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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주목할 차세대 신약] 비만도 잡는 당뇨병 치료제 ... 20년 만에 등장한 아토피 신약

[2018 주목할 차세대 신약] 비만도 잡는 당뇨병 치료제 ... 20년 만에 등장한 아토피 신약

부작용 줄인 혈우병 치료제 … 알츠하이머·에이즈 분야 약도 속속 등장



바이오주 거품 논란이 일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난치병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암·당뇨·에이즈·알츠하이머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업·과학자가 매달려 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하나둘 성과도 나오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약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인공지능으로 혁신 신약 물질을 예전보다 쉽게 탐색하고 3D 프린터로 나만의 의약품을 출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신약 개발의 문턱은 높다. 개발 중인 신약 10개 가운데 9개는 실패로 끝난다. 세계 바이오·제약 업계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과 차세대 신약, 국내 바이오 열풍의 허상 등을 짚어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1만1459건. 2018년 4월 기준,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의 숫자다. 이 가운데 임상 3상을 통과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약품은 199개다. 그나마 이 중 75%가 고비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FDA는 2016년 22개, 2017년 46개의 약품만 허가했다. 유럽 인허가 현황도 비슷하다. 6341개의 신약이 공식적으로 개발 중인데, 3상을 통과한 숫자는 181개에 불과하다. 2017년 승인받은 신약은 30개뿐이다.

이렇게 좁은 문을 통과한 의약품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신약이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한 차원 높은 약효를 가진 혁신 신약이다. 탁월한 성능에 시장성까지 갖춘 기대주다. 지난해 FDA 승인을 받은 주요 신약을 살펴 보자. 첫 주자는 2017년 1월에 승인을 받은 시너지파마의 변비치료제 트루란스다. 매일 한 알 복용하면 만성 변비 문제를 해결해준다. 신약이 드물게 나오는 변비 분야의 신진 기대주다. 밸리언트가 제조한 건선 치료제 실릭도 관문을 통과했다. 건선은 피부 질환이다. 가려움증과 염증을 일으키고, 피부가 붉게 변하는 홍변 증상이 발생한다. 두피·팔꿈치·엉덩이에 주로 발생하는 피부 질환이다. 피부 질환 치료의 명가인 얀센 생명과학의 건선 치료 주사제 트렘피어도 주목을 받는 약품이다. 지난해 7월 FDA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선 지난 4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차세대 유방암 치료제 잇따라 승인
주목할 신약이 잇따라 등장한 질환도 있다. 릴리와 노바티스에서 유방암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유방암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암 연구소는 미국에서만 2018년 25만2710명의 여성이 유방암 판정을 받고, 이 가운데 4만610명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방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신약은 노바티스의 키스콸리와 일라이 릴리의 버제니오다. 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특정 분자를 막아주는 치료제다.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도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신약이다. 유방암 억제 치료에 주로 사용한 약품은 2015년 출시한 화이자의 입랜스다. 입랜스는 한국에는 2016년 11월 국내 출시됐고 일년 후인 2017년 11월 보험수가 적용을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신약이 국내 보험 수가를 받는데에 보통 1~2년이 걸린다. 업계에선 키스콸리와 버제니아가 보험 수가를 받는 기간도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분야에서도 신약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전자면역세포(CAR-T) 치료제가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FDA는 지난해 8월 노바티스의 유전자 치료제 킴리아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로 허가했다. 이어 10월에는 길리어드의 유전자 치료제 예스카타가 재발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았다. CAR-T는 특정 암세포의 항원을 인식하는 수용체를 T세포에 접합한 치료제다. 환자의 T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해 만든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환자의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독일 머크와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항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도 희귀 피부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바벤시오는 머크와 화이자를 울고 웃게 만들어온 신약이다. 피부암에는 효과를 인정 받았지만, 야심차게 진행했던 방광암과 위암에선 임상을 실패한 탓이다.

혈우병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로슈의 혁신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가 지난해 11월 FDA 승인을 받았다. 혈우병은 혈액응고 인자가 없어서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는 데 정상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국 NIH는 혈우병이 남성 약 5000명 당 1명 꼴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는 혈액 내 부족한 응고 인자를 약물 투입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간혹 외부 약물에 면역 반응을 보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매주 두 번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헴리브라는 혈액 내 다른 응고 인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면역 부작용을 줄였다. 주 1회 혈관이 아니라 피부 아래에만 주사하는 방식이라 혈우병 환자의고통을 다소 덜어 줄 수 있다.

난치병으로 알려진 에이즈 신약도 나왔다. 빅타르비는 지난 2월 FDA에서 허가한 새로운 에이즈 신약이다. 에이즈 치료가 아니라 악화를 막아준다. 기존 약도 동일하다. 신약의 강점은 내성을 줄인 점이다. 같은 약을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진다. 기존 에이즈 치료제의 약점이었다. 빅타르비는 빅테그라비르(B), 엠트리시타빈(F),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TAF)의 세 가지 성분을 모은 복합제다. 이 중 빅테그라비르는 내성 발생 위험이 낮은 강력한 통합효소억제제(INSTI)다. 기존 약품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더 오래 복용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미국·프랑스·스페인·독일의 에이즈 양성 환자 563명이 임상에 참여했다. 연구를 총괄한 프랑스 루이스병원 쟝 미카엘 몰리나 박사는 “새로운 치료제인 빅테그라비르 복합제와 트리멕 복합제는 모두 바이러스에 높은 억제 효과를 보인 동시에 내성과 이상반응이 적어 좋은 치료 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면역항암제 분야에서도 성과 꾸준해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은 지난해 12월 FDA 허가를 받았고, 올해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승인까지 취득한 당뇨약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촉진제 계열의 새로운 2형 당뇨병 치료제이다.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혈당을 떨어뜨리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미국 당뇨병 시장에서 7번째 출시된 GLP-1 제제다. 주 1회만 사용하는 치료제다. 최근 오젬픽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월 17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내분비 학회 학술 회의에서 당뇨뿐 아니라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957명이 참여한 임상 2상 결과 참가자의 체중 13.7%가 감소했다. 임상자의 체중이 4~7kg 감소한 것이다. 오젬픽이 가진 식욕 억제 효과 덕이다. 오젬픽 비만 치료 임상 2상 시험을 총괄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의 패트릭 오닐 박사는 “연구 결과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며 “미국 비만환자 9000만명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약 가운데 올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신약으로 사노피의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가 꼽힌다. 20년 만에 등장한 아토피 신약이다. 업계에선 스테로이드를 넘어설 아토피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제약산업 분석 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는 최근 보고서에서 듀피젠트가 2018년 한 해에만 7억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듀피젠트의 핵심 성분은 인체형 단가클론항체다.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두 종의 단백질을 억제한다. 최근 가장 핫한 약물로 꼽히는데, 사노피가 시장에 내놓는 데 성공한 것이다. 듀피젠트의 강점으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용 가능한 점이 있다. 아토피는 어린이 5명 중 1명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아토피 환자의 95%는 5세 전에 발병한다. 적지만 아토피로 고통받는 어른도 있다. 국내는 성인의 1~3%, 일본에선 성인 아토피가 3% 정도 나타난다. 듀피젠트는 아이와 성인 모두 치료 가능한 신약이라 시장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높은 가격이다. 2주마다 투약하는데, 1년 치료받는 비용이 약 4200만원에 달한다.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2024년 13조5000억원 규모
오래 동안 막대한 자금을 들였지만 여전히 난제인 질병도 있다. 한국에서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간 미국에서 진행된 알츠하이머 임상은 모두 413건이다. 이 가운데 단 한 건만 의미있는 연구로 인정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허가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약은 불과 5개인데, 그마저도 실질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서 증상을 완화하거나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가장 최근 FDA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2014년에 출시된 악타비스의 남자릭이다. 기억력을 유지시켜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치를 유지하거나, 인지기능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돕는 치료제다. 아직 답은 못 찾고 있지만 연구는 활발하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요구는 매년 높아져서다. 고령화로 환자가 늘며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여기에 새로운 연구법이 등장하며 새로운 접근이 진행 중이다. 성공만 하면 당장 블록버스터급 신약에 오르기에 제약사의 개발 의지도 강한 분야다.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이면 13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알츠하이머 파이프라인은 2상 임상 58건, 3상 32건이 진행 중이다. 유력 후보로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뭉침을 막아 인지능력 감퇴를 지연시키는 약이다. 임상 3상 마무리를 2020년으로 보고있다. 대한치매학회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파이프라인이다. 머크의 베루베세스타트도 기대주다. 혈류를 타고 혈뇌 장벽을 뚫고 뇌로 들어가 치매를 유발하는 효소의 활동을 차단하는 약이다. 미국 알츠하이머 연구협회(RA2)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병 국제학술대회에서 ‘임상 3상 중인 후보물질 27개와 2상 단계인 8개 물질이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지 브랜버그 RA2 회장은 “수십 년 간 실패를 거듭했던 알츠하이머 파이프라인에서 승리를 거둘 시기가 가까웠다”며 “후기 임상 단계인 혁신 신약이 결실을 볼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주목받는 차세대 치료법 - 암세포만 죽이는 중입자 가속기
과학기술은 치료 방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이 속속 등장 중이다. 중입자 가속기, 재생의학과 DNA 치료가 실제로 진행 중이다. 재생의학 분야에서는 529개 세포치료제와 202개 유전자치료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세포치료제는 건강한 기능성 세포를 사용해 손상된 세포나 질병을 치료하고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 유전자를 조작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한다. DNA와 RNA 치료법도 있다. 미국에서 173건이 진행 중이다. 세포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특성 단백질을 운반하는 DNA와 RNA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이다. 항체를 조정하는 치료법도 등장했다. 단클론항체 결합체는 목표 단클론항체와 세포독성제를 결합해 건강한 세포는 건들지 않고 종양 세포만 공략하는 치료법이다. 중입자 가속기를 활용해 암을 해결하는 치료법도 등장했다. 중입자 치료기는 중입자(탄소원자)를 입자 가속기에 넣어 빛의 속도로 가속해 환자의 암 조직에 투사하는 기기다. 김용배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주임교수는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 조직만 사멸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암 환자들은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대행사를 거쳐 일본을 찾아야 했다. 체류비 등을 포함해 1회 치료를 받는데 1억원 정도가 들었다. 지난해 26명의 한국인 환자가 일본 NIRS를 찾아 원정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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