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빅브라더’가 고개 든다
중국판 ‘빅브라더’가 고개 든다
개인의 공적·사적 행동 평가해 혜택과 불이익 주는 사회신용제도 2020년까지 전면 도입 예정 중국의 탐사보도 기자인 류후는 지난해 광저우행 항공편을 예약하던 중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러 항공사로부터 항공권 예약을 거부당하자 그는 중국 정부가 항공기 탑승이 금지된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 명단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이 거기에 포함돼 있음을 깨달았다.
류는 2016년 소셜미디어에 관리들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면서 중국 정부의 미움을 샀다. 그는 벌금을 물고 공식 사과를 강요당했다. 그 절차를 거친 뒤 그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류는 항공 여행을 금지당했을 뿐 아니라 ‘부정직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여러 서비스 사용을 제한 받았다.
그는 “내 일상생활이 아주 불편해졌다”고 푸념했다. “부동산을 매입할 수도 없다. 딸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도 안 되고 고속철도도 못 탄다.”
류는 소위 ‘사회신용제도’의 덫에 걸린 중국 인민 중 한 명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사회신용제도 구축을 위한 지침’을 처음 발표하며 데이터를 활용해 인민의 행동을 모니터하고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으면 보상하고 점수가 낮으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포했다. 무엇을 구입하고, 어떤 친구를 만나고, 공과금을 제때 내는지 등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된다는 뜻이다. 당국은 이를 토대로 각 개인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이 제도 아래선 엘리트층은 더 나은 사회적 특권을 누릴 수 있고 사회의 아래쪽에 위치하는 인민은 사실상 ‘2등 국민’이 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 제도를 전면 도입해 14억 인구 전원이 예외 없이 사회신용도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 제도를 항공·기차 여행에 적용해 류처럼 ‘나쁜 행동’을 한 사람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그런 교통편을 1년 동안 이용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5월 1일 발효된 이 규정은 “신용 있는 사람은 하늘 아래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신용 없는 사람은 단 한 걸음도 떼기 어렵도록 만들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전과 일치한다.
미래의 반이상향 사회를 그린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 중 ‘추락(Nosedive)’편의 줄거리와 흡사하다. 모든 사람이 증강현실(AR)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를 별 5개 만점으로 평가하는 허구의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사람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상 친절하고 공손하게 행동해야 하는 거짓된 사회를 살아간다. 주인공인 여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인 4.2점을 획득하지만, 집 사는 데 필요한 보증금을 할인 받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수다. 그녀는 목표치를 달성하려 노력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개인 평가에 따른 ‘군중의 횡포’를 그리지만 그와 달리 중국의 사회신용 평가 시스템은 국가 권력의 압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중국 정부는 ‘더 믿을 만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 제도가 인민의 경제활동과 정치적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선임연구원 마야왕은 “사회신용제도는 중국 정부가 인민의 좋은 행동을 장려하고 나쁜 행동을 벌하는 전면적인 사회 통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시스템”이라며 “이 시스템이 계속 진화하면 앞으로 더 많은 통제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사회신용제도를 처음 도입하면서 최종 시스템을 2020년까지 확정해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왕 연구원은 중국 전체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사회신용제도가 그처럼 빨리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전은 아주 야심적이지만 현실을 거기에 따라가지 못할 듯하다.”
한편 국가 차원의 사회신용제도가 아직 개발되는 중인 상황에서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독자적인 시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의 도시 상하이에선 부모를 자주 보러가지 않거나(효도 여부), 불법 주차를 하거나, 혼인 신고에서 자신의 이력을 속이거나, 기차표를 암표로 사고 파는 행위가 개인의 사회신용 점수를 낮추는 나쁜 행동에 속한다.
중국 동남부 장쑤성의 쑤저우에선 현재 자원한 시민에 한해 당국이 200점 만점의 점수제로 개인의 사회신용을 평가한다. 모든 참가자는 100점에서 시작해 행동 평가 기준에 따라 점수가 깎이거나 높아진다. 2016년 쑤저우 경찰은 1ℓ 이상 헌혈하고 500시간 이상 자원봉사한 시민이 134점으로 쑤저우 사회신용 점수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참가한 시민은 점수에 따라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 받거나 병원에 갈 때 대기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쑤저우 당국은 앞으로 이 제도를 확대해 대중교통을 무임승차하거나 식당에 예약한 뒤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은 사소한 위반까지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얼굴인식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평가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8개 민간업체에 사회신용 평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 이 제도의 전국적인 시행 전에 좀 더 지켜보며 배우겠다는 뜻이다.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와 연계된 업체 세사미 크레딧은 최저 350점에서 최고 950점 사이에서 고객의 점수를 매긴다.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 신용 이력, 개인적 특성, 행동 및 선호, 대인관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쇼핑 습관이 어떤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심지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전체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세사미 크레딧의 리잉윈 기술담당 이사는 “예를 들어 하루 10시간씩 비디오게임을 하면 게으른 사람으로 분류돼 점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저귀를 자주 구입하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 사람은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에서 각 개인은 점수대에 따라 혜택을 누린다. 예를 들어 600점을 얻은 사람은 5000 위안(약 82만원) 상당의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고, 650점을 얻은 사람은 차를 보증금 없이 빌릴 수 있으며, 700점 이상의 고득점자는 별도의 서류제출 없이 싱가포르 여행 자격을 얻는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월간 와이어드 UK는 이렇게 전했다. “저득점자들은 인터넷 속도에 제한을 받을 것이다. 이들은 해외로 여행갈 권리는커녕 식당이나 클럽, 골프장 출입에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험이나 대출 자격 요건, 심지어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평판을 사고파는 암시장까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세사미 크레딧은 채점에 사용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수백만 명이 그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 세사미 크레딧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그 데이터를 당국과 공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그런 민간기업의 시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정대로 전국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한다면 중국 공산당은 모든 인민의 행동을 모니터하고 지도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사회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의 “전면적인 사회·정치 통제”가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독일 소재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의 객원 연구원 사만사 호프먼이 말했다. “중국 사회신용제도의 1차적 목표가 공산당의 권력 유지다.”
영국 런던대학 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중국이 도입하고 있는 사회신용제도의 또 다른 목표는 인민의 행동을 공산당의 비전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행동이나 습관이 바람직하고 어떤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결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현재 중국을 지배하는 공산당 지도부에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좋아하는 행동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전부 나쁜 행동이다. 특히 공산당의 지배권에 도전하는 행위는 아주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신용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시민운동가들은 이 시스템이 전면 도입된다면 당국의 개인 권리 침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부는 중국의 사회신용제도를 조지 오웰의 반이상향적 소설 ‘1984’에 묘사되는 ‘빅브라더’와 독재통치에 견준다. 또 이 시스템이 부패를 더욱 조장하고 사회신용을 조작하는 해커들의 기승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모든 우려와 경고가 순전히 추측을 바탕으로 할 뿐이다.
한편 류는 지금 자신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서 지우기 위해 중국 정부의 완고한 관료주의와 힘든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그는 “변호사를 고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중국 정부를 설득하거나 올바로 시비를 가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달부터 여행 제한이 실시되면 난 3등 완행열차를 이용할 수 있을 뿐 다른 대안이 없어 난감하다.”
- 크리스티나 자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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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는 2016년 소셜미디어에 관리들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면서 중국 정부의 미움을 샀다. 그는 벌금을 물고 공식 사과를 강요당했다. 그 절차를 거친 뒤 그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류는 항공 여행을 금지당했을 뿐 아니라 ‘부정직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여러 서비스 사용을 제한 받았다.
그는 “내 일상생활이 아주 불편해졌다”고 푸념했다. “부동산을 매입할 수도 없다. 딸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도 안 되고 고속철도도 못 탄다.”
류는 소위 ‘사회신용제도’의 덫에 걸린 중국 인민 중 한 명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사회신용제도 구축을 위한 지침’을 처음 발표하며 데이터를 활용해 인민의 행동을 모니터하고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으면 보상하고 점수가 낮으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포했다. 무엇을 구입하고, 어떤 친구를 만나고, 공과금을 제때 내는지 등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된다는 뜻이다. 당국은 이를 토대로 각 개인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이 제도 아래선 엘리트층은 더 나은 사회적 특권을 누릴 수 있고 사회의 아래쪽에 위치하는 인민은 사실상 ‘2등 국민’이 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 제도를 전면 도입해 14억 인구 전원이 예외 없이 사회신용도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 제도를 항공·기차 여행에 적용해 류처럼 ‘나쁜 행동’을 한 사람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그런 교통편을 1년 동안 이용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5월 1일 발효된 이 규정은 “신용 있는 사람은 하늘 아래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신용 없는 사람은 단 한 걸음도 떼기 어렵도록 만들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전과 일치한다.
미래의 반이상향 사회를 그린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 중 ‘추락(Nosedive)’편의 줄거리와 흡사하다. 모든 사람이 증강현실(AR)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를 별 5개 만점으로 평가하는 허구의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사람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상 친절하고 공손하게 행동해야 하는 거짓된 사회를 살아간다. 주인공인 여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인 4.2점을 획득하지만, 집 사는 데 필요한 보증금을 할인 받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수다. 그녀는 목표치를 달성하려 노력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개인 평가에 따른 ‘군중의 횡포’를 그리지만 그와 달리 중국의 사회신용 평가 시스템은 국가 권력의 압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중국 정부는 ‘더 믿을 만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 제도가 인민의 경제활동과 정치적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선임연구원 마야왕은 “사회신용제도는 중국 정부가 인민의 좋은 행동을 장려하고 나쁜 행동을 벌하는 전면적인 사회 통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시스템”이라며 “이 시스템이 계속 진화하면 앞으로 더 많은 통제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사회신용제도를 처음 도입하면서 최종 시스템을 2020년까지 확정해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왕 연구원은 중국 전체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사회신용제도가 그처럼 빨리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전은 아주 야심적이지만 현실을 거기에 따라가지 못할 듯하다.”
한편 국가 차원의 사회신용제도가 아직 개발되는 중인 상황에서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독자적인 시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의 도시 상하이에선 부모를 자주 보러가지 않거나(효도 여부), 불법 주차를 하거나, 혼인 신고에서 자신의 이력을 속이거나, 기차표를 암표로 사고 파는 행위가 개인의 사회신용 점수를 낮추는 나쁜 행동에 속한다.
중국 동남부 장쑤성의 쑤저우에선 현재 자원한 시민에 한해 당국이 200점 만점의 점수제로 개인의 사회신용을 평가한다. 모든 참가자는 100점에서 시작해 행동 평가 기준에 따라 점수가 깎이거나 높아진다. 2016년 쑤저우 경찰은 1ℓ 이상 헌혈하고 500시간 이상 자원봉사한 시민이 134점으로 쑤저우 사회신용 점수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참가한 시민은 점수에 따라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 받거나 병원에 갈 때 대기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쑤저우 당국은 앞으로 이 제도를 확대해 대중교통을 무임승차하거나 식당에 예약한 뒤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은 사소한 위반까지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얼굴인식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평가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8개 민간업체에 사회신용 평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 이 제도의 전국적인 시행 전에 좀 더 지켜보며 배우겠다는 뜻이다.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와 연계된 업체 세사미 크레딧은 최저 350점에서 최고 950점 사이에서 고객의 점수를 매긴다.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 신용 이력, 개인적 특성, 행동 및 선호, 대인관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쇼핑 습관이 어떤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심지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전체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세사미 크레딧의 리잉윈 기술담당 이사는 “예를 들어 하루 10시간씩 비디오게임을 하면 게으른 사람으로 분류돼 점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저귀를 자주 구입하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 사람은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에서 각 개인은 점수대에 따라 혜택을 누린다. 예를 들어 600점을 얻은 사람은 5000 위안(약 82만원) 상당의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고, 650점을 얻은 사람은 차를 보증금 없이 빌릴 수 있으며, 700점 이상의 고득점자는 별도의 서류제출 없이 싱가포르 여행 자격을 얻는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월간 와이어드 UK는 이렇게 전했다. “저득점자들은 인터넷 속도에 제한을 받을 것이다. 이들은 해외로 여행갈 권리는커녕 식당이나 클럽, 골프장 출입에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험이나 대출 자격 요건, 심지어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평판을 사고파는 암시장까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세사미 크레딧은 채점에 사용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수백만 명이 그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 세사미 크레딧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그 데이터를 당국과 공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그런 민간기업의 시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정대로 전국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한다면 중국 공산당은 모든 인민의 행동을 모니터하고 지도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사회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의 “전면적인 사회·정치 통제”가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독일 소재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의 객원 연구원 사만사 호프먼이 말했다. “중국 사회신용제도의 1차적 목표가 공산당의 권력 유지다.”
영국 런던대학 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중국이 도입하고 있는 사회신용제도의 또 다른 목표는 인민의 행동을 공산당의 비전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행동이나 습관이 바람직하고 어떤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결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현재 중국을 지배하는 공산당 지도부에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좋아하는 행동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전부 나쁜 행동이다. 특히 공산당의 지배권에 도전하는 행위는 아주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신용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시민운동가들은 이 시스템이 전면 도입된다면 당국의 개인 권리 침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부는 중국의 사회신용제도를 조지 오웰의 반이상향적 소설 ‘1984’에 묘사되는 ‘빅브라더’와 독재통치에 견준다. 또 이 시스템이 부패를 더욱 조장하고 사회신용을 조작하는 해커들의 기승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모든 우려와 경고가 순전히 추측을 바탕으로 할 뿐이다.
한편 류는 지금 자신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서 지우기 위해 중국 정부의 완고한 관료주의와 힘든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그는 “변호사를 고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중국 정부를 설득하거나 올바로 시비를 가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달부터 여행 제한이 실시되면 난 3등 완행열차를 이용할 수 있을 뿐 다른 대안이 없어 난감하다.”
- 크리스티나 자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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