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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적 보러 시리아에 오세요”

“고대 유적 보러 시리아에 오세요”

아사드 정권, 내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상화’ 메시지 띄우며 국립박물관 일부 재개장 등 관광산업 진흥에 박차
다마스쿠스의 시리아 국립박물관 일부가 지난 10월 28일 재개장했다. 내전에서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폐쇄된 지 6년만이다. / 사진:AP-NEWSIS
다마스쿠스에 있는 시리아 국립박물관의 일부가 지난 10월 28일 재개장했다. 2012년 문을 닫은 지 6년 만이다. 일부 지역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가 관광산업을 진흥하고 국가가 정상 상태로 복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일부에 한해 다시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세계적인 고대 유물로 명성을 얻었던 시리아 국립박물관은 내전이 확대되면서 시리아 전역을 뒤흔들자 소장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대부분을 비밀장소로 옮기고 박물관을 폐쇄했다. 시리아에서 7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지금까지 35만 명 넘게 사망하고 1100만 명 이상이 고향을 등지고 국내외로 피난했다. 그러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아사드 정권은 반군의 마지막 보루를 표적으로 공격하는 동시에 투자와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선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무함마드 알아마드 시리아 문화장관은 “오늘 다마스쿠스는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선언하며 “국립박물관 재개장은 시리아가 여전히 여기 있고, 시리아의 풍요로운 문화 유산이 테러로 파괴되지 않았다는 진실을 전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현재는 국립박물관 일부만 재개장했지만 당국은 박물관 전체를 다시 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리아 정부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나라가 정상 상태를 되찾아간다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며 박물관 일부 재개장을 홍보했다. 반군에 대한 정부군의 승리를 강조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아사드 정부는 올해 초 정부군이 다마스쿠스를 수복했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시리아 몇몇 지역에선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고도 팔미라. 이곳을 반군이 장악하면서 고대 유적이 광범위하게 훼손됐다. / 사진:AP-NEWSIS
시리아는 지리적으로 고대 무역 노선의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어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자랑하지만 7년에 걸친 치열한 내전으로 시리아 전역에 걸쳐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고대 도시나 유적이 숱하게 파괴됐다. 특히 반군에 속하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시리아의 가장 유명한 국보급 문화재들을 폭파함으로써 전 세계의 지탄을 받았다.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팔미라 지역의 경우 2015년 이후 여러 차례 IS 손에 들어가면서 많은 고대 유물이 심하게 훼손됐다. 또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고대 시가지에 있는 유명한 사원인 우마야드 모스크도 끊임없는 내전에서 돌무더기로 변해버렸다.

시리아 관광부는 도처에서 산발적으로 내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국제 전시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리아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관광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관광산업과 관련된 각종 행사와 시리아 관광산업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안내문이 자주 올라온다(주로 아랍어로 됐지만 영어로도 자주 게시한다). 시리아의 주요 관광지를 보여주는 동영상도 제공한다.

지난 10월 29일 게시된 동영상에서 시리아 관광부는 반군으로부터 탈환한 중부 도시 홈스를 홍보했다. 시내는 허물어진 건물 등 전투의 상흔이 남아 있지만 동영상은 멋진 패닝샷으로 녹색 산악 지대와 계곡을 보여 주며 장엄한 음악을 곁들여 시리아 내전의 현실을 아주 먼 나라 이야기로 비치게 한다.

시리아 관광부는 뉴스위크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광부의 바삼 바르시크 마케팅 국장은 연초에 AFP 통신을 통해 올해 외국인 방문객을 최소 200만 명 유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목표라고 생각되지만 내전이 시작되기 바로 전 해인 2010년 시리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850만 명에 비하면 상당히 줄여 잡은 목표다.

AFP의 인터뷰는 바르시크 국장이 시리아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스페인에서 열린 피투르 국제관광박람회에 참석했을 때 이뤄졌다. 거기서 그는 IS가 심하게 훼손시킨 시리아 고도 알레포와 팔미라를 관광 명소로 선전했다. 그는 지난해 시리아를 찾은 외국 관광객이 130만 명이었다며 “올해는 시리아와 시리아 경제를 재건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아사드 정권의 정부군이 IS 반군으로부터 탈환한 다마스쿠스 남부 구역은 포격과 공습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졌다. / 사진:XINHUA-NEWSIS
유럽에 거주하는 레바논 출신의 박사 과정 학생 란드 엘 제인(27)은 지난해 9월 가족이 사는 베이루트에 잠시 들른 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했다. 그녀는 뉴스위크에 다마스쿠스의 번잡하고 활력 넘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떤 면에선 다마스쿠스가 자신이 성장한 베이루트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는 “다마스쿠스가 그처럼 자전거친화적인 도시라는 사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나 모터바이크의 연료를 구하기 어려워 그럴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한 가게 주인으로부터 “시리아인은 환경 문제를 중시해 더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자전거를 애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엘 제인은 여자 혼자서 다마스쿠스를 돌아다녀도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 차례 청소년들의 휘파람 ‘희롱’을 당한 적은 있다. 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도 그런 일은 늘 있지 않는가?” 그녀는 다마스쿠스를 베이루트와 비교하면서 다마스쿠스 주민은 자신의 고향에서보다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고 말했다. “공공 공간과 녹색 지대, 대형 공원이 베이루트의 아이가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많고 훌륭하다.”

시리아는 전통적으로 종교 관광지로 널리 알려졌다. 기독교와 이슬람 유적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엘 제인은 시아파 무슬림의 최대 종교 축제인 ‘아슈라’ 직전에 다마스쿠스를 방문했다며 종교 목적의 관광객이 아주 많았다고 돌이켰다. 그들은 주로 시아파 무슬림으로 다마스쿠스의 주요 사원인 사이다 제이나브를 찾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또 다른 레바논 출신의 여성 카우타르(31, 성은 밝히지 않았다)는 뉴스위크에 이슬람 금식 기도의 달인 라마단 동안 잠시 다마스쿠스를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전에 시리아를 방문하는 친구들을 보고 “전쟁터에 가다니 미친 짓”이라고 말했지만 시리아의 상황이 비교적 안정돼 보이면서 친구들에게 설득당해 짧게 다마스쿠스를 여행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구시가지에서 이프타르(라마단 기간에 무슬림이 일몰 직후 금식을 마치고 먹는 첫 번째 식사) 후 주민들이 나와서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먹고 쇼핑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짧은 방문 동안에도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시리아인을 여럿 만났다고 말했다. 좀 더 긴 일정으로 시리아의 다른 곳도 방문하고 싶은지 묻자 카우타르는 꼭 그러고 싶다고 답했다. “전쟁으로 주요 도시가 대부분 파괴됐다는 사실을 알지만 시리아가 다시 제모습을 찾는 과정을 보고 싶다.”

그녀처럼 용감하게 시리아를 방문하는 일부 관광객도 있지만 아직 반군이 시리아의 여러 지역을 점령한 상태라 실제로 위험하다. 그 반군 단체 중 일부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목됐다. 미군 주도 연합군이 계속 시리아의 일부 지역을 공습한다. 다마스쿠스와 북서부 해안의 라타키아 주 등 비교적 안정된 지역에서도 테러 공격이나 공습의 위험이 여전히 크다. 난민 중 일부는 그처럼 안정된 지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분석가들은 다른 지역에선 많은 시리아인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고도 알레포의 유명한 요새 시타델. 2016년 이곳을 중심으로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 사진:AP-NEWSI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컨설팅 업체 카탈리스타스의 시리아 전문가 아비바 스타인은 “여행 목적으로 시리아에 가려는 사람들에게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전이 수그러드는 듯하지만 시리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 시리아 경제가 어느 정도 혜택을 보겠지만 시리아는 국가 전체로서 여전히 불안정하다. 예상치 않은 폭력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스타인은 현재로선 시리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자행하는 폭력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국민 수백만 명을 난민으로 만들고 자국의 도시를 파괴한 책임이 큰 정권이 지배하는 나라에 관광하러 가서 과연 돈을 쓰고 싶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상황이 안정되는 듯이 보이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리아인도 있지만 아직 많은 시리아인은 아사드 정권의 통치 아래서 과연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지 우려한다. 시리아에서 투옥되고 고문당하다가 해외로 망명한 시리아 민주화 운동가 주드 애시는 뉴스위크에 “아사드 정권은 절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이 정상 국가라고 주장하며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꾀하려 하지만 결국 중요한 문제는 신뢰다. 누가 그들을 믿을 수 있는가?”

미국 국무부의 시리아 여행 지침(지난 9월 수정됐다)은 ‘테러와 민중 소요, 무장 분쟁’의 위험이 크다며 시리아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한다. ‘시리아의 어느 지역도 폭력에서 안전하지 않다. 납치, 화학무기 공격, 포격, 공습으로 목숨을 잃거나 심한 부상을 입을 위험이 아주 크다.’ 영국 정부도 자국민에게 그와 비슷한 지침을 제시한다. ‘시리아의 상황은 여전히 극도로 불안하고 위험하다. 시리아 전역에 높은 수준의 폭력 위험이 도사린다. 소총, 탱크, 포, 폭격기가 동원되는 전면적인 군사작전도 언제든 실시될 수 있다.’

유럽 국가 대다수도 국민의 시리아 여행을 만류한다. 그러나 엘 제인은 뉴스위크에 시리아 국경엔 유럽과 미국, 그 외 다른 비(非)아랍권 여권으로 입국하는 사람을 위한 전용 창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자신은 레바논 국적이어서 비자가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국적 소유자에겐 그와 다른 정책이 적용돼 사전에 여행사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엘 제인은 위험하긴 하지만 특히 시리아 사람을 만나보기 위해서라도 시리아를 방문해 보라고 지인들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다마스쿠스 주민은 소박하고 친절하다. 또 그들은 관대하다. 그토록 오랫동안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서도 여전히 다른 사람을 다정하게 대한다.”

- 제이슨 레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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