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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졸업한 그리스의 앞날은?

구제금융 졸업한 그리스의 앞날은?

베렌버그 이코노미스트 “부정적 시각 많지만 개혁 지속하면 유로존의 성장 주도국 될 수 있을 것”
추가 긴축안을 담은 국제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놓고 2015년 그리스에서 실시된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시민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 사진:AP-NEWSIS
지난 8월 2 0일 그리스는 8년 넘게 이어진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유로존 회원국 중 아일랜드·스페인·키프로스·포르투갈에 이어 다섯 번째다.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을 집행한 유로존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는 그리스 구제금융이 종료되는 이날 “우리는 추가 구제금융 프로그램 없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며 “그리스는 2010년 초 이래 처음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국제채권단의 신탁통치에서 벗어나 경제 주권을 회복한 셈이지만, 경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당분간은 채권단의 혹독한 감시 아래 긴축 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어 국민이 체감하는 구제금융 종료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스의 앞날을 두고 이처럼 부정적인 논평이 많이 나왔지만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카스텐 헤세는 낙관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헤세는 만약 그리스가 개혁을 지속한다면 유로존에서 성장을 이끄는 국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0%, 내년에 2.2%, 2020년에 2.4%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스 경제는 지난 1분기까지 5분기 동안 연속 성장했으며 연간 대비로는 2.3% 증가했다. 계절 요인을 감안해 조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분기 GDP는 0.8% 늘었다. 그리스는 2010년 과도한 국가부채에 따른 재정위기의 여파로 경제 규모가 26% 축소되면서 국가부도 사태에 몰린 후 유로존과 ESM,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 구성된 국제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구제금융 약 2600억 유로를 지원받아 나라 살림을 꾸려왔다.

그동안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채권단이 주문한 대로 재정지출 감축,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과 구조개혁을 시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러면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노동시장을 호전시켰으며, 채권 수익률을 낮추고, 더 많은 유로존 펀드를 확보해 투자를 뒷받침했다. 성장으로 방향을 틀기 위한 중요한 개혁이었다.

이제 그리스는 더 이상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민간 출처에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그와 함께 ESM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재정긴축과 구조개혁 의무에서도 벗어난다. 그리스가 갚아야 할 구제금융 40%에 해당하는 960억 유로의 채무 만기는 10년 연장되며, 두 달 안에 150억 유로를 추가 지원받는다.

헤세는 “지금 당장은 달라지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 많은 현금을 받았고 지난 6~9개월 동안 많은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현재 약 240억 유로의 현금 완충장치를 갖고 있다. 향후 2년 동안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았던 다른 4개 유로존 회원국의 뒤를 따랐다. 헤세는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의 경제가 구제금융 졸업 후 견실하게 성장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리스 경제의 앞날도 낙관한다. 그는 그리스가 개혁 노력을 지속해 공급 잠재력을 강화하고, 세율을 좀 더 경쟁력 있게 조정한다면 유로존에서 성장을 이끄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고용도 아직은 2008년 기록한 최고치에서 한참 떨어지지만 지난 2년 동안 상당히 개선됐다(2013년 4분기 이래 일자리가 30만 개 늘었다). 2013년에 28%로 정점을 찍은 실업률 역시 지난 5월 19.5%로 집계돼 2011년 이래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헤세는 이런 고용 상황 개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스 경제가 회복되고 수출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수요를 끌어올리며, 관광산업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단위노동비용이 낮아지면서 고용주의 경쟁력이 더 강화되며, 기업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자본통제가 완화되고 궁극적으로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공공·민간부문의 높은 부채율, 대규모 부실채권, 높은 세율, 허약한 교육 실적 등이 장기적인 도전에 속한다. IMF는 GDP의 약 180% 규모에 달하는 그리스의 국가부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리스의 GDP 대비 채무 규모는 EU 최대 규모다. 헤세는 그리스가 개혁에서 후퇴해 시장이 다시 겁먹는 상황이 오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의 기업신뢰도는 2015년 초 구제금융 협상에서 유로존의 긴축 요구를 거부했던 치프라스 총리·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초래한 최저점에서 크게 호전됐지만 다른 지중해 국가들에 비해 많이 뒤진다[당시 그리스 역사상 최초로 탄생한 좌파 정부를 이끌게 된 치프라스 총리는 집권 직후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국제채권단에 반기를 들었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직전까지 가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유로존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특히 그리스의 조세 부담이 너무 크다. 예를 들어 연간 1만 유로 소득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4분의 3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세계은행은 수많은 규제와 사법적 장애물 때문에 그리스가 EU 회원국 중 가장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발표했다. 헤세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가 그리스를 성공 사례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본다. 낮은 생산성, 고비용 연금 시스템, 비대한 공공부문, 허약한 금융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추가적인 노력이 이뤄지면 그리스의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헤세는 그리스의 채권 수익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리스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2015년 3차 구제금융 이래 크게 낮아졌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2010년 11월과 2011년 5월 각각 최종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의 그들 채권 수익률 추세와 비슷하다.

ECB가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면서 유로존의 채권 수익률이 계속 낮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도 내년에 3%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헤세는 말했다. 8월 20일 현재 그리스 10년 채권 수익률은 4.32%다.

- 프로니타 나이두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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