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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6)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 착한 기업이 아니라 공정한 회사가 목표

[이필재가 만난 사람(6)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 착한 기업이 아니라 공정한 회사가 목표

세계 1위 도시락 회사 등으로 지난해 매출 4000억원...한반도 평화체제 오면 상장사 PER 두 배로 뛸 것
김승호 회장과 스노우폭스 플라워 강남점에서 만났다. / 사진:인성욱 객원기자
“오너 갑질 시비를 부른 대한항공에 오너 리스크는 없었습니다. 어느 산업 분야나 리딩 기업은 이런 일을 겪어도 사실 오너 리스크가 없어요. 대한항공도 주가가 거의 영향을 안 받았고, 주가 상승 분위기마저 있었어요. 아닐 말로 동네 치킨집이라면 심각한 타격을 입겠지만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대형 그룹이다 보니 시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대안인지는 몰라도, 이런 문제적 오너는 지분을 팔게 해 상장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게 한다든지,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구성원들이 오너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에게 오너가 오만하게 굴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오너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직원이 자기 일에 애착을 느낀다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김 회장이 국내에서 유명해진 건 2015년 10월 국내 스노우폭스 매장에 ‘공정 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붙이고 나서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만일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갑질이 난무하던 그 시절 이 안내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그는 70여 회나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이 이야기를 다룬 기사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도 지켜 주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 댓글들을 읽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기업은 불량 고객, 무례한 고객을 좋은 고객으로부터 분리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직원을 상대로 한 고객의 부당한 갑질을 회피하거나 방치해선 안 돼요. 우리 회사의 경우 본사 직원이 제 몫을 하려면 2년은 걸리고 교육·훈련 비용이 5만 달러나 듭니다. 이렇게 키운 직원이 그만두면 기업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이죠. 고객에게서 존중받는 직원이 고객에게 더 친절하고 자기 사업처럼 열심히 일합니다.”



고객에게 함부로 하는 직원도 있는데요?


“우리 회사는 착한 기업이 아닙니다. 공정한 기업일 뿐이죠. 구성원도 고객에게 잘못하면 내보내는, 오히려 무서운 회사에요.”

그는 존중의 원칙은 직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그의 남다른 스토리에 끌려 입사했다 스스로 떠난 직원도 있다. 그는 전방위로 번지는 각종 미투 운동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갑질 문화에 대한 반작용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제가 공정 서비스 권리를 제안한 지 거의 3년이 다 돼 가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갑질이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 자체도 일종의 개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언론이 가해자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도 저는 개선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서양 격언이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 과연 선의가 중요한가요?


“기업은 선의가 보상받는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 사회적 책임이 있어요. 기업 하는 사람들은 선의를 갖고 직원·고객·협력사는 물론 경쟁사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협력과 공생,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멀리 가고 높이 나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경쟁자를 제거해 봤자 다음 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게 마련이죠.”



그런 선의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저는 비즈니스맨도 선의를 다해 사업을 할 때 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 회장이 새로 시작한 비즈니스 스노우폭스 플라워 매장엔 이런 사진 촬영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경쟁 회사 여러분. 몰래 사진 찍지 마세요. 맘껏 휘젓고 다니면서 찍으세요.’ 그는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를 경쟁자가 모방하면 우리가 더 노력하게 되고 산업 자체도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결국 고객으로서도 좋은 일이죠.”
 공정한 경쟁 하면 동반성장해
김승호 회장이 2016년 스노우폭스 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 사진:스노우폭스 제공
그는 이런 방식의 비즈니스를 유기적 사업이라고 불렀다. 유기농처럼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을 주되 상처는 주지 않는 비즈니스이다. 강남역 부근 스노우폭스 플라워 2호점은 월 매출액이 1억원이 넘는다. 캐치 프레이즈는 ‘나를 위한 꽃집’, 꽃을 충동 구매하는 전체 시장의 1.5%가 타깃 마켓이다. 고객은 보통 즉흥적으로 매장을 찾고, 꽃을 다발로 사는 사람보다 한두 송이 사는 사람이 다수다. 정찰제로, 2000~5000원이면 장미를 자기 자신에게 선물할 수 있다. 그는 꽃 경매권을 직접 받아 6~7단계인 유통구조를 두 단계로 단축했고 그 결과 꽃값을 최저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고용도 창출했다. 꽃꽂이 자격증이 있는 젊은 직원 5~6명 채용하는데 약 500명이 몰려왔다. 현재 1~3호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20명이다. 그는 서울 시내에 200~300개의 점포를 열 수 있을 거로 내다본다. “국내 꽃 시장은 경조사용 꽃이 80%를 차지하는 불균형한 시장입니다. 개인이 사기엔 꽃값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요. 20%에 불과한 개인 소비를 80%선까지 늘려 두 시장을 역전시켜 보고 싶어요. 현재 8000억원 규모인 꽃시장을 장차 6배까지 키울 수 있을 거로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화훼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개인 소비 시장이 커지면 농가들이 앞으로 3일 가는 경조사용 꽃을 오래가는 꽃으로 개량할 거고, 그에 따라 수출 시장도 커질 거예요. 우리의 경쟁자와 우리를 카피한 비즈니스 모델도 나오겠죠. 결국 서양처럼 꽃도 장차 개인 소비 시장이 주류가 될 거에요.”



이 비즈니스의 시사점이 뭔가요?


“기업가정신의 실현입니다. 나무에 비유하면 잎사귀가 아니라 가지 전체를 움켜쥘 수 사업을 벌이는 거죠. 꽃집이 아니라 화훼 전문 기업을 만들고 이 회사를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로 키워 국내 화훼 시장을 바꿔 보려는 겁니다.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면 꽃 소비 문화도 바뀔 겁니다. 태국 같은 나라도 꽃을 개인이 사는 걸 보면 1인당 국민소득과도 관계가 없어요. 하루 300명가량 매장을 찾는데 이미 꽃 소비층이 20~80대로 확대됐습니다.”



꽃 시장 다음으로 주목하는 시장이 뭔가요?


“제가 신는 200만원짜리 알마니 구두보다 국내에서 산 12만 원짜리 맞춤구두가 더 편하고 가죽의 질도 좋습니다. 한국의 명품 가짜 백은 진짜와 구별이 거의 안 됩니다. 이탈리아의 장인만큼 가방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이죠. 액세서리도 마찬가지에요. 문제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를 창출하면 가치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스노우폭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뭔가요?


“20~30대 여성 고객에 특화된 비즈니스를 합니다.”



정부 당국에 바라는 게 뭔가요?


“동일한 시스템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위법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거의 사기 모델로 움직이다 보니 과도하게 규제를 한 탓이죠. 이대로 방치하면 외국계 기업만 득세하게 됩니다.”

그의 주력 사업은 김밥과 스시를 파는 레스토랑 스노우폭스다. 세계 1위의 도시락 회사로 국내에 10곳, 세계에 1400여 개의 지점이 있다. 그가 2005년 미국에서 창업했고 유럽·호주·한국에 진출했다. 스노우폭스는 세계 최초의 그랩 앤 고우(GRAB N GO) 레스토랑이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담아 계산한 후 들고 나가면 된다. 맥도널드 같은 투고(TO GO)나 테이크아웃 식당과 다른 점은 메뉴도 주문(단계)도 없다는 것이다. 편의점과 식당의 중간 모델이랄까? 단적으로 맥도널드처럼 주문(후 계산) 후 대기할 필요가 없다. 노하우는 폐점 시간까지 재고량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다. 재고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 투고나 테이크아웃 모델로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결국 고객도 외면하게 된다. 식당은 테이블 회전율을 극대화해야 살아남는 업종이다. 그러나 그랩 앤 고우는 테이블 회전율이 적용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스노우폭스는 맛집이 아닙니다. 특별하다고 할 만한 메뉴도 없어요. 한마디로 비즈니스 모델의 개가죠. 그랩 앤 고우야말로 업주, 소비자는 물론 매장을 임대한 건물주까지 모두가 윈윈하는 공생형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그랩 앤 고우 모델에서만큼은 건물주도 임차인을 착취하는 ‘악당’이 아니다.
 스노우폭스 성장은 비즈니스 모델 덕
상생을 강조하는 그는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해서도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상당수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지만 속도가 문제일 뿐 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년 세대의 인건비 상승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관용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해외 외식 기업인인 김 회장은 스노우폭스를 비롯해 자신이 소유한 7개 기업에서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올해 20억원가량 세금을 감면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세 정책의 여파로 미국의 중산층이 얇아진다면 제가 세금을 내느니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세금은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비용일 수도 있다는 거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사업을 하는데 북미 정상회담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요?


“만일 북한 측과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면 ‘통일 대박’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PER)이 대략 9.5 수준입니다. 9년 반 동안 올린 수익으로 해당 회사를 사들일 수 있다는 거죠. 미국 상장사 평균 PER가 20, 아시아의 신흥 중진국도 15입니다. 한국 기업의 PER가 이토록 낮은 건 북한 리스크로 인해 우리나라의 컨트리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분단 체제가 평화 체제로 대체되면 한국 상장사의 PER가 두 배로 높아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는 “평양에 진출해 옥류관 옆에 스노우폭스 매장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예정으로 미국에서의 상장을 준비 중이다.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400대 부자에 진입하는 꿈도 꾼다. 과거 그는 목표나 꿈, 원하는 것을 손글씨로 하루 100번씩, 100일 간 적었다. 그렇게 해서 일곱 번 꿈을 이뤘다고 했다. 지금은 해마다 명함 뒷면에 다섯 가지만 적는다. 그중의 하나가 ‘100명의 주변 사람 백만 장자 만들기’다. “말하자면 영악한 목표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을 백만장자로 만들려면 저는 억만장자가 돼야 하거든요. 이타적인 행동이야 말로 이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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