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나를 지키는 용기(4)] 기술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말하다
[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나를 지키는 용기(4)] 기술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말하다
팀 쿡 애플 CEO의 기술 기반의 인류애...포용성·혁신·상호연계성 강화해야
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잘 나가던 사람이 망하는 회사로 옮길 때 많은 사람이 만류한다. 개인용 컴퓨터 회사인 컴팩에서 일하다가, 1998년 스티브 잡스가 불러서 애플에 오게 된 팀 쿡. 많은 이들이 쿡의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컴팩에선 컴퓨터 재판매 부서의 최고운영책임자로 근무하고, IBM 개인용 컴퓨터 사업의 북미 총괄 책임자로 12년 일한 잘 나가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망할 것 같은 애플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를 아는 사람들이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고 논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그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지금 쿡은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꿰차고 있다. 그는 좋은 덕목을 갖춘 사람이다. CEO의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제대로 된 화술을 갖춘다면 리더로서 좋은 장점이 된다.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화술로서 좋은 방법이다.
“MIT와 애플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려운 문제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탐색을 좋아합니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기술 진보가 인류애에 봉사하고 인류애로 무장한 여러분들이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 주는 게 제 바람입니다.” 호감 가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그는 삶의 여정을 개척해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이 지긋하고 갖출 것 다 갖춘 자리에 있을 때 미래 세대를 끌고갈 자산인 젊은이들을 위한 덕담을 건네는 것은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일 수도 있다. 특히 단견적인 사고를 가진 젊은 세대일수록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의 긴 안목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서로의 생각에 대한 간격이 크다 하더라도 허심탄회한 소통만큼 서로를 가깝게 만드는 것도 없으리라.
“언젠가 여러분들이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물었을 수도 있겠네요.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 역시 그런 문제를 마주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하는 데 15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어떤 조언을 한다면 여러분의 시간이 절약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참 고마운 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대학에 들어가 전공을 정할 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승진을 했을 때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원도 가보고 명상도 해보고 종교에 의지도 해보았으나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나의 방황은 20년 전에 망할 것 같은 스티브 잡스와의 조우를 통해 마침내 해결되었습니다. 당시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지요. 환상의 콤비를 만나, 나의 풀리지 않는 숙제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를 만난 후 나는 거울 앞에 자주 섰습니다. 내가 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지요. 거울 앞에서 내가 한 실패를 소리를 내어 말하곤 했습니다. 그건 잡스가 내게 가르쳐준 교훈입니다. 왜 거울이냐고요?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요. 백설공주에서 나오는 그 거울 이야기처럼요.”
스티브 잡스는 일반 사람과 달리 골치 아픈 사람이나 안 맞을 것 같은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쿡은 잡스를 아주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잡스의 영향이 컸나? 쿡 역시 회사를 차려 사람을 선택할 때 서로 보완이 되는 상대를 만날 것을 권한다.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 예를 들어 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을 사업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영국인이라면 미국, 중동, 아시아 등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선택해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열망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잡스를 만난 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실패를 지나가는 감기로 생각하게 됐다. 이 역시 큰 실패를 하고 다시 반전을 일으킨 잡스로부터 배운 교훈이리라.
“잡스는 명확한 목적의식이 있었어요. 그게 내 방황이 끝난 이유입니다. 애플에도 분명하고 중요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 목적은 간단한 표현으로 요약이 됩니다. 인류에 봉사하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내가 정조준 된 느낌이 들었어요. 삶은 분명한 의미가 있음을 느낄 때 일할 재미가 나지요. 나는 여러분들이 스티브 잡스와 애플처럼 인류를 위해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과학기술 역량은 수십억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음, 오늘날 인류는 암에서부터, 기후 변화, 교육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술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기술이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사업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애플·구글 등 수많은 유명 글로벌 기업이 조세회피지역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세금을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 실망스러운 일이다. 일자리 창출로 사회에 보답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IT 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전통 산업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일단 그의 말을 기업과 분리해 액면 그대로 믿어 보자. 쿡은 기술이 가진 선과 악의 양면성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세계는 큰 문제를 안고 해결을 해야 할 책무가 있음이 느껴진다.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영어 알파벳 ‘I’를 따서 ‘3I’라고 해보자. 세계는 불평등(Inequality)·불균형(Imbalance)·불공정(Injustice)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나는 프란시스 교황을 만났습니다.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국가 수장들보다 슬럼가에 사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는 기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회·위험·도덕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인류가 이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인류가 그 기술을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씀이었습니다. 참으로 통찰력이 있는 식견이라 하겠습니다.”
기술은 우리의 모든 삶에 침투하고 있다. 생산성이 증대되고 삶은 편리해지고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 보안 위험이라는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반사회 운동도 비일비재하다. 때때로 우리를 연결하도록 하는 기술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
“기술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술 자체는 위대한 것을 원하지 않아요.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데 있죠. 가족·이웃·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의 가치와 신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랑, 우리의 신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친절·고상함이야말로 기술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인공지능이 컴퓨터에게 인간과 같은 사고능력을 주는 것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기술 발전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은 채 가치나 공감 없이 컴퓨터처럼 생각할까 걱정되는 것입니다. 그 점이 MIT 학생 여러분들과 내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과학이 어둠 속에서 무엇을 찾는 탐색의 과정이라면, 인류애는 우리 앞에 놓인 위험을 보여주는 촛불입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술이 우리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노래하는 인류애와 짝을 이뤄 인문학의 도움을 빌려야 제대로 기능을 함을 강조한다. 그의 시각은 기술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접목돼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사람을 가장 중심에 두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그 영향은 정말 막강할 것입니다. 아이폰은 눈먼 사람이 마라톤을 하게 합니다. 애플시계는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전에 심장의 상태를 점검합니다. 아이패드는 자폐증을 앓는 아이를 세상과 연결시켜줍니다. 간단히 말해서 기술이 여러분의 가치와 융합할 때 모든 사람을 위한 진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삶에서 무엇을 하든지 애플이 무엇을 하든지 우리는 기술을 타고난 인류애와 융합해야 합니다. 그 책임은 크지만 그게 우리의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 세대, 여러분의 열정, 인류애에 봉사하려는 여정을 믿기에 세상살이를 낙관합니다. 여러분에게 과감히 의지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기술에 대한 낙관만을 무조건 추종할 수 없다. 우리는 무수한 디스토피아 영화 이야기를 알고 있다. 정보기술·인공지능·나노기술과 생명공학에 정통한 천재과학자가 있다. 그는 인간의 뇌파를 기계적 언어로 변환해 기계로 업로드하는 연구를 한다. 그 와중에 반(反)기술 발전 테러단체의 습격을 받고 5주 후에 죽을 처지에 놓인다. 그의 아내는 그를 살리기 위해 그를 기계에 업로드하고 온라인에 연결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 항상 착한 사람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가 착한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서 그가 제어되지 않으면 세상에 돌일 킬 수 없는 재앙이 된다. 초월의 힘을 얻은 주인공이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의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혀가는 세상을 생각해 보라. 무섭지 않나. 그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테러단체의 설득으로 뒤늦게 이런 반(反)인간적 행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그의 아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바이러스를 심어 이들 로봇 인간들을 파괴한다. 쿡은 이 영화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기술이 양극화의 주범이고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술이 진입장벽을 쌓는 역할을 한다면 기술은 암 덩어리다. ‘초월성’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바꾸고, 사람을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게 만드는 과정이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스티븐 호킹 박사 역시 이 영화를 본 후에 인류가 머지않은 장래에 멸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적지 않은 수의 과학자나 지식인들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다. 기술은 그런 우리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것일까?
“세상에는 여러분들을 냉소적으로 만드는 음모가 많이 있어요. 인터넷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준 것도 사실입니다. 가상세계의 안을 들여다보면 점잖음이란 보이지도 않고 하찮음과 부정적인 잡음만 가득한 곳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소음이 당신이 전진하는 과정을 무너뜨리게 하지 마세요. 인생의 하찮은 면에 괜히 말려들어 ‘개고생’을 하지 마세요. 오직 인류애의 관점에서 기술의 영향을 평가하세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여러분이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세요. 애플에서 있었던 주주총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애플이 환경보호에 투자하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투자 수익의 관점에서 정당화 될 수 있는 환경사업에만 투자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애플은 투자 수익률과 무관한 장애인 사업에도 투자합니다. 그는 화를 냈습니다. 왜 그런 돈도 안 되는 사업에 투자하느냐고 열을 올리더라고요. 나도 혈압이 올랐고 그에게 애플 주식을 가지지 말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쿡은 우리의 대의가 옳다면 그 대의를 위해 맞설 각오를 할 용기를 가질 것을 졸업생들에게 당부한다. 그게 세상에 맞서 당당히 자기를 지킬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불공정함을 본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우리 외에는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을 강조한다.
“여러분들이 오늘 전진하기를 원한다면 여러분보다 더 큰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분의 마음과 손과 가슴을 사용하세요. 마틴 루터 킹이 말했듯이, 모든 삶은 상호관련된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운명이라는 옷으로 무장되어 하나가 될 처지입니다. 그런 생각을 여러분들이 하는 모든 일의 최전선에 둔다면, 여러분들이 기술과 기술이 봉사하는 사람들 사이의 교차로에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위치에 선다면, 최선을 이루고자 노력해야 한다면, 일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인류애야말로 희망을 위한 대의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왜 이런 말을 할까? 아마도 학생들이 수용력을 키워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도 말 할 수도 있겠다. 그의 영혼의 짝 스티브 잡스는 정체돼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결정을 금방 바꿔 변덕스럽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지적으로는 정직했다. 잡스는 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기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쿡에 따르면 결국 인간이다. 쿡은 기술이 시장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한,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MIT 학생들에 대한 기대처럼 인간의 선한 의지가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통제하거나 보정하는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간이 인류애라는 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기술 발전에 대한 긍정성을 낙관하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가 전체주의적 이념으로 무장되거나, 특정 정치세력이 기술을 정치의 영역에 가두고 자유를 억압해 사회를 암울한 디스토피아로 몰고 갈 위험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이 정치의 영역에서 독립된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의 영국과 미국의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예외였다. 기술이 편향된 정치이념이나 정치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위험은 비과학적 부문에서 더욱 크다.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체공학,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전체주의적 정치 선동이나 세뇌 공작에 동원돼 사람들의 자유를 속박할 수 있다. 선거공학, 여론 조작, 역사 조작, 사회주의적 규제나 시장 간섭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비과학적이고, 편향되거나 과격한 이념에 물든 소수집단의 선동이 사회적 갈등과 빈곤의 확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쿡의 인류애로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세계의 문제점 ‘3I’를 또 다른 세 개의 ‘3I’로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3가지 I는 포용성·혁신·상호연계성이다. 우선 포용성(Inclusiveness)의 강화를 통해 경제 성장에 따른 기회 못지 않게 늘어난 부가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혁신(Innovation)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게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말처럼 ‘서로 연결된 세계 구축’을 위해 상호연결성(Inter-connectedness)’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매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술의 진보 이야기를 잠시 접고 직업 선택의 문제로 화제를 돌려 보자. 직업 선택의 기준이 자아실현이나 사회적 존경보다는 안정성이나 경제적 보상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런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개인의 직업 선택은 기술 진보보다는 사적 영역이란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이 인기가 있는 것은 직업 안정성 때문이다. 누구는 이런 한국을 보고 정체된 사회라며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기술 진보가 인류애에 봉사해야 한다고 쿡은 말하는데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그의 논리가 직업 선택에도 적용되어야 하나?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최고 덕목으로 꼽는 것은 개인의 행위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이 ‘정의로운 삶’이나 ‘사회를 위한 봉사’보다 선호되는 세상에서 팀 쿡의 이야기는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기업의 행위와 기업가의 말이 언행일치가 되는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다수가 안정적 직업을 고집할 경우 그 사회는 역동적이거나 진취적이기보다는 정체될 위험의 소지가 클 수 있다. 혹시 우리 사회가 안정성의 덫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기업가정신이 위험성은 있지만 개인의 적성과 성취도 차원에서는 만족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가 건강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창조적 모험정신은 사회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아울러 그 사회가 얼마나 패자부활전을 용인하느냐에 따라 실패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결국 수많은 ‘나’라는 존재들이 인류애란 전진의 무기로 장전하려면 개인의 용기와 사회적 신뢰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팀 쿡은 여전히 안정성을 제일 우선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상적인 말을 던진다.
“삶이란 부서지기 쉬워요. 아무도 내일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이 가진 모든 것을 던져야 합니다.” 그는 집중이 삶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며 일을 잘 하려면 불필요한 모든 것을 던지고 자기의 열정을 한 곳에 집중하라고 외친다. 그는 삶의 즐거움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인생이란 여정 속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누군가를 이기려고 하는 것이 최고를 만드는 덕목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의 말은 다소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원론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상을 향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삶을 살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에 안정성이 전부는 아니다. 모험도 필요하다. 갑자기 혁신의 상징인 애플을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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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잘 나가던 사람이 망하는 회사로 옮길 때 많은 사람이 만류한다. 개인용 컴퓨터 회사인 컴팩에서 일하다가, 1998년 스티브 잡스가 불러서 애플에 오게 된 팀 쿡. 많은 이들이 쿡의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컴팩에선 컴퓨터 재판매 부서의 최고운영책임자로 근무하고, IBM 개인용 컴퓨터 사업의 북미 총괄 책임자로 12년 일한 잘 나가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망할 것 같은 애플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를 아는 사람들이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고 논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그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지금 쿡은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꿰차고 있다. 그는 좋은 덕목을 갖춘 사람이다. CEO의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제대로 된 화술을 갖춘다면 리더로서 좋은 장점이 된다.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화술로서 좋은 방법이다.
“MIT와 애플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려운 문제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탐색을 좋아합니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기술 진보가 인류애에 봉사하고 인류애로 무장한 여러분들이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 주는 게 제 바람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고민 또 고민
“언젠가 여러분들이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물었을 수도 있겠네요.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 역시 그런 문제를 마주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하는 데 15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어떤 조언을 한다면 여러분의 시간이 절약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참 고마운 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대학에 들어가 전공을 정할 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승진을 했을 때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원도 가보고 명상도 해보고 종교에 의지도 해보았으나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나의 방황은 20년 전에 망할 것 같은 스티브 잡스와의 조우를 통해 마침내 해결되었습니다. 당시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지요. 환상의 콤비를 만나, 나의 풀리지 않는 숙제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를 만난 후 나는 거울 앞에 자주 섰습니다. 내가 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지요. 거울 앞에서 내가 한 실패를 소리를 내어 말하곤 했습니다. 그건 잡스가 내게 가르쳐준 교훈입니다. 왜 거울이냐고요?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요. 백설공주에서 나오는 그 거울 이야기처럼요.”
스티브 잡스는 일반 사람과 달리 골치 아픈 사람이나 안 맞을 것 같은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쿡은 잡스를 아주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잡스의 영향이 컸나? 쿡 역시 회사를 차려 사람을 선택할 때 서로 보완이 되는 상대를 만날 것을 권한다.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 예를 들어 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을 사업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영국인이라면 미국, 중동, 아시아 등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선택해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열망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잡스를 만난 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실패를 지나가는 감기로 생각하게 됐다. 이 역시 큰 실패를 하고 다시 반전을 일으킨 잡스로부터 배운 교훈이리라.
“잡스는 명확한 목적의식이 있었어요. 그게 내 방황이 끝난 이유입니다. 애플에도 분명하고 중요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 목적은 간단한 표현으로 요약이 됩니다. 인류에 봉사하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내가 정조준 된 느낌이 들었어요. 삶은 분명한 의미가 있음을 느낄 때 일할 재미가 나지요. 나는 여러분들이 스티브 잡스와 애플처럼 인류를 위해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과학기술 역량은 수십억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음, 오늘날 인류는 암에서부터, 기후 변화, 교육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술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기술이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기술로 불평등·불공정·불균형 문제 해소
“지난해 나는 프란시스 교황을 만났습니다.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국가 수장들보다 슬럼가에 사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는 기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회·위험·도덕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인류가 이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인류가 그 기술을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씀이었습니다. 참으로 통찰력이 있는 식견이라 하겠습니다.”
기술은 우리의 모든 삶에 침투하고 있다. 생산성이 증대되고 삶은 편리해지고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 보안 위험이라는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반사회 운동도 비일비재하다. 때때로 우리를 연결하도록 하는 기술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
“기술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술 자체는 위대한 것을 원하지 않아요.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데 있죠. 가족·이웃·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의 가치와 신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랑, 우리의 신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친절·고상함이야말로 기술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인공지능이 컴퓨터에게 인간과 같은 사고능력을 주는 것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기술 발전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은 채 가치나 공감 없이 컴퓨터처럼 생각할까 걱정되는 것입니다. 그 점이 MIT 학생 여러분들과 내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과학이 어둠 속에서 무엇을 찾는 탐색의 과정이라면, 인류애는 우리 앞에 놓인 위험을 보여주는 촛불입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술이 우리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노래하는 인류애와 짝을 이뤄 인문학의 도움을 빌려야 제대로 기능을 함을 강조한다. 그의 시각은 기술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접목돼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사람을 가장 중심에 두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그 영향은 정말 막강할 것입니다. 아이폰은 눈먼 사람이 마라톤을 하게 합니다. 애플시계는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전에 심장의 상태를 점검합니다. 아이패드는 자폐증을 앓는 아이를 세상과 연결시켜줍니다. 간단히 말해서 기술이 여러분의 가치와 융합할 때 모든 사람을 위한 진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삶에서 무엇을 하든지 애플이 무엇을 하든지 우리는 기술을 타고난 인류애와 융합해야 합니다. 그 책임은 크지만 그게 우리의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 세대, 여러분의 열정, 인류애에 봉사하려는 여정을 믿기에 세상살이를 낙관합니다. 여러분에게 과감히 의지하고자 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접목해야
“세상에는 여러분들을 냉소적으로 만드는 음모가 많이 있어요. 인터넷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준 것도 사실입니다. 가상세계의 안을 들여다보면 점잖음이란 보이지도 않고 하찮음과 부정적인 잡음만 가득한 곳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소음이 당신이 전진하는 과정을 무너뜨리게 하지 마세요. 인생의 하찮은 면에 괜히 말려들어 ‘개고생’을 하지 마세요. 오직 인류애의 관점에서 기술의 영향을 평가하세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여러분이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세요. 애플에서 있었던 주주총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애플이 환경보호에 투자하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투자 수익의 관점에서 정당화 될 수 있는 환경사업에만 투자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애플은 투자 수익률과 무관한 장애인 사업에도 투자합니다. 그는 화를 냈습니다. 왜 그런 돈도 안 되는 사업에 투자하느냐고 열을 올리더라고요. 나도 혈압이 올랐고 그에게 애플 주식을 가지지 말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쿡은 우리의 대의가 옳다면 그 대의를 위해 맞설 각오를 할 용기를 가질 것을 졸업생들에게 당부한다. 그게 세상에 맞서 당당히 자기를 지킬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불공정함을 본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우리 외에는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을 강조한다.
“여러분들이 오늘 전진하기를 원한다면 여러분보다 더 큰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분의 마음과 손과 가슴을 사용하세요. 마틴 루터 킹이 말했듯이, 모든 삶은 상호관련된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운명이라는 옷으로 무장되어 하나가 될 처지입니다. 그런 생각을 여러분들이 하는 모든 일의 최전선에 둔다면, 여러분들이 기술과 기술이 봉사하는 사람들 사이의 교차로에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위치에 선다면, 최선을 이루고자 노력해야 한다면, 일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인류애야말로 희망을 위한 대의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왜 이런 말을 할까? 아마도 학생들이 수용력을 키워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도 말 할 수도 있겠다. 그의 영혼의 짝 스티브 잡스는 정체돼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결정을 금방 바꿔 변덕스럽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지적으로는 정직했다. 잡스는 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기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쿡에 따르면 결국 인간이다. 쿡은 기술이 시장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한,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MIT 학생들에 대한 기대처럼 인간의 선한 의지가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통제하거나 보정하는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간이 인류애라는 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기술 발전에 대한 긍정성을 낙관하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가 전체주의적 이념으로 무장되거나, 특정 정치세력이 기술을 정치의 영역에 가두고 자유를 억압해 사회를 암울한 디스토피아로 몰고 갈 위험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이 정치의 영역에서 독립된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의 영국과 미국의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예외였다. 기술이 편향된 정치이념이나 정치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위험은 비과학적 부문에서 더욱 크다.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체공학,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전체주의적 정치 선동이나 세뇌 공작에 동원돼 사람들의 자유를 속박할 수 있다. 선거공학, 여론 조작, 역사 조작, 사회주의적 규제나 시장 간섭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비과학적이고, 편향되거나 과격한 이념에 물든 소수집단의 선동이 사회적 갈등과 빈곤의 확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쿡의 인류애로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세계의 문제점 ‘3I’를 또 다른 세 개의 ‘3I’로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3가지 I는 포용성·혁신·상호연계성이다. 우선 포용성(Inclusiveness)의 강화를 통해 경제 성장에 따른 기회 못지 않게 늘어난 부가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혁신(Innovation)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게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말처럼 ‘서로 연결된 세계 구축’을 위해 상호연결성(Inter-connectedness)’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매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술의 진보 이야기를 잠시 접고 직업 선택의 문제로 화제를 돌려 보자. 직업 선택의 기준이 자아실현이나 사회적 존경보다는 안정성이나 경제적 보상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런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개인의 직업 선택은 기술 진보보다는 사적 영역이란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이 인기가 있는 것은 직업 안정성 때문이다. 누구는 이런 한국을 보고 정체된 사회라며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기술 진보가 인류애에 봉사해야 한다고 쿡은 말하는데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그의 논리가 직업 선택에도 적용되어야 하나?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최고 덕목으로 꼽는 것은 개인의 행위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이 ‘정의로운 삶’이나 ‘사회를 위한 봉사’보다 선호되는 세상에서 팀 쿡의 이야기는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기업의 행위와 기업가의 말이 언행일치가 되는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다수가 안정적 직업을 고집할 경우 그 사회는 역동적이거나 진취적이기보다는 정체될 위험의 소지가 클 수 있다. 혹시 우리 사회가 안정성의 덫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기업가정신이 위험성은 있지만 개인의 적성과 성취도 차원에서는 만족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가 건강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창조적 모험정신은 사회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아울러 그 사회가 얼마나 패자부활전을 용인하느냐에 따라 실패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결국 수많은 ‘나’라는 존재들이 인류애란 전진의 무기로 장전하려면 개인의 용기와 사회적 신뢰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팀 쿡은 여전히 안정성을 제일 우선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상적인 말을 던진다.
“삶이란 부서지기 쉬워요. 아무도 내일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이 가진 모든 것을 던져야 합니다.”
집중이 삶의 가장 중요한 열쇠
※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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