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가치투자] “주주행동주의는 가치주에 긍정적 영향”
[다시 주목받는 가치투자] “주주행동주의는 가치주에 긍정적 영향”
지주사·고배당주, 물류·레저·음식료주에 관심… 미·중 무역전쟁, 경기 둔화 등이 변수
지난 3~4년 동안 가치주는 증시에서 소외된 종목군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호황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주(株)가 주목을 받았다. 성장주가 증시를 이끌면 가치주 펀드 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뀌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다. 특히 올해 증시는 뚜렷한 주도주 없이 박스권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가치주 투자는 박스권 상황에서 유리한 투자전략이다.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는 등락폭이 크지 않아 수익률 방어가 가능하다. 국내외 악재로 주가가 흔들릴 때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우량 기업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치투자 대가 3인을 만나 이들의 투자전략과 투자 유망한 업종·종목을 살펴봤다. 가치주의 투자원칙은 비교적 간단하다. 싼 값에 사서 제값에 파는 것이다. 편입 종목이 언제쯤 가치를 인정받고 주가가 오를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한 번 투자하면 2~3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10년 이상 들고 있는 종목도 있다.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때는 기다림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지난 3~4년 동안 그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허남권(57)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경험상 경제 사이클은 3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올해가 업황 사이클이 바뀌는 시기”라며 “코스피도 다시 박스권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박스권 장세로 회귀한 건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인 환경이 불안한 탓이다. 이런 상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외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박스권 장세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증시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가치주 선호현상은 뚜렷해진다.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던 투자심리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나 배당 여부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서다. 이채원(56)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증시 환경이 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철(44) VIP자산운용 대표 역시 지금은 중소형 가치주와 배당주에 투자할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이들은 국내 가치투자를 이끄는 대표 주자들이다. 허 대표는 1세대 가치투자가다.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그는 1996년 회사가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때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올해로 펀드를 운용한 지 24년째다. 가치주 펀드의 대표격인 ‘신영마라톤펀드’와 ‘신영고배당밸류펀드’를 운용해 회사의 간판 펀드로 만든 주역이다. 주식운용본부장(CIO)과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대표에 올랐다. 2002년부터 굴린 ‘신영마라톤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2월 14일 기준)은 522%다.
이 대표도 허 대표와 더불어 가치투자 1세대다. 1998년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펀드인 ‘밸류이채원펀드’를 선보였다. 2000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보유 자금의 운용을 맡아 2006년 초까지 누적 수익률 435%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6년 한국밸류자산운용을 설립 때부터 함께했다. 10년 장기 투자를 표방하며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는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이 부사장이 운용하는 이 펀드의 2006년 이후 누적 수익률은 128%에 이른다.
허 대표와 이 대표가 가치투자 1세대라면 최 대표는 1.5세 대로 분류된다. 최 대표는 대학 시절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저서를 독학하면서 가치투자를 접했다. 그는 대학 주식투자연구회 활동을 하다가 2000년대 초반 넥슨(NXC)으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지금의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VIP투자자문 설립 5년 만인 2007년의 수익률은 300%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에는 회사를 투자자문사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이들은 올해 코스피가 2000~2400포인트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민감 업종보다 지주사·고배당주, 물류·레저·음식료주 등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하인 음식료 업종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매일유업·롯데제과 등의 종목을 추천했다. 그는 “예전에는 국내에서만 경영을 잘 하는 기업을 골라도 됐지만, 국내 시장이 저성장기에 접어든 지금은 내수에만 의존하면 기업 가치가 커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겉보기에는 내수주이지만 국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종목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주주행동주의 강화 움직임이 가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기폭제가 돼서 주가도 오르고 있다. 지주회사주(株)는 가치투자자 3인이 꼽는 유망 투자처다. 신영마라톤펀드의 전체 편입 종목 가운데 지주회사 비중이 20%가 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 대표는 “지주사 중에서는 SK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다각도로 사업 분야를 재배치하면서 정유·에너지·반도체·통신 등 사업 구성이 좋다”고 말했다.
현금이 많은 기업도 이들의 관심 대상이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서다. 여기에 주주행동주의 등과 맞물려 배당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순현금이 많은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며 “앞으로 이런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부자 대표 기업은 신도리코·삼영전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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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년 동안 가치주는 증시에서 소외된 종목군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호황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주(株)가 주목을 받았다. 성장주가 증시를 이끌면 가치주 펀드 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뀌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다. 특히 올해 증시는 뚜렷한 주도주 없이 박스권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가치주 투자는 박스권 상황에서 유리한 투자전략이다.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는 등락폭이 크지 않아 수익률 방어가 가능하다. 국내외 악재로 주가가 흔들릴 때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우량 기업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치투자 대가 3인을 만나 이들의 투자전략과 투자 유망한 업종·종목을 살펴봤다. 가치주의 투자원칙은 비교적 간단하다. 싼 값에 사서 제값에 파는 것이다. 편입 종목이 언제쯤 가치를 인정받고 주가가 오를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한 번 투자하면 2~3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10년 이상 들고 있는 종목도 있다.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때는 기다림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지난 3~4년 동안 그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허남권(57)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경험상 경제 사이클은 3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올해가 업황 사이클이 바뀌는 시기”라며 “코스피도 다시 박스권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박스권 장세로 회귀한 건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인 환경이 불안한 탓이다. 이런 상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외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박스권 장세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증시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가치주 선호현상은 뚜렷해진다.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던 투자심리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나 배당 여부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서다. 이채원(56)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증시 환경이 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철(44) VIP자산운용 대표 역시 지금은 중소형 가치주와 배당주에 투자할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이들은 국내 가치투자를 이끄는 대표 주자들이다. 허 대표는 1세대 가치투자가다.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그는 1996년 회사가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때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올해로 펀드를 운용한 지 24년째다. 가치주 펀드의 대표격인 ‘신영마라톤펀드’와 ‘신영고배당밸류펀드’를 운용해 회사의 간판 펀드로 만든 주역이다. 주식운용본부장(CIO)과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대표에 올랐다. 2002년부터 굴린 ‘신영마라톤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2월 14일 기준)은 522%다.
이 대표도 허 대표와 더불어 가치투자 1세대다. 1998년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펀드인 ‘밸류이채원펀드’를 선보였다. 2000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보유 자금의 운용을 맡아 2006년 초까지 누적 수익률 435%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6년 한국밸류자산운용을 설립 때부터 함께했다. 10년 장기 투자를 표방하며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는 ‘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이 부사장이 운용하는 이 펀드의 2006년 이후 누적 수익률은 128%에 이른다.
허 대표와 이 대표가 가치투자 1세대라면 최 대표는 1.5세 대로 분류된다. 최 대표는 대학 시절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저서를 독학하면서 가치투자를 접했다. 그는 대학 주식투자연구회 활동을 하다가 2000년대 초반 넥슨(NXC)으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지금의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VIP투자자문 설립 5년 만인 2007년의 수익률은 300%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에는 회사를 투자자문사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이들은 올해 코스피가 2000~2400포인트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민감 업종보다 지주사·고배당주, 물류·레저·음식료주 등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하인 음식료 업종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매일유업·롯데제과 등의 종목을 추천했다. 그는 “예전에는 국내에서만 경영을 잘 하는 기업을 골라도 됐지만, 국내 시장이 저성장기에 접어든 지금은 내수에만 의존하면 기업 가치가 커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겉보기에는 내수주이지만 국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종목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주주행동주의 강화 움직임이 가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기폭제가 돼서 주가도 오르고 있다. 지주회사주(株)는 가치투자자 3인이 꼽는 유망 투자처다. 신영마라톤펀드의 전체 편입 종목 가운데 지주회사 비중이 20%가 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 대표는 “지주사 중에서는 SK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다각도로 사업 분야를 재배치하면서 정유·에너지·반도체·통신 등 사업 구성이 좋다”고 말했다.
현금이 많은 기업도 이들의 관심 대상이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서다. 여기에 주주행동주의 등과 맞물려 배당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순현금이 많은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며 “앞으로 이런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부자 대표 기업은 신도리코·삼영전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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