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40) 라엘] 유기농 생리대 역사 다시 쓴다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40) 라엘] 유기농 생리대 역사 다시 쓴다
다채로운 경력의 여성 4인방 의기투합… 중동·유럽에 진출 계획 기자는 지난해 초 미국 LA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다. 글로벌 콘퍼런스 참석차 LA에 갔고, 우연히 그곳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스타트업 창업가 4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그가 뿜어내는 ‘긍정의 에너지’가 인상이 깊었다.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해 단번에 글로벌 시장을 뚫은 실행력도 놀라웠다. 그는 당시 “곧 한국에 법인을 만들 계획이고, 한국 법인이 아시아 진출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약속을 바로 실행에 옮겼고, 지난해 4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인 창업가가 미국 LA에서 창업했고, 그곳에서 성과를 올린 후 다시 한국에 진출한 것이다. 2016년 7월 유기농 여성 생리대를 제조·판매하는 라엘을 창업한 아네스 안 대표가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안 대표가 기자에게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말 한국 법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 자리에는 공동창업가 백양희 공동대표,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이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라엘에 합류한 김지영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지영 전 상무는 라엘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 4명이 모인 자리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안 대표는 이들을 라엘에 참여시키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스타트업은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끌리는데, 이분들을 모시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며 웃었다.
안 대표는 한국에서 10여 년 동안 여성라이프 기자 활동을 했다. 5권의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경력을 살려 여성 관련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 안 대표는 “미국에서 살면서 여성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로 창업을 하고 싶었다”면서 “창업 초기에는 여성 속옷이나 아기 용품 같은 것으로 도전을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유기농 생리대 시장의 미래를 보고 여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생리대의 역사는 100여 년 정도 된다. 알다시피 생리대 시장은 P&G·킴벌리 등 글로벌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이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이유는 “유기농 생리대를 만드는 기업은 많지만,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은 없는 편이어서다”라면서 “유기농 생리대 시장도 혁신을 해야 할 때라는 판단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라엘은 100% 텍사스산 유기농 순면을 택했다. 라엘 제품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무농약 면화, 무염소 표백제, 무포름알데히드, 무형광증백제, 무화학향료, 무색소)을 내세웠고, 고흡수체를 담아 기능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자금. 유기농 생리대를 제조하는 데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다행히 라엘은 슈피겐·스트롱벤처스 등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벤처캐피털의 투자에 힘입어 초반부터 순조로운 행보를 보여줄 수 있었다.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도 초기 투자자에 이름을 올렸다.
안 대표는 이와 함께 멤버 구성에도 많은 신경을 많이 썼다. C레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경력을 보면 만만치 않다. 라엘 초창기 디자인과 아마존 판매 전략 등을 담당했던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는 카카오에서 모바일 콘텐트를 만들었던 경력자다. 안 대표는 미국에 유학온 그를 라엘에 참여시켰다. 원 CPO는 현재 한국 지사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백양희 공동대표는 글로벌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 MBA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디즈니 배급팀 디렉터로 일했다. 안 대표는 우연히 백 공동대표를 알게 됐고 사업에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으로 인연을 지속적으로 쌓았다. 오랫동안 백 공동대표에게 라엘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를 전달했고, 마침내 백 공동대표가 라엘의 미래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안 대표의 전략적인 노력(?)으로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 대신 백 공동대표는 라엘을 선택했다. 가장 늦게 합류한 김지영 COO는 한국의 패션 업계에서 유명 인사다. 30대에 제일모직 상무를 지내면서 삼성그룹 내에서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버드 MBA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메릴린치증권·야후코리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김 COO는 “안 대표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10명이면 10명 모두 ‘옮겨라’라고 말했다”면서 “스타트업이라는 매력적인 필드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이런 다채로운 경력자들의 참여 덕분인지, 라엘의 성장세는 무척 빠르다. 라엘은 브랜드 론칭 6개월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마존에서 유기농 생리대 분야에서 빠른 시간에 1위를 차지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2017년 중반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됐던 ‘유해 생리대 파문’은 라엘의 성장을 돕는 계기가 됐다. 한국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통해 라엘 제품을 해외직구로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엘은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럽 등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었다. 안 대표는 “한국 지사는 동남아와 중동 등에 라엘이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미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라엘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안 대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지만, 곧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라엘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에서 유기농 생리대 분야 1위를 차지한 것이 마케팅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자랑했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면서 투자자의 주목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6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11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및 GS리테일·미래에셋 합작 펀드 등으로부터 약 2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안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가 500억원 정도이다. 제품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투자자가 추가 투자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라엘의 지속성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라엘의 조직 규모도 커졌다. 현재 미국과 한국 사무소에서 총 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라엘의 임직원은 20여 명이었다. 얼마 전에는 리얼라엘이라는 이너뷰티 브랜드도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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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창업해 한국에 진출
오랜만에 안 대표가 기자에게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말 한국 법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 자리에는 공동창업가 백양희 공동대표,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이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라엘에 합류한 김지영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지영 전 상무는 라엘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 4명이 모인 자리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안 대표는 이들을 라엘에 참여시키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스타트업은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끌리는데, 이분들을 모시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며 웃었다.
안 대표는 한국에서 10여 년 동안 여성라이프 기자 활동을 했다. 5권의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경력을 살려 여성 관련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 안 대표는 “미국에서 살면서 여성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로 창업을 하고 싶었다”면서 “창업 초기에는 여성 속옷이나 아기 용품 같은 것으로 도전을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유기농 생리대 시장의 미래를 보고 여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생리대의 역사는 100여 년 정도 된다. 알다시피 생리대 시장은 P&G·킴벌리 등 글로벌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이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이유는 “유기농 생리대를 만드는 기업은 많지만,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은 없는 편이어서다”라면서 “유기농 생리대 시장도 혁신을 해야 할 때라는 판단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라엘은 100% 텍사스산 유기농 순면을 택했다. 라엘 제품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무농약 면화, 무염소 표백제, 무포름알데히드, 무형광증백제, 무화학향료, 무색소)을 내세웠고, 고흡수체를 담아 기능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자금. 유기농 생리대를 제조하는 데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다행히 라엘은 슈피겐·스트롱벤처스 등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벤처캐피털의 투자에 힘입어 초반부터 순조로운 행보를 보여줄 수 있었다.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도 초기 투자자에 이름을 올렸다.
안 대표는 이와 함께 멤버 구성에도 많은 신경을 많이 썼다. C레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경력을 보면 만만치 않다. 라엘 초창기 디자인과 아마존 판매 전략 등을 담당했던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는 카카오에서 모바일 콘텐트를 만들었던 경력자다. 안 대표는 미국에 유학온 그를 라엘에 참여시켰다. 원 CPO는 현재 한국 지사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백양희 공동대표는 글로벌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 MBA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디즈니 배급팀 디렉터로 일했다. 안 대표는 우연히 백 공동대표를 알게 됐고 사업에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으로 인연을 지속적으로 쌓았다. 오랫동안 백 공동대표에게 라엘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를 전달했고, 마침내 백 공동대표가 라엘의 미래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안 대표의 전략적인 노력(?)으로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 대신 백 공동대표는 라엘을 선택했다. 가장 늦게 합류한 김지영 COO는 한국의 패션 업계에서 유명 인사다. 30대에 제일모직 상무를 지내면서 삼성그룹 내에서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버드 MBA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메릴린치증권·야후코리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김 COO는 “안 대표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10명이면 10명 모두 ‘옮겨라’라고 말했다”면서 “스타트업이라는 매력적인 필드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이런 다채로운 경력자들의 참여 덕분인지, 라엘의 성장세는 무척 빠르다. 라엘은 브랜드 론칭 6개월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마존에서 유기농 생리대 분야에서 빠른 시간에 1위를 차지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2017년 중반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됐던 ‘유해 생리대 파문’은 라엘의 성장을 돕는 계기가 됐다. 한국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통해 라엘 제품을 해외직구로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엘은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럽 등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었다. 안 대표는 “한국 지사는 동남아와 중동 등에 라엘이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미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라엘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안 대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지만, 곧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라엘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에서 유기농 생리대 분야 1위를 차지한 것이 마케팅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자랑했다.
아마존 진입으로 인지도·신뢰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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