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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무기로 힘의 외교 펼치는 인도

경제력 무기로 힘의 외교 펼치는 인도

중국처럼 거대한 국내 시장 바탕으로 주변국에 제재와 호의적 교역 전략 번갈아 사용하며 국익 도모해
지난 11월 13일 브라질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 사진:XINHUA/YONHAP
내정과 외교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외교는 주로 국내정치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며 핵심적인 국익에 기여한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의 외교정책이 국익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명확하게 적시된 적은 없지만 중국이 가장 중시하는 문제는 주로 주권과 관련된 이슈다. 대만과 티베트, 신장위구르 자치구, 그리고 최근엔 남중국해도 거기에 포함된다. 중국의 2011년 백서는 흥미롭게도 ‘평화발전’과 ‘통일’을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명시했다. 2012년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에 오른 이래 그 개념은 더욱 자주 언급된다.

중국은 ‘평화발전’이라는 핵심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외교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경제외교란 정권이 경제적 자원을 사용해 외교정책의 목표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경제적인 국정운영 기술의 일환일 뿐이다. 경제적인 국정운영 기술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도구는 ‘채찍’인 제재와 ‘당근’인 호의적인 무역관계다. 일례로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티베트의 망명정부 수반으로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중국은 그 행위가 내정 간섭으로 중국의 프랑스·유럽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프랑스를 맹비난했다(달라이 라마를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망명정부를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어 중국은 유럽연합(EU)과의 연례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프랑스의 에어버스 여객기 150대 구매 협상을 연기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현대 인도의 경우 외교정책의 기본적인 이상은 초대 총리를 맡았던 자와할랄 네루가 정립했다. 네루는 세계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두 개의 라이벌 블록으로 분리돼 냉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인도를 통치하면서 ‘모든 국가의 영토 보전을 상호 존중하고, 서로 간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서로 침략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경제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을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규칙으로 제시했다. 인도는 그런 정책에 맞춰 국제사회에 관여하면서 평화와 안정을 추구했다.

네루는 인도를 위해 ‘긍정적인 중립성’이라는 정책을 개념화했고, 아프리카·아시아의 비동맹국(대치하는 양대 블록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의 주요 대변인 중 한 명이 됐다. 여러 비판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경기장에서 그 외교 원칙을 확고부동하게 고수한 정책이 인도에 손해를 끼쳤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네루는 인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있지만 중국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고 확고히 믿었기 때문에 밀어붙이지 않았다.

네루의 후임자들도 대부분 그와 비슷한 노선을 따랐지만 몇 가지 예외는 있었다. 예를 들어 그의 딸 인디라 간디는 인도와 티베트 국경선에 위치한 전략적인 히말라야 산악왕국 시킴을 합병해 하나의 주로 인도에 편입시켰고, 그녀의 아들 라지브 간디는 스리랑카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지난 11월 9일 잠무 구시가지에서 경계 근무 중인 인도군 병사들. 인도는 무슬림이 다수인 잠무-카슈미르의 특별자치권을 취소했다. / 사진:EPA/YONHAP
그러나 이제 네루가 정립했던 외교 노선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인도 외교정책 전략은 현재 중국의 국제 외교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 같다. 인도 정부는 지난 8월 잠무-카슈미르 주의 헌법상 특별 지위를 박탈한 후 그 조치에 대한 파키스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능란한 외교를 동원했다. 그러나 조용한 외교에 그치지 않고 경제 측면에서 완력도 과시했다.

그 문제와 관련해 인도의 핵심 이익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던 터키와 말레이시아도 인도 정부의 이런 새로운 경제외교 전략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두 나라는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 주의 자치권 박탈 조치와 관련한 인도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카슈미르 문제를 연설하면서 파키스탄을 지지하자 인도는 경제 제재로 보복에 나섰다. 인도는 23억 달러 규모의 자국 해군 함대 지원선 사업을 수주한 터키 아나돌루 조선소에 인도 내 방산 관련 사업 배제를 결정하는 징벌적 제재를 했다. 아나돌루 조선소가 최근 파키스탄 해군의 대잠 초계함을 진수한 것이 인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다. 인도의 한 국방부 관리는 미국 매체 디펜스 뉴스에 “우리는 징벌적 제재로 터키의 아나돌루 조선소가 인도 파트너인 힌두스탄 조선소와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도록 막을 것”이라며 “양자의 파트너십이 인도 안보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도가 카슈미르 문제에 관한 터키의 입장과 태도를 어떻게 보는지 확실히 나타난 다른 사례도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계획된 터키 방문을 취소하고, 키프로스·그리스·아르메니아의 수반을 만났다. 그들 나라 전부 터키와 좋지 않은 관계에 있다. 또 인도는 터키 여행 경보도 내렸다. 터키로 향하는 인도 관광객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조치다(지난 8월까지 인도 관광객 10만 명 이상이 터키를 방문했다).

말레이시아도 인도의 경제외교로 쓴맛을 봤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9월 유엔에서 “카슈미르가 침략받고 점령당했다”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그처럼 마하티르 총리가 카슈미르 사태와 관련해 인도에 반하는 발언을 내놓자 인도와 말레이시아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급기야 인도에서 팜유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전개됐다. 인도 솔벤트생산자협회는 말레이시아에서 팜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회원들에게 지시했다. 불쾌함을 드러내기 위해 무언의 제재를 종종 사용하는 중국의 각본을 그대로 베낀 듯하다.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팜유를 생산하고 수출한다.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식물성 유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8%일 정도로 팜유 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또 인도는 말레이시아산 팜유와 관련 제품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한다(지난해 16억3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카슈미르와 관련한 자신의 언급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인도와의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인도산 원당과 수우육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유국인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카슈미르와 통신, 인터넷 차단 등과 관련한 인도 정부의 조치에 공개적으로 항의하지 않았다. 이들 산유국과 인도 사이의 연간 무역 규모는 거의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와 인도의 무역 규모가 지난해 5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인도는 아랍에미리트의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이 됐다. 또 인도인은 두바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다. 더 중요한 점은 두바이 정부 소유의 항만기업 DP월드가 카슈미르에 물류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는 사실이다. 당연히 두바이는 카슈미르에서 인도가 취한 조치를 ‘내정 문제’로 규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슈미르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인도의 최대 상장기업인 릴라이언스가 소유한 석유·화학 업체의 지분 20%를 150억 달러에 매입했다. 또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21년까지 인도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의 이런 외교 전략은 논리적인 것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수십 년 동안 인도의 외교정책을 과도한 국익 추구에 사용하지 말도록 제한해온 네루식의 이상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인도 정부도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업체들이 인도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일부 제조업체가 관세 인상을 피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IHS마켓의 아시아태평양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비스워스는 “인도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제조업 분야, 특히 섬유나 신발, 전자제품 분야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국내 소비자 시장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면서, 중기적으로 관세로 인해 일부 제조업체가 중국에서 생산량을 인도를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만에 본사를 둔 혼하이 정밀공업(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으로 더 잘 알려졌다)은 지금까지 중국에 집중됐던 제조 공장의 일부를 인도로 옮겼다. 비스워스는 “중국 생산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제조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이처럼 국익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용도를 바꾼 외교정책과 거대한 국내 시장을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경제력을 무기화하고 있다.

- 칼핏 만키카르

※ [필자는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중국 문제를 연구하는 저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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