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에 러·중만 좋아지네
미국의 제재에 러·중만 좋아지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재조치 내리자 러시아와 중국이 그들과 협력 강화하며 어부지리 누린다 페르시아만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석유업자에게는 꿈에 그리던 해양자원의 발견이었다. 이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은 이란과 카타르 간 해상 국경을 가로질러 양국에 걸쳐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제재로 수년간 서방 에너지 기업들의 접근이 금지됐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강국들이 핵협정을 체결하면서 잠재적인 자원의 보고가 열렸다.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이 곧 그 가스전의 주요 구역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작업에 착수했다.
그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정부는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지난 11월 말 다시 무거운 경제제재를 가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협에 직면한 토탈은 상당수 유럽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란 협정보다는 미국 시장 접근이 여전히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토탈의 빠진 자리를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국유 대기업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가 차지했다. 토탈의 한 오랜 고문은 익명으로 “중국에는 선물이고 서방에는 제 발등 찍는 행위”라고 말했다.
핵협정 탈퇴 후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정책은 간단명료하다. 이란 정권에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가해 재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서 더 유리하게 협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원래 협정의 비판자들(이들 중 여러 명이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 핵심 직책을 맡고 있다)은 오바마 정부에서 이런 접근법이 먹히고 있었는데 방심해서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토탈의 철수와 중국의 등장이 보여주듯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과 이란·중국·러시아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이들 세 나라 정부가 단합해 미국 제재를 방해하려 한다. 그들은 모두 트럼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재가 이란의 정권교체 목적이라고 믿는다. 이란·중국·러시아 간 경제적 협력관계 강화는 미국이 현재 이 나라들과 사실상 냉전 상태에 있다는 가장 최근의 명백한 신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2월 초 브뤼셀에서 한 연설에서 그런 신호를 보냈다. 그는 “새로운 자유주의적 질서”의 구축이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미국 또는 우방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시대적이거나 해로운 조약·무역협정과 기타 국제 협약에서 합법적으로 탈퇴하거나 재협상하는 것”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그 정책에서 이란 협정이 대표적인 예라고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은 말한다.
그러나 냉전 2.0은 워싱턴 정부가 옛 소련과 대치하던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무기력한 국가독점 경제의 약점이 체제 붕괴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옛 소련과 달리 중국은 미국 다음 가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이며 IT·제조업·석유·가스 등의 산업에서 세계정상급에 버금가는 역량을 보유한다. 오늘날 중간 규모의 수십개 중국 업체가 수출한 제품들이 이란 각지로 팔려나간다. 이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러시아도 대(對) 이란 직접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 석유·가스 업종에만 500억 달러를 늘리고 이란의 노후화된 전력망과 기타 인프라 개선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다. 러시아 기업들도 “잃을 게 없다”고 모스크바 싱크탱크인 프랑코-러시안 옵저버토리 그룹의 이고르 델라노에 분석가는 말한다.
이란은 서방 경제제재 아래 고통 받던 시절의 경험을 통해 그런 제재를 피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지난 11월 트럼프 정부의 새 제재가 발효된 지 2주도 안돼 테헤란의 이란 에너지 거래소는 각각 70여만 배럴 규모의 원유판매 계약 2건을 체결했다. 거래소는 고객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구입할 때 익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판매계약은 제재에 묶여 있던 나라들이 이제 미국의 금지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란의 승리였다.” 이란 제재 강화를 지지하는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이란 문제 전문가 사에드 가세미네자드의 말이다. 트럼프 정부 자체도 그들의 새 제재 조치가 원하는 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는 정부 소식통이 말하는 “치열한 논쟁” 끝에 전부는 아니지만 주로 우방국 8개국에 예외를 인정했다.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미국인 앤드류 브런슨 목사를 석방한 터키뿐 아니라 한국·일본·인도 등이다. 모두 이란 석유의 대량 구매국가들이다. 날선 논쟁 끝에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도 예외를 인정했다. 전반적인 무역협정에 중국이 더 순응하리라는 기대에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위시한 트럼프 정부 내 이란 강경파들은 일부 이란 은행에 국제송금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한 것도 추가적인 약점을 노출한다고 우려한다. 그런 예외는 원칙적으로 ‘인도주의적인’ 거래 목적이지만 이란은 과거 그런 예외규정을 이용해 대규모의 제재 돌파 방안으로 이용해 왔다.
분명 새 제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의 외환 보유고뿐 아니라 교환 가능한 경화도 줄어든다. 하지만 동시에 달러 대비 이란 리알화 가치도 상승했으며 주가도 오히려 오름세를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지금까지 제재 노력은 “이란 정권의 태도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가세미네자드 연구원은 말한다. 미국 정부 강경파들도 비공식적으로 동의한다. 그들은 이미 추가 제재와 기존 제재의 강력한 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1월 석유 제재의 예외 인정이 “한시적”이며 한국과 일본 같은 우방들이 다른 원유 공급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무역회사의 한 중역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계약이 살아 있으며 일본이 그 밖에 어디서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합의는 원유가 인상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유럽·동아시아의 외교관들은 미국이 뭐라 하든 중국·러시아가 대 이란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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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정부는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지난 11월 말 다시 무거운 경제제재를 가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협에 직면한 토탈은 상당수 유럽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란 협정보다는 미국 시장 접근이 여전히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토탈의 빠진 자리를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국유 대기업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가 차지했다. 토탈의 한 오랜 고문은 익명으로 “중국에는 선물이고 서방에는 제 발등 찍는 행위”라고 말했다.
핵협정 탈퇴 후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정책은 간단명료하다. 이란 정권에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가해 재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서 더 유리하게 협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원래 협정의 비판자들(이들 중 여러 명이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 핵심 직책을 맡고 있다)은 오바마 정부에서 이런 접근법이 먹히고 있었는데 방심해서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토탈의 철수와 중국의 등장이 보여주듯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과 이란·중국·러시아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이들 세 나라 정부가 단합해 미국 제재를 방해하려 한다. 그들은 모두 트럼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재가 이란의 정권교체 목적이라고 믿는다. 이란·중국·러시아 간 경제적 협력관계 강화는 미국이 현재 이 나라들과 사실상 냉전 상태에 있다는 가장 최근의 명백한 신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2월 초 브뤼셀에서 한 연설에서 그런 신호를 보냈다. 그는 “새로운 자유주의적 질서”의 구축이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미국 또는 우방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시대적이거나 해로운 조약·무역협정과 기타 국제 협약에서 합법적으로 탈퇴하거나 재협상하는 것”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그 정책에서 이란 협정이 대표적인 예라고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은 말한다.
그러나 냉전 2.0은 워싱턴 정부가 옛 소련과 대치하던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무기력한 국가독점 경제의 약점이 체제 붕괴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옛 소련과 달리 중국은 미국 다음 가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이며 IT·제조업·석유·가스 등의 산업에서 세계정상급에 버금가는 역량을 보유한다. 오늘날 중간 규모의 수십개 중국 업체가 수출한 제품들이 이란 각지로 팔려나간다. 이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러시아도 대(對) 이란 직접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 석유·가스 업종에만 500억 달러를 늘리고 이란의 노후화된 전력망과 기타 인프라 개선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다. 러시아 기업들도 “잃을 게 없다”고 모스크바 싱크탱크인 프랑코-러시안 옵저버토리 그룹의 이고르 델라노에 분석가는 말한다.
이란은 서방 경제제재 아래 고통 받던 시절의 경험을 통해 그런 제재를 피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지난 11월 트럼프 정부의 새 제재가 발효된 지 2주도 안돼 테헤란의 이란 에너지 거래소는 각각 70여만 배럴 규모의 원유판매 계약 2건을 체결했다. 거래소는 고객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구입할 때 익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판매계약은 제재에 묶여 있던 나라들이 이제 미국의 금지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란의 승리였다.” 이란 제재 강화를 지지하는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이란 문제 전문가 사에드 가세미네자드의 말이다. 트럼프 정부 자체도 그들의 새 제재 조치가 원하는 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는 정부 소식통이 말하는 “치열한 논쟁” 끝에 전부는 아니지만 주로 우방국 8개국에 예외를 인정했다.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미국인 앤드류 브런슨 목사를 석방한 터키뿐 아니라 한국·일본·인도 등이다. 모두 이란 석유의 대량 구매국가들이다. 날선 논쟁 끝에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도 예외를 인정했다. 전반적인 무역협정에 중국이 더 순응하리라는 기대에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위시한 트럼프 정부 내 이란 강경파들은 일부 이란 은행에 국제송금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한 것도 추가적인 약점을 노출한다고 우려한다. 그런 예외는 원칙적으로 ‘인도주의적인’ 거래 목적이지만 이란은 과거 그런 예외규정을 이용해 대규모의 제재 돌파 방안으로 이용해 왔다.
분명 새 제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의 외환 보유고뿐 아니라 교환 가능한 경화도 줄어든다. 하지만 동시에 달러 대비 이란 리알화 가치도 상승했으며 주가도 오히려 오름세를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지금까지 제재 노력은 “이란 정권의 태도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가세미네자드 연구원은 말한다. 미국 정부 강경파들도 비공식적으로 동의한다. 그들은 이미 추가 제재와 기존 제재의 강력한 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1월 석유 제재의 예외 인정이 “한시적”이며 한국과 일본 같은 우방들이 다른 원유 공급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무역회사의 한 중역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계약이 살아 있으며 일본이 그 밖에 어디서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합의는 원유가 인상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유럽·동아시아의 외교관들은 미국이 뭐라 하든 중국·러시아가 대 이란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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