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선 미·중
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선 미·중
양국 정상 ‘90일간 추가 관세 부과 중지’ 합의로 갈등 일시 봉합해 지난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두 정상은 아무런 기대감 없이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두 나라가 적이 됐기 때문이다.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조지 W. 부시 정부는 미국과 중국이 금세기에 ‘번영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지금 양국은 그런 희망을 완전히 잃은 듯하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공식 ‘국가안보 전략’에서 중국을 미국의 전략적인 경쟁 상대로 명시했다. 지난 4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이 경제 자유화를 통해 우리와 세계의 파트너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그 희망은 1970년대 말 이래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서 핵심을 이뤘다). “중국은 경제적 침략을 선택했고, 그 결과 갈수록 성장하는 중국군이 더욱 대담해졌다.”
그런 배경에서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마오쩌둥 중국 주석을 만난 이래 양국 정상 간의 가장 중요한 ‘담판’이었다. 이번 만남의 핵심 목적은 세계의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긴장이 서로 감당할 수 없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지 서로 속셈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양측 모두 벼랑 끝에서 물러서길 원하는 게 분명했다. 미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기 좋아하는 주식시장의 성장이 무역전쟁의 먹구름 때문에 거의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에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공산당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던 경제성장이 급속히 식어가는 실정이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한 발씩 물러서는 것이 정해진 결론은 아니었다. 트럼프 정부의 한 관리는 정상회담 직전 익명을 전제로 “양측이 서로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게 정확한 현 상황이다.”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없었다면 미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 상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고, 나머지 중국의 대미 수출품 약 30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부가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양측은 잠재적인 합의의 윤곽에 관해 논의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보류하는 대가로 중국은 미국 농업과 에너지 부문에서 상품 수입(트럼프 정부가 지금까지 부과한 추가 관세로 차단됐다)을 재개하는 방안이 골자였다. 그 외에도 미국이 중국의 무역정책과 관련해 제기한 다양한 불만 사항에 관해 협상하기로 했다. 거기엔 자동차와 통신 같은 ‘전략’ 부문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자체의 관세를 비롯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미국의 주요 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중국의 경제적 사이버전쟁 등이 포함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완전히 파국으로 끝날 경우 필연적으로 따를 주식시장 폭락을 피하려면 그런 거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솔깃했을 듯하다. 백악관의 한 경제보좌관은 “그 정도만 해도 숨 고를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중국도 그 거래를 원했다.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미국이 부과하려는 관세를 두고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눈 상태”에선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따라서 지난 1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정책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목표 달성의 대가는 무엇인지를 두고 오락가락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관세 옹호론자’였다.
그는 다른 나라가 미국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고 할 때 그들을 저지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 관세라고 믿는다. 동시에 그는 미국 경제의 건전성과 주식시장의 좋은 실적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 확대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회의를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기 직전 그런 고민을 잘 드러냈다. “우리가 중국과 거래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거래라면 나는 대환영이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도 좋다.”
더구나 그의 여러 보좌관이 이런 긴장을 더 고조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서로 반대편으로 잡아 당겼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 출신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월스트리트의 기준을 신봉한다. 그들은 중국의 산업정책(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주요 산업의 보조금 지급 등)이 미국 기업의 이익을 손상하고 무역을 왜곡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들은 관세 인상 위주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중국이 기존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커들로 위원장은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Jaw jaw is better than war war)”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을 곧잘 인용한다.그들의 반대편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 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겸 국가무역위원장이 위치한다. 특히 대중국 초강경파로 꼽히는 나바로 위원장은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에서 중국을 ‘악의 화신’으로 묘사했다. 싸구려 불량상품으로 세상을 오염시키고, 국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이란 것이다. 한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무역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40여 년 전 의회가 통과시킨 법을 근거로 중국의 무역관행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장문의 고발서를 작성했다.
중국 협상가들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목표엔 동의하지 않지만 그를 존중한다. 반면 그들은 나바로 위원장은 혐오한다(류허 부총리의 동료는 그를 두고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 아마추어”라고 폄하했다). 주식시장도 그 견해에 공감한다. 지난 11월 29일 나바로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주가가 거의 100포인트 하락했다. 그 자리에 그가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단기적인 합의를 이룰 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의 무역관행과 관련해 폭넓고 개방된 논의를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부시와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중국과의 대화(행크 폴슨 전 재무장관은 이를 두고 ‘미중 전략·경제 대화’라고 불렀다)가 완전히 시간낭비였다고 본다. 그의 한 측근은 그 대화를 두고 심지어 “중국의 의도에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남은 임기 2년이 다 지나가기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회담 직전 베이징과 상하이의 여러 전현직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불평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대로 ‘거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선전하기에 적합한 선물 꾸러미’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제안을 거부했지만 “그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진 않았다”고 중국 관리들은 불만을 표했다.
그 이래 미국과 중국은 냉전 2.0 상태로 치달았다. 급기야 전반적인 관계가 1989년 톈안먼 사태 직후 이래 최저점으로 떨어진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다행히도 무역전쟁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내년 1월 1일 기준으로 향후 90일 동안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양국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비관세 장벽 등을 협상하기로 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의 ‘무역 담판’이 양측간의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의 아르헨티나 회담은 대단했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크게 도약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가 큰 강점을 갖고 협상하지만, 중국도 협상이 타결되면 많은 것을 얻는다. 운동장을 평평하게!”라며 공정한 무역을 강조하고 “미국 농부는 매우 빨리 큰 혜택을 받을 것이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을 통해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은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한다는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면서 “양측간 존재하는 이견에 대해 일련의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새로운 개혁개방 절차와 국내 시장 및 인민의 수요에 따라 시장을 개방하고 수입을 확대해 양국간 경제무역 문제의 완화를 추진하길 바란다. 다음 단계는 양측 경제무역 단체가 양국 정상간 공동 인식에 따라 협상을 지속하고 경제무역 관계가 조속히 정확한 궤도로 돌아와 호혜 공영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로써 양국 관계가 당분간(이번에 합의한 대로 최소한 내년 3월 말까지는) 더는 악화되지 않을 상황이 가까스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로써 완전히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인지는 내년 세 달 동안 두고 볼 일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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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공식 ‘국가안보 전략’에서 중국을 미국의 전략적인 경쟁 상대로 명시했다. 지난 4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이 경제 자유화를 통해 우리와 세계의 파트너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그 희망은 1970년대 말 이래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서 핵심을 이뤘다). “중국은 경제적 침략을 선택했고, 그 결과 갈수록 성장하는 중국군이 더욱 대담해졌다.”
그런 배경에서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마오쩌둥 중국 주석을 만난 이래 양국 정상 간의 가장 중요한 ‘담판’이었다. 이번 만남의 핵심 목적은 세계의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긴장이 서로 감당할 수 없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지 서로 속셈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양측 모두 벼랑 끝에서 물러서길 원하는 게 분명했다. 미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기 좋아하는 주식시장의 성장이 무역전쟁의 먹구름 때문에 거의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에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공산당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던 경제성장이 급속히 식어가는 실정이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한 발씩 물러서는 것이 정해진 결론은 아니었다. 트럼프 정부의 한 관리는 정상회담 직전 익명을 전제로 “양측이 서로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게 정확한 현 상황이다.”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없었다면 미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 상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고, 나머지 중국의 대미 수출품 약 30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부가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양측은 잠재적인 합의의 윤곽에 관해 논의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보류하는 대가로 중국은 미국 농업과 에너지 부문에서 상품 수입(트럼프 정부가 지금까지 부과한 추가 관세로 차단됐다)을 재개하는 방안이 골자였다. 그 외에도 미국이 중국의 무역정책과 관련해 제기한 다양한 불만 사항에 관해 협상하기로 했다. 거기엔 자동차와 통신 같은 ‘전략’ 부문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자체의 관세를 비롯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미국의 주요 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중국의 경제적 사이버전쟁 등이 포함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완전히 파국으로 끝날 경우 필연적으로 따를 주식시장 폭락을 피하려면 그런 거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솔깃했을 듯하다. 백악관의 한 경제보좌관은 “그 정도만 해도 숨 고를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중국도 그 거래를 원했다.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미국이 부과하려는 관세를 두고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눈 상태”에선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따라서 지난 1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정책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목표 달성의 대가는 무엇인지를 두고 오락가락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관세 옹호론자’였다.
그는 다른 나라가 미국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고 할 때 그들을 저지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 관세라고 믿는다. 동시에 그는 미국 경제의 건전성과 주식시장의 좋은 실적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 확대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회의를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기 직전 그런 고민을 잘 드러냈다. “우리가 중국과 거래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거래라면 나는 대환영이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도 좋다.”
더구나 그의 여러 보좌관이 이런 긴장을 더 고조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서로 반대편으로 잡아 당겼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 출신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월스트리트의 기준을 신봉한다. 그들은 중국의 산업정책(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주요 산업의 보조금 지급 등)이 미국 기업의 이익을 손상하고 무역을 왜곡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들은 관세 인상 위주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중국이 기존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커들로 위원장은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Jaw jaw is better than war war)”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을 곧잘 인용한다.그들의 반대편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 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겸 국가무역위원장이 위치한다. 특히 대중국 초강경파로 꼽히는 나바로 위원장은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에서 중국을 ‘악의 화신’으로 묘사했다. 싸구려 불량상품으로 세상을 오염시키고, 국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이란 것이다. 한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무역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40여 년 전 의회가 통과시킨 법을 근거로 중국의 무역관행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장문의 고발서를 작성했다.
중국 협상가들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목표엔 동의하지 않지만 그를 존중한다. 반면 그들은 나바로 위원장은 혐오한다(류허 부총리의 동료는 그를 두고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 아마추어”라고 폄하했다). 주식시장도 그 견해에 공감한다. 지난 11월 29일 나바로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주가가 거의 100포인트 하락했다. 그 자리에 그가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단기적인 합의를 이룰 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의 무역관행과 관련해 폭넓고 개방된 논의를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부시와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중국과의 대화(행크 폴슨 전 재무장관은 이를 두고 ‘미중 전략·경제 대화’라고 불렀다)가 완전히 시간낭비였다고 본다. 그의 한 측근은 그 대화를 두고 심지어 “중국의 의도에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남은 임기 2년이 다 지나가기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회담 직전 베이징과 상하이의 여러 전현직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불평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대로 ‘거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선전하기에 적합한 선물 꾸러미’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제안을 거부했지만 “그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진 않았다”고 중국 관리들은 불만을 표했다.
그 이래 미국과 중국은 냉전 2.0 상태로 치달았다. 급기야 전반적인 관계가 1989년 톈안먼 사태 직후 이래 최저점으로 떨어진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다행히도 무역전쟁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내년 1월 1일 기준으로 향후 90일 동안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양국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비관세 장벽 등을 협상하기로 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의 ‘무역 담판’이 양측간의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의 아르헨티나 회담은 대단했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크게 도약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가 큰 강점을 갖고 협상하지만, 중국도 협상이 타결되면 많은 것을 얻는다. 운동장을 평평하게!”라며 공정한 무역을 강조하고 “미국 농부는 매우 빨리 큰 혜택을 받을 것이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을 통해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은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한다는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면서 “양측간 존재하는 이견에 대해 일련의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새로운 개혁개방 절차와 국내 시장 및 인민의 수요에 따라 시장을 개방하고 수입을 확대해 양국간 경제무역 문제의 완화를 추진하길 바란다. 다음 단계는 양측 경제무역 단체가 양국 정상간 공동 인식에 따라 협상을 지속하고 경제무역 관계가 조속히 정확한 궤도로 돌아와 호혜 공영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로써 양국 관계가 당분간(이번에 합의한 대로 최소한 내년 3월 말까지는) 더는 악화되지 않을 상황이 가까스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로써 완전히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인지는 내년 세 달 동안 두고 볼 일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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