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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살펴보니] 소득주도 성장 부진에 세금 투입으로 대응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살펴보니] 소득주도 성장 부진에 세금 투입으로 대응

“과도한 예산, 재정 건전성 위협”...혁신성장, 규제 완화 방안은 미흡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에서 2.9%로 내렸다.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도 3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크게 줄였다. 정부의 전망치는 정부의 희망이 담기는 데다 민간에 주는 신호 등을 감안해 다른 기관보다 낙관적인 편이다. 정부의 경제 진단이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기존 전망을 고수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3% 성장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을 ‘긍정’으로 다시 바꾸기 위한 정부의 대책도 마련됐다. 하지만 핵심 대책 대부분이 ‘세금 퍼붓기’란 점이 논란이다. 정부가 7월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 여건 및 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부터 근로장려세제(EITC)의 대상자와 지급액을 각각 두 배로 확대한다. EITC는 근로자·자영업자가 있는 저소득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는 “지급 총액은 당초 1조2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김 부총리는 “올해 지원금액 범위(약 3조원) 내에서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거·안전·환경·신성장 분야에도 3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하반기에 투입한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수치가 나온 정책만 집계해도 지출해야 하는 나랏돈이 9조4000억원이다.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기초연금 인상, 자영업자 지원 방안 등 다른 정책까지 합치면 지출액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재정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난다는 지적에 김 부총리는 “내년 전망되는 세수 추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총지출 증가율을 감안해 충분한 재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주택도시기금·신용보증기금 등의 운용계획을 변경하고 법인세·소득세 인상에 따른 세수효과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최저임금 보전 3조, 근로장려 4조
정부는 우선 기금과 공기업의 돈을 동원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도시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3조2000억원을 투자해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 구조조정 업종 보증, 공공기관 태양광 보증 등을 늘린다. 기금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의 20% 내에서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 등이 6000억원을 더해 노후 임대주택 정비, 도로·철도 안전설비 확충 사업 등을 벌인다. 지난 5월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3조9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니 추경’에 해당하는 셈이다.

내년 재정 지출도 크게 늘린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2019년도 재정지출을 당초 계획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7% 중반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김 부총리의 언급보다 지출 증가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취약계층에는 돈을 더 쥐어준다.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과 지급액을 2배 이상 늘린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에게 주는 구직활동지원금은 현행 ‘월 30만원 한도 3개월간 지급’에서 ‘월 50만원 한도로 6개월 지급’으로 확대한다.

이런 대책의 배경에는 지난 1년 간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정부’라는 정부 구호를 무색하게 한 각종 지표가 자리한다. 3%대 성장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양극화 수준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상위 20% 가구의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은 1분기 기준으로 올해 5.95다. 2003년 이후 가장 높다. 고용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올해 취업자 증가 수를 18만 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전망(32만 명)보다 14만 명이나 깎았다.
 기금 꼼수 활용 이전 정부의 재탕
사실상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보여준 수치임에도 이번 대책 역시 기존 정책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에서 고용과 투자가 일으킬 만한 유인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성과 실효성도 의문이다. 구정모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는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데 과도하게 예산을 편성한 후 세수가 줄면 재정건전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미 최저임금 보완대책으로 3조원가량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나 고용지표는 악화일로”라고 진단했다.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 기금을 마구 사용하는 건 ‘꼼수’라는 목소리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어느 정부나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기금을 활용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기금 역시 나랏돈인 만큼 남용하면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이끌 혁신성장이나 규제 완화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나온 두 페이지 분량의 혁신성장 정책은 대부분 두루뭉술한 검토 과제로 채워졌다. 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같은 정책은 지난 정권에서도 사용했던 정책의 ‘재탕’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일자리 숫자와 소득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새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을 육성하고 고용 관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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