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K바이오주 요동] 주가 급락하고 전환사채 발행도 위축
[잇단 악재에 K바이오주 요동] 주가 급락하고 전환사채 발행도 위축
대표주 급락에 업종 투자심리 냉각… 제약·바이오 신규 상장기업 반 토막 잘 나가던 바이오주가 잇단 악재에 급락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공 이후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던 바이오 종목의 주가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기업공개(IPO)도 활기를 잃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을 주도하던 종목들은 올해 들어 연이은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신약 개발 기대감이 반영됐던 주가가 기술반환이나 허가 취소 소식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수년간 제약·바이오 업종 상승세를 이끌었던 한미약품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일라이 릴리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위한 BTK 억제제 기술 반환 통보를 받았다. 일라이 릴리는 BTK 억제제의 임상 2상 중간 분석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임상을 중단했다.
지난 4월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판매 중단 및 허가 취소 소식이 충격을 줬다. 6월에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전해졌다. 7월에는 한미약품의 비만 당뇨치료제(HM12525A)와 관련해 얀센 측이 권리를 반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여기에 기술특례 상장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신라젠이 결정타를 날렸다. 신라젠은 8월 2일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중단 소식을 공시했다. 악재는 그대로 주가에 반영됐다. 올해 초만 해도 40만원 중반 대에서 거래되던 한미약품은 7월초 기술수출 무산 소식으로 20만원으로 떨어진 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티슈진의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됐으며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초 7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코오롱생명과학은 1만5000원 밑으로 추락했다. 한때 10만원이 넘었던 신라젠 주가는 1만원대로 급락했다.
K바이오 대표주의 부진으로 8월 14일 기준 코스닥150생명기술 지수 수익률은 연초 대비 마이너스(-) 39.31%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200헬스케어 지수도 마이너스(-) 26.03%다. 더구나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바이오주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K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떨어졌지만 당분간은 매수할 상황이 아니라는 예상도 나온다. 단순히 주가 하락에서 그치지 않고 생존과 도태가 갈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침체된 제약·바이오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글로벌 신약 개발 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임상 초기 단계에 있거나 항암제와 같이 개발 난이도가 높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디스카운트는 심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새내기 바이오 기업도 줄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7월 22일까지 증시에 입성한 종목은 모두 37곳(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이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의료기기 제조업 포함) 이 7곳으로 19%를 차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상장한 기업 79곳 가운데 35%인 28곳이 제약·바이오 업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앞으로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고민이 커졌다. 바이오 업종 투자심리 악화는 새내기 기업의 가치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때 기준이 되는 공모가 산정 단계에서 대개 상장기업의 주가와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상장기업 주가가 부진하면 희망 공모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장성 특례로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던 신약개발 기업 올리패스는 최근 공모가 산정 때 주가수익비율(PER) 26.33배를 적용 받았다. 장외시장에서 한때 2조원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희망공모가 상단을 적용해도 예상 시가총액은 7115억원에 불과했다.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뛰어난 바이오 기업도 요즘 같은 때에는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장 시기를 미루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바이오 기업이 고전 중이다. 신약 개발 업체들은 대개 안정적인 수익원을 갖추지 못해 전환사채(CB)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CB는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채권이다. 발행할 때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적용할 가격(전환가액)을 미리 정한다. 전환가액은 액면가 이하로 정할 수 없고 3개월이나 매월 조정하는 식으로 주가 변동을 따라가도록 하고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CB를 발행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돼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바이오주 냉각기에는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은 CB 투자를 꺼리게 마련이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현저하게 낮을 경우 전환권을 행사하면 차액만큼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해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조기 상환이 몰리면 CB를 발행한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현저하게 낮을 경우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이 몰려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일부 기업들은 전환가액 조정에 나서고 있다. 신약개발 전문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는 8월 13일 CB 전환가액을 1만4299원으로 낮추기로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주가는 지난해 10월 30일 CB를 발행할 당시 2만2000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최근 1만2000원대로 떨어졌다.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낮춰도 주가 하락을 따라가지 못해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시달리는 곳도 있다. 신라젠은 지난 3월 1100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했다. 발행할 때만 해도 주가가 7만원에 육박했기에 전환가액은 7만111원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환가액은 조정한도인 4만9078원까지 내려왔다. 신라젠의 8월 14일 종가는 1만3600원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사업 초기 신체포기 각서를 쓰고 사채를 끌어다 써야 했을 정도로 투자자 모으기가 여의치 않았다”며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의 성공 이후 바이오 업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는데 요즘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과거로 회귀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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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종을 주도하던 종목들은 올해 들어 연이은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신약 개발 기대감이 반영됐던 주가가 기술반환이나 허가 취소 소식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수년간 제약·바이오 업종 상승세를 이끌었던 한미약품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일라이 릴리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위한 BTK 억제제 기술 반환 통보를 받았다. 일라이 릴리는 BTK 억제제의 임상 2상 중간 분석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임상을 중단했다.
지난 4월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판매 중단 및 허가 취소 소식이 충격을 줬다. 6월에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전해졌다. 7월에는 한미약품의 비만 당뇨치료제(HM12525A)와 관련해 얀센 측이 권리를 반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여기에 기술특례 상장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신라젠이 결정타를 날렸다. 신라젠은 8월 2일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중단 소식을 공시했다.
품목허가 취소, 임상 실패, 분식회계 의혹
K바이오 대표주의 부진으로 8월 14일 기준 코스닥150생명기술 지수 수익률은 연초 대비 마이너스(-) 39.31%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200헬스케어 지수도 마이너스(-) 26.03%다. 더구나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바이오주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K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떨어졌지만 당분간은 매수할 상황이 아니라는 예상도 나온다. 단순히 주가 하락에서 그치지 않고 생존과 도태가 갈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침체된 제약·바이오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글로벌 신약 개발 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임상 초기 단계에 있거나 항암제와 같이 개발 난이도가 높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디스카운트는 심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새내기 바이오 기업도 줄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7월 22일까지 증시에 입성한 종목은 모두 37곳(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이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의료기기 제조업 포함) 이 7곳으로 19%를 차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상장한 기업 79곳 가운데 35%인 28곳이 제약·바이오 업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앞으로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고민이 커졌다. 바이오 업종 투자심리 악화는 새내기 기업의 가치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때 기준이 되는 공모가 산정 단계에서 대개 상장기업의 주가와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상장기업 주가가 부진하면 희망 공모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장성 특례로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던 신약개발 기업 올리패스는 최근 공모가 산정 때 주가수익비율(PER) 26.33배를 적용 받았다. 장외시장에서 한때 2조원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희망공모가 상단을 적용해도 예상 시가총액은 7115억원에 불과했다.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뛰어난 바이오 기업도 요즘 같은 때에는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장 시기를 미루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바이오 기업이 고전 중이다. 신약 개발 업체들은 대개 안정적인 수익원을 갖추지 못해 전환사채(CB)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CB는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채권이다. 발행할 때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적용할 가격(전환가액)을 미리 정한다. 전환가액은 액면가 이하로 정할 수 없고 3개월이나 매월 조정하는 식으로 주가 변동을 따라가도록 하고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CB를 발행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돼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바이오주 냉각기에는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은 CB 투자를 꺼리게 마련이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현저하게 낮을 경우 전환권을 행사하면 차액만큼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해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조기 상환이 몰리면 CB를 발행한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전환사채 전환가액 잇따라 하향 조정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낮춰도 주가 하락을 따라가지 못해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시달리는 곳도 있다. 신라젠은 지난 3월 1100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했다. 발행할 때만 해도 주가가 7만원에 육박했기에 전환가액은 7만111원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환가액은 조정한도인 4만9078원까지 내려왔다. 신라젠의 8월 14일 종가는 1만3600원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사업 초기 신체포기 각서를 쓰고 사채를 끌어다 써야 했을 정도로 투자자 모으기가 여의치 않았다”며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의 성공 이후 바이오 업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는데 요즘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과거로 회귀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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