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4차 산업혁명이 기후변화 부추긴다?

4차 산업혁명이 기후변화 부추긴다?

로봇이 우리 일자리 차지하면서 소비도 늘어 잘 관리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할 수도
미국 미시간주의 포드 루즈 조립공장에서 트럭을 용접하는 로봇(왼쪽 사진)과 스위스 벤켄의 포도원에서 병해충 방지약을 살포하는 드론. / 사진:AP/YONHAP, REUTERS/YONHAP
현재 수준의 기술만으로도 사람이 하는 작업의 거의 절반을 자동화할 수 있다. 10년만 더 지나면 더 많은 작업이 자동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상을 흔히 ‘4차 산업혁명’ 또는 ‘인더스트리 4.0’으로 부른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사용해 생산을 기계화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도입해 생산을 자동화했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 일어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로봇공학, 인공지능(AI) 등 와해성 혁신 기술이 우리가 상호작용하고,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고도로 자동화한 지능적 시스템은 우리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약속하는 동시에 사람의 역할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 답은 간단하지 않다. 물론 와해성 기술에 따른 혁신은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고,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통찰력과 데이터를 전례 없이 많이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충분한 고려 없이는 대규모 자동화가 오히려 환경에 해로운 소식이 될 수 있다.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동화가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의 작업이 한참 전부터 대부분 기계로 대체된 두 부문을 살펴보기로 하자. 농업과 자동차 산업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자동차는 부유층의 장난감이었다. 일반인은 가질 수 없는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헨리 포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여러 부품을 모아 컨베이어 체계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조립라인 공정 개념을 완성했다. 포드는 그 공정에 따른 대량생산을 통해 단숨에 미국 자동차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유했다.

포드가 등장하기 이전의 자동차는 장인이 만드는 명품이었다. 고도로 숙련된 전문 기술자 팀이 수작업으로 한 대씩 만들었다. 한 대를 완성하고 나야 다음 자동차 제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포드는 이 공정을 과감히 뜯어고쳐 특정 조립과정을 병렬 시스템으로 동시에 진행했다. 여러 대의 자동차가 각각 병렬 컨베이어에 올라 하나의 제조 과정에서 다음 과정으로 조립 순서에 따라 이동하며 동시에 만들어졌다.

오늘날의 자동차 제조 공정은 거의 완전히 자동화됐다. 인간 기술자 팀이 로봇으로 대체됐다. ‘인더스트리 4.0’의 로봇과 첨단기술은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더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가능케 해준다. 또 더 나은 데이터로 공급사슬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모든 요인 덕분에 제조업체는 자동차 같은 제품의 출시부터 폐차까지 라이프사이클 전반에서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초기 자재인 금속과 광물부터 제품의 시장 운송에 사용되는 에너지까지 모든 단계에서 친환경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포드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트랙터와 콤바인 등을 사용하는 농업의 기계화는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혁명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세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그에 따른 식량의 수요가 많이 증가하면서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환경 오염을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농업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식량 생산에 수반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농업도 대규모 자동화와 스마트 기술의 도래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관수부터 해충 방제, 수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농업 관련 작업에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중이다. 심지어 트랙터도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완전히 자동화된 수직 농장으로 공간과 생산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혁신도 진행 중이다. 농업 분야의 다양한 혁신과 독립형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 등 새로 개발되는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더욱 효율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기술 발달 덕분에 환경 오염이 줄어 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또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자동차를 만들거나 농사짓는 일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사뭇 다르다.문제는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 측면에선 상당한 개선이 이뤄졌지만 환경적인 영향을 줄이는 확실한 효과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환경이 받는 전반적인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일부 논평가는 기술의 개선이 소비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흔히 ‘반동 효과(rebound effect, 의도한 것과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로 불리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로봇 활용에 따른 효율성 개선으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도로를 자동차가 가득 메우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늘었다. 운행 자동차의 다수가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로 대체된다고 해도 자동차 제조와 폐차, 전기 공급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업 과정의 자동화와 대규모 산업형 농장 시스템으로 우리는 더 많은 식량을 더욱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식량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의 평균 소득이 높아지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육류 같은 식품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에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자동화와 스마트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따분한 작업과 노동에서 해방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전면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신중하게 관리하면 이런 기술 혁명은 환경에 큰 혜택을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관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이다. 자동화가 반드시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도처에서 기술 혁명이 화려하게 일어난다고 해도 소비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 지구는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 로리 라이트



※ [필자는 영국 솔렌트대학 워새시 해양과학·엔지니어링 대학원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공개매수가 상향 없다더니” MBK 말 바꾸기 우려하는 이유

2커지는 ‘입시 불확실성’…혼란 빠진 ‘대입 전형 계획’

3“사기당한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창업 기회 엿봤죠”

41139회 로또 1등 13명…당첨금 각 21억원

540년 수명 다한 고리원전 3호기…재가동 심사한다는 데

6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뤄지나

710대 여고생 살해 남성 구속…”피해자와 모르는 사이

8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확전 우려 레바논…각국 철수 명령 이어져

9매년 0.33일씩 늦어지는 단풍 절정기… 2040년이면 11월에 단풍 구경해야

실시간 뉴스

1“공개매수가 상향 없다더니” MBK 말 바꾸기 우려하는 이유

2커지는 ‘입시 불확실성’…혼란 빠진 ‘대입 전형 계획’

3“사기당한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창업 기회 엿봤죠”

41139회 로또 1등 13명…당첨금 각 21억원

540년 수명 다한 고리원전 3호기…재가동 심사한다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