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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가 상향 없다더니” MBK 말 바꾸기 우려하는 이유

공개매수가 상향 계획 없다고 했다가 며칠 만에 상향
홈플러스·ING생명 M&A 후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고 공언
하지만 사업축소·자산매각 등 근로자들 일자리 잃어
고려아연 “중국에 안 판다지만 절대 믿지 않는다”

강성두(왼쪽)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매수가를 올릴 계획이 없다더니 며칠 후 상향했다. 중국에 안 판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나?”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현 경영진 간의 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 해외 매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풍·MBK는 경영권을 확보해도 “중국에 안 판다”고 말하고 있지만, 고려아연 측은 MBK의 ‘공개 매수가 말 바꾸기’와 과거 행보를 보면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최근 중국 자본 논란에 이어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과 보유한 핵심기술 등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적극 해명한 것이다. 

강 사장은 또 고려아연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MBK도 앞서 지난 24일 “핵심기술이 유출되고, 심지어 인수 후에는 중국에 매각될 것 같이 말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영풍과 MBK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은 “MBK가 운영하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 대부분에 상당수가 중국계 자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이번 고려아연 인수전에 사용된 6호 펀드에서 일부 중국 자금이 포함돼 있다. MBK 측은 다른 나라 자금 등 펀드 구성이 다양하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중국에 매각될 경우 그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핵심 소재와 희소금속인 아연과 연·금·은·동·인듐 등을 생산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중국 중심의 광물과 에너지 시장에서 자유 진영의 공급 및 가격 안정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뿐만 아니다. 고려아연의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인 이차 전지 분야의 경우 탈중국 글로벌 공급망 구축의 핵심적인 위치에서 이탈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고려아연이 투입한 수많은 투자금도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사업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국내 자본과 기술력으로 성장한 고려아연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기업에서 제재기업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로 미국 에너지 관련 정책을 건의하는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가 영풍·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로 규정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데에는 MBK의 말 바꾸기 행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초 MBK 측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지만 곧바로 말을 뒤집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매수가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 맞서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할 때도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으나 결국 인상한 바 있다. 

다른 기업의 인수 사례에서도 말 바꾸기가 등장한다.

MBK는 기업 인수합병을 시도할 당시에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지만 홈플러스를 비롯해 ING생명 등 과거 MBK의 ‘적대적 M&A’ 등을 통해 인수한 기업들에서 사업축소와 자산매각, 사업분할매각 등을 통해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바 있다. 

앞서 MBK가 인수한 ING생명은 인수 6개월만에 임원 32명 중 18명이 회사를 떠나고, 일반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또 우량자산 매각을 넘어 홈플러스 분할 매각에 따른 노조와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MBK는 2015년 약 7조원에 홈플러스를 인수 후 인위적인 인력감축,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경영권 인수 이후 2015년 2만5000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명으로 5000명 가량 줄어들었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금까지 사측의 결정으로 안산선부점과 동청주점을 포함해 모두 11개 점포가 폐점이나 매각을 앞두고 있다”며 “오는 2027년과 2028년에는 각각 8개 점포의 임대 계약기간이 종료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민병덕·박희승·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BHC·ING생명·한국타이어 등에 이어 이번에는 고려아연에 대해 ‘약탈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며 “투기자본 이익에만 충실한 채 기업과 지역, 근로자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행태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풍·MBK가 경영권 인수전에 나선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우 기자 nt1p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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