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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37 맥스8 무엇이 문제일까

보잉 737 맥스8 무엇이 문제일까

5개월 동안 2차례 추락사고 후 전 세계 하늘에서 봉쇄… ‘버티던’ 미국도 운항중단 결정
에티오피아 비쇼프투 부근의 추락 현장에 쌓인 사고기 잔해. / 사진:EPA/JOONGANG PHOTO
에티오피아에서 치명적인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뒤인 지난 3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잉 737 맥스8과 그 자매 기종 전부의 미국 운항을 중단하라고 긴급 행정명령을 내렸다. 과연 보잉 737 맥스8은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3월 13일 미국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운항 정지로 발이 묶인 보잉 737 맥스8 여객기. / 사진:AFP/JOONGANG PHOTO

▎지난 3월 13일 미국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운항 정지로 발이 묶인 보잉 737 맥스8 여객기. / 사진:AFP/JOONGANG PHOTO

지난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가기 위해 공항을 이륙한 후 6분만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추락한 여객기의 기종이 2017년 처음 상업용 항공기로 사용된 보잉 737 맥스7이었다. 지난해 10월 말 인도네시아에서 추락한 여객기도 같은 기종이었다.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인 보잉 737 맥스8 기종 여객기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수마트라 주 데파티 아미르 공항으로 가려고 이륙한 뒤 14분만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사고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에티오피아 사고에서도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에티오피아항공의 트왈데 게브레마리암 CEO는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고기 조종사가 당일 관제탑에 비행기 운항 통제에 문제가 있다며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회항하기를 원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두 추락사고 사이의 유사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사고 원인을 추측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해당 기종과 관련해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몇 가지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가 사고 현장에서 회수됐기 때문에 그 데이터에서 앞으로 추락에 관한 정보와 단서가 나올 수 있다.

라이언에어 여객기의 경우 추락 몇 분 전 ‘조정특성상향시스템(MCAS)’과 받음각 센서가 오작동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잉 737 맥스에 새로 적용된 조종 소프트웨어인 MCAS는 비행 날개가 양력을 잃으면 자동으로 동체의 앞부분을 낮춰 사고를 방지한다.

실제로 두 사건의 경우 모두 이륙 직후 조종사들이 고도와 속도를 잡지 못하면서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조종사는 이런 상황이 되면 조종간을 당겨 기수를 올리지 않도록 훈련 받는다. 하지만 보잉 737 맥스8은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실속)에서 받음각 센서를 제어하는 MCAS가 자동으로 조종에 개입된다. 알아서 기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MCAS가 정상적인 이륙 과정을 실속으로 잘못 인식할 경우다. MCAS가 강제로 조종에 개입하면서 기수를 내리고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륙 과정에서 이런 오작동이 발생하게 되면 덩치 큰 여객기는 곧바로 바닥으로 꼬꾸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아직은 정확한 추락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 당국은 그동안 사고 여객기 기종이 안전하다며 중단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사고 다음날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우리의 검토 결과 보잉 737 맥스8의 경우 시스템적인 성능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항공기의 이륙을 중단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전성에 약간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즉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다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명령이 내려진 직후 FAA는 아메리칸항공이 보유한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금지할 뿐 아니라 미국 영토 안에서 다른 모든 국제항공사의 해당 기종 운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데이터수집 프로세스와 현장에서 수거되고 분석된 새로운 증거를 바탕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운항 중지는 현장에서 회수된 사고기의 비행기록 장치와 음성기록장치 내용 검토를 포함해 추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효하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긴급명령까지 내렸을까? 지난 3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리기 전에 중국·인도네시아·독일·프랑스·영국을 포함해 해당 기종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나라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 5개월 안에 같은 기종 여객기의 대형 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확산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계속 버티는 듯한 미국의 입장에 전 세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미국도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민과 모든 사람의 안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보잉 737 맥스8 기종의 운항 중단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보잉은 아주 훌륭한 회사다. 보잉이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하지만 그전까지 해당 항공기의 이륙은 금지된다.” 그는 이번 행정명령이 보잉의 데니스 뮐렌버그 CEO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대니얼 엘웰 FAA 청장 대행 등과 협의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보잉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직후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안정성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서도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승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운항하지 않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더욱 철저히 주의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예방적 조치를 지지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행기를 제조해오면서 안전성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보잉이나 항공산업 전체에서 안전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우리는 국내외 수사관·항공 전문가들과 협력해 사고의 원인을 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앞으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미국과 함께 마지막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던 캐나다도 보잉 737 맥스8 기종의 운항을 중단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해당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한다. 미치 가노 캐나다 교통부 장관은 이날 “새로운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에티오피아항공 사고와 지난해 라이언에어의 사고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며 보잉 737 맥스8과 맥스9 기종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당 기종을 보유중인 이스타항공도 13일부터 이 기종의 운항 중단을 발표했다.

- 제니 핑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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