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본드로 눈 돌리는 대기업들] 친환경 사업에만… ‘녹색 투자’ 급증
[그린본드로 눈 돌리는 대기업들] 친환경 사업에만… ‘녹색 투자’ 급증
올 7월까지 발행 규모 지난해의 1.8배로 증가... 투자 적정성 검토해야 ‘녹색채권’이란 뜻의 그린본드가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줄로 떠올랐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관련 사업 투자에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채권이다. 기업들은 재원 활용 제한에도 잇따라 그린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기후위기 심화로 녹색·지속가능 경영이 필수 키워드로 떠올라서다. 기업들은 그린본드를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등 친환경 투자 자금 직접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의 일환으로 환경채권 투자를 늘리는 전문투자기관이 늘면서 경쟁력 있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그린본드를 찾는 이유로 꼽힌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발행된 그린본드 규모는 36억9900만 달러(약 4조3300억원)로 지난해 발행 규모(20억5600만 달러) 대비 1.8배로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나 친환경 관련 사업 지원을 목적으로 한 발전·에너지 및 금융 공기업 중심 그린본드 발행이 올해 들어 민간 대기업으로 확산하면서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들이 그린본드 발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4월 화학기업 최초로 15억6000만 달러(약 1조7800억원)를 발행한 이후 한화에너지, SK에너지 등이 발행에 성공했다.
제조업은 업종별 그린본드 발행 비중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전체 그린본드 발행 규모의 14.6%(3억 달러)에 불과했던 제조업 비중은 올해 42.3%(15억 6500만 달러)로 커졌다. 10월 29일 GS칼텍스가 최소 1000억원 규모 그린본드 발행을 예정한 만큼 제조업의 그린본드 발행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대원 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2013년 수출입은행의 5억 달러 발행 이후 소폭 증가에 그쳐왔지만, 제조 업체가 직접 발행에 나서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 대기업들이 그린본드 발행에 나선 것은 기후위기 등 환경오염 심화로 세계 각국이 펴고 있는 환경 규제 등 친환경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와 글로벌 주요 기업의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LG화학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등으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하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해 그린본드 발행을 진행했다. LG화학은 그린본드 발행으로 확보한 15억6000만 달러 재원을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 공급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에너지·SK에너지 역시 녹색·지속가능 경영 강화를 위한 투자금 확보 수단으로 그린본드 발행을 결정했다. 발행 대금 용도를 친환경 투자로 한정해야 하지만, 친환경 투자로 활용할 분야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린본드 자금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건물 신축 및 유지보수, 지역난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오염 방지와 관리를 위한 탄소배출 감축, 온실가스 통제, 토양 정화, 쓰레기 감축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와 SK에너지는 미국 태양광 발전 사업 투자와 탈황설비(VRDS) 구축에 각각 사용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그린본드로 마련한 자금을 여수 공장 환경 시설을 확충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 저감 장치 설치와 악취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GS칼텍스 측은 “그린본드 발행을 통한 시설 투자로 미세먼지 원인물질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위한 금융서비스에 투입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 대기업들은 그린본드 발행으로 친환경 투자 재원을 보다 낮은 금리로 더 쉽게 끌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기관투자가나 대형 연기금 같은 투자 ‘큰손’들이 투자 결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가중치를 두고 있어서다. 특히 그린본드를 포함한 지속가능채권에 투자하려는 기관들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발행 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다. 앞서 LG화학은 달러·유로 표시 그린본드를 발행하면서 제시금리 대비 최대 0.35%포인트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15억6000억 달러 발행에 모두 105억 달러 매수 주문이 몰려서다.
GS칼텍스가 처음으로 발행하는 그린본드에도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지난 10월 21일 1000억원의 그린본드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 총 66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에 기존 제시금리를 밑돌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본드 주요 투자자인 북유럽이나 미국 주정부 연기금, 대학기금 등은 일정 비중 이상을 사회책임투자로 불리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채권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제조 대기업은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낮은 금리의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본드 발행이 기후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읽히는 것도 기업들의 그린본드 발행을 부추기고 있다. 파리기후협약 채택 이후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본드 발행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제조 대기업들은 이미 친환경 투자를 알리기 위한 그린본드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 기관 중 제조업 중심 일반기업 비중이 41%로 가장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린본드가 환경을 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제고에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그린본드 사용처가 친환경에 한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3년 100억 달러에 불과했던 그린본드 발행 규모가 지난해 1500억 달러(176조1000억원)로 급증하고 있지만, 모든 자금이 친환경 투자에만 쓰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소재 비영리기구인 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는 지난해 발행된 그린본드 전체의 16.3%인 245억 달러(약 28조7500억원)는 친환경 투자에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만 국영 전력회사인 타이완파워가 찍은 그린본드가 대표적이다. 타이완파워는 가스 및 석탄 발전소 개선에 자금을 활용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그린본드 자금의 투자 적정성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투자 명목으로 발행한 3억 달러(약 3520억5000만원) 규모 그린본드는 국내 제조 대기업의 첫 발행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0월 발행한 일반 회사채(엘지디스플레이37-2)의 자금 사용처 ‘OLED 중심의 파주 신규공장(P10) 건설’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이 발행한 그린본드 역시 지난 3월 발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의 사용 목적인 ‘전지 셀라인 및 전극라인 증설’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국에너지공단은 ‘국내 녹색채권(Green Bond) 발행동향’ 보고서에서 “현재 그린본드는 법적 제제가 없고 임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면서 “자금용도, 프로젝트 선정 및 평가, 자금의 관리, 사후보고 및 공시 원칙을 적용해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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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한화에너지·SK에너지 등 잇따라 발행
제조업은 업종별 그린본드 발행 비중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전체 그린본드 발행 규모의 14.6%(3억 달러)에 불과했던 제조업 비중은 올해 42.3%(15억 6500만 달러)로 커졌다. 10월 29일 GS칼텍스가 최소 1000억원 규모 그린본드 발행을 예정한 만큼 제조업의 그린본드 발행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대원 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2013년 수출입은행의 5억 달러 발행 이후 소폭 증가에 그쳐왔지만, 제조 업체가 직접 발행에 나서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 대기업들이 그린본드 발행에 나선 것은 기후위기 등 환경오염 심화로 세계 각국이 펴고 있는 환경 규제 등 친환경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와 글로벌 주요 기업의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LG화학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등으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하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해 그린본드 발행을 진행했다. LG화학은 그린본드 발행으로 확보한 15억6000만 달러 재원을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 공급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에너지·SK에너지 역시 녹색·지속가능 경영 강화를 위한 투자금 확보 수단으로 그린본드 발행을 결정했다. 발행 대금 용도를 친환경 투자로 한정해야 하지만, 친환경 투자로 활용할 분야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린본드 자금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건물 신축 및 유지보수, 지역난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오염 방지와 관리를 위한 탄소배출 감축, 온실가스 통제, 토양 정화, 쓰레기 감축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와 SK에너지는 미국 태양광 발전 사업 투자와 탈황설비(VRDS) 구축에 각각 사용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그린본드로 마련한 자금을 여수 공장 환경 시설을 확충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 저감 장치 설치와 악취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GS칼텍스 측은 “그린본드 발행을 통한 시설 투자로 미세먼지 원인물질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한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위한 금융서비스에 투입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 대기업들은 그린본드 발행으로 친환경 투자 재원을 보다 낮은 금리로 더 쉽게 끌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기관투자가나 대형 연기금 같은 투자 ‘큰손’들이 투자 결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가중치를 두고 있어서다. 특히 그린본드를 포함한 지속가능채권에 투자하려는 기관들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발행 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다. 앞서 LG화학은 달러·유로 표시 그린본드를 발행하면서 제시금리 대비 최대 0.35%포인트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15억6000억 달러 발행에 모두 105억 달러 매수 주문이 몰려서다.
GS칼텍스가 처음으로 발행하는 그린본드에도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지난 10월 21일 1000억원의 그린본드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 총 66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에 기존 제시금리를 밑돌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본드 주요 투자자인 북유럽이나 미국 주정부 연기금, 대학기금 등은 일정 비중 이상을 사회책임투자로 불리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채권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제조 대기업은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낮은 금리의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본드 발행이 기후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읽히는 것도 기업들의 그린본드 발행을 부추기고 있다. 파리기후협약 채택 이후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본드 발행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제조 대기업들은 이미 친환경 투자를 알리기 위한 그린본드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 기관 중 제조업 중심 일반기업 비중이 41%로 가장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린본드가 환경을 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제고에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그린본드 사용처가 친환경에 한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3년 100억 달러에 불과했던 그린본드 발행 규모가 지난해 1500억 달러(176조1000억원)로 급증하고 있지만, 모든 자금이 친환경 투자에만 쓰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소재 비영리기구인 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는 지난해 발행된 그린본드 전체의 16.3%인 245억 달러(약 28조7500억원)는 친환경 투자에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만 국영 전력회사인 타이완파워가 찍은 그린본드가 대표적이다. 타이완파워는 가스 및 석탄 발전소 개선에 자금을 활용했다.
친환경 투자 아닌 용도에도 사용
이에 대해 한국에너지공단은 ‘국내 녹색채권(Green Bond) 발행동향’ 보고서에서 “현재 그린본드는 법적 제제가 없고 임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면서 “자금용도, 프로젝트 선정 및 평가, 자금의 관리, 사후보고 및 공시 원칙을 적용해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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