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중국 공산당은 중매쟁이?

중국 공산당은 중매쟁이?

독신자에게 가정 꾸리도록 장려하는 것이 이젠 가족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중점 정책으로 떠올라
중국의 발렌타인데이로 자리 잡은 음력 7월 7일 칠석절엔 여러 대도시에서 젊은 연인들의 입맞춤 경연대회가 열린다. / 사진:XINHUA-NEWSIS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의 압박보다 로맨틱한 기분을 싹 가시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결혼하라고 법석을 떠는 것이다. 8월에 있는 중국 명절 칠석절(음력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하늘의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로 ‘정인절’이라고도 불린다)은 중국의 발렌타인데이다. 선남선녀가 서로 연인을 구하거나 부모의 감시 아래 교제하며 그날을 보내는 게 마땅하지만 거기에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까지 끼어들었다.

중국에선 이제 혼기가 찬 남녀에게 가정을 꾸리라고 잔소리하는 것이 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의 중점 정책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급속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1979년 ‘한 자녀 정책’을 강제로 시행했다. 하지만 출산률이 급속히 낮아지면서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가 됐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자녀 정책’은 폐지했다. 이제 중국의 모든 부모는 2명의 자녀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유엔은 60세 이상인 중국인의 수가 2050년이면 4억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인구보다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이 위축됐다. 2014년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 본토의 생산가능 인구가 9억15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00만 명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경제적 우려는 젊은이의 결혼, 더 중요하게는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특히 공산당 지도부는 남겨진 남성과 여성을 뜻하는 ‘잉여남’과 ‘잉여녀’의 중매에 적극 나선다. 30세 이상의 독신남성과 27세 이상의 독신여성을 중국 당국은 흔히 그렇게 부른다. 지난해 6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저장성에서 독신남녀 10만 명을 위한 집단 스피드데이팅(한 장소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주어진 시간 동안 이성과 대화를 나눈 뒤 서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는 방식의 미팅) 행사를 주최했다. 중화전국부녀연합회도 간쑤성에서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관영 언론은 주로 두려움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탠다. 2014년 환구시보는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으로 이젠 남성이 스스로 불필요한 존재처럼 느낀다며 ‘편향된 성비와 결혼에 대한 높은 기대치로 독신남성이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그해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0년이 되면 24~40세 연령층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 명이나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인민일보는 ‘혼기를 넘긴 독신남성이 늘면서 사회적 불안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 독신여성에겐 ‘잉여녀’가 될 위험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국에서 부모가 독신인 자녀에게 결혼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영국 런던대학 SOAS 중국연구소의 류제위 부소장은 뉴스위크에 “중국에선 모두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인 기대”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며 당연시되는 관행이다. 자녀가 20대 말에도 독신이라면 부모가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하이 런민공원에선 매 주말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결혼시장이 선다. 수천 명의 부모가 자녀에게 적합한 배우자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그곳을 찾는다. 그들은 아들이나 딸의 인적 사항(사진·나이·키·소득·학력·띠·가훈·성격 등)을 적어 게시판에 붙인다. 조건이 맞으면 양측 부모가 서로 만나본 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될 때 자녀의 만남을 주선한다.

정부까지 나서서 결혼을 밀어붙이면서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도시에선 집단으로 맞선을 보는 행사가 자주 열린다. 결혼을 목표로 하는 독신남녀 수천 명이 공원이나 스타디움에 모여 배우자감을 찾는다. 중국판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탄탄’처럼 2015년 차오톈톈이 만든 ‘Hire Me Plz’도 인기다. 독신자가 저녁 식사나 모임에 데려가기 위해 임시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고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요금을 내면 어떤 행사든 곧바로 데려갈 수 있는 짝을 고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에서 성매매는 안 된다. 중국에선 매춘이 불법이다.

춘절 등의 명절엔 사용자가 급증한다(물론 요금도 더 비싸다). 지난 1월 차오는 “우리 플랫폼에서 1000명 이상이 춘절 연휴 동안 고용 가능한 데이트 상대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트 상대 대여 산업이 2022년이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광저우 출신 세실리아 차오(25)는 자신의 세대엔 결혼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인은 늘 일만 하면서 또래와 어울려 놀 시간이 없어 서로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또 외출을 싫어하고 그냥 집에 있고 싶어 하는 젊은이도 있다. 그런 이들은 제3자가 나서서 이성 친구를 소개해줄 필요가 있다.”

톈진 출신인 자오쉐웨이(20)는 사교행사에 참석하기보다 집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또래들이 갈수록 많아진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사람들은 대개 결혼하려고 데이트한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을 꺼리는 젊은이가 더 많다. 가정을 꾸려야 하는 부담이 크고 자녀 양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이제 두 자녀까지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지만 가정을 꾸리는 비용이 많이 들어 자녀를 더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중국 사회과학원은 자녀 1명을 16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7만1644달러(약 8000만원)라고 추산했다. 중국(본토 기준)의 일인당 연간 가처분 소득이 3212달러(약 360만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너무 큰 부담이다.

결혼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늘어나고 있지만 통계 수치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조이혼율(당해 연도의 인구 1000명 당 이혼 건수)이 2006~2016년 1.46건에서 3건으로 두 배로 늘었다. 2016년 이혼한 부부는 420만 쌍이었다(전년 대비 8.3% 증가).

홍콩의 사회학자인 샌디 토 신치는 사람들의 태도 변화로 그런 추세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여성이 갈수록 불만족스러운 결혼을 참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혼율이 높아진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게 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제 그들은 결혼생활이 힘들면 참지 않고 이혼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새로운 칠석절 전통이 생길 수 있다. 과거엔 칠석절이 되면 중국의 젊은 여성이 종이로 만든 제물을 태워 소원을 빌었다. 하지만 이젠 그들이 혼인증명서를 태우며 정부의 기대를 잿더미로 만들지 모른다.

- 크리스티나 자오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뉴욕 유가,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합의 임박에 급락…WTI,3.2% ↓

2은행, 기업대출로 눈 돌렸는데…연체율은 어쩌나

3로봇 감속기 업계의 엔비디아를 꿈꾼다

4국내기업 경기전망 33개월째 연속 부진…"한계 봉착"

5“디딤돌 아니라 걸림돌” 정책대출 규제에 피해는 ‘서민 몫’

6“좀 무섭네요” 신한은행 ‘AI 브랜치’ 방문한 고객이 내뱉은 말

7가계대출 절벽 현실화…1금융 비대면‧2금융도 조인다

8미래·NH證 6개사 ‘랩·신탁’ 중징계 쓰나미...업계 미칠 파장은?

9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실시간 뉴스

1뉴욕 유가,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합의 임박에 급락…WTI,3.2% ↓

2은행, 기업대출로 눈 돌렸는데…연체율은 어쩌나

3로봇 감속기 업계의 엔비디아를 꿈꾼다

4국내기업 경기전망 33개월째 연속 부진…"한계 봉착"

5“디딤돌 아니라 걸림돌” 정책대출 규제에 피해는 ‘서민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