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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기업

인터넷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기업

인터넷 하드웨어는 모두 통신회사 소유이며 망 중립성 원칙의 폐지는 ISP의 유료 콘텐트 공급만 더 빠르게 한다
연방통신위원회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시위대. / 사진:MARY ALTAFFER-AP-NEWSIS
도시 공간은 특정 이용자에게 미묘하게 적대적으로 설계된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버스 터미널 벤치에 노숙자가 눕기 어렵게 만든 좌석 칸막이 또는 공공건물 앞이나 대학 캠퍼스 내 난간 위에서 스케이트보딩을 위험하게 만든 장식 문양 등을 떠올려보자. 학자들은 이를 “적대적 도시 건축”으로 부른다.

몇 주 전 페이스북이 이용자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를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와 공유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게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그와 유사한 점이 발견됐다. 신기술의 사회·정치적 의미를 연구하는 학자 입장에서 인터넷이 이용자에게 적대적으로 설계됐다고 본다. 이른바 “적대적인 정보 구조(hostile information architecture)”다.
 프라이버시 문제의 심각성
페이스북과 프라이버시 문제부터 짚어보자.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는 ‘통보와 동의’라는 관행으로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한다고 알려졌다. 이런 관행은 인터넷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이트들은 이용자 관련 정보를 수집해 그 정보를 다른 기업들에 판매하는 식으로 ‘무료’ 서비스의 운영자금을 조달한다.

물론 이들 사이트는 수집한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통보하는 프라이버시 정책을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그들은 이용자에게 “동의하면 여기를 클릭하라”고 요구한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거의 이해 불가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무엇에 동의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더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 법학자 캐서린 스트랜드버그는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내주고 서비스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진짜 고객은 광고주이지 이용자가 아니다. 이용자는 자신들이 무엇으로 “값을 치르는지” 알지 못하며 개인 정보의 가치를 알 길이 없다. 이용자는 또한 대부분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공유하지 않도록 선택하기가 어려워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

내가 한 학술지에서 주장했듯이 ‘통보와 동의’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가 서비스와 교환하는 상품이라는 사고를 미묘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에 데이터가 공개된 사람 대다수가 데이터 이전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이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 관해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도 사실이다. 구글 플레이에서 제공하는 앱 수천 종이 (필시 불법적으로) 어린이들의 활동을 추적한다는 최근의 뉴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개인정보가 아주 큰돈이 된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의 적대적 정보 구조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그 적대적 정보 구조의 징표이자 대표적인 사례다. 몇 년 전 동료 셀린 래털리프, 헤더 립포드와 공동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문제 중 다수가 설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논지는 이런 디자인 요소들이 개인정보의 유통방법에 관한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에선 앱들이 이용자의 친구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했다(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 문제가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이유다). 그러나 누구든 자신이 테니스 강습을 신청했으니 테니스 클럽에서 자기 친구들에 관한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뒤로 세부 내용은 바뀌었지만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여전히 개인 정보 공개 범위를 통제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페이스북의 모든 서비스가 대단히 용의주도하게 구성됐다. 이용자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킹을 거의 독점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적대적 구조
이용자 데이터 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아닌 한 인터넷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용자에게 적대적인 구조로 이뤄졌다. / 사진:AP-NEWSIS
인터넷의 대표적인 법학자로 손꼽히는 로렌스 레시그는 선구적인 저서에서 실물공간의 구조와 온라인 인터페이스 간의 유사성을 논했다. 둘 다 한 공간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통제할 수 있다. ‘페이월(유료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 내 콘텐트를 이용해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선 인터넷에 적어도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듣고 쇼핑을 하고 뉴스를 접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의 성격이 있다는 이론은 완전한 허구다. 이용자 데이터 거래로 수익을 올리지 않는 한 인터넷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대적인 구조로 이뤄졌다.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표적 광고를 토대로 한다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인터넷이 어떻게 대중이 아니라 기업에 의해 기업을 위해 설계됐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기타 사례다.

우선 미국의 인터넷이 실제로 어떤 법적인 의미에서도 공공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보자. 하드웨어는 모두 통신회사가 소유한다. 그들은 20개 주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펼쳐 공공 광대역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도시 행정당국의 노력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방통신위원회(FTC)는 최근 오바마 시대의 망중립성 원칙(net neutrality,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든 콘텐트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터넷을 유료 콘텐트 공급 수단으로 간주하는 이 같은 조치로 통신업체 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PS)들은 자신들의 유료 콘텐트를 남들보다 (또는 대신) 더 빨리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광고는 더 빨리 깔리고 가령 언론자유 테마의 개인 블로그는 열리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튜브 같은 사이트는 저작권법에 따라 어떤 콘텐트가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누군가의 지적을 받으면 이용자 동의 없이 일방적·자동적으로 내리는 법적으로 대단히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게 되며 그것이 합법이라 해도 애써 복원할 이유도 거의 없다. 이런 제거규정의 대상에는 다른 환경에선 언론 자유로 보호받을 만한 콘텐트도 포함된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 선거운동 본부도 투표 몇 주 전 유튜브 채널에서 콘텐트를 삭제했었다.

연방예산의 지원을 받는 공공도서관에 콘텐트 검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하는 연방 규정은 영세민이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만 규제한다. 이들 민간에서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음란물 접근을 차단하도록 설계됐지만 특히 성소수자(LGBTQ+) 문제를 포함한 다른 콘텐트도 모두 차단하는 편이다. 더욱이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체들은 그들의 소프트웨어가 무엇을 또는 어떻게 차단하는지 공개할 의무가 없다.

쉽게 말해 인터넷에는 적대적인 구조를 이룰 만큼 좌석 칸막이와 장식 문양이 널려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적대적 정보 구조다.
 광범위한 대화
따라서 페이스북에 관해 대화를 하되 그것은 정보 구조 그리고 그중 어느 정도를 기업의 이해관계에 맡길지에 관한 더 광범위한 토론의 일부가 돼야 한다. 저명한 도시 이론가이자 운동가인 제인 제이컵스의 유명한 말처럼 가장 좋은 공적 공간은 많은 샛길과 계획되지 않은 만남을 수반한다. 우리의 현재 정보 구조는 곳곳에 감시의 눈길이 뻗쳐 있는 도시 구조와 마찬가지로 그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 고든 헐



※ [필자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샬럿) 철학과 부교수이자 직업·응용윤리연구소 소장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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