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꺾인 한국 해외 건설] 올해도 수주액 300억 달러 밑도나
[기세 꺾인 한국 해외 건설] 올해도 수주액 300억 달러 밑도나
리비아 대수로, 버즈 칼리파 건설 위상 온데간데 없어...중동 신규 사업 줄고 경쟁력도 악화 국내 건설 업체의 해외 건설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잇따라 수주 낭보를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하반기 접어들면서 힘이 빠지더니, 올해도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건설 업체의 전통적 텃밭이었던 중동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영향이다. 올해까지 3년 연속 300억 달러 수주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 때 중동을 중심으로 건설 붐을 일으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대한민국 건설의 위상이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 나아가 해외 건설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 업체들은 다시 한 번 해외 건설 시장에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건설은 해외 시장에서 파죽지세였다. 1965년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후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갔다. 한국 건설의 해외 시장 공략은 1965년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2전3기 끝에 태국 고속도로(파타니~나라티왓) 공사를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공사비는 총 540만 달러였는데 해외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탓에 되레 3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적자였지만 해외 선진 기술·장비를 들여올 수 있는 기회였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건설은 1973년 다시 중동에 진출했다. 삼환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공사(240만 달러)였다. 이후 1976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9억4000만 달러),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린 리비아 대수로 공사(1984년, 105억6000만 달러)로 공사 규모를 키우면서 승승장구했다. 1993년에는 누적 수주액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05년에는 삼성물산이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버즈 칼리파(3억600만 달러)를 수주했다. 대형 공사로 자신감이 붙자 수주액은 급속도로 늘었다. 1년6개월 꼴로 1000억 달러씩 수주액을 늘렸다. 2010년에는 그해에만 716억 달러를 수주했고, 2006년 누적 수주액 2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 9년 만인 2015년 누적 수주액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전체 수출 가운데 수출액으로는 반도체·자동차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해 한국의 해외 건설은 매출액 기준으로 독일을 앞질러 세계 5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 건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10월 말까지 국내 건설 업체가 수주한 해외 건설 사업은 총 515건, 241억6652만 달러(약 27조205억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 290억599만 달러의 83.3% 수준이다. 올해 수주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건설 업계의 수주액은 290억 달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397억8814만 달러) 이후 최근 11년 중 2016년(281억9231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올해 지역별 수주액을 보면 아시아가 127억5203만 달러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중동이 85억7048만 달러다. 태평양·북미에서 10억3304만 달러, 중남미 7억1168만 달러, 아프리카 7억244만 달러, 유럽에서 3억9682만 달러를 수주했다.
전반적으로 국내 업체의 해외 건설 수주액이 쪼그라든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국내 업체의 텃밭이었던 중동의 신규 사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5억1317만 달러보다 약 18%가 적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신규 발주가 준 영향이다. 신규 사업도 줄었지만 과거 국내 건설 업체의 저가 입찰 여파, 발주국의 사정으로 미수금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면서 국내 업체의 이란 진출 통로가 사실상 막힌 탓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업체가 중동 일대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 업체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중동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 감소하면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란 제재 등으로 이미 국내 업체가 수주한 사업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등지에서의 신규 사업 자체가 준 영향이 크지만 중국·터키 등 후발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 건설 업체 임원은 “국내 건설 업체의 수주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업체가 중국·인도 등 후발국 업체와 비교할 때 가격은 물론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인도·터키 업체는 싼 인건비를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건설시장을 파고 들었다. 그러나 국내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인도·터키 업체들이 자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이제는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와 기술력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건설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국은 여전히 싼 인건비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 반해 중국 등 후발국과의 격차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국내 시장이 한계를 보이자 대형 업체는 물론 중견 업체까지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유가 불안 등 글로벌 변수에 주목하며 대안을 찾겠다는 복안이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해외 건설시장이 그동안 국내 업체가 강점을 보였던 단순 도급에서 민관협력사업(PPP)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는 PPP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설립해 국내 업체의 PPP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290억 달러) 가운데 PPP는 약 5.5%인 16억 달러에 그쳤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PP는 경험도 없는 데다 사업 특성상 민간기업의 위험부담이 커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PP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겠지만 해외 건설의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건설 업체가 PPP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0년대 중반까진 승승장구
2005년에는 삼성물산이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버즈 칼리파(3억600만 달러)를 수주했다. 대형 공사로 자신감이 붙자 수주액은 급속도로 늘었다. 1년6개월 꼴로 1000억 달러씩 수주액을 늘렸다. 2010년에는 그해에만 716억 달러를 수주했고, 2006년 누적 수주액 2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 9년 만인 2015년 누적 수주액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전체 수출 가운데 수출액으로는 반도체·자동차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해 한국의 해외 건설은 매출액 기준으로 독일을 앞질러 세계 5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 건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10월 말까지 국내 건설 업체가 수주한 해외 건설 사업은 총 515건, 241억6652만 달러(약 27조205억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 290억599만 달러의 83.3% 수준이다. 올해 수주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건설 업계의 수주액은 290억 달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397억8814만 달러) 이후 최근 11년 중 2016년(281억9231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올해 지역별 수주액을 보면 아시아가 127억5203만 달러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중동이 85억7048만 달러다. 태평양·북미에서 10억3304만 달러, 중남미 7억1168만 달러, 아프리카 7억244만 달러, 유럽에서 3억9682만 달러를 수주했다.
전반적으로 국내 업체의 해외 건설 수주액이 쪼그라든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국내 업체의 텃밭이었던 중동의 신규 사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5억1317만 달러보다 약 18%가 적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신규 발주가 준 영향이다. 신규 사업도 줄었지만 과거 국내 건설 업체의 저가 입찰 여파, 발주국의 사정으로 미수금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면서 국내 업체의 이란 진출 통로가 사실상 막힌 탓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업체가 중동 일대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 업체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중동에서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 감소하면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란 제재 등으로 이미 국내 업체가 수주한 사업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등지에서의 신규 사업 자체가 준 영향이 크지만 중국·터키 등 후발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 건설 업체 임원은 “국내 건설 업체의 수주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업체가 중국·인도 등 후발국 업체와 비교할 때 가격은 물론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인도·터키 업체는 싼 인건비를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건설시장을 파고 들었다. 그러나 국내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인도·터키 업체들이 자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이제는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와 기술력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건설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국은 여전히 싼 인건비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 반해 중국 등 후발국과의 격차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터키·중국·인도 기술력 높아져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 인사, 반도체 강화가 핵심”...파운더리 사업에 ‘기술통’, 사장 2인 체제
2교육부·노동부, 청년 맞춤형 취업 지원 '맞손'
3영종도 운남동 내 신규 단지 ‘영종 테이튼 오션’ 주거형 오피스텔 준공으로 임대 및 분양
4하나금융, ESG 스타트업 후속투자 유치 지원
5"합성니코틴 유해성 높아 규제 필요"…개정안 연내 통과 될까
6“협력사 동반성장 기여”…신세계인터내셔날, 중기부 장관상 수상
7프로먹방러 히밥과 맞손…세븐일레븐 ‘럭히밥김찌라면’ 출시
8美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자금세탁 방지 의무 소홀 정황
9"아이브, 탄탄하고 뛰어나지만"…뜨려면 '이것'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