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해외 직구] ‘차이슨’ 앞세운 중국 뜨고 ‘소확행’ 트렌드에 생필품 늘고
[확 달라진 해외 직구] ‘차이슨’ 앞세운 중국 뜨고 ‘소확행’ 트렌드에 생필품 늘고
최근 5년 동안 관련 시장 두 배로 커져… 국내 온라인 쇼핑몰, 해외 직구로 활로 모색
‘쇼핑엔 국경이 없다’. 해외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소비가 일상이 됐다. 지난해 해외 직구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직구족의 소비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 ‘직구 1번지’로 통하던 미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이 줄어든 반면 중국과 유럽 등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쇼핑 목록도 생필품에서부터 고가 가전까지 다양해졌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최근 ‘한국 무료 배송’을 선언하며 국내 유통 업계를 긴장시켰다. 넓어진 직구 시장, 어떻게 하면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을까. 초보 직구족이 주의해야 할 점도 살폈다. #1. 직장인 김성훈(38)씨는 최근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주문했다. 그는 “집에서 국산 공기청정기를 쓰고 있는데 한 대가 더 필요해서 추가로 구매하려니 금액이 부담됐다”며 “샤오미 제품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해서 현지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자동 번역 기능을 사용해 주문했지만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며 “11월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때 세일 규모가 크다고 해 지금부터 쇼핑 목록을 생각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2. 경기도 성남에 사는 주진아(42)씨는 ‘건강기능식품 마니아’다. 오메가3와 비타민은 물론 하루 5~6가지의 영양제를 챙겨먹는다. 주씨가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 애용하는 곳은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이허브’다. 한국어 사이트를 개설한 이 업체에선 3만여 종류의 유명 건강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배대지(현지 배송대행지)를 거칠 필요 없이 한국으로 직배송이 가능해 주씨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곳을 이용한다. 주씨는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다 한국에 없는 브랜드도 살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며 “미국 사이트는 워낙 직구가 활성화돼 배송 기간도 빠르면 일주일 정도로 짧아 굳이 국내 구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차이슨·샤오미 등 약진하는 중국 직구: 국경 없는 온라인 시대에 해외 ‘직구(직접 구매)’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관세청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는 2359만건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21억1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5.6%, 29.1%가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해외 직구 시장은 2013년 대비 104% 증가했으며,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해외 직구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 1분기 해외 직구 규모가 64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300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었다.
그동안 직구족이 선호하는 나라 1위는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별 비중(건수 기준)은 미국이 56.3%로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2014년(73.4%)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연합(EU)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기타 국가의 비중도 1.96%에서 2.89%로 늘어나는 등 해외 직구 대상 국가의 다변화 추세가 확연하다. 특히 중국은 떠오르는 직구 시장이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해외 직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9%에서 지난해 11%를 웃돌았다. 유럽에 이어 3위다. 지난해 중국에서 주문한 건은 408만8000여건으로 유럽(350만6000건)을 앞질렀고, 증가폭은 111%에 달했다.
중국 제품의 약진은 중국산 가전 ‘차이슨’의 약진으로 대변된다. 차이슨은 영국 프리미엄 가전 업체 다이슨 제품을 중국 기업이 모방해 만든 제품을 말한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중국산 모방품이 원조 못지 않은 성능을 갖춘 데다 가격까지 낮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 가격 비교 사이트에 따르면 차이슨 헤어드라이기는 최저 2만원대부터, 차이슨 청소기는 4만원대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다이슨 정품 헤어드라이기와 청소기의 최저 가격이 각각 50만원대와 80만원대를 웃도는 점을 생각하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해외 배송 대행서비스 몰테일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직구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7%, 지난 3월은 전월 대비 약 75%가 증가하며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몰테일 관계자는 “중국 직구 시장은 2014년부터 저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커졌지만 사드보복으로 다소 주춤했다”며 “중국산 제품의 질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면서 올들어서도 중국 브랜드들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TV·명품 등 고가 가전에서 생필품도 장바구니에: 그동안 해외 직구족의 쇼핑 아이템은 대부분 명품 패션이나 TV 등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활필수품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생활·세면용품을 살 때 무해성분을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진 데다, 적은 비용으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입소문 난 해외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직구 품목도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미국은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32%) 비중이 가장 컸다. 중국은 컴퓨터 부품 등 전자제품류(22%), 유럽은 화장품·향수(29%), 일본은 초콜릿 등 식품류(18%)가 인기 해외 직구 품목으로 꼽혔다. 일본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마니아층이 두터워 직구 수요가 꾸준하다. 유럽은 이른바 ‘약국 화장품’이라 불리는 더마코스메틱이나 명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가 해외 소비자에게도 편리하게 개선되면서 ‘국경 없는 쇼핑’이 본격화됐다”며 “해외 여행 경험이 많은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쇼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 무료배송 실시에 긴장하는 국내 업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7월부터 한국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실시해 국내 업계를 긴장시켰다. 그동안 국내 직구족은 아마존을 통해 구매할 때 주로 배대지를 이용해 상품을 주문했다. 이때 무게가 무거운 제품의 경우 배송비가 상품 가격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쌌다. 또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상의 상품을 주문할 경우엔 배송료를 포함해 관세가 매겨지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배대지는 공식적인 아마존 배송 과정이 아닌 말 그대로 미국 현지에서 대신 배송받아 다시 한국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문 취소와 반품·환불 등 절차가 복잡했다. 이 때문에 배송 지연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한국 직구족의 이용은 늘었는데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아마존이 90달러(약 10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단 주문 상품은 소매 판매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아마존 자체 상품에 한해 무료 배송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무료 배송 이벤트 실시와 동시에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아마존은 지난 2012년 한국에 아마존서비시즈코리아 법인을 설립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만을 하고 있다. 또 국내 셀러들을 대상으로 역직구(한국 제품을 해외에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역할만 하고 있을 뿐, 직접 온라인쇼핑 사업을 하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이벤트가 국내 진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소비자의 성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아마존은 앞서 100여 개 나라에서도 무료 배송 이벤트를 선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전자금융거래법상 아마존의 강점인 원클릭 결제 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각종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한국 시장 진출은 어려워보인다”며 “한국 고객의 아마존 이용률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시장 검토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우리보다 앞서 아마존이 진출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최대 쇼핑몰 라쿠텐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한 저력을 보여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배송비 인상으로 위기에 직면한 배송대행 업체: 아마존이 적극적으로 직구족 잡기에 나서자 그동안 배송을 대신하던 대행 업체는 위기에 직면했다. 설상가상 배송대행 업체가 최근 배송비를 일제히 인상하면서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몰테일은 7월 2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뉴저지·델라웨어 물류센터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제품에 대해 배송비를 0.98 달러 인상했다. 아이포터 역시 7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뉴저지 센터의 배송비 측정 방법을 변경했다. 배송비 측정 시 부피무게와 중량무게 차이가 30파운드 미만인 경우 중량무게를 적용했으나, 바뀐 규정에 따르면 둘 중 많은 무게로 배송비 측정이 이뤄진다. 무게에 따라 배송비도 올라가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 인상인 셈이다. 한진에서 운영하는 이하넥스는 이미 6월부터 ‘THE빠른서비스’ 요금을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항공료와 물류비용 인상, 인건비 증가 등의 외부 환경요인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이 올랐다는 입장이다. 몰테일 측은 “지난 7년 간 다양한 배송비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자사 수익보다 해외 직구 대중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배송비 인상을 감당했다”며 “상승하는 인건비와 시설비용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사실상 ‘담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부 지역에 한해 가격이 인상됐다곤 하지만 국내 직구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지역의 배송비가 많이 올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클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몰테일에 접수된 배송대행건수 중 80%는 미국이 차지했다.
직구 경쟁 불붙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직격탄을 맞은 배송대행 업체와 달리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목표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해외 직구족을 위해 ‘빠른 직구’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외 직구로 물건을 수령할 수 있는 기간을 5~7일 내로 단축한 것이다. 기존 해외 직구가 평균 10일~14일 정도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배송기간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의 경우 전략적 기업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 6월 초 가격 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을 인수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물류 인프라 및 빅데이터 기반 쇼핑 플랫폼을 갖춰 커머스 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해외 직구 전문 사이트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라면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는 직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유통망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상품·배송 차별화 서비스로 맞불을 놓은 것. 위메프는 7월 애플 iO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해외직구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난해 12월 해외 직구 서비스를 오픈한 위메프의 7월 기준 해외 직구 서비스 일 매출은 연초 대비 100% 증가했다. SK 플래닛 11번가는 세계 10여 개국 현지 유명 매장 제품을 선보인다. 현지 직배송 상품을 대거 확보하면서 배송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해외 직구몰 연간 성장률이 2015년 23.8%에서 2016년 35.4%, 지난해 40%로 꾸준히 증가세다.
명품뿐 아니라 아웃렛·대형마트 상품 등 현지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상품도 팔아 해외 직구 시장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G9는 해외 직구 판매 연간 신장률이 지난해 47%에서 올 상반기 82%로 급증했다. 신현호 G9 글로벌팀장은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고가 명품부터 일상 생활용품까지 대상 품목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며 “일부 제품은 최대 50%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올해 1·2분기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직구 매출(TV 제외)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티몬도 해외 의류 상품의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3%, 객단가는 28% 상승했다. 티몬 관계자는 “해외 캐주얼 의류 브랜드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매출 상위를 차지한 가운데 프리미엄 고가 패딩 매출이 증가하며 객단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 정보를 신중하게 비교하고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똑같은 물건도 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해외 직구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직구를 할 수 있는 쇼핑몰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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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엔 국경이 없다’. 해외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소비가 일상이 됐다. 지난해 해외 직구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직구족의 소비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 ‘직구 1번지’로 통하던 미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이 줄어든 반면 중국과 유럽 등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쇼핑 목록도 생필품에서부터 고가 가전까지 다양해졌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최근 ‘한국 무료 배송’을 선언하며 국내 유통 업계를 긴장시켰다. 넓어진 직구 시장, 어떻게 하면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을까. 초보 직구족이 주의해야 할 점도 살폈다. #1. 직장인 김성훈(38)씨는 최근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주문했다. 그는 “집에서 국산 공기청정기를 쓰고 있는데 한 대가 더 필요해서 추가로 구매하려니 금액이 부담됐다”며 “샤오미 제품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해서 현지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자동 번역 기능을 사용해 주문했지만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며 “11월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때 세일 규모가 크다고 해 지금부터 쇼핑 목록을 생각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2. 경기도 성남에 사는 주진아(42)씨는 ‘건강기능식품 마니아’다. 오메가3와 비타민은 물론 하루 5~6가지의 영양제를 챙겨먹는다. 주씨가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 애용하는 곳은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이허브’다. 한국어 사이트를 개설한 이 업체에선 3만여 종류의 유명 건강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배대지(현지 배송대행지)를 거칠 필요 없이 한국으로 직배송이 가능해 주씨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곳을 이용한다. 주씨는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다 한국에 없는 브랜드도 살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며 “미국 사이트는 워낙 직구가 활성화돼 배송 기간도 빠르면 일주일 정도로 짧아 굳이 국내 구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차이슨·샤오미 등 약진하는 중국 직구: 국경 없는 온라인 시대에 해외 ‘직구(직접 구매)’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관세청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는 2359만건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21억1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5.6%, 29.1%가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해외 직구 시장은 2013년 대비 104% 증가했으며,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해외 직구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 1분기 해외 직구 규모가 64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300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었다.
그동안 직구족이 선호하는 나라 1위는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별 비중(건수 기준)은 미국이 56.3%로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2014년(73.4%)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연합(EU)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기타 국가의 비중도 1.96%에서 2.89%로 늘어나는 등 해외 직구 대상 국가의 다변화 추세가 확연하다. 특히 중국은 떠오르는 직구 시장이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해외 직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9%에서 지난해 11%를 웃돌았다. 유럽에 이어 3위다. 지난해 중국에서 주문한 건은 408만8000여건으로 유럽(350만6000건)을 앞질렀고, 증가폭은 111%에 달했다.
중국 제품의 약진은 중국산 가전 ‘차이슨’의 약진으로 대변된다. 차이슨은 영국 프리미엄 가전 업체 다이슨 제품을 중국 기업이 모방해 만든 제품을 말한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중국산 모방품이 원조 못지 않은 성능을 갖춘 데다 가격까지 낮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 가격 비교 사이트에 따르면 차이슨 헤어드라이기는 최저 2만원대부터, 차이슨 청소기는 4만원대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다이슨 정품 헤어드라이기와 청소기의 최저 가격이 각각 50만원대와 80만원대를 웃도는 점을 생각하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해외 배송 대행서비스 몰테일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직구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7%, 지난 3월은 전월 대비 약 75%가 증가하며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몰테일 관계자는 “중국 직구 시장은 2014년부터 저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커졌지만 사드보복으로 다소 주춤했다”며 “중국산 제품의 질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면서 올들어서도 중국 브랜드들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TV·명품 등 고가 가전에서 생필품도 장바구니에: 그동안 해외 직구족의 쇼핑 아이템은 대부분 명품 패션이나 TV 등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활필수품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생활·세면용품을 살 때 무해성분을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진 데다, 적은 비용으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입소문 난 해외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직구 품목도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미국은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32%) 비중이 가장 컸다. 중국은 컴퓨터 부품 등 전자제품류(22%), 유럽은 화장품·향수(29%), 일본은 초콜릿 등 식품류(18%)가 인기 해외 직구 품목으로 꼽혔다. 일본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마니아층이 두터워 직구 수요가 꾸준하다. 유럽은 이른바 ‘약국 화장품’이라 불리는 더마코스메틱이나 명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가 해외 소비자에게도 편리하게 개선되면서 ‘국경 없는 쇼핑’이 본격화됐다”며 “해외 여행 경험이 많은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쇼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 무료배송 실시에 긴장하는 국내 업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7월부터 한국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실시해 국내 업계를 긴장시켰다. 그동안 국내 직구족은 아마존을 통해 구매할 때 주로 배대지를 이용해 상품을 주문했다. 이때 무게가 무거운 제품의 경우 배송비가 상품 가격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쌌다. 또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상의 상품을 주문할 경우엔 배송료를 포함해 관세가 매겨지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배대지는 공식적인 아마존 배송 과정이 아닌 말 그대로 미국 현지에서 대신 배송받아 다시 한국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문 취소와 반품·환불 등 절차가 복잡했다. 이 때문에 배송 지연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한국 직구족의 이용은 늘었는데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아마존이 90달러(약 10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단 주문 상품은 소매 판매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아마존 자체 상품에 한해 무료 배송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무료 배송 이벤트 실시와 동시에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아마존은 지난 2012년 한국에 아마존서비시즈코리아 법인을 설립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만을 하고 있다. 또 국내 셀러들을 대상으로 역직구(한국 제품을 해외에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역할만 하고 있을 뿐, 직접 온라인쇼핑 사업을 하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이벤트가 국내 진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소비자의 성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아마존은 앞서 100여 개 나라에서도 무료 배송 이벤트를 선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전자금융거래법상 아마존의 강점인 원클릭 결제 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각종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한국 시장 진출은 어려워보인다”며 “한국 고객의 아마존 이용률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시장 검토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우리보다 앞서 아마존이 진출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최대 쇼핑몰 라쿠텐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한 저력을 보여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배송비 인상으로 위기에 직면한 배송대행 업체: 아마존이 적극적으로 직구족 잡기에 나서자 그동안 배송을 대신하던 대행 업체는 위기에 직면했다. 설상가상 배송대행 업체가 최근 배송비를 일제히 인상하면서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몰테일은 7월 2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뉴저지·델라웨어 물류센터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제품에 대해 배송비를 0.98 달러 인상했다. 아이포터 역시 7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뉴저지 센터의 배송비 측정 방법을 변경했다. 배송비 측정 시 부피무게와 중량무게 차이가 30파운드 미만인 경우 중량무게를 적용했으나, 바뀐 규정에 따르면 둘 중 많은 무게로 배송비 측정이 이뤄진다. 무게에 따라 배송비도 올라가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 인상인 셈이다. 한진에서 운영하는 이하넥스는 이미 6월부터 ‘THE빠른서비스’ 요금을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항공료와 물류비용 인상, 인건비 증가 등의 외부 환경요인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이 올랐다는 입장이다. 몰테일 측은 “지난 7년 간 다양한 배송비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자사 수익보다 해외 직구 대중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배송비 인상을 감당했다”며 “상승하는 인건비와 시설비용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사실상 ‘담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부 지역에 한해 가격이 인상됐다곤 하지만 국내 직구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지역의 배송비가 많이 올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클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몰테일에 접수된 배송대행건수 중 80%는 미국이 차지했다.
직구 경쟁 불붙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직격탄을 맞은 배송대행 업체와 달리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목표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해외 직구족을 위해 ‘빠른 직구’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외 직구로 물건을 수령할 수 있는 기간을 5~7일 내로 단축한 것이다. 기존 해외 직구가 평균 10일~14일 정도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배송기간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의 경우 전략적 기업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 6월 초 가격 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을 인수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물류 인프라 및 빅데이터 기반 쇼핑 플랫폼을 갖춰 커머스 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해외 직구 전문 사이트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라면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는 직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유통망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상품·배송 차별화 서비스로 맞불을 놓은 것. 위메프는 7월 애플 iO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해외직구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난해 12월 해외 직구 서비스를 오픈한 위메프의 7월 기준 해외 직구 서비스 일 매출은 연초 대비 100% 증가했다. SK 플래닛 11번가는 세계 10여 개국 현지 유명 매장 제품을 선보인다. 현지 직배송 상품을 대거 확보하면서 배송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해외 직구몰 연간 성장률이 2015년 23.8%에서 2016년 35.4%, 지난해 40%로 꾸준히 증가세다.
명품뿐 아니라 아웃렛·대형마트 상품 등 현지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상품도 팔아 해외 직구 시장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G9는 해외 직구 판매 연간 신장률이 지난해 47%에서 올 상반기 82%로 급증했다. 신현호 G9 글로벌팀장은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고가 명품부터 일상 생활용품까지 대상 품목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며 “일부 제품은 최대 50%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올해 1·2분기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직구 매출(TV 제외)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티몬도 해외 의류 상품의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3%, 객단가는 28% 상승했다. 티몬 관계자는 “해외 캐주얼 의류 브랜드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매출 상위를 차지한 가운데 프리미엄 고가 패딩 매출이 증가하며 객단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 정보를 신중하게 비교하고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똑같은 물건도 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해외 직구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직구를 할 수 있는 쇼핑몰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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