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미래는 홍콩에 달렸다?
대만의 미래는 홍콩에 달렸다?
“총통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홍콩의 민주화 운동 지켜보면서 이제 중국의 재통일 야망에 강하게 저항할 것”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대규모 집단 시위는 홍콩 특별행정구와 중국 본토의 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은 홍콩에서 ‘일국양제’(하나의 중국 아래 다른 체제를 허용한다는 뜻)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한다. 또 홍콩의 시위가 대만과 양안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시위는 홍콩 주민이 정부가 제안한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제정에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송환법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2월 대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법안 마련의 계기가 됐다. 홍콩인이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혔다. 그러나 홍콩과 대만 사이엔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어 그를 대만으로 보낼 수 없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들로 범인을 송환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홍콩 주민은 이 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중국 본토로 송환돼 재판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한편 홍콩 시위와 관련해 대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향후 양안 관계다. 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말한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실행되는 ‘일국양제’는 원래 중국의 개혁개방 설계자인 덩샤오핑이 향후 재통일 후 양안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제시한 특별 구상이었다. 그러나 대만의 주요 정당과 대중은 ‘일국양제’ 모델을 한결같이 거부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였다가 중국에 반환됐지만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국호)은 홍콩과 달리 하나의 주권 국가라는 것이 대만인의 일치된 견해다.
당연하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이 이끄는 대만의 현 정부는 홍콩 위기를 ‘일국양제’ 개념을 비판하는 쪽으로 사용했다. 대만 총통 선거가 내년 1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대만의 선거는 대개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다. 하나는 경제, 다른 하나는 양안 관계다. 현 총통인 차이잉원은 양쪽 분야 모두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홍콩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는 재선 가능성이 희박했다.지난봄 시작된 민진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차이 총통은 라이칭더 전 행정원장(총리)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차이 총통은 자신을 중국의 대만 흡수통합 계략을 격렬히 거부하고 대만의 주권을 수호하는 ‘매서운 대만 언니’로 부각시켰다. 결국 그녀는 라이 전 행정원장을 가까스로 누르고 민진당 대선 후보가 됐다. 그러나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그녀는 국민당 대선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에게 한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차이 총통의 최근 해외 방문 동안 불거진 ‘담배 밀수 스캔들’(카리브해 4국 순방에 수행한 대만 국가안전국 요원이 총통 전용기에 대량의 면세 담배를 몰래 실어 밀수하다가 적발됐다)도 그녀의 재선 희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홍콩의 혼돈 상황이 차이 총통에게 뜻밖의 횡재가 될지 모른다. 홍콩의 소요가 지속되자 차이 총통은 홍콩 주민의 자유 수호를 거듭 지지하면서 ‘일국양제’의 실패를 선언했다. 한편 그녀가 이끄는 대만 정부는 중국 공산당의 대만 사회 침투 의혹을 부풀리며 공산주의를 경계하는 새로운 ‘적색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차이 총통을 선호하는 듯하다. 미국은 그녀에게 카리브해 순방 중 뉴욕과 덴버의 방문을 허용했고, 대만에 22억 달러어치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으며, 미군 전함의 대만 해협 항해를 허용함으로써 차이 총통의 선거운동에 힘을 보탰다.
홍콩 사태로 인해 대만은 정치적으로 중국과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총통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켜본 대만은 이제 중국의 재통일 야망에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지난 3월 중국 본토와 홍콩을 방문한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도 홍콩 시위를 계기로 양안 관계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일국양제’를 결연히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대만과 홍콩 사회는 공통점이 있다. 쇠퇴하는 경제 상황에 대한 깊은 불만과 중국 본토에 대한 우위가 사라진다는 불안감이다. 대만과 홍콩은 과거 ‘아시아의 호랑이들’로 불렸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포함해 1960~90년대 급성장한 동아시아의 4개국을 가리킨다. 현재 한국과 싱가포르는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더 강해졌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상태다. 대만과 홍콩은 그들에 뒤진다. 아울러 대만과 홍콩은 젊은 전문인력이 중국 본토를 포함해 다른 나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면서 두뇌 유출에도 시달리고 있다.
중국 본토의 동포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홍콩과 대만 주민은 당연히 권위적인 중국 정부를 불신한다. 대만과 홍콩 사회는 경제 조건이 더욱 나빠지고 본토에 대한 우위를 잃으면서 좌절과 분노가 팽배한 분위기다. 그런 경제적인 불안과 정치적 두려움이 합쳐져 중국에 반대하는 강한 힘을 형성한다. 중국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는 ‘원죄’ 때문에 자유 국가의 어떤 비난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부의 진보파도 홍콩의 소요와 그 여파가 대만에 미치는 효과를 우려한다. 그들은 중국의 경제 자유화와 정치 민주화를 추구하는 운동에서 홍콩과 대만을 희망의 횃불로 생각했다. 중국의 개혁주의자들은 홍콩과 대만이 실패하기를 원치 않는다. 동시에 그들은 홍콩과 대만이 내부 문제를 중국 본토 탓으로 돌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대단한 자제심을 발휘하며 홍콩 시위를 다뤘다. 그러나 시위가 폭력 사태로 변하고 홍콩의 안정을 위협하게 된다면 그래도 중국 정부가 계속 참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해 대중국권에서 발생하는 분리독립의 도전을 중국 정부가 어떻게 다룰까?
- 주즈췬
※ [필자는 미국 버크넬대학(펜실베이니아주 루이스버그 소재)의 정치학·국제관계학 교수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다.] 홍콩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운동이 민주화 시위로 급속히 확대되면서 일부의 경우 폭력 사태까지 발전했다. 그 와중에 중국 정부는 미국이 홍콩의 소요를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시위 진압을 정치적으로만 지원했지만 지난 7월 24일 중국 국방부의 우첸 대변인은 주군법을 거론하면서 홍콩 시위 사태가 악화되고 “사회질서 유지에 필요하다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그런 시나리오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홍콩에서든 미국 워싱턴에서든 “시위가 잦다”며 “그건 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홍콩과 관련된 협정을 존중하기 바란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곧바로 받아쳤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에도 시위가 있다고 하는데 그가 홍콩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폭력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아직 자기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을 미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홍콩의 최근 시위를 두고 적절하다고 말한 것은, 모두 다 알겠지만 홍콩 시위가 미국의 ‘작품’이기 때문인 듯하다.”
화 대변인은 홍콩·마카오 주재 미국 총영사가 송환법을 비판한 발언을 지적하며 그런 언급과 중국의 전반적인 ‘일국양제’에 대한 비판이 “홍콩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에 계속 노출되는 화면을 보면 홍콩 폭력 시위에는 많은 미국인이 나온다. 성조기까지 등장한다. 모두 다 홍콩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서 도대체 미국이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묻고 싶어 한다.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여기는 홍콩이고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중국 정부는 어떠한 외부세력도 홍콩의 일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화 대변인은 “불장난을 하면 제 불에 타 죽는다. 역사상 이런 교훈은 많았다”면서 “미국은 불에서 밤을 꺼내는 위험한 게임을 즉시 중단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시위에 미국인과 성조기 등장에 관한 언급은 지난 27일 친중파의 백색테러를 규탄하는 시위가 홍콩 위안랑역 일대에서 열렸을 때 일부 참가자가 대형 성조기를 흔들고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의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 제정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시위자는 보류가 아니라 그 제안을 완전히 취소하고 아예 행정장관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다. 지난 29일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 대변인은 “일부 과격분자의 폭력 행위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크게 훼손했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을 응징하고 법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사법부가 폭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는 것을 지지한다. 홍콩 사회가 하루빨리 정치적 분쟁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과 민생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또 그는 ‘일국양제’와 관련해 “홍콩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민주 권리와 전 세계에서 보기 힘든 자유를 누린다’고 평가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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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는 홍콩 주민이 정부가 제안한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제정에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송환법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2월 대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법안 마련의 계기가 됐다. 홍콩인이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혔다. 그러나 홍콩과 대만 사이엔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어 그를 대만으로 보낼 수 없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들로 범인을 송환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홍콩 주민은 이 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중국 본토로 송환돼 재판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한편 홍콩 시위와 관련해 대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향후 양안 관계다. 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말한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실행되는 ‘일국양제’는 원래 중국의 개혁개방 설계자인 덩샤오핑이 향후 재통일 후 양안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제시한 특별 구상이었다. 그러나 대만의 주요 정당과 대중은 ‘일국양제’ 모델을 한결같이 거부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였다가 중국에 반환됐지만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국호)은 홍콩과 달리 하나의 주권 국가라는 것이 대만인의 일치된 견해다.
당연하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이 이끄는 대만의 현 정부는 홍콩 위기를 ‘일국양제’ 개념을 비판하는 쪽으로 사용했다. 대만 총통 선거가 내년 1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대만의 선거는 대개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다. 하나는 경제, 다른 하나는 양안 관계다. 현 총통인 차이잉원은 양쪽 분야 모두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홍콩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는 재선 가능성이 희박했다.지난봄 시작된 민진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차이 총통은 라이칭더 전 행정원장(총리)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차이 총통은 자신을 중국의 대만 흡수통합 계략을 격렬히 거부하고 대만의 주권을 수호하는 ‘매서운 대만 언니’로 부각시켰다. 결국 그녀는 라이 전 행정원장을 가까스로 누르고 민진당 대선 후보가 됐다. 그러나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그녀는 국민당 대선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에게 한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차이 총통의 최근 해외 방문 동안 불거진 ‘담배 밀수 스캔들’(카리브해 4국 순방에 수행한 대만 국가안전국 요원이 총통 전용기에 대량의 면세 담배를 몰래 실어 밀수하다가 적발됐다)도 그녀의 재선 희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홍콩의 혼돈 상황이 차이 총통에게 뜻밖의 횡재가 될지 모른다. 홍콩의 소요가 지속되자 차이 총통은 홍콩 주민의 자유 수호를 거듭 지지하면서 ‘일국양제’의 실패를 선언했다. 한편 그녀가 이끄는 대만 정부는 중국 공산당의 대만 사회 침투 의혹을 부풀리며 공산주의를 경계하는 새로운 ‘적색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차이 총통을 선호하는 듯하다. 미국은 그녀에게 카리브해 순방 중 뉴욕과 덴버의 방문을 허용했고, 대만에 22억 달러어치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으며, 미군 전함의 대만 해협 항해를 허용함으로써 차이 총통의 선거운동에 힘을 보탰다.
홍콩 사태로 인해 대만은 정치적으로 중국과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총통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켜본 대만은 이제 중국의 재통일 야망에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지난 3월 중국 본토와 홍콩을 방문한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도 홍콩 시위를 계기로 양안 관계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일국양제’를 결연히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대만과 홍콩 사회는 공통점이 있다. 쇠퇴하는 경제 상황에 대한 깊은 불만과 중국 본토에 대한 우위가 사라진다는 불안감이다. 대만과 홍콩은 과거 ‘아시아의 호랑이들’로 불렸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포함해 1960~90년대 급성장한 동아시아의 4개국을 가리킨다. 현재 한국과 싱가포르는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더 강해졌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상태다. 대만과 홍콩은 그들에 뒤진다. 아울러 대만과 홍콩은 젊은 전문인력이 중국 본토를 포함해 다른 나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면서 두뇌 유출에도 시달리고 있다.
중국 본토의 동포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홍콩과 대만 주민은 당연히 권위적인 중국 정부를 불신한다. 대만과 홍콩 사회는 경제 조건이 더욱 나빠지고 본토에 대한 우위를 잃으면서 좌절과 분노가 팽배한 분위기다. 그런 경제적인 불안과 정치적 두려움이 합쳐져 중국에 반대하는 강한 힘을 형성한다. 중국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는 ‘원죄’ 때문에 자유 국가의 어떤 비난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부의 진보파도 홍콩의 소요와 그 여파가 대만에 미치는 효과를 우려한다. 그들은 중국의 경제 자유화와 정치 민주화를 추구하는 운동에서 홍콩과 대만을 희망의 횃불로 생각했다. 중국의 개혁주의자들은 홍콩과 대만이 실패하기를 원치 않는다. 동시에 그들은 홍콩과 대만이 내부 문제를 중국 본토 탓으로 돌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대단한 자제심을 발휘하며 홍콩 시위를 다뤘다. 그러나 시위가 폭력 사태로 변하고 홍콩의 안정을 위협하게 된다면 그래도 중국 정부가 계속 참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홍콩과 대만을 포함해 대중국권에서 발생하는 분리독립의 도전을 중국 정부가 어떻게 다룰까?
- 주즈췬
※ [필자는 미국 버크넬대학(펜실베이니아주 루이스버그 소재)의 정치학·국제관계학 교수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다.]
[박스기사] 홍콩 시위는 ‘미국의 작품’? - 중국 정부 “홍콩은 중국의 홍콩… 외부 세력 개입 용납 못 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그런 시나리오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홍콩에서든 미국 워싱턴에서든 “시위가 잦다”며 “그건 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홍콩과 관련된 협정을 존중하기 바란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곧바로 받아쳤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에도 시위가 있다고 하는데 그가 홍콩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폭력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아직 자기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을 미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홍콩의 최근 시위를 두고 적절하다고 말한 것은, 모두 다 알겠지만 홍콩 시위가 미국의 ‘작품’이기 때문인 듯하다.”
화 대변인은 홍콩·마카오 주재 미국 총영사가 송환법을 비판한 발언을 지적하며 그런 언급과 중국의 전반적인 ‘일국양제’에 대한 비판이 “홍콩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에 계속 노출되는 화면을 보면 홍콩 폭력 시위에는 많은 미국인이 나온다. 성조기까지 등장한다. 모두 다 홍콩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서 도대체 미국이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묻고 싶어 한다.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여기는 홍콩이고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중국 정부는 어떠한 외부세력도 홍콩의 일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화 대변인은 “불장난을 하면 제 불에 타 죽는다. 역사상 이런 교훈은 많았다”면서 “미국은 불에서 밤을 꺼내는 위험한 게임을 즉시 중단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시위에 미국인과 성조기 등장에 관한 언급은 지난 27일 친중파의 백색테러를 규탄하는 시위가 홍콩 위안랑역 일대에서 열렸을 때 일부 참가자가 대형 성조기를 흔들고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의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 제정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시위자는 보류가 아니라 그 제안을 완전히 취소하고 아예 행정장관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다. 지난 29일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 대변인은 “일부 과격분자의 폭력 행위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크게 훼손했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을 응징하고 법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사법부가 폭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는 것을 지지한다. 홍콩 사회가 하루빨리 정치적 분쟁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과 민생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또 그는 ‘일국양제’와 관련해 “홍콩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민주 권리와 전 세계에서 보기 힘든 자유를 누린다’고 평가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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