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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 바람 부는 리서치센터…애널리스트 역할 다변화도

[리서치 새바람] ②
리서치 보고서 저작권 소송 등 강경 대응
리서치 자문서비스·애널리스트 유튜브 출연도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지금만큼 애널리스트들이 어려운 시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수년 전만 해도 고액 연봉을 받으며 ‘증권사의 꽃’이라고 불렸던 애널리스트, 그리고 그들이 속해 있는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증권사의 수익성과 연결돼 일명 ‘매도 리포트’를 함부로 낼 수 없는 우리나라의 리서치센터 환경상 독립성과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게다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정보의 창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리서치센터에서 공들여 만든 조사 분석 자료(리서치 보고서)를 무단으로 게재·배포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리서치 보고서 공개에 대한 ‘유료화 원칙’을 세우고 자사 회원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 유료 판매 업무를 신고하고 리서치 보고서를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가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된 가운데, 당장 전면 유료화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대응에 나선 셈이다.

우선 KB투자증권은 리서치 보고서 운영에 대해 ‘유료화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정보 분석 업체 에프엔가이드 같은 플랫폼들하고 유료 계약을 맺어 유료화 원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자사 고객에게만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리서치 보고서에 대한 ‘유료제공 제도화’를 시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는 리서치 콘텐츠 보호와 당사 실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며 “이에 당사 고객이라면 고객 등급 상관없이 뷰어 형태로 모든 리서치 보고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도 지난해 리서치센터에서 작성하는 보고서의 전문 중 일부만 공개하기로 했다. 무료 플랫폼에는 요약 자료만 공개되고, 전문은 회원 또는 개별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제공한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의도치 않게 리포트가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가 재가공되고 출처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최소한의 보호 차원에서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DB금융투자는 지난 2021년부터 보고서 전문을 자사 고객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굉장히 오랜 기간 여러 가지 노력이 들어간 저작물인데 무분별하게 활용하거나 유통되는 케이스들에 대해 최소한의 절차 같은 것을 두는 것이다”고 말했다.

리서치 보고서에 대한 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리서치센터들의 강경한 대응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현대차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은 애널리스트가 쓴 분석 보고서를 허락 없이 게재‧판매한 사이트의 운영사인 한빛아이에이홀딩스(한빛)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직접 본안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리포트 무단 게재에 대한 증권사의 손해배상 소송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저작권 보호·애널리스트 역할 다양화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이영광)는 현대차증권이 한빛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소송에서 “원고에게 3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한빛이 자사 사이트에 현대차증권의 보고서를 더 이상 게재‧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한빛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내 지난해 승소가 확정됐지만, 배상금이 아닌 무단 게재 금지만 청구했다.

하지만 문제는 한빛이 특정 보고서를 쓰지 말라는 판결 이후에도 해당 보고서를 빼고 나머지 보고서는 계속 쓰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한빛과 1심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현재 3심을 진행 중이다.

소송을 진행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에 나와 있던 보고서 같은 경우는 승소 대상에 포함이 됐는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그런 것까지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식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리서치 보고서를 만드는 데 100억 가까운 예산이 드는데 이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증권 분석을 가져가 이용료를 받고 팔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증권사 리포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개인 SNS 운영자들의 지적재산권 침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데서도 증권사 리포트를 개인적인 인사이트처럼 해가지고 제대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을 한다든지, 혹은 잘못 인용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리서치 보고서에 대한 유료화 움직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과 수익성 개선 모색도 나서고 있다. 일례로 하나증권의 경우 리서치 자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해외시장, 해외주식 등에 대한 견해 공유와 관련 종목과 포트폴리오 비중 의견 제시 등을 자문하고 있다”며 “2개의 기관, 5개 펀드 운용에 자문 중이며, 올해만 10월까지 수수료 수익이 약 13억원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리서치 자료에 대한 유료화 검토는 아직이지만 애널리스트의 다양한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애널리스트 역할 다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단순 보고서 발행, 법인고객 대상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초고액자산가 대상 세미나, 컨설팅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튜브 출연 등 리테일고객 대상으로도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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