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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기업공개(IPO)의 오해와 진실] 공모가 낮으면 재무적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

[현대카드 기업공개(IPO)의 오해와 진실] 공모가 낮으면 재무적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

지배주주 계약 위반 때 풋옵션 행사 가능... ‘내년 상반기가 IPO 시한’도 틀린 내용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IPO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2021년까지는 상장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대카드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가운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IPO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2021년까지는 상장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1월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다. 동남아시아 진출과 인공지능(AI) 시스템 출시 등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부회장은 “2020년 말 이전까지 IPO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꼭 2020년 말에 (IPO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남아 진출과 AI 시스템 출시 호재
현대카드는 최근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카드는 베트남 소비자금융 기업의 지분 50%를 490억원에 인수했다. 태국에서도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 AI 기반 고객 개인화 시스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IPO 추진을 위해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주관사 입찰제안서를 받았다. 삼성카드에 이어 카드사로서는 두번째 상장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증시 입성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였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쉽게 말해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발행하는 신주 또는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구주)을 일반투자자(개인·기관)들에게 공개매각해 회사 지분을 분산시키는 절차를 말한다. 회사 주식을 상장하기 위해서는 IPO를 거쳐야 한다.

신주만 발행하거나 구주만 매각(구주매출)하는 식으로 IPO를 할 수 있다. 신주와 구주매출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신주를 발행하면 회사로 주식발행 자금이 들어온다. 하지만 구주매출을 하면 기존 주주가 투자를 회수하는 것이므로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은 없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도 주주 입장에서도 IP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모 밸류에이션, 즉 주식 공모가격이라 할 수 있다. 신주 발행으로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은 많을수록 좋다. IPO를 활용해 지분을 현금화하려는 주주 역시 공모가가 높을수록 수중에 들어오는 현금이 증가하니 밸류에이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의 증시 입성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밸류에이션 문제와 직결돼 있다. 회사 신규 투자나 기존 사업 강화 등 성장을 위한 자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비상장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런 기업에게 IPO 신주 발행은 투자·운영 자금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또 일단 상장기업이 되면 유상증자, 주가연계채권이나 일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비상장 기업일 때보다 대체로 수월하다. 그래서 상장 주관사와 시장 참여자들이 제시하는 공모 밸류에이션이 다소 낮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편이다.
 현대카드 IPO는 재무적 투자자 투자금 회수 목적
현대카드는 이런 경우와는 다르다. 새로운 투자를 위한 신규 자금이 필요해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주주 가운데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구주매출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현대카드가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만을 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예상할 수는 없다. 또 구주매출만을 한다 해도 재무적 투자자들만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각주관사가 정해지면 주관사와 현대차그룹, 재무적 투자자, 현대카드가 협의해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 지분은 현대자동차(36.96%), 현대커머셜(24.54%), 기아자동차(11.48%) 등 현대차그룹 3사 합이 72.98%다. 재무적 투자자인 홍콩계 사모펀드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지분율이 23.99%다(어피너티 9.99%, 싱가포르투자청 9%,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 5%).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현대카드의 지분 43%를 보유했던 미국 GE캐피탈이 2017년 초 지분을 정리할 때 이 가운데 23.99%를 3766억원(주당 9779원)에 인수했다. GE캐피탈의 나머지 지분은 기존 주주였던 현대커머셜이 떠안았다.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5.54%에서 19.01% 증가해 24.54%가 됐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배주주인 현대차 계열 3사와 IPO, 콜옵션, 풋옵션 등의 조항을 담은 주주간계약을 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엔가는 떠나야 할 재무적 투자자는 대체로 지배주주와 주주간 계약을 해서 투자회수(엑시트) 장치를 마련한다. 정해진 시점까지 IPO를 추진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가 지배주주에게 지분을 팔 권리(풋옵션)를 갖는 조항이 일반적으로 주주간 계약에 포함된다.

현대카드가 IPO에 돌입하자 최근 들어 주주간 계약 내용이 언론매체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내용이 잘못 알려지는 바람에 IPO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첫째, 이 IPO는 종료 시한이 없다. 일부 보도는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가 시한이라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재무적 투자자 측이 IPO를 요구하면 현대차 등 지배주주는 이를 수용해 IPO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 주주간 계약의 내용이다. IPO를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둘째, IPO 과정에서 현대카드 공모가격이 재무적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재무적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크게 잘못된 내용이다. 이 역시 주주간 계약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현대차 등 지배주주는 재무적 투자자가 계약 내용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경우 재무적 투자자 보유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재무적 투자자도 지배주주가 주주간 계약을 위반하면 정해진 가격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IPO에서 공모가격이 낮게 평가되면 재무적 투자자가 구주 매출로 회수하는 금액이 기대수익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도 투자원금 회수마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공모가격이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 지배주주의 중대한 계약위반에 해당될까? 그렇지 않다. IPO에 관한 한 지배주주는 재무적 투자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최선을 다해 IPO 절차를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낮은 공모가를 이유로 재무적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는 없다. 낮은 공모가는 풋옵션 행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모가격 리스크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이야기다.

카드사 같은 금융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상대가치 평가법으로 간단하게 측정하려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하면 된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업계 PBR은 0.53배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말 자본총계(3조2549억원)에 이 PBR을 적용하면 적정 시가총액은 1조72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2017년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현대카드에 투자할 당시의 1조5612억원보다 1600억원가량 높아졌을 뿐이다. 카드 업계 유일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PBR 0.57배를 적용하면 현대카드 밸류에이션은 1조8590억원으로 산출된다.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그래봐야 2년간 밸류에이션 증가액은 3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만족스러울 리 없다.
 “카드사 아닌 디지털 기업으로 가치 평가 원해”
그마나 실제 공모 밸류에이션은 더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IPO에서는 이렇게 측정한 밸류에이션에다 20% 안팎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20% 할인을 하면 1조4872억원으로 떨어져 재무적 투자자로서는 원금도 못 건진다는 결론이다. 이는 삼성카드 시가총액(3조9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카드가 저평가돼 있고 자본 규모가 과도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최근 롯데카드 매각 때 적용된 밸류에이션이 더 적합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롯데그룹이 최근 롯데카드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할 때 적용한 PBR은 0.8배였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대카드 밸류에이션은 2조6000억원으로 올라간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언론매체 기자를 만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신용카드사에 금융업 밸류에이션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현대카드의 혁신을 감안하면 디지털 IT기업으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PBR이라는 잣대를 적용해 상대가치로 평가하기보다는 현대카드의 수익성, 비즈니스 모델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올 상반기 현대카드가 전년(774억원) 대비 57% 이상 급증한 12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다른 신용카드사들과 달리 이익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책정한 밸류에이션 최저선이 2조2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선에 못 미칠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가장 쉽게는 IPO 연기라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IPO를 잠정 중단하고 원하는 밸류에이션이 나올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해 IPO 절차를 밟던 현대오일뱅크·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등 예상 공모 규모 1조원 이상의 대형 기업들이 증시 부진 등으로 공모 밸류에이션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IPO를 연기하거나 아예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유튜브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잘 알려진 콘텐트 기업 캐리소프트가 국내외 부정적 이슈로 투자심리 위축이 예상되자 전격적으로 상장을 연기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재무적 투자자가 낮은 공모가 등을 이유로 IPO 연기를 선택하려면 현대차 측과 합의가 되어야 한다. 공모 밸류에이션이 낮다고 해서 재무적 투자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밸류에이션이 아주 낮게 산출될 경우 재무적 투자자 측의 연기 요청에 현대차 측이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앞서 말했듯 IPO가 당사자인 현대카드나 현대차 등 지배주주 측의 필요라기보다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엑시트 차원에서 진행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IPO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2021년까지는 상장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설령 IPO 진행 중에 재무적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풋옵션 행사가 반드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까? IPO와 풋옵션이 연계된 주주간 계약의 경우 예컨대 재무적 투자자 투자원금에 연복리 몇%를 적용하는 식으로 행사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경우 풋옵션과 콜옵션 행사가격은 IPO 전까지는 지분 공정가치(FMV, Future Market Value)로 정해져 있다. 투자원금에다 일정한 이자가 보장된 형태가 아니다. 예를 들면 회계법인 같은 곳에 의뢰해 산출한 지분가치를 기준으로 행사가격을 정한다는 이야기다. 옵션을 행사 시점의 시장 공정가치가 어느 정도 밸류에이션으로 나올지 예단하는 것은 어렵다. IPO 공모가격보다 회계법인이 평가한 지분 공정가치가 더 낮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IPO가 완료된 이후의 옵션 행사가격은 30일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다. 이런 경우에는 행사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

넷째, 일각에서는 교보생명 사례에서처럼 현대카드에서도 지배주주와 재무적 투자자 간 IPO를 둘러싼 법정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이기도 하다. 물론 현대카드 지분에 투자한 컨소시엄과는 구성 투자자들이 다르다.

교보생명에 투자한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대상은 신창재 회장 개인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IPO에 최선을 다하며 2015년 9월까지 IPO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시간 경과에 따라 자동으로 옵션 행사권리가 발생하는 셈이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행사가격은 지분 공정가치)을 행사했다. 주주간 계약에 따른 시한(2015년 9월 말) 이후에도 어피너티 측이 계속 IPO를 촉구했으나, 신 회장은 이를 거부해왔다. 어피너티는 신 회장이 IPO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보고 풋옵션 행사를 결정한 것이다. 어피너티측은 딜로인트안진에 교보생명 평가를 의뢰했고, 그 결과에 따라 주당 40만9000원, 지분 24%에 대한 총 2조원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러나 신 회장측이 풋옵션을 수용하지 않자,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중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대카드의 경우 앞에서 밝힌 것처럼 시한 경과에 따라 풋옵션 행사권리가 자동발효되는 것도 아니다. 또 현대카드가 재무적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IPO를 이미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풋옵션을 행사할 만한 주주계약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따라서 풋옵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대카드에서도 교보생명에서처럼 지배주주와 재무적 투자자 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억측에 가깝다.

-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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