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학각색(各學各色)’ | 뜨거운 난민 논란 어디로? - 정치외교학] 다름과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 기대
[‘각학각색(各學各色)’ | 뜨거운 난민 논란 어디로? - 정치외교학] 다름과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 기대
난민 문제 정치화는 본질 흐려… 법과 절차에 따라 수용해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여론은 ‘내전을 피해 한국에 온 만큼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과 ‘범죄 증가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 발생 우려 때문에 이들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2017년 난민 신청자가 이미 9942명에 이르고 있음에도 멘 난민 신청자들이 왜 유독 지역적·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가? 500여 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대부분 건장한 20~30대 남성이고 이들이 성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수용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잘 나타났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국제사회의 난민 위기를 바라보는 갈등적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째 ‘난민의 문제’와 난민의 유입으로 발생하는 ‘난민 문제’가 개념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난민의 문제는 난민 신청자를 비롯한 난민들의 인권의 문제다. 난민 문제는 단순히 난민을 수용하거나 배척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화와 건강성과도 관련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혹은 ‘우리’와 먼 곳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규범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나’ 혹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면 함께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되어 버린다.
둘째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난민을 수용하거나 입국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가질 수 있다. 청와대에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을 지지한 국민들이 71만4875명으로 어떤 청원보다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고 해서 정부가 난민의 입국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다.
셋째 난민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은 범죄, 일자리 경쟁, 과다한 복지지출 등에 대한 우려부터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한 의제를 생산해냈다. 그런데 사태 초기에는 6·13 지방선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측면이 있다. 선거 이후 국회에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급조됐지만 일부 토론회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고, 원칙도 없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난민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넷째, 난민법을 개정하고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현재 시민단체의 지원 시설에서 체류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우려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위해 온 한국에서 자신들의 인권이 제한되고 있는 것도 알지만, 자신의 난민심사와 체류자격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주변에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태가 장기화될 때 사회적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한국 사회에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소중함을 일깨울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불안,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으로 이들을 배척하고자 하는 여론이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다름을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는 문화적 성숙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예멘 난민을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은 곧 문명의 수준을 의미하게 된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제기하는 ‘국민이 먼저다’라는 주장을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단일민족 정서에 기반을 둔 국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주의 배경을 가진 국민도 있다.
※ 송영훈 교수는…한국국제정치학회 연구이사, 한국국제개발협력학회 연구이사, 한국인권학회 난민·이주·다문화 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첫째 ‘난민의 문제’와 난민의 유입으로 발생하는 ‘난민 문제’가 개념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난민의 문제는 난민 신청자를 비롯한 난민들의 인권의 문제다. 난민 문제는 단순히 난민을 수용하거나 배척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화와 건강성과도 관련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혹은 ‘우리’와 먼 곳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규범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나’ 혹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면 함께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되어 버린다.
둘째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난민을 수용하거나 입국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가질 수 있다. 청와대에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을 지지한 국민들이 71만4875명으로 어떤 청원보다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고 해서 정부가 난민의 입국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다.
셋째 난민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은 범죄, 일자리 경쟁, 과다한 복지지출 등에 대한 우려부터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한 의제를 생산해냈다. 그런데 사태 초기에는 6·13 지방선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측면이 있다. 선거 이후 국회에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급조됐지만 일부 토론회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고, 원칙도 없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난민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넷째, 난민법을 개정하고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현재 시민단체의 지원 시설에서 체류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우려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위해 온 한국에서 자신들의 인권이 제한되고 있는 것도 알지만, 자신의 난민심사와 체류자격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주변에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태가 장기화될 때 사회적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한국 사회에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소중함을 일깨울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불안,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으로 이들을 배척하고자 하는 여론이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다름을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는 문화적 성숙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예멘 난민을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은 곧 문명의 수준을 의미하게 된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제기하는 ‘국민이 먼저다’라는 주장을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단일민족 정서에 기반을 둔 국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주의 배경을 가진 국민도 있다.
※ 송영훈 교수는…한국국제정치학회 연구이사, 한국국제개발협력학회 연구이사, 한국인권학회 난민·이주·다문화 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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