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해야 할 것, 보존해야 할 것
폐기해야 할 것, 보존해야 할 것
#1.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른바 ‘납량물’이라 하여 영화관에서 공포영화가 흥행하곤 했다. 좀비나 귀신 등이 단골 주제였다. 이와 관련해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미이라’라는 이름으로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가 네 편 있다. 1999년, 2001년, 2009년 개봉된 세 편은 모두 브렌던 프레이저란 배우가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이 중 제3편은 중국으로 무대를 옮겨 이연걸도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이 시리즈가 잊혀질 즈음인 2017년 이번에는 톰 크루즈를 남자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미이라’가 개봉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미이라가 ‘다시 살아나서’ 이 세상을 다시 지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들 영화의 영어 원제는 모두 ‘머미(mummy)’이다. 이 영어 단어의 어원은 페리시아어 ‘무미야(mumiya)’로서 ‘역청(아스팔트)’을 뜻한다. 이것이 시신을 보존처리 하는 재료여서 이런 뜻이 붙여진 듯하다. 영어에는 14세기경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 영화들의 제목은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단어 ‘미이라’로 바뀌어 상영됐다.
그런데 이 ‘미이라’라는 말은 사실상 영어도, 아랍어도 아닌 일본말이다. 일본인들이 포루투갈어 ‘미라(mirra)’를 받아들이면서 표기를 그렇게(ミイラ) 한 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 표준어도 ‘미라’라고 되어 있다. 이 포르투갈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무라(myrrha)’로서, 이 단어도 셈족 계열 언어로부터 그리스어를 통해 전승을 받았다고 한다. ‘미라’란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가 썩지 않고 보존된 것으로, 천연 미라와 인공 미라가 있다. 전자의 경우 극히 건조한 기후나 매장환경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1000년 이상 전에 사망한 중국 당나라 혜능대사의 시신이나 130여 년 전에 사망한 가톨릭의 성녀 베르나테드의 시신 등 여러 고승과 그리스도교 성인들은 인위적 처치가 전혀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도 전혀 부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라는 인공적인 것으로서 중국·잉카 문명 등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고대 이집트의 것이다. 이집트에서 미라가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BC 29세기에서 27세기까지 존재했던 고왕조의 ‘제2왕조’ 시대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 제작에 열심이었던 것은 영혼불멸 사상에 따라 사람의 시신에는 혼이 있어 이를 보존하는 것이 고인이 내세에 다시 살아나는 데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라 한다. 식물도 ‘미라’ 처리가 가능하다.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북한에서 조화를 보내왔다. 이 조화는 10년 전 김 전 대통령의 사망 당시 보내왔던 북측의 조화와 마찬가지로 특수 처리되어 반영구 보존될 모양이다.
#2. 요즘은 냉장·냉동 기술의 발전으로 식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몇 년 전에 잡힌 생선이나 수확된 과일도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식품 보관의 전통적인 방법은 염장이나 설탕에 재는 것 등으로 제한됐다. 헌데 산업화 이후 ‘통조림’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냉장고가 없어도 계절과 관계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수가 아주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이 통조림의 원조는 ‘병조림’이다. 병조림 발명가는 프랑스의 작은 식당 요리사였던 니콜라 아페르이다. 1805년 나폴레옹은 1만2000프랑과 자신의 훈장을 내걸고 ‘식료품 저장과 포장에 관한 방법’을 공모했다. 당시에는 오랜 항해에 채소 부족으로 괴혈병에 잘 걸리는 선원이나 식량 조달이 여의치 않은 전쟁터의 군인들을 위해 식품을 잘 보관하는 것이 큰 난제였다. 아페르는 오랜 조리사 경험을 살려, 음식을 끓인 다음 병에 집어 넣고 코르크 마개로 꼭 닫은 후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양초를 녹여 밀봉하고, 이를 솥에 넣고 한번 더 끓였다. 이는 즉 열을 이용한 살균 보존법이다. 이 방법으로 그는 나폴레옹의 훈장과 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 병조림은 몇 년도 안 되어 1810년 영국의 기계공 피터 듀란드가 병 대신 주석 깡통을 용기로 사용하는 통조림을 발명하면서 자리를 내주었다.
#3. 이른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2억7000만년 전의 화석까지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서방에서는 오래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유럽에서는 250만년 전, 북미에서는 700만년 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17세기 말 엥겔베르트 캠페르라는 독일인 의사가 일본에서 은행나무를 발견해 서방에도 알려졌다. 사실 이 나무는 중국 저장성 일부에서 극소수가 살아남아 있다가 11세기 이후 주로 절에서 재배되면서 중국 전역으로, 그리고 한국과 일본으로 확산되는 등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폐기’ 처리되거나 될 예정인 것이 여럿 보인다. 그중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전정책’과 ‘사대강보’, 그리고 ‘자사고’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이들 ‘폐기 리스트’의 항목이 막상 시행에 옮겨 보자 그 부작용과 반발이 만만치 않다라는 점이다. 우선 ‘탈원전’ 정책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새로 건설을 시작할 원자력 발전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전 호황 때 130억에 산 기계, 5000만원짜리 고철로 전락’과 같은 자극적인 신문기사 제목도 발견된다. 원전 관련 산업체가 몰려 있는 창원 등에서는 관련 기업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고, 우리 업체들이 건설한 아랍의 원전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유지 보수 업무를 다른 나라에게 내주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사대강보’ 철거는 강을 예전의 ‘자연 상태’로 돌려놓자는 취지이지만 많은 무리수가 엿보인다. 철거 논리의 기반인 비용편익 분석 방법의 자의성 등 그 정확도도 의문시되는 데다 편익이 비용보다 아주 약간 크게 나오는 등의 문제점은 그 일부일 뿐이다. 보 근방의 농민을 비롯한 주민들의 반발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추진한 보 해체 설계 용역은 3번 모두 유찰돼 조달청이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전라북도 교육청은 도내의 한 자사고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역여론은 물론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기준점수도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은 데다, 이 점수에서 단지 0.39점 모자라 탈락한 것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타 지역에서 재지정 취소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그만큼 반발과 갈등도 클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럴 바에야 이들 리스트는 폐기보다 차라리 ‘보존’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갈수록 커지는 배경이다.
그런데 ‘폐기 리스트’가 아니라 애초부터 ‘꼭 보존되어야 할 것’의 리스트는 없을까? 1분기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가까이 줄어들었다. 더구나 2분기는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다 최저임금 급등, 근무시간 단축, 사회 전반적인 반기업 분위기 등이 가세한 탓이라고 한다. 한국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기업 수익성은 ‘보존 리스트’의 맨 상단에 위치해야 하지 않을까? 기업 수익성은 죽은 이의 몸이나 식품보다는 보존이 훨씬 어려운 데다 요즘과 같은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달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은행나무도 일부라도 살아 남았기 때문에 다시 번성할 수 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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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미이라’라는 말은 사실상 영어도, 아랍어도 아닌 일본말이다. 일본인들이 포루투갈어 ‘미라(mirra)’를 받아들이면서 표기를 그렇게(ミイラ) 한 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 표준어도 ‘미라’라고 되어 있다. 이 포르투갈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무라(myrrha)’로서, 이 단어도 셈족 계열 언어로부터 그리스어를 통해 전승을 받았다고 한다. ‘미라’란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가 썩지 않고 보존된 것으로, 천연 미라와 인공 미라가 있다. 전자의 경우 극히 건조한 기후나 매장환경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1000년 이상 전에 사망한 중국 당나라 혜능대사의 시신이나 130여 년 전에 사망한 가톨릭의 성녀 베르나테드의 시신 등 여러 고승과 그리스도교 성인들은 인위적 처치가 전혀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도 전혀 부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라는 인공적인 것으로서 중국·잉카 문명 등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고대 이집트의 것이다. 이집트에서 미라가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BC 29세기에서 27세기까지 존재했던 고왕조의 ‘제2왕조’ 시대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 제작에 열심이었던 것은 영혼불멸 사상에 따라 사람의 시신에는 혼이 있어 이를 보존하는 것이 고인이 내세에 다시 살아나는 데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라 한다. 식물도 ‘미라’ 처리가 가능하다.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북한에서 조화를 보내왔다. 이 조화는 10년 전 김 전 대통령의 사망 당시 보내왔던 북측의 조화와 마찬가지로 특수 처리되어 반영구 보존될 모양이다.
#2. 요즘은 냉장·냉동 기술의 발전으로 식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몇 년 전에 잡힌 생선이나 수확된 과일도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식품 보관의 전통적인 방법은 염장이나 설탕에 재는 것 등으로 제한됐다. 헌데 산업화 이후 ‘통조림’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냉장고가 없어도 계절과 관계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수가 아주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이 통조림의 원조는 ‘병조림’이다. 병조림 발명가는 프랑스의 작은 식당 요리사였던 니콜라 아페르이다. 1805년 나폴레옹은 1만2000프랑과 자신의 훈장을 내걸고 ‘식료품 저장과 포장에 관한 방법’을 공모했다. 당시에는 오랜 항해에 채소 부족으로 괴혈병에 잘 걸리는 선원이나 식량 조달이 여의치 않은 전쟁터의 군인들을 위해 식품을 잘 보관하는 것이 큰 난제였다. 아페르는 오랜 조리사 경험을 살려, 음식을 끓인 다음 병에 집어 넣고 코르크 마개로 꼭 닫은 후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양초를 녹여 밀봉하고, 이를 솥에 넣고 한번 더 끓였다. 이는 즉 열을 이용한 살균 보존법이다. 이 방법으로 그는 나폴레옹의 훈장과 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 병조림은 몇 년도 안 되어 1810년 영국의 기계공 피터 듀란드가 병 대신 주석 깡통을 용기로 사용하는 통조림을 발명하면서 자리를 내주었다.
#3. 이른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2억7000만년 전의 화석까지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서방에서는 오래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유럽에서는 250만년 전, 북미에서는 700만년 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17세기 말 엥겔베르트 캠페르라는 독일인 의사가 일본에서 은행나무를 발견해 서방에도 알려졌다. 사실 이 나무는 중국 저장성 일부에서 극소수가 살아남아 있다가 11세기 이후 주로 절에서 재배되면서 중국 전역으로, 그리고 한국과 일본으로 확산되는 등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폐기’ 처리되거나 될 예정인 것이 여럿 보인다. 그중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전정책’과 ‘사대강보’, 그리고 ‘자사고’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이들 ‘폐기 리스트’의 항목이 막상 시행에 옮겨 보자 그 부작용과 반발이 만만치 않다라는 점이다. 우선 ‘탈원전’ 정책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새로 건설을 시작할 원자력 발전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전 호황 때 130억에 산 기계, 5000만원짜리 고철로 전락’과 같은 자극적인 신문기사 제목도 발견된다. 원전 관련 산업체가 몰려 있는 창원 등에서는 관련 기업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고, 우리 업체들이 건설한 아랍의 원전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유지 보수 업무를 다른 나라에게 내주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사대강보’ 철거는 강을 예전의 ‘자연 상태’로 돌려놓자는 취지이지만 많은 무리수가 엿보인다. 철거 논리의 기반인 비용편익 분석 방법의 자의성 등 그 정확도도 의문시되는 데다 편익이 비용보다 아주 약간 크게 나오는 등의 문제점은 그 일부일 뿐이다. 보 근방의 농민을 비롯한 주민들의 반발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추진한 보 해체 설계 용역은 3번 모두 유찰돼 조달청이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전라북도 교육청은 도내의 한 자사고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역여론은 물론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기준점수도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은 데다, 이 점수에서 단지 0.39점 모자라 탈락한 것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타 지역에서 재지정 취소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그만큼 반발과 갈등도 클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럴 바에야 이들 리스트는 폐기보다 차라리 ‘보존’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갈수록 커지는 배경이다.
그런데 ‘폐기 리스트’가 아니라 애초부터 ‘꼭 보존되어야 할 것’의 리스트는 없을까? 1분기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가까이 줄어들었다. 더구나 2분기는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다 최저임금 급등, 근무시간 단축, 사회 전반적인 반기업 분위기 등이 가세한 탓이라고 한다. 한국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기업 수익성은 ‘보존 리스트’의 맨 상단에 위치해야 하지 않을까? 기업 수익성은 죽은 이의 몸이나 식품보다는 보존이 훨씬 어려운 데다 요즘과 같은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달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은행나무도 일부라도 살아 남았기 때문에 다시 번성할 수 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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