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도넛’의 유혹
참을 수 없는 ‘도넛’의 유혹
설탕과 지방의 조합이 기막힌 맛 내지만 간식으로 먹을 경우 초과된 칼로리가 쌓여 비만과 당뇨 위험 높아져 당신은 어떤 도넛을 좋아하나? 설탕 시럽을 입힌 글레이즈드? 아니면 크림으로 속을 채웠거나 초콜릿을 입힌 것? 어떤 종류를 좋아하든 우리 몸이 도넛을 원하는 까닭은 뭘까? 또 도넛이 미국 문화의 변함없는 상징이 된 이유는 뭘까?
도넛을 갈망하는 욕구에 숨은 비밀은 먼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조상은 음식의 맛으로 그 속에 들어간 재료와 그것이 몸에 미칠 영향을 감지했다. 예를 들어 쓴맛은 독성을, 단맛은 훌륭한 에너지원과 연관됐다. 우리가 열량을 섭취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인간은 열량을 추구하는 진화적 욕구를 지녔으며 즐거움은 그 충족을 나타내는 지표다. “도넛은 극도의 즐거움을 주도록 만들어졌다”고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인류학 교수 스탠리 울리아젝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보통 글레이즈드 도넛 한 개에는 지방 약 11g과 설탕 10g이 들었다. 이 두 재료의 조합이 도넛의 거부할 수 없는 맛을 만들어낸다. “설탕과 지방의 조합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울리아젝 교수는 설명했다. “설탕은 당분에 대한 진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방은 맛을 훨씬 더 좋게 만든다. 설탕은 많이 섭취할수록 더 먹고 싶어진다. 설탕을 먹지 않으면 경미한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에서 도넛이 변함없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미국 생활의 상징이 된 이유는 그 맛에만 있지 않다. 미국 문화의 보루로 불리는 호머 심슨(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의 주인공)의 경우를 보자. 한 손엔 더프 맥주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핑크색 시럽을 입히고 레인보우 스프링클을 뿌린 도넛을 든 모습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미국 도넛의 기원을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네덜란드인이 들여온 듯하다. ‘도넛(dough nut)’이라는 말은 ‘슬리피 할로의 전설’(1820)을 쓴 작가 워싱턴 어빙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애나주 퍼듀대학의 인류학 교수 폴 멀린스에 따르면 어빙은 1809년 ‘뉴욕의 역사’라는 책에서 네덜란드 음식 올리코엑스를 주제로 한 파티를 설명하면서 ‘도넛’이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 멀린스 교수는 1920년 이후 자가용 소유자가 급증하고 드라이브스루 체인점이 늘어나면서 소박한 간식 도넛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도넛의 날’(매년 6월 첫째 주 금요일)은 구세군의 전통에서 생겨났다고 멀린스 교수는 덧붙였다. 기독교 자선단체인 구세군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지친 군인들에게 도넛을 나눠줬다. 1917년 구세군의 젊은 여성들이 전장의 병사들에게 그리운 고향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 급식소를 운영했다. “처음에 그들은 파이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멀린스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군인의 야영지에서 스토브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창고에 설탕과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는 그득했다.”
애플 파이를 구울 수는 없었지만 기본적인 밀가루 반죽은 만들 수 있었다고 멀린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 반죽을 튀겨서 설탕에 굴리기만 하면 병사에게 친숙한 도넛이 탄생했다. 당시 도넛 봉사에 참여했던 헬렌 퍼비언스는 이렇게 돌이켰다. “처음 그 도넛을 튀길 때는 지쳐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조그만 프라이팬으로 한번에 일곱 개씩 튀겨냈다. 그 도넛이 병사의 허기뿐 아니라 향수를 달래줄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미국 ‘도넛의 날’은 1938년 구세군이 기금 모금을 위해 만든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미국에서 도넛의 인기 상승을 이끈 요인은 지방과 설탕의 위험한 조합이다. “미국인은 탄수화물과 설탕 함량이 많고 값이 비싸지 않으며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선호하는데 도넛은 이런 기호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라고 멀린스는 말했다. 하지만 울리아젝 교수는 도넛을 먹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나 운동량이 엄청난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도넛을 먹고 싶어도 참는 게 좋다. 아니면 도넛을 먹기 전이나 후로 한끼를 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넛을 간식으로 먹는 것은 풀코스 식사의 마지막 단계로 디저트를 먹거나 추운 날 핫초코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치 않은 칼로리를 마구 들이붓는 행동이다. “사람들은 도넛을 보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입의 즐거움을 위해, 또는 ‘점심 시간이 됐으니까’ 등의 다른 이유로 먹는다”고 울리야젝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로 고지방·고설탕 식품에 대한 욕구를 배고픔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도넛은 단 몇 초 만에 먹어 치울 수 있는 맛있는 칼로리로 가득 찼다. 그래서 알아차리기도 전에 과식하기 쉽다. “도넛보다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을 제때 느낄 수 있지만 지방과 설탕 함량이 높은 음식은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지나치게 많이 먹기 쉽다”고 울리아젝 교수는 말했다. 이렇게 초과된 칼로리가 매일 쌓여 미국의 국가적 비만 위기와 당뇨병 창궐에 기여한다.
- 캐서린 히그넷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넛을 갈망하는 욕구에 숨은 비밀은 먼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조상은 음식의 맛으로 그 속에 들어간 재료와 그것이 몸에 미칠 영향을 감지했다. 예를 들어 쓴맛은 독성을, 단맛은 훌륭한 에너지원과 연관됐다. 우리가 열량을 섭취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인간은 열량을 추구하는 진화적 욕구를 지녔으며 즐거움은 그 충족을 나타내는 지표다. “도넛은 극도의 즐거움을 주도록 만들어졌다”고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인류학 교수 스탠리 울리아젝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보통 글레이즈드 도넛 한 개에는 지방 약 11g과 설탕 10g이 들었다. 이 두 재료의 조합이 도넛의 거부할 수 없는 맛을 만들어낸다. “설탕과 지방의 조합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울리아젝 교수는 설명했다. “설탕은 당분에 대한 진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방은 맛을 훨씬 더 좋게 만든다. 설탕은 많이 섭취할수록 더 먹고 싶어진다. 설탕을 먹지 않으면 경미한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에서 도넛이 변함없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미국 생활의 상징이 된 이유는 그 맛에만 있지 않다. 미국 문화의 보루로 불리는 호머 심슨(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의 주인공)의 경우를 보자. 한 손엔 더프 맥주를 들고 다른 한 손엔 핑크색 시럽을 입히고 레인보우 스프링클을 뿌린 도넛을 든 모습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미국 도넛의 기원을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네덜란드인이 들여온 듯하다. ‘도넛(dough nut)’이라는 말은 ‘슬리피 할로의 전설’(1820)을 쓴 작가 워싱턴 어빙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애나주 퍼듀대학의 인류학 교수 폴 멀린스에 따르면 어빙은 1809년 ‘뉴욕의 역사’라는 책에서 네덜란드 음식 올리코엑스를 주제로 한 파티를 설명하면서 ‘도넛’이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 멀린스 교수는 1920년 이후 자가용 소유자가 급증하고 드라이브스루 체인점이 늘어나면서 소박한 간식 도넛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도넛의 날’(매년 6월 첫째 주 금요일)은 구세군의 전통에서 생겨났다고 멀린스 교수는 덧붙였다. 기독교 자선단체인 구세군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지친 군인들에게 도넛을 나눠줬다. 1917년 구세군의 젊은 여성들이 전장의 병사들에게 그리운 고향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 급식소를 운영했다. “처음에 그들은 파이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멀린스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군인의 야영지에서 스토브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창고에 설탕과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는 그득했다.”
애플 파이를 구울 수는 없었지만 기본적인 밀가루 반죽은 만들 수 있었다고 멀린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 반죽을 튀겨서 설탕에 굴리기만 하면 병사에게 친숙한 도넛이 탄생했다. 당시 도넛 봉사에 참여했던 헬렌 퍼비언스는 이렇게 돌이켰다. “처음 그 도넛을 튀길 때는 지쳐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조그만 프라이팬으로 한번에 일곱 개씩 튀겨냈다. 그 도넛이 병사의 허기뿐 아니라 향수를 달래줄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미국 ‘도넛의 날’은 1938년 구세군이 기금 모금을 위해 만든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미국에서 도넛의 인기 상승을 이끈 요인은 지방과 설탕의 위험한 조합이다. “미국인은 탄수화물과 설탕 함량이 많고 값이 비싸지 않으며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선호하는데 도넛은 이런 기호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라고 멀린스는 말했다. 하지만 울리아젝 교수는 도넛을 먹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나 운동량이 엄청난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도넛을 먹고 싶어도 참는 게 좋다. 아니면 도넛을 먹기 전이나 후로 한끼를 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넛을 간식으로 먹는 것은 풀코스 식사의 마지막 단계로 디저트를 먹거나 추운 날 핫초코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치 않은 칼로리를 마구 들이붓는 행동이다. “사람들은 도넛을 보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입의 즐거움을 위해, 또는 ‘점심 시간이 됐으니까’ 등의 다른 이유로 먹는다”고 울리야젝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로 고지방·고설탕 식품에 대한 욕구를 배고픔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도넛은 단 몇 초 만에 먹어 치울 수 있는 맛있는 칼로리로 가득 찼다. 그래서 알아차리기도 전에 과식하기 쉽다. “도넛보다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을 제때 느낄 수 있지만 지방과 설탕 함량이 높은 음식은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지나치게 많이 먹기 쉽다”고 울리아젝 교수는 말했다. 이렇게 초과된 칼로리가 매일 쌓여 미국의 국가적 비만 위기와 당뇨병 창궐에 기여한다.
- 캐서린 히그넷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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