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피자와 타코 먹으라고?
코펜하겐에서 피자와 타코 먹으라고?
제프 고디니어의 신저에서 ‘노마’의 스타 셰프 르네 레드제피가 추천하는 최고의 맛집 덴마크 코펜하겐을 찾는 여행객은 내가 그 도시에서 꼭 가보라고 추천하는 레스토랑들의 이름을 들으면 어리둥절해 한다. 덴마크 대표 음식인 스뫼레브로드(오픈 샌드위치)나 플뢰볼러(초콜릿을 입힌 마시멜로) 대신 피자나 타코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멀리 덴마크까지 와서 굳이 이탈리아나 멕시코 음식을 먹어야 할 이유가 뭐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코펜하겐 출신의 유명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가 이 도시의 음식 문화에 끼친 영향을 알고 나면 모든 게 이해된다. 2003년 문을 연 레드제피의 대표 레스토랑 노마(Noma)는 그동안 쌓아 올린 명성과 언론 보도 덕분에 음식 전문 작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젊은 요리사들이 이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을 이력서에 넣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됐다.
노마의 명성과 레드제피의 카리스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밖 먼 나라의 재능 있는 요리사들을 노마의 주방으로 불러들였다. 그곳에서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한국, 알바니아, 미국, 호주 등지에서 온 요리사들을 마주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이 요리사들은 때가 돼서 노마의 둥지를 벗어나도 코펜하겐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 레스토랑을 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노마에서 배운 기술과 고국의 전통을 혼합해 새로운 요리를 개발한다.내가 사람들에게 산체스(Sanchez)에 꼭 가보라고 하는 이유다. 노마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를 지낸 로시오 산체스가 아메리카 대륙 밖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 만한 멕시코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그녀의 살사(토마토와 고추 등을 섞어 만든 매콤한 멕시코식 소스)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멕시코 와하카에서 들여온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는 방금 만든 것처럼 신선하다. 산체스의 분위기는 매우 밝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과일을 듬뿍 넣어 만든 알록달록한 멕시코식 아이스 캔디 위에서 반짝인다.
코펜하겐에서 가장 주목받는 레스토랑은 물론 노마지만 이 도시에는 그 외에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은 받은 맛집이 꽤 있다. 미식가들은 를레(Relæ)와 게라니움(Geranium)으로 모여들지만 캘리포니아 출신인 나는 샌디에이고 외곽에서 자란 요리사 매트 올랜도(그 역시 노마에서 훈련받았다)가 운영하는 아마스(Amass)를 좋아한다. 미국 서해안의 요리 전통을 따르는 올랜도는 채소 요리 솜씨가 특히 뛰어나다. 아마스의 분위기는 아주 편안하다. 손님들은 원할 때는 언제든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의 모닥불 주변을 거닐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코펜하겐은 해산물 애호가의 천국이다. 노마 출신의 요리사 2명이 운영하는 해산물 레스토랑 두 곳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그중 하나가 2003년 노마를 공동 설립한 레드제피의 절친 안데르스 셀머가 운영하는 쾨드비옌스 피스케바(Kødbyens Fiskebar)다. 영국 출신 주방장 제이미 리가 굴과 가리비, 고등어, 킹크랩, 오징어 등 해산물을 이용해 캐주얼하면서도 창조적인 메뉴를 개발했다. 나머지 하나는 노마 출신의 호주인 요리사 보 클러그스턴이 운영하는 니하운 운하 주변의 일루카(Iluka)다. 이곳에서 내놓는 굴, 대합 조개, 랑구스틴 새우와 청어는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듯 신선하다.
코펜하겐의 스뫼레브로드 전문점 중에는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음식 맛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 곳도 있다. 하지만 덴마크 요리 전통에 충실하고 서비스가 빠른 톨드 & 스냅스(Told & Snaps)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덴마크 왕가의 사진으로 실내를 장식한 이곳에서맛보는 호밀빵 위에 얹은 청어 절임과 홈메이드 마요네즈를 곁들인 그린랜드 새우는 당신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2014년 내가 처음 코펜하겐에 갔을 때 레드제피가 점심 식사 장소로 추천한 곳이 톨드 & 스냅스였다. 다음 날 아침에는 카페 데트 비데 후스(Café Det Vide Hus)에 가보라고 했다. 고테르스가데의 번화가에 있는 이 카페의 분위기는 누군가의 아파트에 잘못 들어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아늑하다. 이곳에선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싱글 오리진 커피를 주문하고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불평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데트 비데 후스에서는 아침 식사 때 북유럽산 알록달록한 과일을 듬뿍 얹은 스키르(아이슬란드 요거트)를 내놓는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코펜하겐을 방문할 때마다 이곳으로 아침을 먹으러 가곤 한다.
비슷한 이유로 내가 자주 찾는 또 다른 곳은 베드 스트란덴 10(Ved Stranden 10)이다. 세계 천연 와인 운동의 혁명적인 전초기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상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곳은 미학적 관점에서 보면 운하 옆에 자리 잡은 소박한 연립주택 같다. 하지만 와인 몇 잔과 머스타드가 들어간 크로크 무슈를 맛보면 그곳을 떠나기가 싫을 정도로 좋아질 것이다.
와인보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레스토랑 바르(Restaurant Barr)를 추천한다. 이 식당은 노마가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 부근의 호숫가 도시 농장으로 이사하기 전 있던 곳에 자리 잡았다. 희귀한 맥주들이 눈길을 끌고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생선튀김, 벨기에 와플에 얹은 브라운 크랩 등 주방장 토르스텐 슈미트가 개발한 특별 메뉴는 호프와 몰트 맛이 강한 맥주와 잘 어울린다.
노마에서 레드제피의 부주방장을 지낸 크리스티안 퍼글리시가 운영하는 베스트(Bæst)는 덴마크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한 전통 이탈리아 메뉴(생 모차렐라 치즈와 살루미, 피자 등)를 내놓는다. 모든 메뉴의 맛이 친숙하면서도 어딘지 색다르다. 모차렐라 치즈에 들어간 우유나 피자 크러스트의 사워도우 반죽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 테루아르(식품이 만들어지는 자연환경)의 흔적이 느껴져서일까? 이야말로 현지의 재료와 다른 어딘가에서 온 요리 전통이 충돌하면서 빚어낸 최상의 조합이 아닐까?
- 제프 고디니어
※ [필자는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음식 전문 기자로 뉴욕타임스에도 자주 기고한다. 그는 최근 덴마크의 유명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의 도움을 받아 코펜하겐의 음식 문화에 관한 책 ‘헝그리(Hungry: Eating, Road-Tripping, and Risking It All with the Greatest Chef in the World)’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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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펜하겐 출신의 유명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가 이 도시의 음식 문화에 끼친 영향을 알고 나면 모든 게 이해된다. 2003년 문을 연 레드제피의 대표 레스토랑 노마(Noma)는 그동안 쌓아 올린 명성과 언론 보도 덕분에 음식 전문 작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젊은 요리사들이 이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을 이력서에 넣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됐다.
노마의 명성과 레드제피의 카리스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밖 먼 나라의 재능 있는 요리사들을 노마의 주방으로 불러들였다. 그곳에서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한국, 알바니아, 미국, 호주 등지에서 온 요리사들을 마주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이 요리사들은 때가 돼서 노마의 둥지를 벗어나도 코펜하겐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 레스토랑을 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노마에서 배운 기술과 고국의 전통을 혼합해 새로운 요리를 개발한다.내가 사람들에게 산체스(Sanchez)에 꼭 가보라고 하는 이유다. 노마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를 지낸 로시오 산체스가 아메리카 대륙 밖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 만한 멕시코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그녀의 살사(토마토와 고추 등을 섞어 만든 매콤한 멕시코식 소스)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멕시코 와하카에서 들여온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는 방금 만든 것처럼 신선하다. 산체스의 분위기는 매우 밝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과일을 듬뿍 넣어 만든 알록달록한 멕시코식 아이스 캔디 위에서 반짝인다.
코펜하겐에서 가장 주목받는 레스토랑은 물론 노마지만 이 도시에는 그 외에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은 받은 맛집이 꽤 있다. 미식가들은 를레(Relæ)와 게라니움(Geranium)으로 모여들지만 캘리포니아 출신인 나는 샌디에이고 외곽에서 자란 요리사 매트 올랜도(그 역시 노마에서 훈련받았다)가 운영하는 아마스(Amass)를 좋아한다. 미국 서해안의 요리 전통을 따르는 올랜도는 채소 요리 솜씨가 특히 뛰어나다. 아마스의 분위기는 아주 편안하다. 손님들은 원할 때는 언제든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의 모닥불 주변을 거닐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코펜하겐은 해산물 애호가의 천국이다. 노마 출신의 요리사 2명이 운영하는 해산물 레스토랑 두 곳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그중 하나가 2003년 노마를 공동 설립한 레드제피의 절친 안데르스 셀머가 운영하는 쾨드비옌스 피스케바(Kødbyens Fiskebar)다. 영국 출신 주방장 제이미 리가 굴과 가리비, 고등어, 킹크랩, 오징어 등 해산물을 이용해 캐주얼하면서도 창조적인 메뉴를 개발했다. 나머지 하나는 노마 출신의 호주인 요리사 보 클러그스턴이 운영하는 니하운 운하 주변의 일루카(Iluka)다. 이곳에서 내놓는 굴, 대합 조개, 랑구스틴 새우와 청어는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듯 신선하다.
코펜하겐의 스뫼레브로드 전문점 중에는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음식 맛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 곳도 있다. 하지만 덴마크 요리 전통에 충실하고 서비스가 빠른 톨드 & 스냅스(Told & Snaps)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덴마크 왕가의 사진으로 실내를 장식한 이곳에서맛보는 호밀빵 위에 얹은 청어 절임과 홈메이드 마요네즈를 곁들인 그린랜드 새우는 당신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2014년 내가 처음 코펜하겐에 갔을 때 레드제피가 점심 식사 장소로 추천한 곳이 톨드 & 스냅스였다. 다음 날 아침에는 카페 데트 비데 후스(Café Det Vide Hus)에 가보라고 했다. 고테르스가데의 번화가에 있는 이 카페의 분위기는 누군가의 아파트에 잘못 들어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아늑하다. 이곳에선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싱글 오리진 커피를 주문하고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불평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데트 비데 후스에서는 아침 식사 때 북유럽산 알록달록한 과일을 듬뿍 얹은 스키르(아이슬란드 요거트)를 내놓는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코펜하겐을 방문할 때마다 이곳으로 아침을 먹으러 가곤 한다.
비슷한 이유로 내가 자주 찾는 또 다른 곳은 베드 스트란덴 10(Ved Stranden 10)이다. 세계 천연 와인 운동의 혁명적인 전초기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상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곳은 미학적 관점에서 보면 운하 옆에 자리 잡은 소박한 연립주택 같다. 하지만 와인 몇 잔과 머스타드가 들어간 크로크 무슈를 맛보면 그곳을 떠나기가 싫을 정도로 좋아질 것이다.
와인보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레스토랑 바르(Restaurant Barr)를 추천한다. 이 식당은 노마가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 부근의 호숫가 도시 농장으로 이사하기 전 있던 곳에 자리 잡았다. 희귀한 맥주들이 눈길을 끌고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생선튀김, 벨기에 와플에 얹은 브라운 크랩 등 주방장 토르스텐 슈미트가 개발한 특별 메뉴는 호프와 몰트 맛이 강한 맥주와 잘 어울린다.
노마에서 레드제피의 부주방장을 지낸 크리스티안 퍼글리시가 운영하는 베스트(Bæst)는 덴마크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한 전통 이탈리아 메뉴(생 모차렐라 치즈와 살루미, 피자 등)를 내놓는다. 모든 메뉴의 맛이 친숙하면서도 어딘지 색다르다. 모차렐라 치즈에 들어간 우유나 피자 크러스트의 사워도우 반죽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 테루아르(식품이 만들어지는 자연환경)의 흔적이 느껴져서일까? 이야말로 현지의 재료와 다른 어딘가에서 온 요리 전통이 충돌하면서 빚어낸 최상의 조합이 아닐까?
- 제프 고디니어
※ [필자는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음식 전문 기자로 뉴욕타임스에도 자주 기고한다. 그는 최근 덴마크의 유명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의 도움을 받아 코펜하겐의 음식 문화에 관한 책 ‘헝그리(Hungry: Eating, Road-Tripping, and Risking It All with the Greatest Chef in the World)’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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