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악당에게도 공감이 가네”
“어라, 악당에게도 공감이 가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공동 감독 조와 앤서니 루소…액션과 코미디, 감동이 어우러진 히어로 영화로 마블의 미래를 움직인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세상을 종말에서 구한다면 조와 앤서니 루소 형제에게 감사할 일이다. 4년 전 그들은 마블 스튜디오를 팬들의 분노의 불길에서 구했다. ‘인피니티 워’를 감독한 루소 형제는 4년 전 ‘아이언맨 3’와 ‘토르: 다크 월드’가 나온 직후 마블 스튜디오에 합류했다. 이 두 영화는 흥행에서는 블록버스터였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만화책 마니아들이 보기엔 실패작이었다.
두 작품 모두 마블의 수작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 대신 우중충하고 침울한 기운이 감돈다. 팬들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통 받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스 웨던 감독이 2012년 ‘어벤져스’(미국에서만 15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에서 보여줬던 유머와 영웅적 행동의 재미있는 혼합을 원한다. 루소 형제가 마블에서 감독한 첫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이하 ‘윈터 솔져’)였다. 위트가 넘치고 플롯이 세심하게 짜인 정치 스릴러다. 루소 형제는 이전에 고예산 영화를 찍은 경험이 없었다. 코미디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들은 ‘유, 미앤 듀프리’(2006)를 포함해 몇 편의 장편영화와 TV 시트콤 ‘못말리는 패밀리’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루소 형제는 마블의 히어로 영화엔 잘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다. 요란한 전투 장면을 위주로 한 히어로 영화의 공식에 적절한 유머(일례로 이들은 새뮤얼 L. 잭슨이 연기한 닉 퓨리 캐릭터를 아주 코믹하게 그렸다)와 가슴 찡한 감동을 곁들였다. 또한 이 장르가 처음인 두 사람은 골수 팬들과 초보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냈다.루소 형제는 마블에서의 두 번째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이하 ‘시빌 워’)에서 몇 가지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그들은 이 2시간 30분짜리 영화 안에서 장차 나올 속편 2편(4억 달러의 예산이 들었다고 알려진 ‘인피니티 워’가 그 첫 번째다)을 위한 기초를 만들고, 스파이더맨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합류시키고, 저마다 ‘주인공으로 활약할 순간’을 기대하는 수많은 스타 배우들을 만족시켜야 했다.
이 영화에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등 총 12명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했다. 루소 형제는 액션과 코미디, 감동을 멋지게 한데 엮어내는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중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최초의 작품이 됐다.
시트콤을 만들어본 경험은 방대한 캐스트를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앙상블 스토리텔링을 정말 좋아한다”고 앤서니가 말했다. “다양한 캐릭터의 시각을 내러티브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빌 워’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똑같은 극적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다. 앤트맨(폴러드)과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경우 어벤져스의 다른 멤버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드는 갈등의 앙금이 없었다. 따라서 이 두 캐릭터가 영화에 밝은 분위기를 선사할 수 있었다.”‘인피니티 워’에서는 캐릭터가 더 늘어 출연하는 스타 배우들의 수도 2배 정도로 불어났다. “이 영화에는 주요 캐릭터만 22명에 5~6명의 악당이 등장한다”고 스턴트 감독 샘 하그레이브가 말했다. 이런 상황은 루소 형제에게 그들의 특기인 ‘슈퍼히어로들의 재미있는 조우’를 수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의미했다. 조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와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만남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만남(조는 이 둘의 조우가 “자기도취증에 빠진 베타피시 두 마리가 한 어항에 갇힌 꼴”이라고 설명했다)을 꼽았다.
조와 앤서니 형제는 일할 때 각자 맡는 비중이 비슷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터라 거의 직관적으로 호흡이 잘 맞는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각자가 맡을 일을 나누지 않는다”고 앤서니는 말했다. 루소 형제를 만나기 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2번 출연했던 에반스는 그들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블록버스터를 만들 때는 대단한 야망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 두 사람은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마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기분이었다.”
또 루소 형제가 지닌 영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배우들의 동기유발에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모두가 잘 아는 예를 들어가며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를 이해시킨다”고 에반스는 덧붙였다. “그들은 ‘이 장면에선 화를 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대목에선 영화 ‘히트’에서 알 파치노가 했듯이 연기하면 된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한다.”
루소 형제에 따르면 ‘윈터 솔저’는 알란 파큘라 감독의 정치 스릴러 ‘암살단’(1974)에서, ‘시빌 워’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1995)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피니티워’의 경우엔 존 허츠펠드 감독의 ‘48시간의 킬링 게임’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미국 범죄 코미디 ‘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만화책의 세계 밖에서 영감을 찾은 것이 더 조용하고 현실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조 루소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절제하라’는 것이었는데 난 그 말을 갖고 그를 놀렸지만 마음 속으로는 존경하고 감사했다”고 요한슨은 말했다. “그것은 ‘돋보이고 싶어서 과장하려는 본능에 맞서라’는 의미다.”
스턴트 감독 하그레이브는 루소 형제가 촬영장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색다른 방법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스턴트 파트에서 사용하는 ‘운동 챌린지’ 요법으로 캐스트와 스태프 모두에게 1시간에 한번 팔굽혀펴기나 스쿼트, 또는 런지 동작을 15회씩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시나리오를 손보다가도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가 함께 그 동작을 했다”고 하그레이브는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이런 느긋한 분위기와 달리 모든 제작 과정은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졌다. 루소 형제는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토퍼 마커스, 스티븐 맥필리와 함께 수개월 동안 캐릭터 간의 관계를 설정했다. “우리는 자석칠판에 모든 캐릭터의 사진을 붙여가며 의논했다”고 조는 말했다. “각 캐릭터와 플롯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개인적 이해관계를 짜냈다. 몹시 힘든 작업이었다.” 사실 이 일은 ‘시빌 워’의 플롯 작업 때부터 시작됐다.
마블 팬들이 어벤져스의 대다수 멤버들을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바로 그 작품이었다. 멤버들 간의 전쟁을 그린 이 영화는 그들이 서로 반목하는 상태에서 끝맺는다. 이럴 껄끄러운 관계는 ‘인피니티 워’로 이어진다. 루소 형제가 심혈을 기울인 두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의 관계가 특히 그렇다.
‘아이언맨 2’와 ‘어벤져스’에서 블랙 위도우는 성적 매력이 있는 킬러의 전형을 보여줬다. 반면 루소 형제는 전후맥락을 강조하면서 그녀를 전략적인 공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어벤져스 멤버들을 한데 불러모은 정부 군사 조직 쉴드가 나치 잔재 세력 히드라에 장악 당하자 블랙 위도우와 캡틴 아메리카는 즉각 힘을 합치지만 ‘시빌 워’에서는 그들의 연대가 깨진다.
앤서니는 자신과 조가 “특정 캐릭터에 의존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양한 슈퍼 히어로와 들러리들 간의 관계를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설정했다. 이들의 관계가 어찌나 복잡한지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 크로스오버 영화가 필요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온 영화가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과 ‘블랙 팬서’(2018)다.‘인피니티 워’에는 티찰라의 가족과 와칸다의 지원팀 등 수많은 캐릭터가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팬들이 정말 보고 싶어하는 캐릭터는 타노스(조시 브롤린)다. 키 2.4m가 넘는 거구의 이 에일리언은 마블 영화 역사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악당이다. 팬들은 20년이 넘도록 타노스를 예고편과 부수적인 장면에서 찔끔찔끔 봐왔던 터라 그의 본격적인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루소 형제는 타노스의 컴퓨터 생성 이미지에 슈퍼악당으로서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고자 했다. “타노스에게서 놀라운 점은 그가 우주 파괴라는 끔찍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마음속에 대단한 확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앤서니는 말했다. “영화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의 일부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관객이 악당에게 공감하는 자신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질 만한 대목이다.”
“타노스를 응원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그에게서 대단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고 ‘인피니티 워’의 시각효과 감독 댄 델리우가 말했다. “타노스 역을 맡은 브롤린이 대사를 어떻게 전달할까 생각할 때 눈이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모든 순간을 캡처했다. 그의 모공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델리우의 팀은 ‘메두사’라고 불리는 고급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했다. 델리우는 브롤린이 루소 형제와 타노스의 캐릭터 설정을 논의하는 과정도 모두 카메라에 담아 모션 캡처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브롤린의 치아까지 캡처해서 타노스의 몸 크기에 맞게 확대했다.” 물론 팬들의 관심은 타노스의 치아보다 루소 형제가 마블 영화 사상 최대 야심작인 이 영화를 과연 어떻게 만들어냈는지에 더 쏠린다.
한편 루소 형제의 입장에서 볼 때 2019년 나올 ‘인피니티 워’의 속편(제목 미정) 제작은 오랜 꿈의 완성을 의미한다. “난 2008년 ‘아이언맨’을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조는 말했다. “그 영화를 너무도 좋아해서 ‘시빌 워’에 아이언맨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인피니티워’와 그 속편이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영화의 정점을 이룬다는 점 또한 가슴 벅차다. 그게 중요하다. 우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흠모한다. 그가 연기하는 아이언맨 캐릭터는 속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에밀리 고데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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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마블의 수작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 대신 우중충하고 침울한 기운이 감돈다. 팬들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통 받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스 웨던 감독이 2012년 ‘어벤져스’(미국에서만 15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에서 보여줬던 유머와 영웅적 행동의 재미있는 혼합을 원한다. 루소 형제가 마블에서 감독한 첫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이하 ‘윈터 솔져’)였다. 위트가 넘치고 플롯이 세심하게 짜인 정치 스릴러다. 루소 형제는 이전에 고예산 영화를 찍은 경험이 없었다. 코미디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들은 ‘유, 미앤 듀프리’(2006)를 포함해 몇 편의 장편영화와 TV 시트콤 ‘못말리는 패밀리’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루소 형제는 마블의 히어로 영화엔 잘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다. 요란한 전투 장면을 위주로 한 히어로 영화의 공식에 적절한 유머(일례로 이들은 새뮤얼 L. 잭슨이 연기한 닉 퓨리 캐릭터를 아주 코믹하게 그렸다)와 가슴 찡한 감동을 곁들였다. 또한 이 장르가 처음인 두 사람은 골수 팬들과 초보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냈다.루소 형제는 마블에서의 두 번째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이하 ‘시빌 워’)에서 몇 가지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그들은 이 2시간 30분짜리 영화 안에서 장차 나올 속편 2편(4억 달러의 예산이 들었다고 알려진 ‘인피니티 워’가 그 첫 번째다)을 위한 기초를 만들고, 스파이더맨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합류시키고, 저마다 ‘주인공으로 활약할 순간’을 기대하는 수많은 스타 배우들을 만족시켜야 했다.
이 영화에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등 총 12명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했다. 루소 형제는 액션과 코미디, 감동을 멋지게 한데 엮어내는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중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최초의 작품이 됐다.
시트콤을 만들어본 경험은 방대한 캐스트를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앙상블 스토리텔링을 정말 좋아한다”고 앤서니가 말했다. “다양한 캐릭터의 시각을 내러티브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빌 워’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똑같은 극적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다. 앤트맨(폴러드)과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경우 어벤져스의 다른 멤버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드는 갈등의 앙금이 없었다. 따라서 이 두 캐릭터가 영화에 밝은 분위기를 선사할 수 있었다.”‘인피니티 워’에서는 캐릭터가 더 늘어 출연하는 스타 배우들의 수도 2배 정도로 불어났다. “이 영화에는 주요 캐릭터만 22명에 5~6명의 악당이 등장한다”고 스턴트 감독 샘 하그레이브가 말했다. 이런 상황은 루소 형제에게 그들의 특기인 ‘슈퍼히어로들의 재미있는 조우’를 수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의미했다. 조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와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만남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만남(조는 이 둘의 조우가 “자기도취증에 빠진 베타피시 두 마리가 한 어항에 갇힌 꼴”이라고 설명했다)을 꼽았다.
조와 앤서니 형제는 일할 때 각자 맡는 비중이 비슷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터라 거의 직관적으로 호흡이 잘 맞는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각자가 맡을 일을 나누지 않는다”고 앤서니는 말했다. 루소 형제를 만나기 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2번 출연했던 에반스는 그들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블록버스터를 만들 때는 대단한 야망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 두 사람은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마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기분이었다.”
또 루소 형제가 지닌 영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배우들의 동기유발에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모두가 잘 아는 예를 들어가며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를 이해시킨다”고 에반스는 덧붙였다. “그들은 ‘이 장면에선 화를 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대목에선 영화 ‘히트’에서 알 파치노가 했듯이 연기하면 된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한다.”
루소 형제에 따르면 ‘윈터 솔저’는 알란 파큘라 감독의 정치 스릴러 ‘암살단’(1974)에서, ‘시빌 워’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1995)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피니티워’의 경우엔 존 허츠펠드 감독의 ‘48시간의 킬링 게임’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미국 범죄 코미디 ‘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만화책의 세계 밖에서 영감을 찾은 것이 더 조용하고 현실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조 루소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절제하라’는 것이었는데 난 그 말을 갖고 그를 놀렸지만 마음 속으로는 존경하고 감사했다”고 요한슨은 말했다. “그것은 ‘돋보이고 싶어서 과장하려는 본능에 맞서라’는 의미다.”
스턴트 감독 하그레이브는 루소 형제가 촬영장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색다른 방법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스턴트 파트에서 사용하는 ‘운동 챌린지’ 요법으로 캐스트와 스태프 모두에게 1시간에 한번 팔굽혀펴기나 스쿼트, 또는 런지 동작을 15회씩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시나리오를 손보다가도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가 함께 그 동작을 했다”고 하그레이브는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이런 느긋한 분위기와 달리 모든 제작 과정은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졌다. 루소 형제는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토퍼 마커스, 스티븐 맥필리와 함께 수개월 동안 캐릭터 간의 관계를 설정했다. “우리는 자석칠판에 모든 캐릭터의 사진을 붙여가며 의논했다”고 조는 말했다. “각 캐릭터와 플롯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개인적 이해관계를 짜냈다. 몹시 힘든 작업이었다.” 사실 이 일은 ‘시빌 워’의 플롯 작업 때부터 시작됐다.
마블 팬들이 어벤져스의 대다수 멤버들을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바로 그 작품이었다. 멤버들 간의 전쟁을 그린 이 영화는 그들이 서로 반목하는 상태에서 끝맺는다. 이럴 껄끄러운 관계는 ‘인피니티 워’로 이어진다. 루소 형제가 심혈을 기울인 두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의 관계가 특히 그렇다.
‘아이언맨 2’와 ‘어벤져스’에서 블랙 위도우는 성적 매력이 있는 킬러의 전형을 보여줬다. 반면 루소 형제는 전후맥락을 강조하면서 그녀를 전략적인 공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어벤져스 멤버들을 한데 불러모은 정부 군사 조직 쉴드가 나치 잔재 세력 히드라에 장악 당하자 블랙 위도우와 캡틴 아메리카는 즉각 힘을 합치지만 ‘시빌 워’에서는 그들의 연대가 깨진다.
앤서니는 자신과 조가 “특정 캐릭터에 의존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양한 슈퍼 히어로와 들러리들 간의 관계를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설정했다. 이들의 관계가 어찌나 복잡한지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 크로스오버 영화가 필요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온 영화가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과 ‘블랙 팬서’(2018)다.‘인피니티 워’에는 티찰라의 가족과 와칸다의 지원팀 등 수많은 캐릭터가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팬들이 정말 보고 싶어하는 캐릭터는 타노스(조시 브롤린)다. 키 2.4m가 넘는 거구의 이 에일리언은 마블 영화 역사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악당이다. 팬들은 20년이 넘도록 타노스를 예고편과 부수적인 장면에서 찔끔찔끔 봐왔던 터라 그의 본격적인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루소 형제는 타노스의 컴퓨터 생성 이미지에 슈퍼악당으로서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고자 했다. “타노스에게서 놀라운 점은 그가 우주 파괴라는 끔찍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마음속에 대단한 확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앤서니는 말했다. “영화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의 일부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관객이 악당에게 공감하는 자신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질 만한 대목이다.”
“타노스를 응원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그에게서 대단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고 ‘인피니티 워’의 시각효과 감독 댄 델리우가 말했다. “타노스 역을 맡은 브롤린이 대사를 어떻게 전달할까 생각할 때 눈이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모든 순간을 캡처했다. 그의 모공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델리우의 팀은 ‘메두사’라고 불리는 고급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했다. 델리우는 브롤린이 루소 형제와 타노스의 캐릭터 설정을 논의하는 과정도 모두 카메라에 담아 모션 캡처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브롤린의 치아까지 캡처해서 타노스의 몸 크기에 맞게 확대했다.” 물론 팬들의 관심은 타노스의 치아보다 루소 형제가 마블 영화 사상 최대 야심작인 이 영화를 과연 어떻게 만들어냈는지에 더 쏠린다.
한편 루소 형제의 입장에서 볼 때 2019년 나올 ‘인피니티 워’의 속편(제목 미정) 제작은 오랜 꿈의 완성을 의미한다. “난 2008년 ‘아이언맨’을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조는 말했다. “그 영화를 너무도 좋아해서 ‘시빌 워’에 아이언맨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인피니티워’와 그 속편이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영화의 정점을 이룬다는 점 또한 가슴 벅차다. 그게 중요하다. 우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흠모한다. 그가 연기하는 아이언맨 캐릭터는 속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에밀리 고데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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