인구의 20%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형편이니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식품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거 위장병학자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비밀무기가 미래의 건강식 열풍으로 부상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가 극소수인데다 환자의 약 30%에만 효과가 있어 전문가들이 식사법 변화에 역점을 두는 것도 일리가 있다. 네슬레의 한 사업부인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는 특정 음식물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을 생산한다. 단백질·비타민·미네랄 함유 음료인 부스트(Boost)가 대표적이다. 주로 고형식 섭취와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50세 이상자가 주 고객층이다.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는 최근 위장관 이상으로 고통 받는 소비자에 적합한 식사 대용 음료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칼라타의 자문을 받았다. 네슬레는 개발 예정인 여러 가지 저 포드맵 식품 중 첫 번째로 프로 너리시(ProNourish)를 지난해 10월 공개했다.
네슬레는 프로너리시를 ‘소화기가 민감한’ 사람을 겨냥한 솔루션으로 홍보한다.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의 북미지역 소비자 케어 비즈니스 지역영업 책임자 바브 매카트니의 말이다. 스칼라타는 자신의 고객에게 프로너리시 같은 제품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식이요법을 시작할 때 거의 모든 판매식품에 이들 짧은 사슬 탄수화물이 함유됐기 때문에 그 많은 식품 라벨을 일일이 읽으며 확인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저 포드맵 식이요법에선 두문자어를 이루는 4개 전체 항목의 식품을 피해야 한다. 프룩탄(밀·귀리·마늘·양파에 함유)과 갈락토올리고당류(콩류 그리고 특히 피스타치오와 캐슈 등 일부 견과류)를 포함하는 아형(subtype)인 올리고당류, 2개의 설탕분자가 결합할 때 형성되는 탄수화물에 함유된 이당류(우유의 젖당은 대체로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포드맵 공급원이다), 꿀·망고·사과·수박에 함유된 과당의 단당류(식품에 포도당이 넘칠 때), 그리고 소르비톨·마니톨·말티톨·자일리톨·이소말트를 포함하며 당알코올(sugar alcohols)로도 알려진 무가당 감미료 폴리올 등이다.
이런 식품을 제외하면 특히 외식할 때 선택할 만한 음식이 별로 많지 않은 듯하다. 멜번 소재 모내시대학 연구팀이 2006년 이 식사법을 개발한 호주에는 저 포드맵 카페가 있다. 그러나 미국에선 극히 제한적인 이 식이요법이 이제야 받아들여지는 단계다.
호주에 사는 사람이라도 이 식이요법을 지키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이 식사법을 지속적으로 엄격하게 지키기는 쉽지 않다. 스칼라타 같은 영양학자와 카테리노 오네토 박사 같은 의사들은 환자의 소화기관이 어떤 포드맵을 견뎌낼 수 없는지 알아내는 데 이 식사법을 이용한다.
오네토 박사는 콘코드 메디컬 그룹의 위장병 전문의이자 뉴욕대학 랑곤 의료센터의 교수다. 식사법 초기에는 리스트의 모든 음식을 피해야 한다(이 식사법의 식료품 쇼핑과 음식 선택의 지침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 앱이 수십 종 나와 있을 만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다). 이 같은 ‘제외식(elimination diet)’을 몇 주 간 실시한 뒤 의사와 영양학자들이 식품 내성 검사를 한다. 여섯 가지 각 항목의 음식을 한 번에 한 가지씩 먹이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증상 유발요인이 가령 양파의 올리고당인지 또는 인공감미료의 화합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오네토 박사는 “처음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식사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증상을 개선한다”며 “그 뒤로는 식품 반응검사를 통해 제한하는 음식물을 최대한 줄여나간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취지다.
위장관 깊숙한 곳
배우 제니 매카시는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하워드 스턴에게 급성 설사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했으며, 모델 타이라 뱅크스는 뱃속에 가스가 너무 많다고 가수 재닛 잭슨에게 하소연했고, 록 가수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과민성대장증후군 관련 빈혈과 “내 안의 생명을 짜내기 위해” 마시는 페니로얄(박하의 일종) 차에 관해 노래했다. 노래 가사에서 소화기 문제를 다룬 뮤지션은 그뿐이 아니다. 약 10년 전 랩가수 캄런도 위장관 질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IBS’라는 제목의 랩송을 만들었다.(“복통에 시달리네, 맑은 날이든 비오는 날이든 / 이젠 갔나 했더니, 오 이런, 또다시 오네.”)
미국 소화기학회에서 2015년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한 달 평균 이틀씩은 복통 증상으로 직장 또는 학교에 나가지 못했으며 최소 9일은 복통으로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설문 참가자 중 다수가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덜 수만 있다면 인생의 다른 즐거운 또는 필수적인 일들을 한 달 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절반 가까이는 인터넷 없이 살 의향이 있고, 40%는 성생활도 포기하겠으며, 55%는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다수가 자신의 질환으로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한다는 응답자가 3분의 1을 웃돌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의사들조차 자신들의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것은 일정 부분 그런 증상의 원인으로 여길 만한 다른 질환이 없을 경우에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유일한 병명으로 판정할 수 있는 제외진단(diagnosis of exclusion)이기 때문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오래 전부터 심인성 질환 항목으로 많이 분류돼 제약업계에 많은 이익을 안겨줬다.
이 질환은 19세기 캐나다인 의사이자 존스홉킨스대학 설립자인 윌리엄 오슬러에 의해 처음 인정받았다. 그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여성에서 일단의 공통된 증상을 관측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여겨졌으며 1970년대 후반까지 사람들은 그런 그릇된 가설을 믿었다. 1990년대 들어서야 일단의 위장병 학자가 의사들의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돕는 기준을 정립했다. 로마 I과 로마 II로 불리는 이 기준은 그 질병의 신체적인 발현에만 초점을 맞췄다. 계속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모두 정신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연구가 뒤를 이었다.
지난 1월 미국 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연구논문은 밀레니엄 코호트 조사(Millennium Cohort Study, 2000~2001년에 태어난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에 참여한 현역 군인들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군복무가 장기적인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평가하는 것으로 지금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한동안 군인에게 기능성위장장애가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직접 전쟁을 겪는 데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인지 알고자 했다. 알고 보니 트라우마가 반드시 최대 요인은 아니었다. 그보다 감염성 위장염 병력이 가장 일반적인 위협인 듯했다.
이 조사는 위장관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요즘 내세우는 이론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을 비롯한 신체 기관의 ‘좋은’ 박테리아 생태계다. 질병이나 잘못된 식품 선택으로 인해 그 미묘한 균형이 깨질 때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식품 과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오네토 박사는 “상당수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이동과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 후 현상”이라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에 관한 찬반
2007년 식음료 업체 다논은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를 모델로 내세워 TV를 통해 액티비아 광고를 내보냈다. 프로바이오틱스로 알려진 장내 유익균을 함유해 배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신제품 요구르트다. 그녀는 맛도 좋다고 열광했다. 그 광고를 거북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적지 않았다. 토요일의 심야토크쇼 SNL의 한 풍자코너에선 그녀를 연기하는 코미디언이 커머셜 감독에게 그 요구르트를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났다고 통보했다(훗날 연방거래위원회는 그 회사를 과장광고로 고발하고 광고 캠페인에서 배설에 관한 언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액티비아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해 대중적 관심을 촉발했으며 식품과 건강 보조제 업계가 그 결실을 챙겼다. 초창기 인기 프로바이오틱 식품으로는 요구르트와 콤부차(kombucha)가 꼽혔다. 그리고 요즘 소비자가 장내 균형 유지에 집착하면서 이 분야가 수십억 달러 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들은 시리얼·쿠키·캔디 등 온갖 제품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첨가한다. 법적으로는 프로바이오틱 그래놀라(조식용 시리얼)를 먹으면 뱃속이 달라진다고 주장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그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을 많은 소비자에게 심어줄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곡물에서 자연 발생하며 세계 인구 중 불과 약 1%의 소화기관에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 글루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빵을 먹고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위장병학자와 셀리악병(소장에 손상을 일으키는 소화기 자가면역질환) 환자뿐이었다. 그 뒤 식품업계가 이에 착안해 글루텐 프리(glutenfree, 밀가루 음식에 든 글루텐 단백질이 없는)를 더 건강한 식생활 방식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에 따르면 글루텐으로 이상이 생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셀리악병 진단을 받지 않고도 글루텐 프리 식사를 하는 미국의 약 180만 명에게는 그런 사실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글루텐 프리 시장의 폭발은 일정 부분 자가진단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현상이 저 포드맵 식품 매출증가도 견인할 수 있다고 글로벌 식품 동향을 파악하는 큘리너리콘시어지의 크리스틴 쿠벨리어 사장은 말한다. 시장에 출시되는 관련 제품이 늘어나면서 저 포드맵 다이어트가 널리 어필할 것으로 그녀는 예측한다. 식이요법 중인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뿐만 아니라 위장관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도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그 식사법이 도움되지 않을까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식이요법의 복잡한 세부정보를 기업들이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느냐라고 쿠벨리어 사장은 말한다. 대다수 사람은 식료품점에서 쇼핑할 때 특히 특정한 식품을 필요로 할 때는 참을성이 부족하다. 이는 광고주들이 포드맵은 ‘건강한’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믿음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쿠벨리어 사장은 “식품 맛이 좋으면 소비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시카 퍼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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