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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새벽’이 열린다

‘우주의 새벽’이 열린다

인간이 발견한 것 중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나온 빛이 전파망원경에 포착돼
허블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별이 소멸하는 모습. / 사진:NASA/ESA/HUBBLE HERITAGE TEAM
우주는 약 140억 년 전 거대하고 어두운 양성자·전자 혼합체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헬륨·리튬과 함께 수소가 서서히 만들어졌다. 첫 별이 등장할 때까지 우주는 그처럼 단조로운 상태였다. 산소와 생명체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려면 핵융합 장치가 필요했다. 따라서 천체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최초의 별이 생겨난 ‘우주의 새벽’을 알아내려고 애썼다. 이제 그들은 우주의 기원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별은 소멸할 때 폭발한다. 그때 그 안에 들어 있던 산소가 나머지 은하의 가스와 융합한다. 그러나 빛은 ‘탈출의 곡예사’다. 늘 자신이 있던 곳에서 빠져나간다. 천문학자들이 아주 멀리서도 산소의 빛을 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나라의 천체물리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칠레에 열지어 설치된 고성능 전파망원경을 통해 바로 그 빛을 발견했다. 그들은 MACS1149-JD1(줄여서 JD1이라고 부른다)으로 이름 붙인 먼 은하에서 나온 희미한 산소 적외선의 빛을 포착했다.

빛은 원래의 출처에서 멀리 이동하면서 파장이 길어진다. 팽창하는 우주가 잡아당기는 고무줄과 같다. 따라서 그 산소 빛의 파장을 측정하면, 다시 말해 고무줄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확인하면, JD1이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 또 그 빛이 언제 출처를 떠났는지 알 수 있다.

학술지 네이처 5월 17일자에 발표된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그 산소 빛은 원래 속했던 별을 133억 년 전에 떠났다. 빅뱅 후 5억 년이 지난 시점이다. 인간이 발견한 것 중 가장 멀리 떨어진 별이었다는 뜻이다. 우주는 이 빛이 그 별을 떠난 후 9~10배 팽창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 빛이 소멸하는 별에서 나왔다면 JD1의 별들은 그보다 훨씬 일찍 생성됐음에 틀림없다. 연구팀은 지구 궤도에 띄운 허블·스피처 우주망원경이 찍은 영상을 사용해 JD1이 우주가 시작된 지 약 2억5000만 년 후 생성된 것으로 계산했다. 그 순간이 바로 ‘우주의 새벽’일지 모른다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천체물리학 교수 리처드 엘리스가 말했다.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영상은 희미하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천체물리학자 제인 릭비가 지적했다. 또 ‘중간에 끼어든 은하’가 결과를 왜곡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주의 새벽’ 은하들을 탐구하기 위해 제작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2020년 발사 예정)이 가동되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릭비 연구원은 내다본다.

엘리스 교수는 우주를 이해하려면 ‘우주의 새벽’이 빅뱅만큼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는 “우주의 새벽이 중요한 것은 여러분과 나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의 합성이 처음 시작된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물론 생명체는 그보다 훨씬 뒤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 제시카 웨프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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