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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평화와 음악’ 우드스톡 페스티벌 50년

‘3일간의 평화와 음악’ 우드스톡 페스티벌 50년

1969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감독판과 인터넷 동영상을 바탕으로 이 역사적인 행사를 총정리한다
사진 : CLOCKWISE FROM TOP LEFT: PINTEREST.COM, TWITTER.COM , ENTROPYMAG.ORG, WIKIPEDIA.ORG, AMAZON.COM, WIKIPEDIA.ORG(3), YOUTUBE.COM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정의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다. 1969년 8월 미국 뉴욕주 베델의 화이트 레이크 근처 농장에서 3일 동안 열린 평화와 사랑, 이해의 록 음악 축제다.

당시 현장에는 40만 명이 모였었지만 대다수 사람은 행사가 끝난 지 약 6개월 후 나온 다큐멘터리와 사운드트랙으로 이 축제를 간접 체험했다. 축제에서 공연된 음악은 대체로 좋았다. 또 조 코커와 더 후,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 산타나, 지미 헨드릭스 등 많은 뮤지션이 환상적인 공연을 펼쳤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진흙 속에서 뒹구는 사람들, 몰려드는 자동차로 매우 혼잡한 축제장 주변, ‘브라운 애시드를 조심하라’는 경고 방송 같은 것들이 감동을 주진 않으니까 말이다.(브라운 애시드는 마약의 일종으로 당시 축제 현장에서 나돌던 상품이 악몽 같은 환각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었다.)

다행히 형편없는 공연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지만 일부 좋은 공연도 잘려나갔다. 우리는 다큐멘터리와 앨범의 오리지널 버전에서 부당하게 삭제됐거나, 삭제됐어야 마땅한데 그대로 남아 있었던 공연을 찾아내기 위해 최근 재공개된 감독판과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다음은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실력만큼 빛 못 본 뮤지션


스위트워터(Sweetwater)
스위트워터는 리치 헤이븐스 다음 순서로 무대에 섰는데 다큐멘터리엔 나오지 않았다. 원래는 이 밴드가 헤이븐스보다 먼저 공연할 계획이었지만 교통체증으로 늦게 도착해 순서가 바뀌었다.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여성 보컬리스트 낸시 네빈스를 포함해 싱어가 여러 명 있는 독특한 그룹이었다. 또 네빈스는 우드스톡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핑크색 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정말 용감했던 것 같다. 이런 축제에서 리드 싱어가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첫 곡을 첼로 반주에 맞춰 시작하는 밴드가 또 있을까? 네빈스는 공연이 끝나고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 정말 많은 분이 모이셨네요. 축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후 얼마 안 돼 자동차 사고로 크게 다쳤고 밴드는 활동을 중단했다. 유튜브를 뒤져보면 이 밴드가 ‘휴 헤프너의 플레이보이 애프터 다크(Hugh Hefner’s Playboy After Dark)’라는 TV 쇼에 출연해 펼친 멋진 공연을 찾을 수 있다.



버트 소머(Bert Sommer)
버트 소머의 무대는 우드스톡에서 부당하게 잊혀진 가장 멋진 공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머는 스타가 될 자질을 모두 갖췄던 듯하다. 잘생긴 외모와 좋은 목소리에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안개처럼 부풀어 오른 멋진 곱슬머리를 가진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의 오리지널 멤버였다. 전기기타 2대와 오르간으로 구성된 소머의 밴드는 히피의 사랑 노래를 연주했다. 라가(인도 음악의 전통 선율)를 연상시키는 소머의 노래 ‘Jennifer’는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 페스티벌에서 유일하게 기립박수를 받은 곡으로 추정되지만 유튜브 클립에서 그 장면은 볼 수 없다. 소머의 공연이 다큐멘터리에서 삭제된 이유가 사운드트랙의 재정 지원을 맡은 음반사와 그가 소속된 음반사의 알력 때문이었다는 소문도 있다.
 잊혀질 만했던 뮤지션
1969 우드스톡 페스티벌엔 약 40만 명이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뮤지션 중에서는 그룹 더 후의 로저 달트리(왼쪽)와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슬라이 스톤(오른쪽)이 가장 주목받았다. / 사진 : YOUTUBE.COM, PINTEREST.COM(2)


퀼(Quill)
퀼은 변함없는 팬층이 있다고 알려졌고 킹크스와 딥 퍼플, 제프 벡 등 영향력 있는 뮤지션들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도 섰지만 다큐멘터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키프 하틀리 밴드(Keef Hartley Band)
드러머 키스 ‘키프’ 하틀리가 이끈 이 밴드는 그룹 시카고처럼 호른 섹션을 첨가한 독특한 록 밴드였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빠졌다.
 간과된 스타


라비 섕커(Ravi Shankar)
다큐멘터리에 등장했어야 마땅한 뮤지션이다. 시타르(인도 현악기) 주자인 그가 타블라(남아시아의 타악기) 주자 알라 라카와 라가를 연주한 저녁 무대는 강렬하고 기쁨이 넘쳤다. 두 뮤지션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곡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진정한 프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무대였다.



멜라니 사프카(Melanie Safka)
멜라니 사프카도 버트 소머처럼 우드스톡에서 훌륭한 공연을 펼치고도 다큐멘터리에 포함되지 않은 뮤지션이다. 당시 그녀의 공연 시간은 원래 영국 포크 그룹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에 배정됐었지만 이 밴드가 빗속 공연을 거부해 그녀가 대신 무대에 섰다. 청중은 사프카의 노래에 환호했다. 비록 다큐멘터리에서는 빠졌지만 그녀는 이후로 ‘Brand New Key’ 같은 훌륭한 노래들을 작곡해 히트했다. 사프카의 또 다른 히트곡 ‘Lay Down(Candles in the Rain)’은 우드스톡에서 그녀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감독판에 포함됐으면 좋았을 밴드
우드스톡 페스티벌 기간 중 비가 내려 청중은 진흙 바닥에서 잠을 자며 공연을 기다렸다. 카를로스 산타나(왼쪽)와 지미 헨드릭스 (오른쪽)는 우드스톡을 가장 빛낸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 사진 : YOUTUBE.COM, PINTEREST.COM, NPR.ORG


마운틴(Mountain)
헤비 블루스-록 밴드인 마운틴은 1970년 대 유행한 슬러지를 미리 선보였다. 스타 기타리스트 레슬리 웨스트가 속해 있었던 이 밴드는 ‘Mississippi Queen’이라는 히트곡으로 잘 알려졌지만 우드스톡 무대에서는 ‘Theme From an Imaginary Western’으로 주목받았다. 이 노래는 전설적인 영국 록 밴드 크림의 잭 브루스가 작곡했고, 역시 크림의 창단 멤버였던 마운틴의 베이스 주자 펠릭스 파파라디가 노래했다.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이 밴드는 다큐멘터리에도, 오리지널 레코드에도 실리지 않았지만 당시엔 인기가 꽤 높았다. 사이키델릭의 허세 없이 블루칼라의 감성을 노래한 이들은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다른 밴드들과 확연히 구분됐다. 리드 싱어 존 포거티는 우드스톡 무대에서 바로 앞 순서였던 그레이트풀 데드가 청중을 잠재우는 바람에 그들을 깨우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못 봐도 아쉽지 않은 밴드


더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
우드스톡 공연 당시 모습도 목소리도 매우 피곤하게 느껴졌던 이 밴드는 다큐멘터리에 실리지 않았다. 특히 ‘Mama Tried’와 ‘Turn on Your Love’는 김빠지고 무기력하게 들렸다. 위에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존 포거티가 한 말이 딱 맞다.
 닐 영과 CSN&Y에겐 무슨 일이?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 영(CSN&Y)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스티븐 스틸스, 그레이엄 내시, 닐 영은 1968년 느슨한 개념의 그룹을 이뤘다. 우드스톡 공연은 이 그룹의 두 번째 라이브 무대였다. 하지만 닐 영이 카메라는 밴드와 팬들 모두에게 방해가 된다면서 촬영을 거부하는 바람에 다큐멘터리에 실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록스타였던 이들은 그 후로도 승승장구해 메가톤급 스타가 됐다.
 꼭 봐야 할 공연
사진 : CLOCKWISE FROM LEFT: TOUCHSTONE/SIMON & SCHUSTER, ECCO/HARPERCOLLINS PUBLISHERS, SQUAREONE, AMAZON PRIME, RHINO, STERLING, RHINO


더 후(The Who)
더 후는 우드스톡에서 록 오페라 ‘Tommy’를 공연했다. 이 공연은 팬들조차 따분하게 느낄 정도로 길지만 ‘Pinball Wizard’와 ‘Sparks’를 듣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특히 ‘Sparks’는 매우 역동적이다. 볼륨과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다가 강렬한 노이즈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Star Spangled Banner’(미국 국가) 연주는 전설적인 공연이라는 찬사를 들어 마땅하다. 하지만 헨드릭스의 공연은 마지막 순서여서 사람들이 많이 떠난 후였다. 청중은 히트곡엔 환호를 보냈지만 펑크와 재즈가 가미된 신곡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Purple Haze’는 놓치지 말길 바란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
슬라이 스톤은 정규 앨범 ‘Stand’의 수록곡을 비롯한 노래들로 무대를 장악했다. 베이스의 래리 그레이엄, 트럼펫의 신시아 로빈슨, 그리고 다른 보컬들도 아주 훌륭했다.



조 코커와 그리즈 밴드(Joe Cocker and the Grease Band)
에너지가 넘치는 코커의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연주가 백미다. 백밴드의 팔세토(가성) 보컬도 훌륭하다. 당시에도 음정보정 기술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다.



산타나(Santana)
당시 20세였던 마이클 슈리브의 드럼 솔로가 환상적인 ‘Soul Sacrifice’는 요즘 들어도 멋지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말하자면 키보드 주자이자 싱어였던 그렉 롤리는 산타나와 저니, 2개의 밴드와 함께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50년이 지난 요즘도 순회공연 중인 뮤지션
더 후, 핫 튜나, 존 바에즈, 멜라니 사프카, 존 세바스천, 카를로스 산타나, 컨트리 조맥도널드, 존 포거티, CSN&Y.



우드스톡 50주년 기념 페스티벌 준비 현황
8월 중순 열릴 예정이지만 기사 작성 시점까지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다.

- 피터 카르보나라, 행크 길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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