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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해군 만만한 상대 아니다

이란 해군 만만한 상대 아니다

미국이 첨단기술 갖춘 항모 전단 자랑해도 워게임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해상 게릴라식 공격에 취약해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사일이 탑재된 쾌속 공격정으로 최첨단 미국 전함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여객선 호위 임무를 띤 이란 혁명수비대의 쾌속정(2012년 7월). / 사진:AP/YONHAP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 강대국으로 널리 인정받지만 비대칭전으로 넘어가면 그런 명성도 빛을 잃기 쉽다. 비대칭전이란 상대방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다른 수단과 방법, 차원으로 싸우는 전쟁 양상을 말한다. 특히 17년 전 실시된 ‘악명 높은’ 워게임이 많은 교훈을 준다. 그에 따르면 만약 미국과 이란의 해상 대결이 벌어진다면 미국 해군에 극히 치명적일 가능성이 크다.

오랜 적대국인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은 지난 5월 초 이란이 새로운 미사일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미국 관리들의 지적으로 다시 고조됐다. 미국은 이란군이 아랍권 전통 범선인 ‘다우’선 2척에 미사일로 보이는 것을 옮겨싣는 장면을 찍은 위성 사진으로 이란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순항미사일을 운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은 미국이 2015년 핵 합의에서 탈퇴하기로 한 1년 전의 결정과 관련해 최근 자국도 핵 합의에 따른 일부 의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5월 중순 이란의 위협을 지적하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샌안토니오급 수송상륙함,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잇달아 페르시아만(걸프) 지역에 배치했다. 이란은 이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단호한 대응을 선언했다.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5월 17일 CBS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작은 배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고 미국의 도발 주장을 일축하며, 미국이 그런 ‘허위 정보’를 구실로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제기한 허위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란의 해군은 크게 두 부대로 나뉜다. 하나는 정규 해군이고 다른 하나는 정예 혁명수비대의 해군 부대다. 특히 혁명수비대는 미사일이 탑재된 쾌속 공격정으로 최첨단 미국 전함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일부 전문가와 미국 관리는 그런 주장에 의구심을 표한다). 2002년 미국이 실시한 컴퓨터·실사격 혼합 시뮬레이션에서 이란군과 비슷한 함정과 전략으로 무장한 ‘레드팀’이 미국을 상징하는 ‘블루팀’에 막강한 공격을 퍼부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해 미국 국방부가 개입해 의도적으로 ‘블루팀’의 승리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2002년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이라크가 미사일 활동과 무장단체 지원으로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비난하며 그때부터 이라크를 무력으로 저지할 생각을 했다. 그해 7월 24부터 8월 15일까지 미군 합동군사령부(JFC, 지금은 해체됐다)는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밀레니얼 챌린지 2002’라는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을 상징하는 블루팀은 버웰 B. 벨 육군 대장이 맡았고, 이란이나 이라크 같은 걸프 지역의 산유국을 상징하는 레드팀은 폴 밴 라이퍼 해병 예비역 중장이 이끌었다.
미국은 지난 5월 중순 이란의 도발과 위협을 지적하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샌안토니오급 수송상륙함을 잇달아 걸프 지역에 배치했다. / 사진:REUTERS/YONHAP
밴 라이퍼 중장은 기술적으로 훨씬 우세한 블루팀을 상대로 대규모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 레이다를 마비시키고 블루팀 공격 전단의 상당 부분을 침몰시켰다. 그 다음 그는 쾌속 공격정을 이용한 게릴라식 공격으로 미사일 타격과 자살공격을 가해 나머지 대부분의 블루팀 전함을 파괴했다.

마이카 젠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015년 저서 ‘레드팀: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라’에서 “당시 벨 대장은 밴 라이퍼 중장의 군이 자신의 전단을 침몰시켰고 자신의 세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재난을 가져왔으며 그로써 모두가 유익한 교훈을 얻었다고 인정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 워게임을 감독한 미국 국방부 통제팀이 블루팀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침몰한 전함을 되살려내 레드팀의 능력을 인위적으로 약화시킴으로써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밴 라이퍼 중장이 나중에 개인 이메일에서 불만을 표했다(아미타임스가 이 이메일을 입수해 폭로했다). 밴 라이퍼 중장은 그 이메일에서 “양측이 최선을 다하는 자유로운 워게임이 아니라 짜여진 각본에 따르는 훈련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실제 미군을 총동원하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전을 모의로 실시하고자 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서 사상자가 늘어나자 워게임의 ‘유익한 교훈’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그 워게임에서 레드팀의 민간인 지도자를 맡았던 외교관 출신의 고(故) 로버트 오클리는 2003년 이라크 침공 개시 2주 후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방부 관리들은 그 교훈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나는 그게 실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과 레바논의 사례를 지적하며 “미국은 자국의 정교한 전략과 기술, 무기의 우월성을 과대평가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미군의 능력을 과신한다. 우리는 미군의 무기, 화력, 우월성, 기술에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인적 요인을 과소평가한다. 하지만 적은 우리의 갑옷에 생긴 틈새를 노릴 것이다. 3000년 전 팔레스타인에서 양치기 소년 다윗이 거인 전사 골리앗의 갑옷에서 틈을 발견해 돌팔매질 하나로 그를 쓰러뜨린 식으로 말이다.”

이라크 침공 16년 뒤인 지금도 미군은 9·11 이후의 대테러전이라는 혼탁한 전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지난 5월 14일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당·아칸소 주)은 미국 공영방송 P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은 “단 두 번의 공격, 즉 첫 번째 공격과 마지막 공격”만으로 이란을 쉽게 격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관리와 전문가가 많다. 코튼 상원의원의 평가는 이란이 이라크보다 훨씬 큰 나라이며, 중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상비군과 미사일 병기고를 보유하고, 중동 전역에서 이란이 표방하는 혁명 시아파 이념에 동조하는 무장 전사들이 숱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접근법을 2002~2003년 조지 W. 부시 정부의 이라크전 접근법에 견주는 사람이 많다. 그 두 가지 다 강경파 존 볼턴(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깊숙이 관여했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지도부 모두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백악관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뒤로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적인 협상에 회의적이다. 지난 5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볼턴 보좌관의 요구에 따라 이란을 상대로 하는 공격적이고 보복적인 군사 옵션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긴장이 팽팽한 걸프에 또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 토머스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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