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말하는 과학문화산업] 즐기는 상품·서비스 늘어야 과학이 큰다
[현장에서 말하는 과학문화산업] 즐기는 상품·서비스 늘어야 과학이 큰다
입시교육이 과학에 대한 선입견 만들어…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트 발굴해야 과학문화산업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교육 시장은 물론 성인들의 취미를 기반으로 한 과학상품, 과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공연, 과학을 토대로 하는 콘텐트 산업을 망라한다. 이미 이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종사자들도 있다. 다양한 과학문화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을 만나 실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기대감과 아쉬움, 제언을 들어봤다.
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는 과학과 대중을 잇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다. 2013년부터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진행하고 있다.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질 과학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내 과학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애청 팟캐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횟수 650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주요 청취자 연령층은 30~50대 성인이다. 원 대표는 “중·고등학교 과학교육이 어려서의 관심과 로망을 오히려 꺾는 면이 크다”며 “좋아하던 과학을 기피하거나 싫어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취업이나 생업에 바빠 과학을 접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과학을 다시 접할 기회를 제공해준 점이 많은 고정 청취자를 얻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 서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딱딱한 내용을 소재로 한 팟캐스트나 방송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대중의 지적 욕구가 과학 분야로까지 넓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과학문화 활동의 다양성이나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 대표는 “과학문화 자체로는 수익모델을 거의 만들 수 없고 이를 보완할 지원책도 시스템도 부족하다”며 “앞으로 연령별로 분화된 과학 콘텐트 시장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시장이 살아나고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양만큼이나 질적인 향상도 중요하다”며 “‘과학’이라는 명분이 붙지 않아도 그 자체의 질로서 팔리는 콘텐트를 만들지 못한다면 산업으로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2년부터 ‘하라하라’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은희 과학 작가는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과학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하라하라의 생물학 카페’ 출판을 계기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10여 권의 대중과학서를 냈다. 도서관·학교·과학관의 강연과 라디오·TV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이 작가는 “강연을 다니다 보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과학을 전문적인 활동으로 여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과학지식을 더 많이 외워 어디에 써먹을 것인지, 과학기술을 더 익혀 어떻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만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작가는 “과학을 알고 배우는 것이 모두 시험 점수와 돈으로 대치되었는데, 사실 과학의 속성은 점수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아 괴리감이 심했다”며 “과학은 배워서 써먹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과학문화의 지나친 상업화는 경계했다. 목적에 치중하는 과학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은 문제를 낳았듯이 무리한 과학문화의 상업화 역시 억지로 황금거위를 만드는 것일 수 있어서다. 이 작가는 “이 경우 조금만 효과가 지체되어도 거위의 배를 가르고자 덤벼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과학문화는 상업적 대상이 아니라, 즐김의 대상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 큰 어른들이 모여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어른의 수학’이나, 단지 한 권의 책을 읽은 경험을 나누기 위해 비싼 참가비를 내고 모이는 북클럽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이런 ‘아는 즐거움’을 공략한 성공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과학문화산업의 또 다른 핵심 영역 중 하나가 관련 전시·공연이다. 훌리악은 전국의 과학관에서 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 기획, 공간 기획, 전시물 제작을 하는 업체다. 체험형 공간기술 인터랙티브 갤러리를 개발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타임머신’ ‘빛의 정원 시즌2’ 전시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강정민 훌리악 대표는 “과학관을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놀이터 같은 곳으로 만들어 과학을 놀이로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과학관을 가보면 관광객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 그에 비해 국내 과학관은 평일 학생 단체 관람객이 대다수다. 강 대표는 이를 과학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과학은 입시를 위한 교과목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며 “그만큼 일상에서의 문화적 요소로는 바라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도 최근 메이커 문화를 기반으로 국내에도 성인들이 과학을 취미로 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학을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뉴미디어나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보다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찾고,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체험·공연·실습 등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 교구·완구 시장의 변화도 필요하다. 박호걸 포디수리 과학창의연구소장은 아이들이 손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는 교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4D 프레임’을 개발했다. 재료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자르거나 이어 붙여 다양한 구조물과 조형물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레고와 같은 고가의 외국산 교구가 국내 과학교구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단순 제품이 아닌 과학을 이용한 교육 콘텐트 개발에 매진해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스웨덴·핀란드·사우디아라비아·미국·영국·중국 등지에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성인 대상의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론적으로만 배운 과학 원리를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작동하는 걸 보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런 제품에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선 산학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과 MIT 공대는 벤처기업과 대학의 교류가 가장 활발한 대학 중 하나”라며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은 자체적인 연구소를 운영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 기술과 연구의 협력 관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하여 중소기업청과 같은 공적 기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과학문화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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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는 과학과 대중을 잇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다. 2013년부터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진행하고 있다.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질 과학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내 과학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애청 팟캐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횟수 650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과학을 말랑말랑하게 푸는 과학커뮤니케이터
다만, 국내 과학문화 활동의 다양성이나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 대표는 “과학문화 자체로는 수익모델을 거의 만들 수 없고 이를 보완할 지원책도 시스템도 부족하다”며 “앞으로 연령별로 분화된 과학 콘텐트 시장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시장이 살아나고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양만큼이나 질적인 향상도 중요하다”며 “‘과학’이라는 명분이 붙지 않아도 그 자체의 질로서 팔리는 콘텐트를 만들지 못한다면 산업으로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2년부터 ‘하라하라’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은희 과학 작가는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과학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하라하라의 생물학 카페’ 출판을 계기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10여 권의 대중과학서를 냈다. 도서관·학교·과학관의 강연과 라디오·TV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이 작가는 “강연을 다니다 보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과학을 전문적인 활동으로 여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과학지식을 더 많이 외워 어디에 써먹을 것인지, 과학기술을 더 익혀 어떻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만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작가는 “과학을 알고 배우는 것이 모두 시험 점수와 돈으로 대치되었는데, 사실 과학의 속성은 점수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아 괴리감이 심했다”며 “과학은 배워서 써먹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과학문화의 지나친 상업화는 경계했다. 목적에 치중하는 과학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은 문제를 낳았듯이 무리한 과학문화의 상업화 역시 억지로 황금거위를 만드는 것일 수 있어서다. 이 작가는 “이 경우 조금만 효과가 지체되어도 거위의 배를 가르고자 덤벼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과학문화는 상업적 대상이 아니라, 즐김의 대상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 큰 어른들이 모여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어른의 수학’이나, 단지 한 권의 책을 읽은 경험을 나누기 위해 비싼 참가비를 내고 모이는 북클럽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이런 ‘아는 즐거움’을 공략한 성공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과학문화산업의 또 다른 핵심 영역 중 하나가 관련 전시·공연이다. 훌리악은 전국의 과학관에서 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 기획, 공간 기획, 전시물 제작을 하는 업체다. 체험형 공간기술 인터랙티브 갤러리를 개발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타임머신’ ‘빛의 정원 시즌2’ 전시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강정민 훌리악 대표는 “과학관을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놀이터 같은 곳으로 만들어 과학을 놀이로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과학관을 가보면 관광객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 그에 비해 국내 과학관은 평일 학생 단체 관람객이 대다수다. 강 대표는 이를 과학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과학은 입시를 위한 교과목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며 “그만큼 일상에서의 문화적 요소로는 바라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도 최근 메이커 문화를 기반으로 국내에도 성인들이 과학을 취미로 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학을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뉴미디어나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보다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찾고,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체험·공연·실습 등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 교구·완구 시장의 변화도 필요하다. 박호걸 포디수리 과학창의연구소장은 아이들이 손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는 교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4D 프레임’을 개발했다. 재료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자르거나 이어 붙여 다양한 구조물과 조형물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레고와 같은 고가의 외국산 교구가 국내 과학교구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단순 제품이 아닌 과학을 이용한 교육 콘텐트 개발에 매진해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스웨덴·핀란드·사우디아라비아·미국·영국·중국 등지에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성인 대상의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론적으로만 배운 과학 원리를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작동하는 걸 보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런 제품에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체계적 산학 협력 시스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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