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아지는 대출 규제] 10년 이어온 빚테크 시대 저문다
[강도 높아지는 대출 규제] 10년 이어온 빚테크 시대 저문다
10월 31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 소득 적거나 증빙 어려운 서민 타격 지난 10년은 ‘빚테크’ 시대였다. 가계는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주식을 샀다. 풀린 돈이 주택·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집값이 뛰고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사상 최저의 금리와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부양책의 합작 효과였다. 누군가에게는 재산 증식의 기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실과 좌절의 시간이었다. 그랬던 빚테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여전히 금리는 낮은 편이지만 정부가 돈 줄을 확 죄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장 포괄적이면서 깐깐한 대출심사 기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 규제가 10월 31일부터 시중은행을 필두로 시작된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은 내년 상반기부터 DSR 규제가 적용되지만, 10월 말부터 자율적용이 가능한 만큼 일부에선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뿐 아니라 카드사 역시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카드론과 같은 대출은 물론 카드 이용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전방위 대출 죄기에 나서는 건 지난 정부가 빚테크를 부추기면서 가계대출이 최근 5년 새 500조원이나 급증해 1400조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DSR 규제를 지렛대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2013년 6%였던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4년 8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택경기 부양책이 시작되면서 그해 6.7%로 상승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5년에는 11%, 2016년 11.6%로 뜀박질했다. 정권이 바뀐 지난해에는 7.9%로 떨어졌고 올해는 6월 말 현재 7.4%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까지 대출 증가율을 고려하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약 7%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증가율을 매년 약 0.5%포인트씩 낮춰 2021년에는 명목GDP 성장률 수준인 5.5% 이하로 떨어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DSR을 통해 6.5% 정도로 관리할 계획이다. 불어난 가계대출도 문제이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광범위한 대출 규제로 자영업자나 청년·노인 등 소득이 적거나 증빙이 어려운 서민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월 말부터 적용되는 DSR 대출 규제는 대출자의 소득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은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DSR은 대출자가 버는 돈으로 모든 빚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신용대출·자동차활부금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소득은 증빙소득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증빙소득이 없는 대출은 인정·신고소득을 확인해 산출한다. 농어업인의 소득자료 등인 인정소득은 95%, 카드사용액이나 금융소득 등 신고소득은 90%만 인정한다.
단순하게 보면 연봉이 6000만원인 사람의 경우 대출과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총 6000만원이라면 DSR은 100%가 된다. DSR의 적정 비율(70%)을 정하고, 이 적정선을 넘으면 대출을 막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DSR 규제의 핵심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70%를 넘으면 대출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출을 통해 집을 사든 생활비로 쓰든 앞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벌어들일 만큼만, 딱 빚 갚을 능력만큼만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DSR 규제가 시행되면 당장 소득과 기존 대출 규모에 따라 대출자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거나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연 소득 3000만원인 A씨가 마이너스통장 2000만원(금리 연 4%)과 만기가 1년 남은 1500만원 규모의 자동차구입 대출(금리 연 5%)을 이용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씨가 서울에서 4억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규제만을 적용할 경우 최대 1억6000만원(금리 연 3.5%,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DSR이 106.36%여서 고DSR로 분류돼 아예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시중은행은 앞으로 DSR이 70%가 넘는 고(高)DSR 대출 비중을 15%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 대출 중 고DSR 대출 비중은 평균 19.6%. 이 때문에 고DSR에 해당한다면 대출 목적이 무엇이든 대출 자체가 안 될 수 있다.
이미 시중은행의 고DSR 비중이 15%를 넘는 만큼 추가로 DSR 70%를 넘겨 대출을 받으려던 사람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금융권은 증빙한 소득에 비해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먼저 줄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DSR을 시범 운영한 결과 고DSR 분류자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였다”며 “고DSR 기준이 100%에서 70%로 강화되면서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자영업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에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한도를 적용받던 전문직(변호사·의사 등)이나 공무원, 대기업 직원도 대출한도가 크게 줄 전망이다. 이들은 그동안 은행과 협약을 맺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협약 대출의 DSR을 300%로 산정하게 된다. 협약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무엇보다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나 은퇴생활자의 대출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은 대출자의 직장 안정성까지 고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회사원은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중소기업이나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업종 종사자는 상황에 따라 소득이 확 줄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를 DSR 급변동 요인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비대면 대출 등 소득미징구대출도 위축될 전망이다. 소득미징구대출은 전문직 신용대출, 협약대출 중 은행이 예외적으로 소득을 보지 않고 내주는 대출이다.
이 같은 DSR 규제는 10월 말 시중은행부터 적용된다. 제2금융권은 자율 적용이어서 일부 금융사에서는 종전처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는데, 적용 기준은 시중은행과 같다. 다만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의 영업 특성을 감안해 소득을 신용조회회사 추정소득모형으로 산정한 것을 인정하되 추정 소득의 80%, 5000만원 이내만 소득으로 인정한다. 대출금리가 20% 이상인 고위험 대출 취급 시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또 서민대출상품인 햇살론, 새희망홀씨,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지자체 지원 협약대출,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대출 등에는 DSR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더라도 이같은 대출이 있다면 다른 대출을 받을 때 부채로는 잡힌다.
대출은 물론 신용카드 이용에도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신용카드사들은 고DSR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현재 가처분소득에 따라 신용카드 이용한도 산정 기준을 정한 모범 규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 이용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카드사는 대출한도와 이용한도 책정을 위해 신용정보회사가 제공한 신용평가 지표와 가처분소득 지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카드사가 직접 대출 정보를 공유 받아 이를 바탕으로 DSR을 산출하게 된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신용판매부문의 DSR 관리 기준이 어떻게 연동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DSR 기준이 강화된 만큼 이용한도가 하향 조정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급증한 가계대출도 관리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출자별·대출별 상황을 배제하고 총량 관리에만 몰두하면 실수요자가 대출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광범위한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 당장 급한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신용대출 등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평균 DSR을 떨어뜨리려면 DSR이 높지 않지만 상환능력이 낮은 고객에 대한 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청년층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올라가면 이미 대출을 많이 받은 대출자를 비롯해 취약계층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등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은행권 전체적으로 대출이 줄어들 수 있는데 대출이 거절돼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대출 수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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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DSR 규제를 지렛대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2013년 6%였던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4년 8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택경기 부양책이 시작되면서 그해 6.7%로 상승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5년에는 11%, 2016년 11.6%로 뜀박질했다. 정권이 바뀐 지난해에는 7.9%로 떨어졌고 올해는 6월 말 현재 7.4%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까지 대출 증가율을 고려하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약 7%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증가율을 매년 약 0.5%포인트씩 낮춰 2021년에는 명목GDP 성장률 수준인 5.5% 이하로 떨어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DSR을 통해 6.5% 정도로 관리할 계획이다. 불어난 가계대출도 문제이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광범위한 대출 규제로 자영업자나 청년·노인 등 소득이 적거나 증빙이 어려운 서민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대출 등도 모두 빚에 포함
단순하게 보면 연봉이 6000만원인 사람의 경우 대출과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총 6000만원이라면 DSR은 100%가 된다. DSR의 적정 비율(70%)을 정하고, 이 적정선을 넘으면 대출을 막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DSR 규제의 핵심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70%를 넘으면 대출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출을 통해 집을 사든 생활비로 쓰든 앞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벌어들일 만큼만, 딱 빚 갚을 능력만큼만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DSR 규제가 시행되면 당장 소득과 기존 대출 규모에 따라 대출자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거나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연 소득 3000만원인 A씨가 마이너스통장 2000만원(금리 연 4%)과 만기가 1년 남은 1500만원 규모의 자동차구입 대출(금리 연 5%)을 이용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씨가 서울에서 4억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규제만을 적용할 경우 최대 1억6000만원(금리 연 3.5%,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DSR이 106.36%여서 고DSR로 분류돼 아예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시중은행은 앞으로 DSR이 70%가 넘는 고(高)DSR 대출 비중을 15%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 대출 중 고DSR 대출 비중은 평균 19.6%. 이 때문에 고DSR에 해당한다면 대출 목적이 무엇이든 대출 자체가 안 될 수 있다.
이미 시중은행의 고DSR 비중이 15%를 넘는 만큼 추가로 DSR 70%를 넘겨 대출을 받으려던 사람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금융권은 증빙한 소득에 비해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먼저 줄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DSR을 시범 운영한 결과 고DSR 분류자 중 상당수가 자영업자였다”며 “고DSR 기준이 100%에서 70%로 강화되면서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자영업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에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한도를 적용받던 전문직(변호사·의사 등)이나 공무원, 대기업 직원도 대출한도가 크게 줄 전망이다. 이들은 그동안 은행과 협약을 맺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협약 대출의 DSR을 300%로 산정하게 된다. 협약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카드 이용한도도 축소될 듯
이 같은 DSR 규제는 10월 말 시중은행부터 적용된다. 제2금융권은 자율 적용이어서 일부 금융사에서는 종전처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는데, 적용 기준은 시중은행과 같다. 다만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의 영업 특성을 감안해 소득을 신용조회회사 추정소득모형으로 산정한 것을 인정하되 추정 소득의 80%, 5000만원 이내만 소득으로 인정한다. 대출금리가 20% 이상인 고위험 대출 취급 시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또 서민대출상품인 햇살론, 새희망홀씨,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지자체 지원 협약대출,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대출 등에는 DSR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더라도 이같은 대출이 있다면 다른 대출을 받을 때 부채로는 잡힌다.
대출은 물론 신용카드 이용에도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신용카드사들은 고DSR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현재 가처분소득에 따라 신용카드 이용한도 산정 기준을 정한 모범 규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 이용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카드사는 대출한도와 이용한도 책정을 위해 신용정보회사가 제공한 신용평가 지표와 가처분소득 지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카드사가 직접 대출 정보를 공유 받아 이를 바탕으로 DSR을 산출하게 된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신용판매부문의 DSR 관리 기준이 어떻게 연동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DSR 기준이 강화된 만큼 이용한도가 하향 조정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고금리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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