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우주 식민지화 구상에는 시장원리로 형성되는 미래뿐 아니라 공상과학 소설의 폭넓은 상상력과 엄격함 필요해 베조스 CEO는 달 탐사선과 BE-7 로켓 엔진(사진)을 토대로 우주시대의 개막을 여는 인프라 구축을 블루 오리진에 맡겼다. / 사진:CLODAGH KILCOYNE-REUTERS/YONHAP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창업자 겸 CEO는 지난 5월 초 달 착륙선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2024년까지 달에 착륙하는 계획뿐 아니라(베조스 CEO는 “이번에는 체류할 목적”이라고 말했다) 우주를 식민지화하는 유토피아적인 비전을 발표했다. 물리학자 제러드 K. 오닐의 1970년대 구상을 재구성한 비전이다. 달 탐사선(달 착륙선 위에 한 번에 4대를 겹쳐 쌓도록 설계)과 BE-7 로켓 엔진의 크롬색 뼈대 등의 하드웨어를 토대로 베조스 CEO는 다음 세대가 본격적으로 우주 시대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 임무를 자신의 로켓 업체 블루 오리진에 맡겼다.
베조스 CEO는 “우리가 우주로 향하는 길을 건설하고 나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 혜택을 주는 우주탐사(Going to Space to Benefit Earth)’라는 직설적인 이름의 행사 전반에 걸쳐 그런 인과관계가 메아리친다. 행사는 블루 오리진의 현재 계획, 1969~1972년의 달 탐사 재현, 그리고 베조스 CEO의 원대한 야심, 즉 1조 명의 인간이 거주하는 웅장한 우주 플랫폼 사이 수 세대의 기간에 걸친 과정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중간 단계를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이 아이디어는 “행성 표면이 정말로 기술 문명을 확장하기에 알맞은 곳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오닐의 답에 근거한다. 오닐은 1970년부터 자신의 논문 ‘우주 식민지화(The Colonization of Space)’를 통해 ‘아니다’는 답을 제시했다. 대신 오닐과 그의 학생들은 자급자족형 우주환경을 설계했다. 지구 가까이 생명체가 거주 가능한 궤도대(orbital band)의 사람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공상과학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주장하고 베조스 CEO가 (과학·공상과학계의 사상적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수차례의 감사 표시 중 하나에서) 되풀이해서 말하듯 행성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은 ‘광신적 우월주의’였다. 유리 실린더가 회전하며 인공중력을 만들어내 내부에 수㎞에 걸친 토지를 고정하는 각 인공세계에 100만 명이 거주하게 된다. 내부에는 열대 전원도시, 농지, 유럽 스타일 마을, 미식축구장을 갖춘 이상향적인 고등학교까지 있다. 또는 또 다른 공상과학 개념도에는 끝없는 황야, 대피소, 관광명소가 있다.
베조스 CEO는 이런 미래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지도를 내놓지는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닐 식민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미래 세대가 찾아내야 한다.” 베조스 CEO는 현재와 오닐 식민지 사이의 많은 단계를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블루 오리진의 사명을 공학적 걸림돌,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 우주시대 사이에 세워진 ‘2개의 관문’으로 국한했다. 베조스 CEO는 “첫째 발사비용을 크게 줄이고 둘째 우주 내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조스 CEO는 지구의 자원과 환경을 황폐화한 바로 그 경제모델이 외계 공간에서도 재현돼야 한다고 가정한다. / 사진:MARK WILSON-GETTY IMAGES-AFP/YONHAP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은 사실상 기술 설명회로 변했다. 대중 특히 베조스 CEO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설명했던 유일한 진보 메커니즘인 ‘기업가적 창의성’을 제공할 젊은이들의 상상 속에 실린더형 거주공간의 미래를 심어놓으려 설계된 기술이다. “우주 기업가들은 기숙사 방에서 회사를 창업한다”는 실리콘밸리의 고전을 포함해 그가 거듭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선호하는 경로의 윤곽을 보여준다. 이런 미래에 이르는 과정이 아마존 창업과 아주 비슷하리라는 점이다. 베조스 CEO는 심지어 아마존닷컴이 출범할 당시 사무실에서 일하는 자신의 사진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그는 “큰 회사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다”고 말하고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베조스 CEO는 오래전부터 자칭 공상과학 특히 스타트렉의 팬이었다. 알레스테어 레이놀즈(‘푸싱 아이스’), 어니스트 클라인(‘레디 플레이어 원’), 앤디 위어(‘마션’)의 작품을 즐겨 읽는다. 오닐의 실린더형 공간이 상징하는 압도적인 공상과학적 야심이 확연히 드러난다. 베조스 CEO는 19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원대한 우주개발 노력과 같은 정신으로 미래를 묘사한다. 릭 가이디스와 돈 데이비스 같은 NASA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우주 식민지 이미지가 베조스 CEO의 개념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공상과학의 가장 생산적으로 도발적인 미래 몇몇이 베조스 CEO의 기업가 위주의 유토피아적 구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올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네 번째 시즌을 시작하는 미국 드라마 ‘익스팬스(The Expanse)’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이 인수했으니 창업자인 그가 시청했을 게 거의 확실한 프로그램이다.
전미우주협회 행사에서 직접 회사의 쇄신을 발표한 이후 베조스 CEO는 자신의 로켓 업체 블루오리진과 여러 행성에서 펼쳐지는 ‘익스팬스’의 미래를 연관 지으려 애써 왔다(‘익스팬스’는 대니얼 에이브러햄과 타이 프랭크가 제임스 S.A. 코리라는 공동 필명으로 써낸 소설 시리즈를 토대로 했다). ‘익스팬스’의 출연진과 작가들은 블루 오리진의 블루 문 달 탐사 프로그램 뉴스를 퍼뜨려 그에 보답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지난 5월 초 우주를 식민지화하는 유토피아적인 비전을 발표했다. / 사진:PATRICK SEMANSKY-AP/YONHAP그러나 베조스 CEO는 ‘익스팬스’가 상정하는 미래에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가 구상하는 미래가 드라마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 ‘익스팬스’에서 지구의 인류는 목성의 위성들로 퍼져나갔다. 지구국가연합, 독립적인 화성, 그리고 소행성과 우주정거장 기반 ‘벨터(Belters)’들의 느슨한 연합체가 오늘날 서로 경쟁하는 국민국가들(nation-states)을 대신한다.
‘익스팬스’에서 기술은 모두에게 유익하지는 않은 듯하다. 물질적 이익을 위해 싸우는 인간사회 간의 갈등조건을 재편하는 불안정한 힘이다. 행성의 공유자원(planetary commons)이 없을 때 자치권과 존엄성의 무자비한 침해가 가능해져 우주 특유의 착취가 발생한다. 고용주가 공기를 통제할 때는 파업해도 승리하기가 힘들다. 신흥재벌 줄스-피에르 마오(프랑수아 쇼 분)처럼 베조스 CEO도 ‘익스팬스’에선 스스로 위험한 파벌을 이룰 것이다.
‘익스팬스’의 미래는 베조스 CEO와 억만장자 동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전조 중 다수를 극화한다. 정밀한 기후과학이 수십 년에 걸친 빈곤, 생물의 대멸종, 기근과 난민 위기의 윤곽을 그리는 시점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우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 신문의 ‘IT 재벌들은 세상의 종말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와 뉴스위크의 ‘스타워즈 계급 전쟁’은 하나의 작은 장르를 형성한다. 유동자본 덕분에 다른 기후변화 피해자들과 한데 묶이지 않게 되는 글로벌 재벌들이 어떻게 사다리를 걷어차 대중을 밀어낼 준비를 하는지 윤곽을 그린다.
‘익스팬스’에 묘사된 이런 계급투쟁을 보고 인류를 위한 천국을 조성하겠다는 베조스 CEO의 의도를 불신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는 자신의 오닐 식민지에 관해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며 “마우이(하와이의 섬)의 가장 좋은 날이 1년 내내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베조스 CEO가 외면하는 요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베조스 CEO는 우주 프로그램 비용과 종종 비교되는 당면문제들을 언젠가 한번 시인하면서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우리는 그런 문제와 씨름한다”고 말했다. “내가 거론하는 문제는 빈곤·굶주림·노숙·오염·어류남획 등이다. 이처럼 시급한 당면 문제가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당장 이런 문제의 해결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기적인 관점의 문제에도 신경 써야 한다.” ‘빼앗긴 자들’은 보편적 상수로서의 소비 수요 그리고 무한한 경제성장과 인류 역동성의 융합을 거부한다. / 사진:AVON BOOKS‘익스팬스’는 지구의 문제가 외계 인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우주를 식민지화하면 방대한 공간과 인구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재현·확대될 것이다. 베조스 CEO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태양계 내에 1조 명의 인류가 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1000명의 모차르트와 1000명의 아인슈타인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경이적인 문명이 될 것이다.”
그의 발언은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에세이를 연상케 한다. 에세이는 동등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목화밭과 노동착취 공장에서 살다 갔을 게 거의 확실한 현실로 인해 아인슈타인 같은 인재를 잃게 된다고 개탄한다. 인류의 0.1%에게 막대한 보상이 흘러가도록 짜인 경제에서 얼마나 많은 모차르트와 아인슈타인이 성공의 기회를 잡지 못해 아마존 창고의 외진 구석에서 착취당할까? ‘익스팬스’에선 그런 모차르트와 아인슈타인들을 짓밟기가 더 쉽다.
또는 ‘익스팬스’의 주요 등장인물인 우주선 로시낸티호의 블루칼라 승무원들처럼 적어도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특이한 주변 상황으로 거대기업의 단조로운 중노동 생활에서 벗어난 뒤 범 시스템적인 정치의 한복판에 놓이게 된다. 베조스 CEO는 천재들(차세대 혁신 아이디어를 갖고 기숙사방에서 부상하는 모차르트와 아인슈타인들)이 건설하는 미래를 상상하지만, ‘익스팬스’는 대신 전통적인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통제권이 주어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묻는다.
‘익스팬스’는 기업가 계급이 건설한 미래를 복잡하게 만드는 긴장을 노출하지만, 공상과학에선 오늘날의 긴장을 모델화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지난해 타계한 공상과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은 ‘빼앗긴 자들(The Dispossessed)’ 같은 소설과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The Word for World is Forest)’ 같은 단편소설에서 베조스 CEO의 미래와는 다른 가정을 토대로 하는 전혀 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빼앗긴 자들’은 이웃한 두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 세계와 아주 비슷한 자본주의적인 우라스 그리고 피터 크로포트킨과 폴 굿먼 같은 무정부주의·공산주의 사상가들의 지침에 따라 살아가는 분리주의자들의 사회 아나레스다. 르 귄의 소설 속에서 오도니안 분리주의자들로 불리는 아나레스의 사회는 베조스 CEO가 미래 우주 식민지화에 대한 조사에서 비난하는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베조스 CEO는 이렇게 말한다. “무제한적인 수요와 한정된 자원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답은 극히 간단하다. 배급이다. 그건 나쁜 길이다. 희소식이 있다. 태양계로 나가면 실용적인 측면에서 자원이 무한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정체와 배급을 원하는가 아니면 역동성과 성장을 원하는가? 이는 쉬운 선택이다.” 오닐 식민지 내부에는 열대 전원도시, 농지, 유럽 스타일 마을까지 있다. / 사진:AMAZON STUDIOS‘빼앗긴 자들’에선 그렇게 쉬운 선택이 아니다. 소설은 보편적 상수로서의 소비수요 그리고 무한한 경제성장과 인류 역동성의 융합을 거부한다. 베조스 CEO는 아마존을 일으켜 세운 바로 그 시장원리로 형성되는 미래를 가정하지만, 아나레스 사람들은 커뮤니티 기반의 다른 경제 참가자들과 기업연합이 공유하는 수평적 의사결정 방식을 따른다.
우주를 이용하면 무한한 자원을 얻어 오염과 자원고갈 문제를 ‘지구 밖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베조스 CEO의 말이 맞더라도 (베조스 CEO는 “주거지구와 경공업 지역으로 지정된” 지구를 상상한다) 그가 묘사하는 이런 미래로 향하는 길에선 도중에 기후변화의 재앙을 맞게 된다. 한정된 지구에서 무한 성장 모델의 추구에 따르는 불가피한 결과다.
베조스 CEO가 열거한 지구의 ‘당면 문제들’ 리스트에는 유독 기후변화가 빠져 있다. 그가 지구를 파괴하는 바로 그 경제원리로 자신의 미래를 이룩해야 한다고 촉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거의 소진된 탄소 예산 그리고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동물학자 겸 영화감독 데이비드 아텐버러가 “우리 문명의 붕괴와 자연세계 상당 부분의 소멸”로 묘사한 것 등의 제약조건들을 은근히 부정한다. 오닐 식민지로 대이주하기 전 몇 년 동안 인류가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은 문제의 완화다. 베조스 CEO는 인간의 소비가 어떤 식으로든 감소할 수도 감소해서도 안 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상과학에선 이윤 동기 이외의 다른 경제시스템을 토대로 하는 사회가 많이 등장한다. 이언 뱅크스의 컬처 시리즈(‘플레바스를 생각하라’ ‘무기사용’)의 인공지능 기반 사회주의부터 애다 파머가 써낸 테라 이그노타 시리즈(Too Like the Lightning, Seven Surrenders)의 파당적인 ‘하이브’까지 다양하다. ‘빼앗긴 자들’이 인류 미래의 실용적인 모델을 제시하든 않든 이를 포함한 공상과학 사회와 비교하면 베조스 CEO의 비전은 우리의 상상력을 기술적 경이로 한정한다. 지구의 자원과 환경을 황폐화한 바로 그 경제모델이 반드시 외계 공간에서도 재현돼야 한다고 가정한다.
베조스 CEO가 좋아하는 ‘스타트렉’을 포함해 르 귄과 기타 공상과학 유토피아들은 영적이나 철학적으로 세계시장 단일 문화에서 벗어난 사회로 시작된다(예를 들어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의 원주민 애트쉬언들은 인간 산업의 은하계 규모급 기계 시스템에 맞서 자연과의 균형을 위해 싸운다). 한편 킴 스탠리 로빈슨 같은 작가들의 공상과학 소설은 사회변혁에 관한 어려운 분석작업도 한다.
로빈슨은 2015년작 ‘오로라’와 기념비적인 화성 3부작(Red Mars, Green Mars, Blue Mars) 같은 작품에서 인간의 우주 식민지화를 가로막는 거대한 걸림돌과 씨름하다가 결국에는 이른바 ‘이들 근사한 외계 거주공간’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의 소설들과 ‘우리 세대 우주선(Generation Ships, 가상의 성간 우주선)은 가라앉는다’ 같은 에세이에서 그런 결론을 전하며 다른 행성과 별들에의 정착을 막는 ‘물리적·생물학적·생태계적·사회적·심리적’ 장벽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익스팬스’에서 신흥재벌 줄스-피에르 마오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파벌을 대표한다. / 사진:AMAZON STUDIOS블루 오리진이 추진하는 미래 우주여행의 오닐 플랫폼은 로빈슨이 지적한 많은 문제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 지구를 중심으로 인간의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고 화성이나 기타 행성의 대안은 물류나 중력의 제약조건 때문에 포기하는 방안이다. 로빈슨과 베조스 모두 인류의 운명이 지구와 영원히 묶여 있을 가능성에 동의한다. 로빈슨은 2016년 ‘행성 B는 없다’고 썼으며 훗날 베조스 CEO도 같은 말을 했다.
베조스 CEO는 세대 우주선들과 외계공간의 지구화에 대한 로빈슨의 비판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로빈슨이 자본주의를 뛰어넘어 픽션의 미래에 가져다주는 폭넓은 상상력과 엄격함도 베조스 CEO의 오닐 식민지 비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베조스 CEO와는 다르게 유토피아 이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우주 기반 시장이 지구에서 보호하지 못한 자연계를 재생할까? / 사진:BLUE ORIGIN“모두에게 필요한 것을 경제에 투입해 공장과 논밭으로 보내 모두에게 필요한 것을 만든 뒤 시장 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곳으로 왜 공급할 수는 없는가?” 로빈슨이 올해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양자 컴퓨팅의 경제 식민지화를 상상하면서 인간과 환경에 대한 시장의 조직적인 평가절하의 대책으로 물었다. “그 문제는 지금 해결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축적은 특정 시점에 이르러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이제 그런 시점에 도달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로빈슨은 베조스 CEO처럼 관문을 거론하지만, 목적이 전혀 다르다. “100건의 개혁안을 작성해 순서대로 하나씩 시행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 생태계 순환의 영구적인 이동성에 도달하려면 이 유일한 행성의 생물권(biosphere)에 인류가 정착한 상황에서 무엇이 그 100가지 조치가 될까? 이 문제에선 그린 뉴딜 정책(신재생 에너지와 환경 관련 기술에의 적극적인 투자로 고용창출과 경기부양을 꾀하는 정책)이 훌륭한 출발점이다.”
오닐의 실린더형 ‘국립공원’을 그린 베조스 CEO의 개념도는 그의 유토피아적인 미래에서도 로빈슨의 유토피아적 이념이 옵션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 자체를 떠나 베조스 CEO의 ‘지구에 혜택을 주는 우주 탐사’ 행사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순간이 바로 이 공원이다. 뚜렷하게 이윤을 창출할 수 없고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으로 경제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다. 아름답고 고무적인 비전이지만, 베조스 CEO가 이런 미래의 엔진으로 묘사하는 경제적 필연성이 그 모태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베조스 CEO와 아마존이 예로 드는 시스템이 훨씬 더 쉬운 조건의 지구에서 환경을 보전하거나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훨씬 더 어려운 환경의 우주에서 그런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베조스 CEO의 전제에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 앤드류 훼일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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