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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트럼프의 ‘브로맨스’ 끝났나

아베-트럼프의 ‘브로맨스’ 끝났나

국내 정치위기 모면 위해 급거 방미한 일본 총리,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 거의 없어
지난 4월 18일 아베 총리(왼쪽)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 사진:AP-NEWSIS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17~1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두 지도자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회담은 쉽지 않았다. 이전 회담에선 갈등이 있을 만한 문제는 피하고 긍정적인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회담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로선 일본 국내에서 사학스캔들로 정치적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뭔가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지도자로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적자를 줄이려는 생각에서 무역장벽을 강화하려는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일본을 포함한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하겠다”고 구두 약속을 한 것 외에 아베 총리는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무역 문제에서 일본이 꺼리는 미일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위한 협의체 마련에 합의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지난 3월 말 국가 안보의 명목으로 도입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시켜 달라는 요청도 사실상 거절당했다.

일본인 사이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좌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라고 말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듯하지만 그런 관계가 지금까지 일본에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예상치 않았던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이래 아베 총리는 그와 ‘동지애’를 구축하려고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처럼 애써서 만든 ‘밀월 관계’를 일본이 실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두고 회의론이 증폭됐다. 그러면서 미국이 일본을 배신했다는 일본인의 국민정서가 커진다. 그런 감정을 되돌리는 것이 아베 총리가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는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시키는 일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국내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에서 유럽연합(EU)·한국·멕시코·캐나다는 그 관세를 면제 받았지만 일본만 면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일본인은 원통해 한다. 그들은 일본도 반드시 고율 관세를 면제 받아야 한다고 확고히 믿는다.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 1위가 캐나다인 반면 일본은 7위로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물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부문이 무역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며 “우리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은 세계 각국의 불공정 무역과 나쁜 정책에 의해 수십 년간 훼손돼왔다”고 강조했다.

그런 피해의식은 1980~90년대에 만연했던 미국의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일본 수출품이 미국에 홍수처럼 밀려 들어가고 일본 기업들이 록펠러 센터와 페블비치 골프장 등 노른자위 미국 자산을 대거 사들이던 시절에도 미국은 그런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미일 무역전쟁의 절정기 이래 현실과 정서가 크게 변했다. 물론 일본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통해 미국 경제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또 아베 정부는 특히 인프라 개발에서 미국의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트럼프 정부와 협력할 기회를 논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무역협상팀은 바로 그 30년 전 미국이 채택한 접근법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이끌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당시 USTR 부대표였다. 1980년대에 일본은 주요 기업들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면서 고도성장을 이어가려 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보복 조치를 정당화하는 통상법 제301조를 무기로 일본을 압박했다. 게다가 피터 나바로가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으로 미국 경제 정책을 입안하는 핵심 인물로 재부상한 것도 일본으로선 부담스럽다. 강경파로 손꼽히는 그는 약 690억 달러에 이르는 대일 무역 적자에 초점을 맞춰 일본을 상대로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이 무역관계를 보는 관점의 차이는 더 커질 듯하다. 일본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아도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살려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그 핵심국으로 부상했지만 미국은 보호주의 정책을 취하며 무역장벽을 세우는 데 몰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총리와의 첫 회담이 끝난 뒤 트위터를 통해 “일본과 한국은 미국이 TPP로 다시 돌아가기 바라지만 나는 미국 입장에서 그 협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자간 협정은 (고려해야 할) 만일의 사태가 너무 많고, 만약 작동하지 않을 경우 빠져나올 방법도 없다. 양자 협정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이득이 되며 우리 노동자에게도 더 낫다.” 그처럼 트럼프 정부는 무역 협상을 할 때도 특정 국가와의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양자 협정을 선호한다.

아베 총리는 18일 회담을 끝낸 뒤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협정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과의 무역과 관련해 1대1 협정을 협상한다”면서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일본과 양국 모두에 좋은 무역협정을 갖게 될 것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일본은 철강·알루미늄의 관세 면제를 위해 미국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며 “일본의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 안보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양자 무역협정을 먼저 합의해야 관세를 면제해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으로 일본은 만약 관세를 일괄적으로 면제 받지 못한다면 특정 항목만이라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협상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

아무튼 분명한 점은 아베 총리가 골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무리 개인적으로 친하게 보였다고 해도 지금까지 아베 총리의 입지를 강화해줄 만한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베 총리는 세계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최장기 집권에 성공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따라서 그가 자신의 입지를 손상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는지 여부에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 고토 시호코



※ [필자는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이다. 이 글은 윌슨 센터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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